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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베어의 서재

파멸급 대마법사의 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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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베어
작품등록일 :
2024.06.28 14:15
최근연재일 :
2024.07.02 18:00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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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수 :
52,202

작성
24.06.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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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3화

DUMMY





그 후 밀리오의 일상은 평소와 똑같았다.

말썽피우지 않고, 식사 잘 먹고, 운동은 적당히.

나머지 시간은 마나를 모으며 명상을 반복했다.

한 달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지나가길 바라면서.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야, 저택 꼬마.”


마을 외곽 숲.

한 소년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레온.

마을 경비대장의 아들 겸 밀리오보다 세 살 많은 녀석이었다.


“내가 말했지, 또 밖에서 나랑 마주치면 죽여 버리겠다고.”


마을 아이들은 하나같이 저 녀석을 이렇게 불렀다.

미친 오크라고.


‘또 저 녀석인가.’


밀리오는 입술을 핥았다.

자신도 저 녀석을 좋아할 이유가 없었다.

어릴 적부터 저 녀석은 시비를 걸어 왔는데, 그 이유가 귀족 아들로 태어났다는 것 때문이었다.


“내 말이 말 같지 않지? 어?”


녀석의 괴롭힘은 어린 시절부터 이어졌다.

널어 놓은 빨래에 진흙을 묻히거나,

저택 담장을 넘어 쥐 시체, 고양이 시체 같은 걸 던지고.

밭에 있는 호박에 말뚝을 박아 못 먹게 하는 식이다.


애들 장난이라 생각해서 지금까진 그냥 넘어갔는데.

이렇게 집요하게 달라붙는 건 처음이었다.


“야, 대답 안 해? 니네 아버지...”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꺼져.”

“뭐, 뭐? 꺼지라고?”


레온이 기가 막히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너...여기 아무도 없는 건 알고 말하는 거냐? 죽고 싶어서 그래?”

“세 번 말 안한다, 꺼져.”


평범한 아이였다면 저 주먹 앞에서 이렇게 말하는 건 상상도 못 했으리라.

하지만 그는 아니다.

1클래스를 이룬 지금, 저런 아이 따윈 백 명이 오더라도 죽일 수 있었다.


“그래? 안 꺼지면 어떻게 할 건데?”


으르렁거리며 다가오는 레온의 주먹이 위협적으로 뭉쳤다.

일곱, 여섯, 다섯 걸음 안쪽까지 좁혀진 순간.

퍽.


“아악!”


레온이 코피를 흘리며 엎어졌다.

그 앞에 선 밀리오가 손을 털었다.


‘전생에서 육체 단련용으로 배운 격투술인데...생각보다 잘 통하는군.’


소드 마스터 같은 놈들에게 이랬다간 팔이랑 목이 같이 날아가겠지만.

저런 녀석 따위한텐 이 정도면 충분했다.


“이제 알겠지? 꺼져라.”

“으...으그극...!”


이 정도 힘의 차이를 보였으니, 더 이상 저렇게 대놓고 날뛰진 못하겠지.

그 때였다.

뒤돌아선 순간 땅바닥에서 버르적대던 레온이 외쳤다.


“너, 너...두고 봐! 니가 이런 거 알면...우...우리 아버지가 병사들 데리고...너랑 네 부모 찢어 죽...컥!”


개소리가 나오던 입에 주먹이 꽂혔다.


“끄, 끄아아...”


그대로 뒤로 넘어가는 레온.

앞에 선 밀리오가 으스스하게 미소지었다.


“꼬마라 봐주려고 했는데 감히 우리 부모님을 걸고 넘어져?”

"꼬, 꼬마는 너잖..."


콰직!

밀리오는 그대로 넘어지는 녀석의 위로 올라가 주먹을 휘둘렀다.

마나를 실은 팔은 성인 남성보다 강했고, 마나가 스며든 주먹은 바위처럼 단단했다.


마을 외곽의 숲은 사람의 인기척이 드물다.

