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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베어의 서재

파멸급 대마법사의 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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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베어
작품등록일 :
2024.06.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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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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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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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화

DUMMY





"난 누구에게도 무시받지 않는 최강이 될 거다."


아론 블라이트는 한 가지 비원을 품었다.

누구도 나를 무시할 수 없게 할 것이라고.


그것은 그가 8번째 아이로 태어나고.

입을 줄이기 위해 마법사에게 팔려 갔을 때부터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다행히 그는 재능이 있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선택받은 자들만 들어설 수 있는 1클래스.

그것을 곁눈질만으로 배운 마법으로 이룬 뒤.

머지않아 주인의 성취를 따라 2클래스, 3클래스까지 경지를 올렸다.


어느 귀족 전속 마법사의 노예였다가.

우연히 찾아온 제국 황실 전속 대마법사가 욕심을 내 가져갈 정도로.


그리고 성인이 된 지 얼마 지난 후.

아론은 스승인 대마법사를 죽였다.

자신의 재능을 경계한 그가, 자신을 죽이려 했기 때문이다.


원래대로였다면 불가능했을 일.

몇 년 전부터 철저히 준비하지 않았다면, 승자는 스승이 되었을 것이다.

그 후로 그는 제국의 대마법사가 되어, 수십 년 동안 마법을 연마해 왔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10명.

10강의 이름을 받을 때까지.


구걸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아이는 더 이상 없었다.

하지만 아론은 멈출 수 없었다.

아직 자신과 동등하다 여겨지는 녀석들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제.

드디어 비원을 이룰 때였다.


“이 의식만 성공한다면... 더이상 누구도 나를 무시하지 못하겠지.”


모독과 핍박으로 가득찬 굴욕적인 나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마법사가 되기 위해 만든 ‘승천 의식’.

이것으로 그는 더 높은 경지에 이른다.



마나를 움직여 마법진을 활성화한다.

이 순간을 위해 대지 깊은 곳의 대영맥을 찾았고, 그 막대한 마나를 한 데 모았다.


‘의식은 순조롭다.’


복잡한 술식들이 하나하나 발동된다.

이게 완성되면 자신은 신의 경지에 오른다.

수십 년 동안 모두를 좌절시킨 9클래스.

를 넘어서 10클래스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이게 네가 치른다는 그 의식이냐?”


응? 익숙한 목소리다.

고개를 돌리자 오랜 친우의 얼굴이 보였다.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얼굴의 검사...겸 제국 근위기사단 단장 슈레이드.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아론의 친구라는 게 중요했다.

세계 최강의 대마도사가 친구로 받아주는 일은 없으니까.


그런데...


“가디언이랑 제자들이 지키고 있었을 텐데.”

“그랬었지.”

“전부 죽였냐?”

“잘 키웠더군. 손속에 사정을 둘 수가 없었다.”


제기랄, 멍청한 녀석들.

조금만 더 버티지.

그랬으면 이 스승이 다 알아서 해 줬을 텐데.


“게다가 내가 눈치도 채지 못 하게 오다니, 어떻게 된 거냐?”

“그건 중요하지 않다. 아론.”


슈레이드의 양옆으로 엘프 마법사와 드워프 전사가 내려왔다.

하이엘프 세리카, 드워프 킹 가인델프.


“세계를 멸망시킬 의식은 여기서 끝낸다.”

“그래?”


그건 안 되지.

마나를 끌어올린다.

친구라고 봐 줄 생각은 없다.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봐.”




***




“컥!”


제국 황실 근위기사단 단장 슈레이드.

그가 들고 있던 불사조의 검이 가슴을 꿰뚫었다.

검은 공간이 흐트러지며 부숴진 벽과 실험 도구들이 보인다.


‘아, 젠장.’


입 안에서 핏물이 올라왔다.

설마 마지막에 친구라 믿었던 녀석에게 이렇게 배신당하다니.


“역천 의식은 끝이다. 아론.”


