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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설탕 군단을 위하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갈고리곰
작품등록일 :
2020.05.11 22:29
최근연재일 :
2020.06.30 23:21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4,479
추천수 :
843
글자수 :
157,235

작성
20.06.15 06:00
조회
282
추천
24
글자
11쪽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4)

DUMMY

그 장면을 지켜본 작은 새 한 마리는 크게 울었다.

거울의 새를 타락시키고, 이제는 그들마저 타락시키려는 괴물을 보며 크게 울었다.


삐이-----------익!


도저히 생물의 목으로는 나올 수 없을 거대한 소리로.

자신의 목이 망가지는 것도 개의치 않은 채 필사적으로, 공포에 젖은 목소리로 크게 울었다.

염사조차도 담지 않은 목소리에는 오로지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을 본 존재가 갖는 필연적인 감정이 담겨있었고, 초월적인 사악한 것을 본 생물이 마땅히 품게 되는 끔찍함만이 가득 들어있었다.


삐익--------!


생명의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그 울음소리는 모두의 이목을 새에게로 향하게끔 만들었다.


필사적으로 염동력장을 돌파하려 하는 새들도.

구멍이 뚫린 몸으로 필사적으로 염동력장을 만드는 두 번째 눈물과 그를 돕는 첫 번째 손과 니르카도.

오로지 공성과 수성에만 모든 것을 쏟아붓던 모든 이들이 한 방향을 쳐다보게 된 것이다.


「 벌레? 」

「 연기? 」


그들이 쳐다본 곳에는 살의를 품은 채 몸을 변화시켜 다가오고 있는 세 번째 눈이 있었다.

철가루로 변한 세 번째 눈은 얼핏 보면 검은 연기처럼도 보였고, 검은 날파리떼가 군무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별로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들에게 위해를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끔찍한 착각을 하고 말았다.


허공에 드리워진 불길한 그림자는 그렇게 거울의 새의 최후를 지켜보지 못했던 새들의 안일한 판단과 함께 그들의 진영에 아무 방해도 없이 쏟아져내렸다.


끼에에에엑!

끼루루룩!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하고 만 오판은 끔찍한 결과를 부르게 되었다.


세 번째 눈은 경로에 있던 모든 새들에게 달라붙기 시작했다.

철가루는 깃털 사이로 파고들어 살을 찢고 오감을 마비시켰으며, 아름다운 색을 가지고 있는 모든 새들을 검게 물들여 죽였다. 여럿에게 달라붙었기에 거울의 새처럼 완전히 검은 색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검게 변해가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공포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 악신이다! 」

「 사악한 신이 우리의 깃털을 더럽히고 타락시키려 하고 있다! 」


산 채로 검게 변하는 모습은 그들에게 있어 미지의 공포를 갖게 만들었다.


그들의 깃털은 긍지.

근엄한 빛이 내려준 선물이요, 창공을 누빌 수 있다는 자격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것이 새까맣게 변하는 것은 그들의 정신을 갈가리 찢어놓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세 번째 눈은 그들의 깃털을 검게 물들이며 웃었다.


"흐흐흐흐."


어디서 울려퍼지는지 모르는 광기를 담은 낮은 웃음소리.

혼란에 빠져 더더욱 크게 비명을 지르는 새들 사이에서 하얀 표정이 나타났다.


"위대한 설탕별의."

"이름으로."

"죽어라. 벌레들아."


검은 바탕에 하얀 얼굴.

선과 점으로 만든, 얼핏 귀여워보이기도 하는 얼굴.

하지만 그것이 비명을 지르는 새의 몸통에서 나타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끔찍한 공포요,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해서도 안되는 불가해의 두려움이 된다.


새들은 패닉에 빠져 울부짖었다.


「 근엄한 빛이시여! 」


아름다운 그들의 깃털이 검게 물드는 모습은 산 채로 썩어가는 것처럼도 보였고, 이해할 수 없는 어둠이 형체를 가지고 그들을 쥐어짜는 것처럼도 보였다. 근엄한 빛의 정 반대로 보이는 그 모독적이고 사악한 광경은 전장 속에서 피어오른 용맹과 용기에 찬물을 붓기에 충분했다.


싸늘한 두려움.

