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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설탕 군단을 위하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갈고리곰
작품등록일 :
2020.05.11 22:29
최근연재일 :
2020.06.30 23:21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4,480
추천수 :
843
글자수 :
157,235

작성
20.05.19 06:00
조회
436
추천
20
글자
10쪽

지구가 아닌것 같은데(6)

DUMMY

스티엘의 혼란은 시스템에 의하여 가중되었다.


[ 영웅 '첫 번째 손'이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

[ 능력의 첫 발현은 제 발로 대지에 선 아기의 첫 걸음만큼이나 중요한 것입니다. 당신의 영웅은 찬란한 미래로의 방향과 거리, 가능성을 포함한 첫 번째 발현을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그 끝이 미약할지 창대할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의 영웅의 시작은 모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명심하십시오. 위업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은 영웅과 성좌, 둘 모두의 노력이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 다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


'능력의 첫 발현?'


그의 눈썹이 씰룩였다.

아니, 씰룩였다기보단 파르르 떨렸다.


'정보 확인.'


[ < 성좌 설탕별의 영웅 '첫 번째 손' >

종 : 사람

특징 : 스위트 리콜, 메모리얼 큐브, 이능의 씨앗, 조건부 불사 ]


'스위트 리콜? 메모리얼 큐브?'


스티엘은 크게 당황했다.

방금 전까지 그냥 각설탕이었던 영웅이 촉수랑 눈싸움을 하더니 갑자기 이름을 얻고, 이능이 두 개나 생겼다.

당황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거기다가 이능의 씨앗이 아직도 남아있어?'


보통 이능의 씨앗은 이능을 깨우치면 사라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것은, 또 다른 이능을 깨우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정말 '영웅'이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잠재력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다만 이상한 것이 있다면 그 잠재력이 왜 지금 발휘되었냐는 것이다.

잠재력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잠재되어 있는 능력이라서 쉬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땅 속에 파묻힌 구근을 캐기 위해서는 땅을 파야하고, 애벌레가 공기를 맛보기 위해서는 알에서 나와야 하듯 이능의 씨앗 역시 반드시 계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계기는 절망적일 정도로 막막하고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가 중학교에 다닐 때 추천 도서 중에 '데미안'이라는 소설이 있었다.

수행평가와 내신 점수에 직결된 도서였기에 어쩔 수 없이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내키지 않음에도 강제로 읽게 된 소설은 당연히 재미가 없을 수 밖에 없었고, 특히나 그는 자극적인 소설, 만화들에 둘러쌓여있던 현대인이었기에 명작 소설이 더욱 따분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박힌 인상적인 글귀가 있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Der Vogel kämpft sich aus dem Ei. Das Ei ist die Welt. Wer geboren werden will, muß eine Welt zerstören.)


무능력이라는 것은 답보된 상황이자 안정된 상태였다.

그것을 깨뜨리고 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필요했다.


아기가 어미의 뱃속에서 양수와 탯줄로 살아가다가 밖으로 나와 첫 숨을 들이쉬듯.

아기 새가 가벼이 움직이던 날개를 힘차게 펄럭이며 창공으로 날아가듯.


그렇게나 무능력에서 이능으로 전환되는 것은 너무나 고되고 힘든 것이다.

당장 스티엘만 하더라도 그의 삶이, 그의 생활환경이 완전히 뒤바뀌었음에도 이능의 씨앗이 발아하지 못하지 않았던가. 평범하게 전쟁 걱정 없이 살았던 대한민국의 청년이 올림포스에 강제 징병당해 훈련소에서 구르고 또 굴렀지만, 이능의 씨앗에 싹이 피어오를 징조조차 보이지 않았으니 그 고단함은 차마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영웅이 능력을 두 개나 각성한 것이다.

두 개나!


'대체 무슨 계기가······아!'


계기가 있었다!

아주 중요한 계기가!


그는 첫 번째 손이 이능을 각성하게 된 계기를 알 수 있었다.


이름!