친구라 믿었던 녀석, 슈레이드가 차갑게 말했다.


‘의식에 신경 쓰지만 않았어도...’


파멸의 대마도사 아론 블라이트.

전 세계의 마법사들 중 최강의 경지에 이른 게 바로 나다.

돈은 썩어빠질 정도로 넘치고, 좋다는 여자는 일렬종대로 세워도 지평선까지 가득.

건강? 마음만 먹으면 수백 년 동안 젊게 살 수 있었다.


그래서 무력을 시험했다.

대륙의 10강 중 최강의 검사라는 검성.

그 녀석에게 찾아가 싸움을 걸어 이겼다.

이로써 확신이 들었다.

인간 중에서 나보다 강한 녀석은 없구나.

내가 정상이다.


희열이 치밀어올랐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마법사라는 족속들은 항상 만족을 모르고 더 많은 걸 바라는 놈들.

가진 것에 만족하는 그 순간 도태된다.

나도 마찬가지.

그래서 결심했다.

내 손으로, 신이 되기로.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자연적으로 경지를 올리는 것조차 불가능한 일일진대.

인위적으로 경지를 올리는 게 쉬울 리 없었다.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매달렸다.

검은 머리가 흰 머리가 될 때까지.


그렇게 수많은 연구 끝에 겨우 방법을 만들어냈다.

승천 의식.

막대한 마나를 태워 만든 힘을 이용해.

세상 모든 지식과 에너지가 있다는 아카식 레코드와 영혼을 직접 연결하는 의식이다.


비록 대륙 하나 급 마나가 소모되긴 하지만.

의식이 끝나면 아카식 레코드에서 무한의 마력을 끌어와 복구할 수 있었다.

어떻게?

신이니까.

신이 그렇게 되리라고 말하는 순간, 세상의 섭리가 신의 의지대로 다시 쓰인다.


모든 계획은 완벽했다.

각지에서 엄청난 양의 마나석을 모으고.

남몰래 대지 깊은 곳에 흐르는 마나 영맥도 뽑아내 가공했다.

이론은 완벽하고 준비도 되었다.

이것이 끝나면 나는 최초로 인간에서 신이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막 의식을 한창 진행하고 있던 순간.

80년지기 친구라 믿었던 제국 황제, 슈레이드가 나를 공격한 것이다.

네가 하는 게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역천 의식이고, 세상을 멸망시킨다나?

멍청한 녀석.

승천 의식은 세계나 남에게 아무 피해도 끼치지 않는 의식인데.

화가 나서 싸웠고, 보기 좋게 패했다.

본래는 백 번 싸워도 전부 내가 이기지만, 의식을 관리하며 싸웠기에 7할...아니, 절반의 힘밖에 내지 못했다.


‘아, 진짜 짜증나네...역천 같은 거 아니라고.’


죽는 건 아쉽지 않다.

다만 아쉬운 건 저 결과를 보지 못 하는 것이었다.


-우웅


분노에 반응한 일부의 마나가 움직였다.

그에 따라 반응하는 바닥의 마법진.

마침 과정도 거의 다 끝이 나 있었다.


‘아직 조금 더 주문을 외워야 하는데.’


고민은 찰나였다.


‘그래, 뭐 어차피 이판사판이니까 한 번 해 보자.’


성공하면? 뭐가 어떻게 되건 지금보단 낫다.

실패하면? 어차피 나는 죽으니 상관없다.

판단이 선 순간 미련없이 마나를 움직였다.


“응? 아론 너 설마...!!!”


슈레이드의 경악에 찬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마지막으로 히죽 웃으며 눈을 감았다.


-응?


그리고 눈을 뜨자 이 곳이었다.

나, 아론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어디지?


바닥도 천장도 없는 검은 공간.

그 공간의 온 사방이 수많은 마력 구체로 가득했다.

멀리 보면 거대한 원반 모양, 뱀 모양, 수많은 형태를 한 마력 은하들이 있었다.


-영혼 세계는 아닌데.