그들의 날개가 축 쳐지고 부리의 매서움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 우두머리가 저 사악한 존재에게 죽었다! 」


작은 새의 외침은 결정타가 되었다.


우두머리의 사망.

군체에서 우두머리가 사라졌다는 것처럼 치명적인 일은 없었다. 특히 전쟁 중에 그들을 이끌고 명령을 내릴 우두머리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그들을 와해시키고 오합지졸로 만들기 충분했다.


「 후퇴! 」

「 후퇴하라! 」


푸드덕!


새들은 날개짓을 해서 하늘로 높이 날아올랐다.


오로지 자신의 깃털에 대한 찬사와 근엄한 빛에 대한 신앙, 그리고 하늘을 날지 못하는 존재들을 깔보는 우월감만을 가진 채 살아온 그들은 우두머리가 죽자 싸울 생각을 하지 않고 대신 도망을 치는 것을 택했다.

그들의 도주는 여러 번 해본 것처럼 신속했고, 망설임이 없었다.


새들은 오로지 하늘만을 바라보며 필사적으로 날개를 움였다.

높게.

더 높게.

그것은 아까 거울의 새가 교만하게 하늘로 솟구치는 것과 비슷했으나, 그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의 얼굴에는 살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과 더불어 자신이 죽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비겁한 안도감이 같이 맴돌고 있다는 것이다.


그 장면을 보며 두 번째 눈물과 첫 번째 손은 허탈하게 웃었다.


"갑자기 공격하고, 갑자기 도망가고. 지금 장난치나?"

"우리를 열받게 하려고 한 거면 성공했어."


니르카 역시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분노를 담은 염사를 그들에게 보냈다.


그들로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세 번째 눈의 부활에 기뻐하며 해후를 나누려 할 때 갑자기 들이닥쳐서 두 번째 눈물을 공격하더니, 갑자기 도망을 간다?

웬 미친놈이 나타나 다짜고짜 뺨을 후려치고는 자기가 맞게 될 것 같으니까 내빼는 행동이랑 다를 게 없었다.


황당함, 허탈함, 허무함, 분노, 탈력감.


수많은 감정들이 그들에게 찾아왔다.


"잘 날아간다······."


두 번째 눈물은 자신의 몸에 난 구멍을 만지작거리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벌레들이 천적에게서 도망치는 것처럼 떼거지로 몰려서 하늘로 날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이제는 점처럼 변해있었다.

세 번째 눈이 다시 쫓아오지 않을까, 혹여 물대포를 맞지 않을까 두려워 높이 높이 올라가는 새들의 모습은 알갱이 하나 하나에 억울함과 분노를 고이 간직하게 만들었다.


세 번째 눈은 새들이 도망가자 쫓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뭉치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의 하얀 표정은 비웃음과 비아냥이 가득했고, 그것은 조금 불리해질 것 같자 바로 내빼버린 새들을 향해있었다.


"버러지 놈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새들을 스윽 훑어보았다.

기껏해야 수십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새.


'위대한 아버지께 바칠 제물로는 부족한데.'


주제도 모르고 자신들에게 덤벼든 이들을 설탕별에게 진상해야 했건만.


세 번째 눈은 혀를 찼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첫 번째 손은 입을 열었다.


"세 번째 눈."


아직 해제하지 않은 염동력장을 사이에 둔 검은색과 하얀색의 몸체.

그들의 시선이 교차했다.


"예기치 못한 일 때문에 조금 늦게 말하는군."


첫 번째 손은 반가움을 담아 말했다.


"부활한 것을 축하한다. 그리고, 환영한다."


짤막한 말에는 진심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느낀 세 번째 눈은 웃었다.

그를 지배하고 있던 전장의 광기와 타오르는 분노가 서서히 걷히고, 대신 그 자리에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밀려왔다.


이것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전우애?

같은 동족으로서의 동질감?

위대한 설탕별의 아이라는 소속감?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이것이 세 번째 눈이 바라고 있던 것 중 하나라는 것이었다.

우주의 먼지가 되어 떠돌아다니며 어렴풋이 느끼고, 분노와 광기를 알갱이 하나하나에 각인하면서도 바라고 있었던 것.