'영웅이 자기 이름을 스스로 짓자마자 뭔가 행동이 달라졌어!'


모든 것에는 징조가 존재한다.

스티엘의 영웅 첫 번째 손은 귀엽지만 싸움에는 그리 소질이 없어보였다. 멀리서 적인지 아군인지 모를 것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데 도망갈 생각도, 싸울 생각도 없이 당황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초짜 영웅이 갑자기 닥치는대로 무기를 휘두르며 날뛰는 광전사가 되어버린다?

이건 반드시 무슨 이유가 있었다.

그 계기가 바로 이름인 것이다!


'이름 때문에 존재가 뚜렷해진 거다.'


비유하자면 '이름'이라는 것은 게스트 계정 로그인과 홈페이지 회원 로그인의 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만약 어떤 쇼핑몰이 있다면, 게스트 회원과 홈페이지 회원 중 누구를 더 우대할까?

당연히 홈페이지 회원이 아닐까?

게스트 회원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혜택을 잔뜩 줘야 할 존재는 아닐 것이다.

당연히 홈페이지 사장도 게스트 회원을 기억할 가치가 없을 것이고.

하지만 홈페이지 회원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혜택을 통해 쇼핑몰을 자주 이용하게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단골처럼 이용하면 이용할수록 사장의 머릿속에 뚜렷하게 기억에 남으리라.


'이건 이름을 지어서 주어진 혜택이다.'


하지만 단지 이름만 지었다고 저렇게 막대한 혜택을 줄 리가 없었다.

홈페이지 회원이 되자마자 '고객님! 그동안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 쇼핑몰에서 이용할 수 있는 100만원 상품권을 드리겠습니다.' 라고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이능을 개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지만, 이름이 없었다는 것이 장애물이 되고 있었던 게 틀림없어. 그러다가 이름을 얻고 장애물이 사라지자 미뤄뒀던 씨앗들이 일제히 개화한 거고.'


홈페이지 회원이랑 비슷하게 쇼핑몰을 이용하는 게스트가 홈페이지 회원으로 전환한다면, 그리고 그 실적이 계승된다면 단골 혜택을 받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일이었다.


스티엘은 갑작스레 이능을 두 개나 개화시킨 상황에 대해 그럴싸한 이유를 떠올리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탐구욕의 해소로 인한 편안함도 잠시.

이내 눈 앞에 떠올라 있는 글자 두 개에 다시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스위트 리콜.

메모리얼 큐브.


'난생 처음 보는 이능인데?'


심지어 직관적이지도 않아서 무슨 능력인지 추측조차 힘들었다.


보통 이능이라는 것은 이름을 보면 대략으로나마 상상이라고 해볼 여지가 존재했다. '주홍 불꽃의 혀'라는 이능이 있다면 대충 화염과 관련된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고, '잔혹한 강철 손아귀' 라는 이능이 있다면 근접 전투, 격투 쪽과 관련된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저 두 이능은 상상조차 힘들었다.


'스위트 리콜······. 메모리얼 큐브······.'


소집하다, 다시 부른다(Recall)?

무엇을 다시 부른다는 것일까?

그냥 소환하는 것이라면 스위트 리콜이 아니라 스위트 콜링, 스위트 서먼 같은 이름일텐데?


'멀리 떨어진 무기를 회수하는 능력일까?'


스티엘은 나름 추측해보았지만 석연치 않았다.


'무기를 회수하는 거라면 콜링인데. 리콜이 아니야.'


다시 부른다는 뜻을 가진 리콜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그를 괴롭혔다.


평온한 생활을 박살내버릴 것 같은 예감!

그 끔찍한 예감이 그의 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이러지 말자······. 조용히 지내자······.'


『짱박히다』라는 표현이 있다.

어딘가에 몰래 숨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단어는 스티엘의 목표이자 목적이며 그가 구조의 'ㄱ'자도 입에 담지 않은 채 얌전히 있는 이유였다.

스티엘의 목적은 영웅 육성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가 있는 곳은 지구가 아니라 이름 모를 행성.