사람들이 오지 않는 곳이니 마음놓고 팰 수 있었다.


“후우.”


수십여 분 후.

자리에서 일어나자 퉁퉁 붓고 코피가 터진 얼굴이 나타났다.

원형...을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

흠, 이 시대 기준으로는 조금 심하게 팬 건가.

하지만 전생에서는 이 정도면 관대한 축에 들었다.


‘암, 암, 그렇고말고.’


죽지 않게 조절해서 팼으니 이 정도면 양반이지.


‘그나저나 평민 주제에 귀족을 공격하려 하다니, 아버지가 뭘 가르친 거지?’


설마 귀족을 무시해도 된다고 가르치는 정신나간 평민이 있는 건가.

그럼 이 녀석이 이러는 것도 이해가 갔다.


‘하는 수 없군, 내가 교육시켜줄 수밖에.’


한숨을 내쉬고 마나를 모아 물방울을 만들었다.


“야.”


촤악. 물방울이 볼을 때리자 정신을 차리는 레온.


“으, 으윽...”

“날 봐.”

“...!”


레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사자를 보는 토끼의 모습이 이럴까.


“사, 살...”


뭐라 말하려는 걸 손으로 입을 막은 뒤 말했다.


“이번에는 여기까지. 하지만 다음 기회는 없어.”

“읍, 읍!”

“알아들었으면 고개를 위아래로, 아니면 양 옆으로.”


녀석이 조용히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어디 가서 말하지 마라.”


끄덕끄덕.

좋아.


“그리고 혹시나해서 말해두는 건데.”


이건 확실히 해 둬야겠다.

손을 거둔 뒤 힘 주어 말했다.


“내 부모님한테 뭐 하나라도 나쁜 짓 하면.”


순간 검은 불꽃이 레온의 눈 앞에 나타났다.


“진짜 죽는다.”


마, 마법사...!

그냥 말로만 하는 협박이 아니란 걸 깨달은 레온이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뭔 소린지 알겠지?"

"그, 그래, 아, 아니, 아, 알았습니다."


공손해진 레온을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니깐.


고작해야 애새끼라지만 옛날 생각이 나는군.

..아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마법사 아론도 땅에 떨어졌군. 이런 애새끼가 받들어 주는 것에 좋아하다니.'


옛날의 제자들이 알았다면 어처구니없어했을 일이다.

일세의 절대자, 대륙 최고의 대마도사, 자신들을 항상 내려다보았던 아론이 고작 동네 골목대장 놀이라니?


‘그 녀석들, 나 죽은 다음에 잘 지냈으려나?’


천 년이나 지났으니 아마 다 죽었을 거다.

그래도 세계 역사에 이름 크게 남길 정도는 되어야지 싶었다.

대마도사 아론 님의 제자라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하니까.


‘암, 그렇고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문득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어라?”


게거품을 물고 기절해 있었다.

좀 더 패고 싶었는데 아쉽군.

어쨌거나 이렇게 손 봤으니 앞으로는 더 건드리지 않겠지.


‘흠, 잠깐만.’


쓰러진 레온을 보고 있자니 새로운 단련법이 생각났다.


“웃차.”


그대로 쓰러진 레온의 양 팔을 잡았다.


“끄응...”


손에 힘을 준 다음 녀석을 질질 끌었다.

그 때마다 레온의 몸이 바닥에 쓸리거나 돌부리에 부딪히고, 나무 뿌리에 긁혔다.

상처야 좀 나겠지만 알 바인가.


“오늘 육체 운동은 이걸로 대신할까.”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종종 이런 걸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녀석을 마을 근처까지 데려간 뒤.

적당히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길가 한가운데 두었다.


“응?”

“저 녀석...레온 아냐!?”


잠시 후.

지나가던 마을 사람들이 레온을 발견하고 급히 달려왔다.

신전으로 달려가는 뒷모습을 확인하고 그대로 뒤돌아섰다.


‘제대로 교육했으니, 앞으로 감히 귀족 앞에서 이빨을 드러내진 않겠지.’


