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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구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각색작가가 AI 토끼와 회귀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페이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3.28 18:13
최근연재일 :
2024.05.18 11:2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72,408
추천수 :
2,431
글자수 :
270,462

작성
24.04.0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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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9. 악연의 싹을 짓밟다

DUMMY

삐그덕


내 말에 고개를 돌리는 신기성의 목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녀석의 움직임은 부자연스러웠고 또 기괴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죠?"

"..."


아, 지금은 좀 무서웠다.


자기 딴에는 자연스럽게 웃는다고 웃은 거 같은데

굳은 얼굴이 푸들 거리는 모습이 완전 호러였어


인간이 좀비로 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는 느낌이랄까?


"후, 신 작가. 이쪽도 다 알고 왔어. 대체 왜 그런 거야?"


송 작가님이 먼저 나서 주셔서 다행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저 상태의 신가 놈에게 말을 꺼내기 꺼려졌거든


왠지 잘못 말하면 그대로 달려와서 물어버릴 것 같은 몰꼴이라


"...송 작가님 그게 무슨?"


처음보는 나보다는 아무래도 송 작가가 편안해서일까?

조금 전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자연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 녀석이 지금도 멘붕인 걸 안다.


'이 손은 언제 놓을 건데?'


신기성을 압박하기 위해 강하게 쥐었던 악력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오히려 지금은 힘을 빼고 있는데 신기성이 잡고 있어서 악수가 유지되고 있었다.


나와 악수를 오래 하고 싶은 건 당연히 아닐 테니, 이건 녀석이 자기 손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멘붕이라는 말이었다


그런 신기성을 향해 송 작가가 서류를 건넸다.


"이...게 뭔가요?"

"최근 공모전 참여작에 의도적으로 분위기를 흐리는 댓글을 단 아이디를 조사한 내용이네"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는 보시면 아실 겁니다"


서류를 받느라 자연스럽게 악수가 풀린 내가 굳은 손을 주무르며 말했다.

내 말에 얼마나 놀랐는지 손이 하얘질 정도로 힘을 주더라


그대로 조금만 더 있었으면 손에 쥐 내릴 뻔 했네


"...수혁씨라고 하셨나요? 아까부터 조금 무례하신 것 같네요. 지금 그 말은 제가 의도적으로 댓글을 조작하기라도 했다는 건가요? 제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건 죄송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사람을 이상하게 몰아가시면 저도"

"잔디자라라. 아, 잔자디라라였던가요?"

"...!"

"굳이굳이, 제 최신화부터 프롤로그까지 꼬박꼬박 하차 댓글을 다는 아이디가 있더군요. 처음에는 무시하려고 했는데 그런 아이디가 계속 늘어나는 걸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

"그런데 그 계정이 저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분탕을 치고 있더란 말이죠. 그래서 조사를 좀 해봤습니다"

"조사? 그쪽이 무슨 해커라도 되나 보군요?"


처음보던 가식적인 모습은 이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하긴 나 같아도 대놓고 나를 악플러로 몰아가면 억울해서 이럴 것 같긴 하다.


'그런데 너는 아니잖아?'


어디서 방귀 뀐 놈이 성내고 있어


"해커가 아니더라도 그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워낙 허술하게 일을 처리해서요. 아, 이 경우에는 멍청하다고 표현해야 하나"

"뭐라고?"

"자자, 일단 그 서류부터 읽고 하자고. 그걸 읽어야 대화를 하든 싸움을 하든 할 수 있을 테니"


내 말에 발끈한 기성이 눈을 부라렸으나 때마침 나서준 송 작가님 덕분에 일이 커지진 않았다.


'조금 아쉽네'


송 작가님 입장에서는 쓸데없는 분란을 줄이기 위한 배려겠지만 나로서는 솔직히 아쉬웠다.


'이참에 다이다이 까버릴까 했는데'


저 놈과는 과거부터 이런저런 일로 얽힌 사이였다.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놈의 히스테리를 겪다 보면 뚝베기를 깨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심지어 회귀하게 된 이유도 저 자식에게 뒤통수 맞고 사망해서잖아

이 정도면 없던 분노조절장애도 생길 판이었다.