동료도 없고, 감시자도 없고, 인간도 없고, 적성 존재인 괴물들과 거인도 없다.

즉, 스티엘을 옭아매는 요소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


훈련소에서 성격파탄자들과 어울리지 않아도 되고, 몸이 쑤시는 훈련을 받지 않아도 되고, 머리를 터지게 만드는 공부도 안해도 되고, 원래는 해야될 성좌로서의 경쟁도 하지 않아도 된다.

구조 요청?

올림포스에서 그를 알아채고 먼저 구하러 오기 전까지 그는 숨을 죽인 채 성좌의 방에 짱박혀있을 생각이었다.


다만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그의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되는 성격파탄자 신족들이 반드시 난장을 칠 것이 뻔하기도 했고, 갑자기 나타난 각설탕이 귀엽기도 해서 성실하게 후원하고 성장시켜줄 생각이었다.

목적이 나태하고 불순하지만 그의 자세마저 그릇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스티엘은 진지하게 첫 번째 손을 훌륭한 영웅으로 키워 이름 모를 행성에서 잘 먹고 잘 살게 해줄 생각이었지만······.


'불길해. 너무 불길해······.'


그는 강렬한 불길함이 엄습해오는 것을 느꼈다.

편안하게 짱박혀서 경쟁 없이 귀여운 각설탕을 후원하며 힐링 라이프를 지내겠다는 그의 목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아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특히 저 메모리얼 큐브라는 게 정말 불길해······.'


그의 불안감을 특히나 부채질 하는 것이 두 번째 이능이었다.


메모리얼 큐브.


상상조차 하기 힘든 기묘한 이름을 가진 이능이다.


'메모라이즈 같은건가?'


마법진이나 마법주문을 아스트랄 차원계에 동결시켜 보존하는 '메모라이즈'와 흡사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단순한 녀석이 아닌 것 같았다는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가 상상하지도 못할 매우 특이하고 거대한 이능일 것 같다는 예감!


스티엘은 한숨을 쉬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두 이능에 대한 궁금증은 그의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짱박혀서 편히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기쁨은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이능에 대한 생각과 왠지 모를 불안감이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대체 저 이능들의 정체는 뭘까. 알게 되면 소원이 없겠네.'


놀랍게도 그 소원은 금방 이루어졌다.

원숭이 손에게 빈 소원처럼 그가 바라지 않던 형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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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8) +2 20.06.23 209 20 7쪽
31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7) +10 20.06.22 213 19 9쪽
30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6) +3 20.06.17 256 15 12쪽
29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5) +3 20.06.16 276 22 12쪽
28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4) +1 20.06.15 283 24 11쪽
27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3) +4 20.06.13 301 28 7쪽
26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2) +4 20.06.12 310 24 10쪽
25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1) +10 20.06.11 337 25 9쪽
24 근엄한 빛, 사악한 불(2) +7 20.06.11 344 24 8쪽
23 근엄한 빛, 사악한 불(1) +2 20.06.10 394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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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행성 정화 시작(2) +7 20.06.09 339 20 7쪽
20 행성 정화 시작(1) +1 20.06.08 348 1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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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배타적 시스템(9) +1 20.06.03 359 22 8쪽
17 배타적 시스템(8) +4 20.06.02 368 25 9쪽
16 배타적 시스템(7) +4 20.06.01 369 22 9쪽
15 배타적 시스템(6) +3 20.05.28 381 22 7쪽
14 배타적 시스템(5) +1 20.05.27 403 19 14쪽
13 배타적 시스템(4) +2 20.05.26 427 23 8쪽
12 배타적 시스템(3) +7 20.05.25 415 28 7쪽
11 배타적 시스템(2) +2 20.05.21 429 27 9쪽
10 배타적 시스템(1) +3 20.05.20 433 21 8쪽
» 지구가 아닌것 같은데(6) +3 20.05.19 437 20 10쪽
8 지구가 아닌것 같은데(5) +6 20.05.18 441 2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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