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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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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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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3번째 재앙. 영원한 겨울(Fimbulvetr) 5

DUMMY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그런 거겠지.”


게렉의 잔인한 말에 가을의 눈이 사정없이 떨려왔다.

언젠가 코르를 조직으로 불러들일 생각이긴 했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었다.

최대한 시간을 끌며 최대한 많은 것을 안겨줄 생각이었다.

절박함만큼 가치를 높이는 것은 없으니까.


“만약에... 만약에 코르가 조직에 돌아온다면, 그러면 그 아이에게 무엇을 줄 수 있죠?”


이어지는 가을의 말에 게렉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모성(母性), 그 감미로운 이름이여, 모성으로 행한 행동을 바꾸려면 모성을 자극할 수밖에 없는 법이니!


“모든 것을 줄 수 있지. 불이 없는 세계에 불을 제공해주는 신에게 뭔들 줄 수 없을까.”


그들이 바라는 것은 재물 따위가 아닌 불을 쥠으로서 생기는 영향력에 있었으므로.


“바란다면 우리가 불을 유통할 때 드는 비용을 제외한 이익 전부를 줄 수 있다. 이외에도 다른 다음세대들에게 주어지는 권리 중 그분에게 돌아가지 않는 것이 없을 것이야. 품위유지비, 오직 그분만을 위한 사용인 등, 조직 안에서 그 누구보다 자유로울 것임을 ‘달의 감시자’의 이름으로 약속하마.”


공식적인 자리에서 개인의 이명을 사용했다는 건 공적은 물론 사적으로도 편의를 봐주겠다는 의미다.


“그럼 후원자 역시 가능하겠군요.”


마치 그 말만을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물어오는 가을에 말 그대로 뭐든 들어줄 것 같았던 게렉은 처음으로 난색을 표했다.


“그건...!”

“돈은 의미가 없어요, 사용인도 마찬가지고요. 아시잖아요? 전 그 애의 든든한 후원자를 원해요.”


그것은 「피호제(被護制), 클리엔텔라(Clientela)」

원로는 후원자, ‘파트로누스(Patronus)’가 되고, 다음세대의 신은 피후원자, ‘클리엔스(Cliens)’가 되는 이것은 그 옛날 로물루스 시절부터 내려온 조직의 유구한 전통 중 하나였다.


관리자가 잠들고 사라진 신들이 다음세대의 신이라는 형태로 환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만들어진 이 규칙으로 인해 모든 원로는 임기 중 무조건 하나 이상의 다음세대의 신을 자신의 피후견인으로 삼고 지원해주어야만 했다.


스승을 원한다면 스승이 되어주고, 부모를 원한다면 부모가 되어주며, 연인을 원한다면 연인이 되어준다.

그렇게 평생을 함께하는 것.

이는 분명 모든 원로들이 행해야할 가장 성스러운 의무 중 하나였다.


하지만 모든 다음세대의 신이 후견인을 갖게 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었다.

냉정하게 따졌을 때, 이런 지원을 해줄만한 가치가 있는 신은 그다지 많지 않았으며 지금도 계속 태어나고 있는 다음세대의 신들에 비해 원로들의 숫자가 턱없이 모자랐다.


그렇기에 이 권리는 주로 「만신전(萬神殿), 판테온(Pantheon)」 조직이 찾은 모든 다음세대들이 적을 두고 있다는 그곳에서도 가장 서열이 높은 10명에게 우선권이 돌아갔다.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그 격이 주신에 오른 존재일 것.


이들은 태생부터가 여타 신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존재였기에 서열전을 치르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히 위로 오를 것이 분명하기에 곧바로 후견인이 붙었다.


하지만 코르는 달랐다.

주신의 격을 가진 것도, 서열전에서 능력을 보인 것도 아니다.

때문에 게렉은 고민했다.


그를 예외로 인정하고 특혜를 줄 것인가, 아니면 불을 포기할 것인가.

신녀는 절대 이 요구사항을 무를 생각이 없어보였다.


‘특례는 언제나 기록으로 남으며 언제든 다른 이들이 예외를 주장할 수 있게 만든다... 다른 신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는 문제야.’


그렇기에 게렉은 쉽게 그러겠다, 답을 주지 못했다.


“루미나 님도 태어날 때부터 엘레나 원로님을 후견인으로 두셨잖아요, 주신의 격을 가지신 것도 아니고 서열전을 치른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이제 설득하는 사람과 설득당하는 사람이 바뀌었다.


“하지만 루미나 님은 상황이 다릅니다. 이미 서열전을 치러 그 능력을 입증하기도 하셨고요.”


