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리버스(Death & rebirth) 중편
“그래. 내 마지막 마법이 너를 되살려내는 것이 될 줄 몰랐구나. 언데드도 부활이 되는 거였어. 우습군. 생명을 살려내는 마법이 언데드를 살려내다니. 크크크··· 커헉”
노라드리아나는 붉은피를 토해내었다. 엄청난 저온의 상황은 토해낸 피를 곧바로 얼려버렸다. 내 옆에는 내 부서졌던 라이프베슬 조각이 보였다. 천사들은 내 존재를 부수고 라이프베슬을 부수었지만 라이프베슬의 조각을 없애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노라드리아나는 그걸 구해서 나를 부활시킨 것이었다.
“천사들에게 당한 것이냐?”
“제왕이여. 우리는 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내게 허락된 시간은 이제 끝나간다. 하지만 내 은총을 모두 사용해서라도 이계에서 너를 살려내는 것으로 우리의 사명을 너에게 다시 넘겨주겠···”
노라드리아나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수천년을 살아온 엘더드래곤의 초라한 임종이었다.
다시 살아난 내 몸은 하반신까지 모두 복구되어 있었다. 내 상태창을 열었다.
★
이름 딸깍이,조라
성별 없음
상태 보통
종족 스켈레톤/언데드
직업 마법사
랭크 H+
Lv 1/20
HP 5/5
MP 5/5
공격력 1
방어력 1
민첩 2
마력 3
▼고유 스킬
[암시야Lv1][마법영창LvMax]
[상태확인Lv1][파이어쇼크LvMax][파이어볼LvMax]
[염화Lv1][정신감응Lv1][정신연결Lv1]
[물창조Lv1][MP재생Lv6][주문연성Lv1(비활성)][부활의노래Lv1]
[형상복원Lv1]
▼개변(3)
[아바타(용사)Lv1]
▼칭호
[구덩이의 마법사][마그마홀의 주인][타락의 수호]
▼칭호(비활성)
[쥐덫][히트앤런][구원자Lv4][비정함LvMax][드래곤슬레이어Lv1]
[개미지옥Lv14][거미의적Lv3][자이언트살해자Lv2]
[공허의한탄LvMax][고블린학살자Lv6][발레노르의 반려]
★
“어라..어째서! 해골 마법사인거냐? 이래가지고 어떻게 하란 말이냐! 노라드리아나! 어이! 되살아나서 나 원래대로 해놓으라고! 이렇게 아무렇게나 던져놓으면 자라는 잡초냐구! 젠장!”
되살아난 나는 더이상 데미리치가 아니었다. 1레벨 해골마법사가 되어있었다. 한참을 노라드리아나에게 소리쳤지만 죽은 노라드리아나는 말이 없었다.
“아..제길···MP최대치가 낮아서···부활의노래를 사용할 수 없잖아. 제길!”
나는 노라드리아나를 부활시키려했지만 마법이 발동되지 않았다.
“거기다 여긴 어디인거지? 이계라고 했었나?”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황량한 곳이었다. 비행 스킬이 사라진 채로는 주변을 살펴볼 방법도 없었다.
“젠장!”
‘이안? 이안?’
나는 염화로 이안을 불러보았으나 대답이 없었다. 마법에서 정신연결이 사라지지 않은 걸로 보아 염화가 닿지 않는 곳인 모양이다.
“이게 뭐냐고!”
한참을 주변을 돌아다녀보았지만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곳이었다. 하늘도 검은 구름에 가려 별자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분명 시간이 흘렀지만 하늘의 짙은 구름에 가려 태양도, 달도 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게 암시야가 없었다면 정말로 아무것도 보지 못했으리라.
“대체 여기는 어디인거지? 이계라니! 여기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려줘야할 거 아니야! 노라드리아나! 제길! 제길! 제기라알!”
노라드리아나 곁에서 며칠을 머물러 보았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이대로 그냥 있을 순 없지. 레벨업과 진화를 통해 어떻게든 돌아갈 방법을 마련해야해. 그리고 저주스러운 천계신들에게 복수할 방법도 찾아야하고···”
결심을 한 나는 죽어버린 노라드리아나의 비늘 몇개와 이빨을 챙겼다.
“노라드리아나. 나와의 약속에 최선을 다해준 것에 고마워. 다만, 이 상황은 좀 그렇네. 츱"
노라드리아나와 작별을 고한 뒤 발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걸었지만 황량한 대지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하루, 이틀, 사흘··· 얼마의 시간을 걸었는지도 잊었다. 나는 언데드였기에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살아갈 수 있었다. 그렇기에 정처없이 걸으면서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려고 했다.
돌아가고 싶었다.
나의 모든 것. 그것은 구덩이와 네크로폴리스에 있었다.
이제는 무엇이 남았을지 모르지만 나는 돌아가야만 했다.
그곳에는 내가 복수해야할 상대도 있었다.
하지만, 끝없는 황량한 대륙은 며칠을 걸어도 몇달을 걸어도 끝이 없었다.