과거 밀리오는 영혼들이 모이는 세계인 영혼계도 몇 번 확인해 봤다.

하지만 이 곳은 그런 영혼계와도 달랐다.

굳이 꼽자면 세계 밖의 물리적 공백 공간.

우주에 가깝다고 해야 하려나.


‘흠...’


수없이 많은 마력 구체들이 주변을 돌아다닌다.

어떤 것은 적색, 어떤 건 청색, 어떤 건 백색.

가지각색의 빛을 가진 것들.

주변을 둘러보던 중 유달리 빛나는 구체가 보였다.

다른 구체가 1이라면, 저 녀석은 100, 아니 1000이라 보일 정도의.


‘저 쪽으로 가 볼까.’


천천히 구체 쪽으로 걸어가자 눈앞이 점차 밝아졌다.

응애. 응애.

뭐야, 누가 울고 있지?

웬 아기 울음소리가...


“밀리오!”

“이 녀석 소리가 우렁차군, 장차 뛰어난 검사가 되겠어.”


검사라니.

그런 하등한 - 덜떨어지고 머리엔 칼질이랑 근육밖에 없는 바보가 되는 게 뭐가 축하할 일인가.

자고로 덕담이라면 마나를 부리고, 뛰어난 지식으로 세상을 내려다보는 마법사가 되라 말하는 게 맞지.

하긴 어느 쪽이건 소용없을 거다.

연구소는 황실 기사단에게 공격받고 있는데, 그 혼란 속에서 어린 아이가 살아남을 수 있을 리 없지.


‘누구 아인지는 모르겠지만, 때를 잘못 타고 난 거라 생각해라. 세상 이치란 게 원래 그래.’


미치광이나 살육광은 아니지만, 저런 아이까지 챙겨 주기엔 상황이 좋지 못 했다.


“응애! 응애!”

“배고프니? 얘가 왜 이럴까.”


아무리 기다려도 소리는 계속 커지기만 했다.

이러다가 슈레이드 놈이 오면, 그게 마지막 울음이 될 텐데.

허 참.

내버려둘 수는 없지.

조용!


“응애애애!”


어라?

눈을 크게 뜨자, 갈색 장발의 아름다운 여인 한 명이 나를 안아드는 게 보였다.


“그래그래, 여기 있어.”


잠깐만.

여인의 가슴팍이 다가오자 살 내음이 물씬 풍겼다.

고개를 아래로 내리자 꼬물거리는 손가락이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이래?


‘설마, 이 아기가 나?’


경악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응애애애애!

갈릭 왕국 케인 백작가의 장자.

밀리오가 태어난 날이었다.



***




“아이가 귀엽군요.”

“어서 오게, 울베르.”


다시 태어난 지 일 년이 지났다.

그 사이 밀리오는 기어 다닐 수 있게 됐고, 목청 높여 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주 약간의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정보도 몇 가지 모았다.

자신은 케인 버나드 백작, 그리고 레니 백작부인의 첫째 아들이며.

동생은 없고. 꽤나 큰 저택에서 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몸은 굉장히 특이한 체질을 가지고 있었다.


“헐헐, 안타깝군요. 이 아이가 성인이 되지 못 할 운명이라니...”

“세상 일 모르는 것 아니겠나.”

“백작님.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만...마법사와 신관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천절 체질이라고요.”


흑발흑안에 큰 체구의 남자, 케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천절체질.

하늘과의 연결이 끊겼다는 체질로써, 보유한 사람은 백이면 백 성인이 되기 전에 죽는다.

바로 전 날.

돌잔치에 초대받은 신관과 마법사는 백작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찾아 봐야지.”


치료할 방법.

케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게 아버지 된 사람으로써 이 아이에게 해줘야 할 일이니.”

“허허, 노력만으로 일이 다 되었다면 좋은 일입니다만.”

“...”

“하지만 케인 버나드 백작님, 만약 아이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게 사실인가!”