고작 이것도 줄 수 없으면서 아이에게 목줄을 걸 생각이었냐며 화를 내려는 그녀를 마야 원로가 서둘러 달랬다.


“하물며 지금 맡고 있는 다음세대가 없는 원로는...”


마야 원로의 말에 두 원로가 눈을 빛냈다.

하나는 마코데모 롱기누스, 다른 하나는 사바나 위치엔드.

오직 이 둘만이 현재 맡고 있는 신이 없다.


하지만 이 둘에겐 그럴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우선 마코데모는 다음세대의 ‘교육’을 맡고 있었기에 사실상 후견인을 두지 못한 모든 다음세대가 그의 피후견인이다.

그래서 누구 하나만을 위한 후견인이 되기는 어려울 실정이다.


그리고 사바나는 그 긴 임기기간만큼이나 피후견인을 들일 기회가 많았고, 이미 한 번 클리엔스를 들인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미 그 의무에서 벗어났다.

원로가 신보다 오래 산 특이한 케이스다.


“그럼 역시 제가...”


의무를 행하지 않은 자가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자 마코데모는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롱기누스 원로님은 싫어요! 그 교육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요. 전 그 아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길 원해요.”


가 다시 앉았다.

가을의 빠른 거절에 그의 상냥한 얼굴에 처음으로 금이 갔다.


“하아~ 그럼 답이 나왔군. 하긴, 우리가 조건을 걸 처지는 아니지.”


게렉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사바나를 바라봤다.

제발 부탁한다는 듯이.


“그래, 가을이 네가 정 원한다면 내가 그 역할을 맡아주마.”

“언니...”


마침내 원하는 것을 쟁취한 가을은 활짝 웃을 수 있었다.

그 모습에 사바나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따라 웃어버렸다.


“그럼 사람을 보내 그분을 다시 조직에 맞이하는 것으로 이번 회의를 마치겠다.”


그렇게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당사자의 처분을 결정짓는 회의가 끝이 났다.

회의가 끝나자 모든 홀로그램이 사라지고 다시 방의 불이 밝아왔다.


“하아~ 다행히 사바나 언니가 허락해줬네요...”

“수고했어. 우린 그 애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 중 가장 큰 것을 해준 거야.”


강현은 제 아내가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듯 품에 안은 채 말했다.


“그럼 바로 코르한테 사람을 보내죠. 약간의 상황설명도 필요할 것 같은데 괜찮은 후보가 있나요?”

“이미 준비해놨어.”

“좋아요. 하지만 고작 이걸로 제게 코르에 대한 걸 숨긴 걸 넘어갈 거라 생각하진 말아요.”


삐져도 단단히 삐진 아내를 달래기 위해선 한동안 또 힘을 써야 하리라.


***


정말 아름다운 화원이었다.

완연한 봄이 되었지만, 이 추위 속에서도 이렇게 찬란하게 꽃이 피어날 수 있는 곳은 없었기에 어쩌면 이 땅에 남은 유일한 화원.


“결국 코르가...”


소식을 전해들은 여인은 어딘지 쓸쓸한 낯을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포용해줄 듯한 검은 머리와 따스한 온기를 품은 갈색 눈동자.

대지의 자비 그 자체를 형상화시킨 듯한 여인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보듬어주고 싶어지는 여린 한숨을 자아내며 걱정을 드러냈다.


그런 여인 앞에는 한 청년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레이디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기사 같기도 하였고, 잘못을 비는 아이 같기도 했다.


청년의 이름은 아도니스.

그는 제 심장의 주인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처분을 기다렸다.


“아도니스, 내가 부탁했잖아요...! 코르는 제발 자유롭게 놔달라고, 그 애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꼭... 그렇게 추궁해야했어?”

“죄송... 합니다.”


먼저 사랑하는 쪽이 지는 것이라고 하던가?


짝사랑, 그 중에서도 자기 자신보다 상대를 더 아끼는 외로운 외사랑을 하는 쪽은 단순한 패배자조차 되지 못했다.


“내가 듣고 싶은 건 알량한 사과 따위가 아니에요. 다신 같은 짓거리를 벌이지 않겠다는 확신이지.”


코레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들었다.

그를 찌르려는 걸까?

만일 그렇다면 그는 기쁜 마음으로 그 모든 벌을 받아들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단검을 오른손으로 단단히 쥐고 왼손에 날을 가져다대고선 지그시 눌렀다.


─후두둑.


피가 쏟아진다.

그녀는 제 손바닥을 검으로 헤집기 시작했다.

상처는 깊어지고 쏟아지는 핏물은 더욱 더 많아진다.


“아아...”


