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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설탕 군단을 위하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갈고리곰
작품등록일 :
2020.05.11 22:29
최근연재일 :
2020.06.30 23:21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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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7,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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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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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행성 정화 시작(3)

DUMMY

'설탕별께서는 올바르게 이곳을 바꾸기 위해, 올바른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를 이곳으로 보내신 것이다.'


두 번째 눈물은 그렇게 생각했다.

스티엘이 들으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펄쩍 뛸 생각이었겠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완벽한 하나의 결론이 내려져 있는 상태였다.


'그려진다. 위대한 설탕별님의 역사가.'


아주 먼 옛날.

행성이 달콤하지 않고, 그들을 위협할 위험한 존재들이 가득했던 시절.

별의 은총으로써 살고 있음에도 별의 일부만을 숭배하는 무지몽매한 짐승들이 가득했고, 별은 한탄하고 또 한탄하다가 몸을 달콤하게 바꾸고 자신들을 낳았다.

그 이름하야 설탕별. 자신의 몸을 달콤한 것으로 바꾼 별이자, 그들의 고향 그 자체이며, 모든 존재들의 어머니이며 아버지인 위대한 창조주.

달콤한 곳에서 그들은 평화로운 삶을 구가하였고, 그들의 삶은 위대한 설탕별의 가호 아래 영원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사악한 힘이 별을 덮치고 부수며 그 평화는 끝이 나게 되었고, 그들의 종족은 멸망하게 되었다.


'하지만 위대한 설탕별께서는 우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서지고 깎여 제 형체조차 유지할 수 없게 되어버렸음에도 설탕별은 그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주 오랜 세월동안 힘을 모으고 또 모아 성좌라는 존재로서 다시 탄생하게 된 설탕별은 가장 먼저 시간을 되돌렸다. 그리고 그들 중 첫 번째 손을 내려보내 종족을 부활시키기 위한 초석으로 삼은 것이다.


'첫 번째 손이 나를 부활시키고, 나는 행성을 달콤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행성이 달콤해지면 달콤해질수록 동족들은 부활하여 다시 옛날처럼 행성을 점령하게 될거야.'


두 번째 눈물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줄줄 흘리며 기도를 올리고 있는 첫 번째 손을 힐끗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야. 위대한 설탕별께서 이렇게 먼 옛날로 우리를 돌려보낸 이유가 있을거야.'


그는 설탕별의 뜻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평화롭게 사는 것?

좋다.

동료들이, 동족들이 부활하는 것?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끝에는 반드시 멸망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몸을 덮치는 화염, 부서지는 세계, 몸을 산산이 부수는 빛.


미래에는 반드시 멸망한다.

그의 종족도, 위대한 설탕별도.

얼마나 지났을지 모르는 아주 길고 긴 시간을 지나 간신히 부활하고, 그것마저도 부활하지 않아 전능한 힘조차 발휘하지 못한다. 자신의 몸을 달콤하게 바꾸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몸이 되었음에도 그들 종족에 대한 사랑을 무한하게 주고 있으니 이 어찌 크나큰 사랑에 감격하지 않을 수 있으랴!


'첫 번째 손이, 그리고 내가 이 시기에 부활하게 된 것은 사명이 있기 때문이야.'


그 사명이란 멸망을 회피하는 것.

어째서 일어났는지 모를 멸망을 막고, 할 수 있다면 멸망의 원인을 제거하여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게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위대한 설탕별과 자신들 그 멸망에게서 피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설탕별이 그들에게 준 사명이었다.


"위대하신 설탕별이시여, 당신의 뜻대로 이 행성을 올바른 형태로 만들겠나이다······. 그 크나큰 은총에도 불구하고 거짓된 형상을 믿는 이들을 교화시키고, 그들을 달콤하게 만들어 당신께 바치겠나이다······."


두 번째 눈물은 경건하게 기도를 올리고 있는 첫 번째 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가 기도를 멈출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기도가 멈추었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알고 있지?"

"그래. 이 행성을 올바른 형태로 바꿔야 해. 그게 바로 위대한 설탕별님의 뜻이야."


그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대한 설탕별을 위하여.


"지금부터 난."


두 번째 눈물은 말을 하다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의 실수를 털어내려는 그 몸짓은 아주 잠시간 이어졌고, 그는 굳은 의지가 담긴 얼굴로 첫 번째 손과 니르카를 쳐다보며 다시 말했다.