'어쩌면 나의 이 마음도 아버지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


세 번째 눈은 마찬가지로 진심을 담아 말했다.


"다시 만나서 반갑다."





* * *




「 내가 이럴 줄 알았지. 」


지저.

끔찍한 공포가 지나간 자리 바로 아래에서 이들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혹여 들킬까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그들은 그렇게 옹기종기 모여 염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역겨운 날개달린 놈들. 」

「 불리해지자 바로 도망가는 거 느꼈습니까? 」

「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


아까 전의 용맹함과 광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 전사들.

그들을 보며 두더지는 소리 없이 한숨을 쉬었다.


「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할는지······. 」


그들은 아주 운 좋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맹렬히 땅을 파면서 돌격했지만 새들보다 느리기에 들키지 않았고, 공격을 하려 했지만 구형으로 염동력장을 전개한 두 번째 눈물 때문에 그들에게 적대되지 않을 수 있었다.

늦게 도착하고, 염동력장 때문에 조용히 숨죽이며 기회만 노렸던 것이 그들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새옹지마.

얼핏 불운하게 보일 상황이 크나큰 행운으로 변했다.

그들은 단 하나도 죽지 않았고, 조금의 생채기도 얻지 않았다.


「 의도치 않았지만 배신한 것처럼 되어버렸어······. 」


하지만 그 때문에 그들은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고 말았다.


날개달린 것들이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자신들이 우수수 죽어나가는 와중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던 그들을 대체 어떻게 생각할까?

얼마 전 자신들이 했던 배신을 고스란히 돌려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 아주 곤란하게 되었어······. 허, 참. 」


두더지는 헛되이 목숨을 날리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취해있는 전사들을 쳐다보았다.


「 그 쪼잔한 놈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뻔한데······. 」


날개달린 것들은 오만했다.

그리고 원한을 결코 잊지 않았다.

창공을 누빌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들이라는 우월감은 그들에게 있어서 선민의식을 갖게 만들었고, 그것은 다른 종족의 목숨을 자신의 부리에 나는 생채기만도 못하게 여기는 교만함이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자신의 몸을 끔찍할 정도로 소중하게 여겼고, 겁이 많아 항거할 수 없는 존재에게 결코 대항하려 하지 않았다.


「 우리에게 싸움을 걸겠지. 」


그들은 마음 속 깊숙이 공포를 안겨준 사악한 존재들과 싸우는 대신 그들에게 부리를 돌리게 되리라. 설탕별이라는 이름의 악신을 모시는 사악한 놈들은 피해다니며, 대신 만만한 그들에게 배신의 대가를 치르게 해준다며 부리와 발톱을 들이밀 것이다.


두더지는 그들이 할 말도 예상할 수 있었다.


신뢰할 수 없는 아군은 적보다도 위험하다.

우리가 고개를 숙였음에도 불구하고 배신을 했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진짜 적한테는 발톱도 들이밀지 못할 겁쟁이 새끼들이!'


두더지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열불이 솟았다.


「 돌아가자! 」


그들은 돌아갔다.

집으로.

사악한 불 외에는 아무도 범하지 못하는 안전한 그들의 터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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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4) +1 20.06.15 283 24 11쪽
27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3) +4 20.06.13 301 28 7쪽
26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2) +4 20.06.12 310 24 10쪽
25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1) +10 20.06.11 337 25 9쪽
24 근엄한 빛, 사악한 불(2) +7 20.06.11 344 24 8쪽
23 근엄한 빛, 사악한 불(1) +2 20.06.10 394 17 12쪽
22 행성 정화 시작(3) +4 20.06.10 359 22 11쪽
21 행성 정화 시작(2) +7 20.06.09 339 20 7쪽
20 행성 정화 시작(1) +1 20.06.08 348 18 8쪽
19 배타적 시스템(10) +6 20.06.04 363 22 9쪽
18 배타적 시스템(9) +1 20.06.03 359 22 8쪽
17 배타적 시스템(8) +4 20.06.02 368 25 9쪽
16 배타적 시스템(7) +4 20.06.01 369 2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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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배타적 시스템(4) +2 20.05.26 427 23 8쪽
12 배타적 시스템(3) +7 20.05.25 415 2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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