봄의 여신이 흘린 피를 받아 마신 대지는 더욱 풍족해져 갔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 모습에 아도니스는 마치 고장이 난 인형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는 마치 떨어지는 피와 같은 양의 눈물을 흘리겠다는 양 눈물을 쏟아냈다.


“아도니스, 이건 꼭 기억해요. 만약 코르가... 내 동생이...!! 털끝하나라도 다쳤다간 다 죽여 버리고 나도 죽어버릴 거란 걸!”

“네! 네. 그럴 테니까 빨리 치료를... 제발......!”


이게 그녀가 내리는 벌이었다.

아도니스는 그를 죽여 버리겠다는 말보다 그녀가 그녀 스스로를 상처 입히는 상황을 못 견뎌하는 이였다.


“흑, 흐윽...”


아도니스가 울다 지쳐 탈진할 때쯤 코레는 충분한 벌이 되었다 생각했는지 다친 손을 그에게 내밀었다.

아도니스는 탈진 직전까지 간 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그녀의 손을 치료하고 손끝에 맺힌 피를 그 입으로 받아내었다.


완연한 복종의 표식.


‘이걸로 조직에서 코르를 적대하는 이는 없다고 봐도 좋겠지...’


코레는 기억했다.

자신의 도움이 없으면 제대로 먹지도, 편히 자지도, 혼자 걷지도 못하던 작은 코르를.


그 아이가 자라 어느새 어른이 되었고 스스로를 책임지겠다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녀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아이는... 그렇게 이미 사라진 소년보다 더욱 나이를 먹었다.


코레는 ‘어미’로서, 그리고 ‘누이’로서 사랑하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각오가 있었다.

그녀는 아직도 울음이 멎질 않아, 간헐적으로 몸을 떠는 한 사내를 바라봤다.


‘불쌍하네. 당신도 그리고 나도. 기억은 한 사람의 존재 그 자체인데, 기억이 없다는 건 결국 다른 사람이란 의미인데... 결코 놓지 못하고 기어코 잡으려 하잖아.’


사랑하는 이들은 닮는다 하더니 그들은 이미 꽤나 닮아있었다.


‘미련해.’


그녀는 그렇게 하나의 문장으로 그와 자신을 평했다.

코레는 이내 아도니스에게서 시선을 거두었고, 그렇기에 그가 자신이 치운 단검을 몰래 품속에 숨기는 것을 보지 못했다.


***


「신뢰(信賴)란 가장 기이하면서도 알 수 없는 것 중 하나일 것이다.

푼돈을 위해 팔아버릴 수도 있는 것이 다시 되사기 위해 그 갑절은 되는 돈과 시간을 요구하니까.


더욱이 이렇게 힘겹게 쌓아올린 신뢰가 항상 제값을 하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상대가 먼저 신뢰를 깨트릴 때도 있으며, 마땅한 계기가 주어지지 않아서 이 귀한 신뢰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한 채 방치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때로는 이 어떤 힘도 능력도 없어 보이는 신뢰가 모든 것을 이겨내는 힘을 보여준다.


신뢰에 대한 이야기는 그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에서도 등장한다.

마시멜로 한 개를 주고 15분을 참으면 한 개를 더 주겠다는 간단한 실험.


사람들은 보통 이를 자제력이 사람의 성공과 성적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실험이라 여기겠지만 사실 마시멜로 실험의 본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수십 년 뒤, 문득 실험을 했던 것이 떠올라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찾아본 뒤, 겨우 찾아낸 소수의 이들이 이렇다 정도의 결과만을 가지고 유추한 것.

우리는 이 불완전한 실험을 가지고 무수한 추측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리고 이 불완전한 실험의, 불완전한 결과엔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이 더 숨겨져 있는데, 그건 바로 성공한 이들, 성적이 높은 이들... 즉, 인내심이 높아서 마시멜로를 참았다고 여겨지는 이들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되었다는 점.

그것은 바로 15분을 참아낸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집안이 더욱 부유했다는 것이다.


만약 단순히 이거 하나만을 가지고 본다면 단순히 환경이 좋아서 성공했다는 꿈도 환상도 없는 암울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다른 식으로 해석한다면, 15분을 참은 아이들은 집안이 부유하여 15분 뒤 마시멜로 하나를 더 준다는 시험관의 말을 믿었다.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이를 믿지 못 했으리라, 불안했으리라.

그래서 그 하나뿐인 마시멜로도 뺏길 새라 서둘러 입안에 밀어 넣어야했으리라.


어쩌면 이들의 성공을 가른 것은 집안의 부유함보다는 세상에 대한 신뢰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대한 신뢰가 이렇듯 한 개인의 성공을 좌우할진대, 세상 그 자체로부터 신뢰를 얻어낸 조직은 어떠할까.