"지금부터 우리는."


두 번째 눈물은 가느다란 팔로 숲을 가리켰다.


"이 숲을 모조리 달콤하게 만들 거대한 건축물을 만든다."




* * *




"쟤네 진짜 대단하네······."


스티엘은 감탄했다.


그의 시선의 끝에는 끊임없이 하늘로 솟구치고 있는 물대포가 들어오고 있었다. 파이프같은 쪼잔한 것이 아닌, 정말 물대포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거대하기 짝이 없는 원통은 끊임없이 강물을 하늘로 뱉어내고 있었다.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나무 하나로 파이프를 만든 것이 아니라 나무들을 쪼개고 또 쪼개 이어붙여 지름이 족히 수십미터는 넘어보이는 거대한 물대포.

광택을 띄고 있는 갈색 물대포는 지구의 댐을 연상케 만드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하늘로 쏘아올리고 있었고, 마치 당밀과 같은 끈적하고 무거운 질량을 가진 물은 중력을 거스르는 듯 하늘 높이 솟구쳤다가 땅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그 막대한 질량의 폭력은 소나기나 폭우를 넘어서서 폭포를 연상케 만드는 경외심마저 주고 있었다.


"예전에 쏘아보내던 파이프도 대단했지만, 저건 비교가 안되네."


저것은 무기의 혁명이요 학살의 대약진이었다.

스티엘은 눈 앞의 모습을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과거 나무로 만든 파이프는 굵은 물줄기를 분사했지만 그것은 하늘에서 흩어져 소나기로 끝났다. 물론 그 소나기는 끔찍한 효과를 품고 있어서 폼페이에서 흘러내리는 화산재와 화산쇄설류를 연상케 만드는 생태계 파괴를 일으켰지만,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경외심을 주지는 못했다.

그냥 기발한 생각으로 사냥을 한다는 생각만 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에 그의 영웅들과 괴생명체가 합세해서 만든 물대포는 달랐다.

첫 번째 손이 괴생명체와 함께 훌륭한 사탕으로 변해버린 나무들을 가져오면 두 번째 눈물은 그것을 염동력으로 쪼개고 조립했다. 그리고 조립한 것의 위에 괴생명체가 이상한 점액질을 발라 단단하게 만들었고, 그것을 바람과 햇빛에 충분히 말렸다. 간단하지만 각자의 역할이 중요한 분업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물대포는 사탕쐐기의 근처에 만들어져 끊임없이 물을 끌어올려 하늘로 쏘아올렸고, 거꾸로 흐르는 폭포가 현세에 나타났다.


질량의 폭력.


중력을 거부하며 하늘로 떨어지는 폭포는 다시 호선을 그리며 땅으로 쏟아졌고, 그 막대한 양의 강물은 그 자체로 거인의 주먹질이요 신의 분노를 담은 철퇴가 되었다. 물은 쏟아지며 경로에 있는 모든 것을 부쉈고, 땅을 부수고 바위를 조각내며 온 사방에 급류를 만들어냈다. 돌과 나무들이 가득한 끈적한 급류는 경로에 있는 모든 것을 산산이 부수고 다녔는데, 아무리 단단해 보이는 것일지라도 그 급류의 안에 들어가면 믹서기에 갈려버리는 것처럼 형체조차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옛날 보스턴에서 일어난 사건이 저랬을까······?"


스티엘은 과거 지구에서 일어났던 사건 하나를 떠올렸다.


1919년.

조선에서 고종이 승하하고,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던 해.

미국에서 아주 불행한 사건 하나가 일어났다.


'유례가 없는 사건이었지.'


그것은 예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었을. 그리고 절대로 있어선 안될 거대한 비극이었다.

춥디 추운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레 찾아온 포근함과 함께 방문한 재앙은 사신이 두터운 철문에 힘차게 노크하는 것 같은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방문했다.

당밀을 저장하고 있던 거대한, 하지만 덩치에 비해 부실하기 짝이 없었던 저장 탱크가 터져나가며 879만 리터에 달하는 당밀이 한순간에 쏟아져내리기 시작했고, 이 끈적하고 걸쭉한 액체는 날씨의 도움에 힘입어 56km/h의 빠른 속도로 거침없이 모든 것을 잡아먹었다.