별볼일없는 쓰레기지만, 그래도 미래의 골칫거리 하나를 해치운 기분이었다.

그 후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울베르 촌장이 길길이 날뛰지도 않았고.

경비 대장이란 놈이 병사들을 이끌고 쳐들어오지도 않았다.


아, 바뀐 점이 있긴 했다.

가끔 지나가다가 레온과 멀찍이서 마주치는데.

그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오줌을 싸는 정도.

어쨌든 그 외에는 순조롭게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백작가 저택에 손님이 왔다.


“아, 안녕하세요오...셀린이라고 합니다. 소개를 받고...”

“그래, 어서 오게나.”


길게 늘어뜨린 분홍 머리에, 검은 로브를 입은 20대 초반의 여마법사.

특징이 있다면 로브로도 숨길 수 없는 몸의 굴곡이었다.


“왕실 마법 아카데미 수석 졸업에, 20대에 4서클을 이뤘다고 들었네만.”

“맞...맞아요. 그렇긴 한데...”

“그런 인재가 여기까지 와 주다니...정말 고마울 따름이야.”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케인.

그 옆에서 밀리오는 애써 표정을 태연하게 관리했다.

하지만 마음 속 동요는 참을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클래스를 서클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면...저 사람은 20대에 4클래스인 건가? 어떻게...’


전생에서 내로라하는 천재들도 1클래스가 한계.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받아내지 못 해서 오르지 못 했다.

그런데 저 여마법사는 무려 20대에 4클래스에 도달한 것이다!


‘천 년 후의 마법은 대단한걸...!’


설마 신체와 영혼의 불균형을 해소할 방법을 찾아낸 건가?

기대감에 입꼬리가 씰룩이는 걸 참고 있자니, 셀린이 다가와 손을 흔들었다.


“안녕! 셀린이라고 해. 네가 밀리오니?”

“...네.”

“후후, 귀여워라. 잘 부탁해.”


칭찬은 됐으니까 어서 가르쳐 줬으면 했다.


“그럼 저는 일 하러 가 보겠습니다.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부인에게 말해 주시길.”

“네. 알겠어요. 백작님.”


마법 수업은 저택 안의 연회실에서 이뤄졌다.

어차피 연회 같은 건 안 열린 지 오래인 곳이라, 어떻게 쓰건 상관없었다.

집기를 치워 휑한 연회실.

심호흡을 한 셀린이 말했다.


“그럼 이제 마법 수업을 시작해 보자.”

“네.”


과연 천 년 동안 발전한 마법의 기초는 어떨까?

기대를 한 채 바라보고 있자, 셀린이 입술을 뗐다.


“음...일단 앉아서 눈을 감고, 그리고 상상해 보렴. 심장에 마나로 원을 그린다고.”


?

원을 왜 그리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셀린이 재차 설명했다.


“따뜻하거나 차갑거나 하는 기운을 느끼면, 그걸 내 뜻대로 움직인다 생각해, 그렇게 기운을 움직여 심장을 감싸게 하는 거야.”

“...네.”


뭔진 모르겠지만 하라니 해야지.

귓동냥으로 듣던 전생에 비하면 지금은 축복받은 환경이다.

조용히 눈을 감고 마나를 심장에 모았다.


‘고리를 만들라 했지?’


밀리오는 이어지는 셀린의 지시를 따라 마나를 움직였다.

그렇게 삼 개월이 흘렀다.


“파이어 볼트.”


밀리오가 손짓하자 불이 화살 모양으로 모인 형체가 손 안에서 피어났다.


“어떤가요?”


셀린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처, 천재!”

“그런가요?”


밀리오는 살짝 미묘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나 흥분에 잠긴 셀린은 그 기색을 알지 못했다.


“고, 고리는 언제 만들었니?”

“고리요?”

“심장에! 서클!”

“아...”


그런 게 있었지 참.

급히 마나를 심장으로 움직여 대충 고리 모양을 만들었다.


