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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설탕 군단을 위하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갈고리곰
작품등록일 :
2020.05.11 22:29
최근연재일 :
2020.06.30 23:21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4,481
추천수 :
843
글자수 :
157,235

작성
20.06.01 06:00
조회
369
추천
22
글자
9쪽

배타적 시스템(7)

DUMMY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 당황스러움은 아까 오류 메시지가 떠올랐을 때와는 조금 다른 당황이었다.

떠오른 정보창은 그의 감정을 전혀 다른 방향성으로 바꾸어놓았다.


'이거 좋은 거 아닌가?'


처음부터 두 가지의 능력을 가진 각설탕의 등장.

심지어 이능의 씨앗을 가지고 있으니 또 다른 능력을 각성할 수 있다.


'왜지?'


스티엘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생각해보면 오류가 뜬다 한들 자신에게 나쁜 일은 없었다.

손해?

동기도 사람도 아무것도 없는 이상한 곳으로 떨어져 혼자 쓸쓸하게 있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성좌의 방에서 옴싹달싹 못한 채 지구만 쳐다보고 있는 신세가 아니던가.


'올림포스 혐성 놈들이랑 떨어져서 휴가 즐긴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고.'


어차피 혼자 있을거라면 당당히 땡땡이를 칠 수 잇는 곳으로 떨어진 것은 도리어 좋았으면 좋았지 절대 나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영웅이 하나가 아니라 둘, 1+1 행사를 하듯이 추가되었다는 것은 분명히 이득.


그럴 수 있지,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체념할 게 아니라 기뻐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


모든 것에는 그 이유가 뚜렷하게 존재한다.

상대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자신에게 호의를 가지길 바람이고, 공짜 점심을 대접하는 것은 그것을 미끼로 더 많은 돈을 쓰게 함이다.

그렇다면 그에게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 것은 어째서인가?


'오류가 일어나면 상식에서 벗어난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오류가 일어났는데 제대로 진행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수 있으니까.

윈도우 창에서 블루스크린이 떴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도리어 이상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 상식에서 벗어난 일들에는 묘한 공통점이 보인다.'


스티엘은 위화감을 느꼈다.

지금까지 그가 겪은 일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오류를 일으키는 듯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공통점이.


'영웅 육성 프로그램의 탈을 쓰고 있지만, 조금씩 벗어나고 있어.'


실수라는 이름으로 일부러 고의적인 결함을 만들어내듯이, 표지판의 각도를 조금씩 틀어 종국에는 목적지를 완전히 바꾸어버리듯이.


'솜씨 좋은 변호사가 법을 교묘하게 회피하는 것 같은 느낌이야.'


성좌를 행성에 파견했다. 하지만 지구는 아니다.

지구는 아니지만 어쨌든 행성에 파견했으니 룰을 어기진 않았다.


영웅을 만들었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다.

인간은 아니지만 어쨌든 영웅을 만들었으니 룰을 어기진 않았다.


영웅이 둘이 되었다.

하지만 첫 번째 영웅의 특수능력으로 된 것이니 룰을 어긴 것은 아니다.


교묘하게 법을 피해서 이득을 안겨주는 것은 솜씨 좋게 절세를 하는 세무사를 떠올리게 만들었고, 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노는 사업가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했다. 법과 판례를 교묘하게 해석해서 무죄를 만들어내는 변호사 같기도 했고, 법의 테두리 안에 있으되 그 이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권력자를 보는 것만 같았다.


'마치 나를 교묘하게 지원해주는 느낌이야.'


아니.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


스티엘은 점점 자신의 추론이 확대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의식의 지평선이 넓어지고, 머릿속에서 지식의 밝은 빛이 해가 떠오르듯 그 빛을 밝히며 온 세상을 환하게 만들려 하고 있었다.


'교묘하게 나를 배척하는 느낌이야. 이득을 안겨주면서 무리에서 떨어져나가게 만드는 느낌. 향기로운 미끼로 유혹하고, 바닥에 보석을 뿌려 무리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그런 느낌. 그런 교묘함이 느껴져.'


하지만 그의 추론은 거기까지였다.

불길함도 느꼈고, 실마리 비스무리한 것도 머릿속에서 근질근질 움직이기는 했지만 그 이상은 결코 나아갈 수가 없었다. 마치 드높은 벽에 딱 가로막힌 듯 그의 생각은 더 이상 넓어질 수도, 나아갈 수도 없게 되었다.


이는 그의 머리가 만들어내는 한계이기도 했지만, 그가 손에 넣은 정보가 너무나도 적기에 반드시 찾아올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결말이었다.


'일단 지금 상황이 나에게 결코 손해는 아니라는 것만 기억해두자.'


스티엘은 일단 생각을 마무리지었다.

되지도 않는 것을 붙잡고 온갖 상상을 하는 것보다는, 지금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정보를 모아야 한다고 결론이 난 것이다.


'일단 조용히 꿀이나 빨자. 꿀은 빨 수 있을 때 빨아야 하는 게 맞으니까.'


손해가 나지 않는다면 일단 받는다.

탈이 나지 않을 정도의 이득이라면야 얼마든지 받아도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가 통일 대한민국에 살아가면서 배운 진리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꿀은 빨 수 있을 때 빨아야 한다는 것.


'나를 이용하려고 하는건지, 지원하려고 하는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좋지 않은 일을 일어나게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굳이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어.'