“예, 사실 여기 가지고 왔습니다.”

“뭐라고?! 어, 어디 있나.”

“이 약입니다.”


저것만 있다면...!


“이, 이리 주게.”

“드려야지요, 하지만 그 전에.”


울베르 촌장이 종이를 꺼냈다.


“계약서입니다. 이걸 작성해 주십시오.”

“계약서...”


슥, 내용을 읽던 케인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이, 이게 무슨...! 기사단 해체에 세금 관리, 사업 관리, 사병 모집 권한을 넘기라고?”

“싫으시면 찢어 버리시면 됩니다. 그런데 사본이 없군요.”

“...”


아들을 살리는 대신 꼭두각시가 되느냐, 제안을 무시하고 촌장을 체포하느냐.


“자네 집에 자주 보인다는 그 자들에게 받은 약인가?”

“허허, 글쎄요. 중요한 건 출처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

아들을 살릴 수 있다면.

케인은 설령 자신의 목숨이라도 대가로 줄 수 있었다.


“...정말 내 아들을 살릴 수 있는 것인가?”

“만일 효력이 없을 시에는 계약 조건은 무효가 된다는 조항도 적어 놨습니다. 도련님의 목숨은 반드시 보장해드리지요.”


일개 촌장이 저런 약을 구할 수는 없다.

그 뒤의 놈들까지 생각하면 사실상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후우...”


멀어지는 촌장을 보며 케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거래, 과연 맞는 것일까.

옳지 않은 일이란 건 안다.

그러나...

케인은 새근새근 자고 있을 아들에게 향했다.


“걱정 마라, 이 아버지가 반드시 살려 주마.”


끼익. 문을 열고 들어서는 케인.

그런데.


“응?”


방금 전까지만 해도 새근새근 자고 있던 밀리오가 갑자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미, 밀리오!”


온 몸이 시뻘겋고 이마가 뜨겁다.

아기한테 좋지 않은 건 확실한 상황.

이대로라면 어쩌면...


‘제발...!’


케인은 약을 꺼냈다.



***




‘아, 이거 큰일났네.’


승천 의식.

신이 되는 의식인 만큼, 성공하면 신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뭔가?

신들의 어린아이도 아니고, 평범한 인간 어린아이가 되다니.


‘이러면 의식이 실패한 거잖아?’


그게 끝이 아니다.

이 몸의 체질, 그야말로 쓰레기다.


‘설마 이게 전설로 전해지던 마고의 체질인가.’


마고의 체질.

몸에 엄청난 양의 마나가 내재된 채 태어나고, 성장하면서도 끝없이 마나를 받아들인다.

신진대사나 성장이 따라가지 못 할 정도로.

때문에 대부분은 성인이 되기 전에 죽거나 미쳐 버린다.


일반인이라면 마나를 제어하지 못하니 그럴 수밖에 없을 터.

하지만 할 수 있다.

나의 전생은 대마법사 아론.

이 정도 마나쯤이야 충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자, 그럼 어디...!’



***



“버나드 백작이 계약을 수락했습니다.”

“그래?”


울베르 촌장은 한 흑의인에게 엎드린 채 말했다.


“아마 꿈에도 모를 겁니다. 그게 약이 아니라 맹독일 줄은.”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랬다.

스틱스의 눈물.

온갖 체질에 특효를 보이는, 보통 사람들은 이름도 듣기 힘든 명약.

그러나 이 약에는 큰 부작용이 하나 있었다.


“확실히 먹였겠지?”

“그건 아닙니다만...가져가는 걸 보아하니, 틀림없이 먹일 겁니다.”

“계속 약을 공급해 줄 테니, 주기적으로 백작에게 넘기도록.”


울베르는 잠시 후 물었다.


“저어, 근데 한 가지만 여쭤봐도...”

“뭐지.”

“아무리 약을 준다고 하지만, 고작 이걸로 영지 실권을 가져올 수 있는 겁니까?”


백작은 바보가 아니다.