여기 세상으로부터 신뢰받는 세 개의 거대세력이 있다.

세상으로부터 신뢰를 산 이 세 개의 거대세력은 삼대세력이라 불리며 현 세계를 삼분했다.


-리버스의 기사, ‘삼대세력에 대하여’ 중에서 발췌...」


***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사회가 안정을 찾아가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어째서인지 리버스는 한국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었으니까.


그들의 도움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한민국 임시정부’ 줄여서 ‘임정’이 수립되었으며 피해에 대한 복구도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졌다.


그렇게 수립된 임정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람들이 대격변 이전에 갖고 있던 권리를 되돌려주는 일이었는데 그들은 피의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낯선 이에게 집이나 땅을 뺏긴 이에게 권리를 되찾아주기 위해 힘썼다.


이것이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일이란 것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기껏 살아남았는데, 고생 끝 행복 시작을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자신이 기존에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진 상황이라면 얼마나 좌절하겠는가.

어쩌면 기껏 살아남아놓고 겨우 움켜쥔 그 생마저 내던지는 선택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누군가에겐 모든 걸 잃고 생명만을 얻는 것보단, 모든 걸 잃은 김에 그 생마저 던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테니까.


어쨌든 대한민국의 통화였던 원화를 포인트로 환전해주는 일도 이 사업의 일환이었다.

나도 통장에 있던 돈을 모두 포인트로 환전했다.


“비율로 따지면 1:10인가?”


1:1이 아닌 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당분간 배곯지 않아도 되는 게 어디인가.

이 일은 언뜻 임정이, 더 나아가 그 뒤에 있을 리버스가 모든 손해를 감수하는 일로 보였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들이야말로 가장 큰 수혜자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을 계기로 그들은 한 국가를 차지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얻어냈기에.


주인이 사라진 것들은 자고로 모두 국고로 회수되는 법이다.

이 때문에 누군가는 리버스가 하는 일을 남의 돈으로 하는 자선사업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지만 그런 이들도 정작 무정부 상태가 되어 아비규환이 된 나라들의 소식을 들으면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누군가는 자경단이란 이름을 내세워 새로운 공권력이 되고자 했으며, 암암리에 존재하는 수많은 폭력조직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활동을 시작하여 그야말로 무법지대(無法地帶)가 되었으니까.

권리를 되찾기는커녕 인권조차 지키지 못하고, 사회적인 안전은 시궁창에 처박힌 것이다.


러시아의 마피아, 중국의 삼합회, 한국의 조폭, 일본의 야쿠자, 미국의 갱스터, 아프리카의 군벌, 브라질의 카르텔.

그 이름을 다 부르는 것조차 벅찰 정도로 많은 폭력조직들이 세상에는 있었다.


그들은 너무나도 확실한 성공사례인 리버스를 따라 세를 불리길 원했다.

그들의 제 1목표는 바로 퍼스트 본들을 끌어들이는 것.

총이 발사되지 않고 폭탄도 터지지 않는 지금, 퍼스트 본들은 그 자체로 병기와 다름없는 존재들이었다.

얼마나 많은 수의 퍼스트 본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곧 무력의 척도가 된 시대가 온 것이다.


그들은 술, 도박, 마약, 매춘 등을 미끼로 끊임없이 그들을 유혹했으며 그렇게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그들의 꾐에 수많은 퍼스트 본들이 어둠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피의 크리스마스를 거친 이들에게 도덕은 헛된 이상에 지나지 않았으며, 폭력을 사용함과 앞으로의 일을 선택함에 있어 주저함 또한 없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이런 위험이 적었다.

리버스의 영향 하에 놓인 나라에서 이런 폭력조직들은 크게 날뛰지 못했다.

리버스가 가진 힘도 힘이지만, 퍼스트 본들이 리버스를 두고 폭력조직에 몸을 담는 일은 거의 없었으므로.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을 주는 곳’과 ‘그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돈을 주는 곳’, 선택권을 준다면 다들 후자를 고를 테니까.


현재 기능하는 유일한 화폐와 다름없는 ‘포인트’를 무한히 찍어낼 수 있는 리버스는 그야말로 무한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으며, 그런 조직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을 휘두르는 것 역시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래서인지 리버스에 밀린 조직들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들을 구하기 위해 더욱 혈안이 되었다.

자신들의 가치를 드러내는 부분은 언제나 그런 부분이 아니었던가.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이 유일하게 리버스를 상대로 경쟁력을 낼 수 있는 부분인 불법적인 일에 더욱 더 매진했고, 치안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준이 아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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