부실한 집은 집어삼켜 산산조각냈고, 자동차는 파묻었으며, 사람은 휩쓸었다.

적당히 추웠던 날씨는 당밀의 점성을 증가시켜 집어삼킨 것을 탐욕스럽게 삼키고 빠져나오지 못하게 붙잡았고, 적당히 풀렸던 날씨는 당밀을 고속으로 달리도록 만들어주는 채찍질이 되었다.


폭 50m.

높이 8m.


저장 탱크에서 쏟아진 당밀은 쓰나미가 되었다.

파도를 넘어 거대한 쓰나미가 되어 보스턴을 덮친 당밀은 중세 시대에 존재했다는 사악한 드래곤의 탐욕스러운 아가리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부쉈다. 단단한 다리를 부쉈고, 기차를 부쉈다. 자동차를 거인이 밟은 것처럼 납작하게 짓밟았고, 사람을 삼켜 몸을 으스러뜨리고 질식시켜 죽였다.

그렇게 거침없이 질주하며 인간이 만들어놓은 문명을 파괴한 당밀은 끈적한 점성으로 들러붙어 마지막까지 자신의 끔찍함을 과시했다. 그리고 그 끔찍함은 강산이 바뀌기에 충분한 10년이라는 세월동안 끈질기게 남아 잊지 못할 비극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 사건을 떠올리게 만드는 비극이 스티엘의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쏟아지는 막대한 강물이 끈적한 쓰나미가 되어 숲 전체를 휩쓸고 있었던 것이다.


"쟤네는 저걸 어떻게 생각해낸걸까."


그의 영웅들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이걸 이용해서 어떻게 사람을 죽일까 궁리하는 인간도 아니고, 귀여운 각설탕들이었다. 그런데 그 귀엽고 깜찍한 각설탕이 만들어낸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무기 못지 않은 살상력을 가지고 있는 흉물이었다.


'생긴것만 귀엽지 속은 인간같은 녀석들인가?'


하지만 스티엘은 피식 웃었다.

아무리 잔인하다고 한들 인간만 할까 싶었던 것이다.

지들끼리 죽이는 거에 맛들려 세상을 멸망시킬 무기마저 만들어낸 인간에 비하면야 저 각설탕들이 만들어낸 것은 애교로 봐줄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같다고 한들 어떠랴?


'내 영웅들인데 뭐······. 하고 싶은 거 다 해!'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귀여운 영웅들.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심지어 무의미한 학살도 아니었다.


[ 첫 번째 손이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

[ 두 번째 눈물이 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

[ 다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


카르마와 다르마를 위한 사냥.

피에 취한 학살이 아닌, 명분이 있는 사냥이라는 이야기다.

그것을 나쁘게 볼 이유가 단 하나도 없었다.


스티엘은 그들이 물대포를 이용해 숲을 불도저처럼 밀어버리는 것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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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5) +3 20.06.16 277 22 12쪽
28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4) +1 20.06.15 283 24 11쪽
27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3) +4 20.06.13 301 28 7쪽
26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2) +4 20.06.12 310 24 10쪽
25 올바른 미래를 위하여(1) +10 20.06.11 337 25 9쪽
24 근엄한 빛, 사악한 불(2) +7 20.06.11 344 24 8쪽
23 근엄한 빛, 사악한 불(1) +2 20.06.10 394 17 12쪽
» 행성 정화 시작(3) +4 20.06.10 360 22 11쪽
21 행성 정화 시작(2) +7 20.06.09 339 20 7쪽
20 행성 정화 시작(1) +1 20.06.08 348 18 8쪽
19 배타적 시스템(10) +6 20.06.04 363 22 9쪽
18 배타적 시스템(9) +1 20.06.03 359 22 8쪽
17 배타적 시스템(8) +4 20.06.02 368 25 9쪽
16 배타적 시스템(7) +4 20.06.01 370 22 9쪽
15 배타적 시스템(6) +3 20.05.28 381 2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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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배타적 시스템(4) +2 20.05.26 428 23 8쪽
12 배타적 시스템(3) +7 20.05.25 415 28 7쪽
11 배타적 시스템(2) +2 20.05.21 429 27 9쪽
10 배타적 시스템(1) +3 20.05.20 433 2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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