밀리오를 소중히 여기긴 하지만, 영지민들이 피해를 보면 피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거다.

그럼 흑의인은 몰라도 자신은 끝장이었다.


“그건 네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예?”


흑의인이 말을 이었다.


“너는 네 할 일이나 하면 된다는 뜻이다.”

“아, 알겠사옵니다.”

“계획대로 된다면 영지의 권리들을 네게 넘겨주겠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르신들!”


울베르는 넙죽 엎드렸다.

마을의 권리를 넘겨받으면 돈과 사병, 땅을 모두 가질 수 있다.

기회만 오면 진짜 귀족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힘 있는 자의 것이니까.


그러니까 이 기회.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울베르는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때 그의 귓가로 흑의인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스틱스의 눈물...이 약에 있는 열기의 마나라면 충분히 정신을 태워 버릴 수 있겠지.”


스틱스의 눈물의 부작용.

밀도 높은 마나로 체질을 개선하는 대신.

그대로 피해를 받은 정신은 그대로 백치가 된다.


‘모든 것은 그 분을 위하여...’


흑의인은 머릿속으로 짧게 읊조렸다.



***




‘시발, x됐네.’


밀리오는 땀을 뻘뻘 흘렸다.


'나 대마법사 아론이 마나에 굴복할 줄이야.'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다.

마법 하나만 바라보고 산지 어언 100년 이상.

그런 아론이 지금 밀리오의 몸 안에서 회전하고 있는 마나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원래 이렇게 하면 내 마나로 이걸 빨아들여야 하는데...’


마고의 체질을 푸는 방법은 간단하다.

몸 안에 가득 내재된 마나를 통제해 순환시키는 것.

문제는 그 마나를 함부로 건드렸다가...제어할 수 없게 되었단 점이었다.


‘약간, 아주 약간만 내가 조종할 수 있는 마나가 있다면...!’


이대로라면 뭔가 해 보기도 전에 죽게 될 거다.

기껏 새로운 몸으로 전생했는데 한 살에 죽는다고?

그것만큼은 안 된다.


‘영혼에 내재된 힘을 끌어내서라도...’


그 때였다.

꿀꺽. 입 안으로 무언가 들어왔다.

그대로 순식간에 녹은 그것에서 엄청난 마나가 퍼져나오기 시작했다.


‘이건...’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마나가 혈관을 타고 퍼져나간다.

뇌까지 오면 그대로 몸을 태울 정도로 강력하고 지독한 마나.

절체절명의 순간, 밀리오는 웃었다.


‘이거면 됐다.’


어찌된 건진 모르겠지만, 두 마나가 충돌하며 폭주하던 체내의 마나가 멈췄다.

이제부터는 하기 나름.

조용히 마나를 보며 생각했다.

바라는 대로 움직이라고.


‘움직여. 움직여. 움직여!’

고사리손같은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얼굴은 시뻘겋게 변하고 몸에서 연신 땀이 흘러내렸다.


‘주인인 내가 내리는 명령이다, 움직여!’


마침내 마나가 의지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커다란 마나의 충돌에서 나온 작은 마나 조각들이 혈류에 녹아든다.

그것을 천천히 몸의 혈맥을 따라 움직였다.

뜨거운 성질을 가진 약의 마나.

그리고 차가운 성질을 가진 몸에 잠재된 마나.

두 속성의 마나가 이루고 있는 균형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우우웅.

흐름에 반응한 두 속성의 마나가 조금씩 움직인다.


‘됐다!’


아주 조금인 데다 속도도 느리지만, 그것이면 충분했다.

일단 흐름을 만들었다면 그 후는 계속 키우면 되니까.


‘후후...’


씨익 웃던 도중.

갑자기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몰려왔다.

설마, 이건...!


“으, 응애애!”


꼬르르륵.

어린아이는 신진대사가 빠르다.

에너지를 많이 쓴 아이의 몸이, 한시바삐 새로운 영양분을 넣어 달라 소리치고 있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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