데몰리션 프로젝트 중편
“라그나로크? 내가 잘못들은게 아니지? 아바돈?”
“나도 똑같은 소리를 들은 것 같다만?”
“엘···제정신인거냐?”
“아···말은 끝까지 들어주세요. 제발. 이제 설명을 하려던 차였는데···”
“흠···해봐 그 설명이라는 거.”
엘은 샤에게서 무언가의 설명을 열심히 들은 뒤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는 모양이었다.
“정확하게는···”
눈을 뜨고 말하면서 샤의 말을 계속 듣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무언가 복잡한 시나리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쁘띠 라그나로크예요. 원래의 라그나로크는 오메가가 일으키는 전 우주적 현상이거든요. 인간들이 힉스입자라고 부르는 물질을 존재케하는 입자들의 거울상인 안티힉스입자를 이용해 전 우주의 모든 물질을 에너지상태로 돌려버리는 게 라그나로크인데···”
“힉스? 안티 힉스? 그게 뭐냐 대체?”
“음···이쪽은 창세와 반창세의 시나리오를 설명해야할 것 같은데요. 원래 저희가 알파를 담당하고 저기 아바돈이 오메가를 담당하던 것은 알고 계시죠?”
“그..그래···”
“조라님이 만들어내는 반입자인 양전자는 보통의 우주에는 존재하지 않아요 그쵸?”
“그렇겠지? 만약 양전자가 보통의 우주에 존재하게 되면 심심하면 물질들이 소멸되면서 우주가 존재하지 않게 되겠지.”
“양전자가 전자와 만나서 소멸되면 무엇이 되는지 아세요?”
“에너지가···되던가?”
“맞아요. 쌍소멸을 통해서 양전자와 전자가 사라지고 에너지만 남죠. 이 과정에서 소멸된 물질이 에너지가 되는게 핵심이죠.”
“그래. 그걸 이용해서 내가 폭발력으로 재미를 좀 봤지.”
“그런데 그 과정에서 물질이 사라진다는 건 다른 의미로는 질량이 사라지는 거예요. 만약 반대로 에너지가 전자와 양전자로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요?”
“음···에너지를 흡수하고 질량이 생겨나는 건가?”
“맞아요. 그 과정에서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를 힉스입자라고 불러요. 이 힉스입자의 반대개념이 안티힉스입자인데요. 저희가 하는 창세라는 과정은 에너지를 질량이 있는 물질로 바꾸는 것이고, 아바돈이 오메가로서 하는 과정은 물질을 에너지로 환원하는 것이에요.”
“음···그렇다는 건 힉스입자는 알파의 힘이고 안티힉스입자는 오메가의 힘···인건가?”
“비슷해요. 다만 입자 자체에는 의지가 없고 저희가 그것을 다루는 존재인 것이죠. 모든 우주를 무한히 발산하고 사라지지 않게끔 오메가는 에너지로의 환원을, 저희 알파는 에너지의 물질화 즉 창세를 담당하고 있던 것이죠.”
“그게 라그나로크와 무슨 상관이 있는거지 그럼?”
“라그나로크는 오메가의 에너지 환원 작업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소멸이 아니라 환원이라고?”
“맞아요. 환원 작업은 완전한 복원이 가능한 작업이에요.”
“그···게 무슨 말이야?”
“에너지로 환원되었던 모든 것들은 다시 완전히 물질로 복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죠.”
“음···뭔가 이상한데?”
“네? 뭐가 이상한가요?”
“완전한 복원이 가능하면 말이야. 모든 우주가 영원이 똑같은 것을 반복하게 된다는 말이잖아?”
“그렇죠.”
“그럼 너희를 분리해서 반복을 멈춘 지금의 현상은 일어날 수 없는 것이 아니야?”
“맞아요.”
엘이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분명히 패러독스인데 왜 밝은 표정인거지?’
“그럼 지금의 현상은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거지?”
“샤와 제가 알파로서 아바돈이 오메가로서 이 모든 우주는 셀수 없는 무한에 가까운 윤회를 거쳐왔어요. 본질적으로는 윤회의 고리에 갇혀있었죠. 그런데 조라님이 나타난 거예요. 어디선가. 그리고는 모든 우주의 윤회의 고리를 깨신거예요.”
“으음···내가? 미래의 내가 한 일이겠지.”
“맞아요. 완벽한 복원을 통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 우주의 생성과 소멸의 무한한 반복의 고리를 미래의 조라님이 깨신거예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죠.”
“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해진거지?”
엘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우리도 몰라요. 다만, 저희를 나누신 미래의 조라님과 샤가 어떤 약속을 했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약속?”
약속이라는 말에 나는 눈이 번쩍 떠졌다.
몇번이고 내 삶에서 수수께끼로 다가오고 있는 약속.
드디어 그 실마리를 들은 것이다.
“샤? 엘! 샤에게 물어줘 그 약속에 대해.”
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엘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었다.
“샤는 그 약속에 대해 저에게도 말해주지 않았어요. 샤의 말로는 예정된 우주의 다음 주기에는 그 약속에 대해 조라님이 알게되실 거라고 하네요.”
“다음 기회에 인거냐···제길. 좀 알려줘야 내가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아니야.”
다시 샤가 엘에게 무언가를 말하는 게 보였다.
“걱정말라고 하네요. 지금까지 약속을 잘지키고 계시다고.”
“으으··· 왜 놀림받는 기분이지.”
“시끄러. 조라. 엘! 대답해라. 그래서 쁘띠 라그나로크라는 건 뭐지?”
“때가 되어 시간축을 복원하기 위해 시간축에서 벗어난 인자들을 모두 에너지로 환원하는 거예요.”
“에너지로 환원? 그러니까 오메가인 아바돈이···”
“오메가가 나서면 우주 전체가 환원되어 버려요. 그래선 안되죠.”
“그럼? 어떻게?”
“저와 샤가 아바돈과 따로따로 융합해서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낼 거예요. 샤의 이론대로라면 저희는 쁘띠 라그나로크를 일으킬 수 있게 될거예요. 힉스와 안티힉스의 중화로 선택적 라그나로크를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흐음···그러면 그렇게 에너지로 환원했다가 나중에 되돌린다는 이야기인거야?”
“맞아요. 우주 전체에 퍼져있는 모든 타임패러독스를 에너지로 환원한 뒤에 충분한 시간이 흐른 뒤 되돌리는 거죠.”
“일종의 타임캡슐상태로 만든다는 이야기인거지 그거?”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라그나로크라는 단어가 주는 파멸이라는 부분에서 두려움이 일기는 했지만, 북구 유럽 신화의 라그나로크도 끝없는 반복의 한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라그나로크로 모두 파멸해도 시간이 지나면 살아남은 신들로부터 다시 모든 것들이 되살아난다. 그리고 다시 영화를 누리고는 다시 라그나로크를 반복한다라는 원래의 설정이 그제서야 기억이 났던 것이다.
“궁금한게 있어. 그 쁘띠 라그나로크라는 건 선택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거지?”
“맞아요. 다만···”
“다만?”
나와 아바돈은 동시에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저희가 융합한 존재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에너지 상태에서 환원이 불가능해져요.”
“으음···그 융합한 존재가 키가 되는 거군.”
“거기에 에너지화한 상태의 것을 저장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해요.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저장소가 필요한 건가?”
“맞아요.”
“그 저장소와 너희들이 핵심이 되는 이야기겠군 그건.”
샤와 엘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 작가의말
몸살로 글을 제대로 못쓰고 있습니다.
조금 띄엄띄엄 연재되는 점 양해부탁드릴께요 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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