그 긴 시간동안 어떠한 생명체도 볼 수 없었다. 잡초도, 벌레도 보이지 않는 황량한 땅이었다.
“대체··· 여긴 어디인거지? 이렇게 죽어버린 땅이라니. 살아있는게 하나도 없는 세상에서 날더러 어쩌라고! 노라드리아나! 대체 어디에서 날 살려낸 것이냐!”
그렇게 끝없이 방황하는 나에게서 언젠가 날짜와 시간의 감각이 사라졌다.
아마도 수백일 아니 어쩌면 수십년을 걸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발바닥 뼈들이 둥글게 마모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거기다 혼자서 오랜 시간 계속 걷다보니 나는 혼잣말이 늘었다.
“젠장. 이러다 나 완전히 닳아 없어지는 거 아니야?”
투덜거리면서 걷는 데 아주 멀리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뭐지? 내가 잘못 본 건가?”
희미한 불빛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황량한 곳 도착한 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가보자!”
나는 오랫만에 뛰기 시작했다. 그 불빛을 향해.
‘콰당!’
나는 무엇인가에 걸려 넘어졌지만 불빛에 정신이 팔려 나를 넘어지게 한 것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나는 재빨리 몸을 일으킨 후, 하염없이 불빛이 있었던 곳을 향해 달려갔다.
불빛이 있던 곳을 향해 달려서 도착한 곳에는 인공의 구조물이 있었다.
“맨홀 뚜껑같이 생겼네?”
황량한 땅 가운데 덩그라니 바닥에서 솟아오른 구조물에 맨홀과도 같이 생긴 뚜껑이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인공구조물은 시멘트와 같은 것으로 굳혀져 있었고 뚜껑은 단단한 강철구조물이었다.
나는 그 뚜껑을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단단히 잠겨있는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흠··· 뭐 열리지 않는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지. 파이어쇼크! 파이어쇼크!”
나는 MP 최대치가 낮았기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마법을 뚜껑을 향해 발사했다.
내 특기는 언데드 특유의 지치지 않는 인내심이다.
제대로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십만번에서 이십만번쯤 파이어쇼크를 사용했을 것이다. 파이어쇼크가 만들어내는 약한 열기가 식기전에 다음 파이어쇼크를 시전하는 것을 계속한 결과가 이런 것이 되기까지 꽤나 긴 시간이 지나야했다.
‘치이이익!’
뚜껑의 한부분이 계속되는 마법으로 조금씩 녹기 시작했다. 다시 두배의 시간이 지났을 때 손이 지나다닐 수 있을만한 구멍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흠···좀 식을 때까지 기다려볼까?”
벌겋게 달아오른 뚜껑이 식자 나는 손을 넣어 뚜껑의 저편에 있는 잠금장치에 손이 닿았다.
“어디..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끼이익! 끼익!’
둥근 잠금장치를 한쪽으로 돌리자 뚜껑을 밖에서 여는 것이 가능해졌다.
“영차!”
‘쿠웅!’
무거운 뚜껑을 열자 그 아래에는 십여미터 정도의 수직갱도가 보였다. 갱도의 옆에 철로 된 사다리가 있어서 오르내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흠··· 구조가 이세계의 것이라기보다는 내가 원래 살던 곳과 비슷해보이는데?”
마음에 의문을 가진 채 갱도의 사다리를 내려갔다.
‘탁!’
갱도의 아래에는 지름 4미터 정도되는 커다란 동굴이 있었고, 동굴 벽에는 희미한 빛을 내는 전등이 동굴 바닥 구석에 10여미터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전등? 이거 전등 아니야? 이거 LED인가? 전기가 들어와?”
나는 신기한 마음에 전등 앞에 쪼그리고 앉아 살펴보고 있었다.
“움직이지 마라! 움직이면 쏘겠다! 천천히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조금 멀리서 들려온 말은 분명히 인간의 말이었다. 또다른 이계에서 수십년을 헤맨 끝에 인간을 만난 것이다.
‘저벅! 저벅!’
나는 손을 해골 위로 올린 채 천천히 일어섰다. 들려오는 소리로 보아서는 두 명인 것 같았다.
“저거! 저거 해골 아니야?”
“그럴리가! 해골이 살아서 움직인다니! 보고하러 돌아가자!”
“서둘러!”
“나는 엄호하겠다!”
‘타타타타!’
내 모습을 제대로 확인한 두 녀석은 총알을 갈기더니 재빨리 도망치는 소리가 들렸다.
“쩝··· 갈비뼈가 몇 대 나갔네.”
나는 녀석들의 총에 맞아 부서져 바닥에 떨어진 내 뼛조각을 주워들고 제자리에 맞췄다. 순식간에 원상복귀 되었다.
“흠··· 원상복귀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데?”
내 몸의 모든 조각을 맞춘 뒤 녀석들이 사라진 쪽의 동굴을 바라보았다.
‘어디 녀석들을 쫓아 가볼까?’
나는 느긋하게 걸어서 녀석들을 쫓아 걸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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