1+1.

그것도 어지간한 영웅들보다 훨씬 재능이 뛰어난 영웅이 1+1 행사중이다.

아무리 지금 그에게 일어나는 일이 수상하다고 한들 물지 않을 수가 없는 맛 좋은 미끼였다.


게다가 이미 일은 벌어졌다.

이미 두 번째 눈물이 그의 두 번째 영웅이 되어있는데, 이걸 어떻게 할까?

영웅은 도중에 바꿀 수도 없고, 취소할 수 없다.

이는 두 번째 영웅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왕 일이 벌어진 거 책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스티엘은 시간을 때울 목적이었을지언정 영웅 육성에 성실하게 임하기로 마음먹지 않았던가.


처음에야 마음이 심란했다.

지구가 아닌 이상한 행성에 떨어지질 않나, 인간이 아닌 각설탕을 영웅으로 삼아야 하는 상황이 오지를 않나, 각설탕이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보이질 않나.

아무리 지루함이 업무의 가장 큰 적이라지만 참신해도 너무 참신하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기행을 저지르는 각설탕을 보면서 정도 들었고, 자신에게 기도를 하는 모습에 마음이 크게 쓰이게 된 것이다. 한낱 애완동물도 자신에게 애교를 부리면 가족이 되는 법인데, 무려 자신의 영웅이 자신에게 꼬박꼬박 기도하고 크게 존경을 표하는데 받아들이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그런 각설탕이 동료 각설탕을 만나서 펑펑 울면서 껴안는 모습까지 보았다.

영웅 하나가 늘어난 정도야 뭐 자신의 소중한 영웅이 기뻐한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었다.


수상함?

아무리 수상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새끼고양이가 다른 새끼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같이 길러달라고 한다면 매정하게 내쫓을 수는 없지 않은가. 조금 힘들지라도 둘 다 키울 수 밖에.


'뭐 나쁜 일은 아니야. 영웅 둘이라면 케어가 조금 어려워도 분명 좋은 일이니까. 그런데 영웅을 둘이나 키울 수 있는건 좋은 일이지만······. 하사품은 어떻게 내려야 하나······.'


하지만 문제는 하사품이었다.

영웅이 두 배로 늘었으니 당연히 줘야 하는 하사품도 두 배.

그런데 그가 가지고 있는 아티팩트의 숫자는 유한했다.

둘에게 아티팩트를 시도때도 없이 줬다가는 순식간에 거덜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주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저 각설탕들은 불사라는 것 외에는 커다란 장점이 없는 종족이었다. 공룡처럼 엄청나게 강인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정령들처럼 원소로 몸이 이루어져서 '나는 때리고 너는 못때리는' 효율적인 싸움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가 하사품을 주지 않으면 저 행성에 있는 생명체들에게 허구한날 죽어나가면서 고통받을 것이 분명했다.


그가 첫 번째 손에게 하사한 사탕쐐기, 첫 번째 손을 돕고 있는 괴생명체, 그리고 새로 나타난 두 번째 눈물의 염동력.

이 세 가지가 있다면 어느정도까지는 몸을 지킬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상위 포식자들이라는 것은 보통 상상 이상의 존재들인 경우가 많다.


'책임지기로 했으면 끝까지 책임져야지.'


스티엘은 자신의 영웅들이 한낱 짐승들에게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불사라고 한들 죽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어디가서 맞고다니는 것은 결코 볼 수 없었다.


"어?"


하지만 그의 걱정을 알기라도 하는 듯 각설탕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우리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듯이.


[ 첫 번째 손이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

[ 두 번째 눈물이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

[ 다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


"이야."


두 각설탕이 숲을 청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말 그대로 청소.

나무고 생물이고 모조리 지워없애는, 지극히 효율적인 청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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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4) +1 20.06.15 283 24 11쪽
27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3) +4 20.06.13 301 28 7쪽
26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2) +4 20.06.12 310 24 10쪽
25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1) +10 20.06.11 337 25 9쪽
24 근엄한 빛, 사악한 불(2) +7 20.06.11 344 24 8쪽
23 근엄한 빛, 사악한 불(1) +2 20.06.10 394 17 12쪽
22 행성 정화 시작(3) +4 20.06.10 359 22 11쪽
21 행성 정화 시작(2) +7 20.06.09 339 20 7쪽
20 행성 정화 시작(1) +1 20.06.08 348 18 8쪽
19 배타적 시스템(10) +6 20.06.04 363 22 9쪽
18 배타적 시스템(9) +1 20.06.03 359 22 8쪽
17 배타적 시스템(8) +4 20.06.02 368 25 9쪽
» 배타적 시스템(7) +4 20.06.01 370 22 9쪽
15 배타적 시스템(6) +3 20.05.28 381 22 7쪽
14 배타적 시스템(5) +1 20.05.27 403 19 14쪽
13 배타적 시스템(4) +2 20.05.26 427 23 8쪽
12 배타적 시스템(3) +7 20.05.25 415 28 7쪽
11 배타적 시스템(2) +2 20.05.21 429 27 9쪽
10 배타적 시스템(1) +3 20.05.20 433 21 8쪽
9 지구가 아닌것 같은데(6) +3 20.05.19 437 20 10쪽
8 지구가 아닌것 같은데(5) +6 20.05.18 441 2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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