“몇 개고? 아 참, 내가 무슨 질문을. 당연히 한 개지? 잠깐 볼게.”


순간 하나 더 만들까 생각했지만 내버려 두었다.

셀린의 마나가 몸 안을 살폈다.


“지, 진짜 고리가 있어...”


심장 부위를 확인한 셀린이 믿기지 않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 정도인 건가요?”

“그럼!”


심장에 고리, 마나 서클을 만드는 것은 최소 3년 이상을 마나 제어에 쏟아야 시도할 수 있으며, 성공하는 것도 쉽지 않다.

최소 4년을 잡고 만들어야 하는 게 서클인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서클을 만들었다고 해도 마법을 쓰는 건 별개의 일.

마나의 속성과 해당 마법의 주문을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만들었어?”

“음...그냥 고리를 만들라고 해서 마나를 고리 모양으로 심장에 둘렀는데요.”

“마나가 잘 움직이긴 하고? 어디 막히거나 뭉친 건 없지?”

“음, 네. 없어요.”

“세상에...삼 개월만에 고리를 만들고 마법을 쓰다니, 밀리오 너는 진짜 천재야!”


연달아 쏟아지는 칭찬.

하지만 이상했다.

밀리오는 속으로 입맛을 다셨다.


‘이게...천재의 마법이라고?’


방금 건 자신의 방식대로 대강 흉내낸 1서클의 마법이었다.

1클래스 이하의 마법사들도 할 수 있는 정도이자, 마법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장난질이었다.

목적이 아니었다면 절대 안 했을 짓.


이 시대의 마법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겸.

자연스레 마법 시범을 보여 달라고 하려고 만든 건데.

설마 이 정도로 열렬한 반응을 보이다니.


‘어쩔 수 없지.’


간접적으로 물어보려 했는데, 이런 반응은 예상한 것과 거리가 멀다.

직접 말을 꺼내는 수밖에.


“선생님.”

“진짜 어떻게 된 거지? 나도 13살 때 서클을 만들긴 했지만 이 정도는...응?”

“혹시 선생님이 쓰는 마법이 어떤지 보여 주실 수 있으세요?”

“내 마법?”


셀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마법이 감이 좀 안 잡혀요. 선생님께서 쓰시는 마법을 한 번 보고 싶어요.”

“흐흥, 그렇단 말이지!”


셀린은 어깨를 으쓱하며 제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처음 봤을 때의 음침한 기색은 어디 갔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후후, 그래, 너 정도 제자면 보고 싶을 만 해. 너도 알고 있는 거지? 이 천재 대마법사 셀린 님의 마법을 보고 싶어하는 걸 거야. 후후후.”


연신 헤벌레한 웃음을 흘리던 셀린이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좋아, 잘 보고 배우렴. 이거 어디 가서 쉽게 못 보는 거야! 왕립 아카데미에서 마도 수석을 했던 내 마법을!”


셀린이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속삭이는 듯한 주문을 읊조리자 마나가 정면에 모여 번개로 된 구슬의 형상을 만들었다.

어라, 그런데 저 방식.

설마...?


“라이트닝 오브. 자!”


눈을 뜬 셀린이 말했다.


“어때? 이런 마법은 처음 보지? 무려 4서클의 마법이지만, 무려 내 제자가 보고 싶다고 했으니까!”

“...”


밀리오는 물끄러미 번개 구슬을 쳐다보았다.

이게 현대의 마법?

사람이 잘못된 건가.


그렇다기엔 4서클에 왕실 아카데미 수석 졸업생이라는 업적이 걸린다.

케인은 그 정도면 20대 상위 1%급의 마법사라고 했었고, 실제로도 그런 모양.

한데 그런 사람이 쓴 마법이라기엔 너무나도 조잡했다.


문제는 아무리 봐도 셀린이 사기꾼이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아아, 잘 알겠다. 이 시대의 마법 수준.’


셀린이 못 보게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시시해서...뒤엎고 싶어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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