'이전 삶의 원한을 여기에서 보복하지 않겠다는 기준 때문에 참고는 있었지만, 그거야 저쪽에서 공격하지 않았을 때 얘기고'


만약 저놈이 먼저 선빵을 날리면 그때는 나도 더는 참을 필요가 없다

이건 정당방위잖아?


그래서 더더욱 쎄게 나갔는데 아쉽게도 송 작가님이 말린 덕분에 놈이 뒤로 물러났다.

운도 좋은 놈


내가 내심 이를 갈고 있을 때 송 작가님이 서류의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보면 알겠지만, 그 서류는 최근 공모전 출품작들의 분위기를 흐리는 계정들 추적한 거네. 아, 그전에 이것부터 묻지. 신 작가는 지금 물을 흐리는 계정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글쎼요? 이번 공모전에 참여를 하지 않다 보니 관심이 없어서.. 한, 3~4개 정도 되지 않을까요?"

"틀렸네. 총 여덟이네"

"네? 그럴 리가요?"

"반응이 재밌네요. 왜요? 생각한 숫자랑 달라서 당황하셨나요?"

"..."


수혁의 말에 기성이 얼굴을 굳히고 고개를 돌렸다.

더는 수혁과는 대화를 나누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였다.


그 모습에 구민이 재차 설명을 이어갔다.


"대부분의 계정에는 흔적이랄게 없었지. 아니, 흔적이고 뭐고 생성된 시기 자체가 얼마 안 됐어. 그런데 그 중 두 개에 흔적이 있더군"


구민은 잔자디라라를 서재명으로 설정한 계정과 소설을 연재하던 계정을 골라주며 말했다.

그때 수혁은 기성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는 것을 봤다.


'그럼 그렇지. 역시 신기성 너였구나'


그의 경험상 기성이 저런 표정을 짓는 경우는 무언가 감추던 것을 들켰을 때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까지 얌전히 송구민의 말을 듣고 있던 기성이 어깃장을 놓기 시작했다.


"그게 뭐가 문제가 되나요? 서재명이야 아무거나 썼을 수도 있고 소설은 어디에 있는 거 긁어와서 올렸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 신 작가 말대로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이 계정들은 그런 게 아니야"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십니까? 설마 송 작가님도 이 사람 말을 믿으시는 건가요?"


실망했다는 듯한 기성의 말에 수혁은 삐져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애써야 했다.

기성의 모습이 자기를 믿어 달라고 떼를 쓰는 어린아이보다 못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구민 또한 기성과 비슷한 생각인지 대꾸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아까 어떻게 조사했느냐고 물었지? 신 작가도 들어는 봤을 거야. 구글링이라고. 이 두 계정에서 얻은 정보들로 구글링을 해보니 추가 정보를 찾는 건 어렵지 않더라고"

"..."


구민의 말에 기성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구글링이 뭔지는 그도 알고 있지만, 그걸로 어디까지 알 수 있는지는 몰랐기 때문이었다.


남들이 개인정보가 너무 쉽게 유출된다고 구글링으로 검색할 수 있는 정보들을 다 지울 때도 그는 무관심하게 넘겼으니까

그리고 그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었다.


"여기 구글링 검색 결과를 보게. 잔자디라라는 닉네임을 커뮤니티와 게임에서 사용한 ID들이야"


구민은 굳이 원치 않는 기성의 앞에 구글링 결과를 보여줬다.


[미르5 잔자디라라(AACKQE)]

[오버러워치2 잔자디라라(BAA1ECE)]

[롤러 잔자디라라(C112CKA)]

[디씨 웹소설겔 잔자디라라(BBCKQE)]

[이종격투기 잔자디라라(GGAKQE)]

.

.


"이상하지 않나? 저 닉네임을 사용하는 아이디가 한둘이 아니야. 그런데 이 ID들이 어째 이 계정의 ID와 비슷하지 않나?"


구민이 잔자디라라와 연동된 ID와 이번 공모전에 악의적인 댓글을 달던 계정들의 ID를 비교해 보여줬다.

몇몇 ID는 뒷부분이 *로 가려져 있긴 했지만, 그조차도 글자 수는 정확하게 일치했다.


"아, 혹시라도 우연히 ID 앞부분이 같은 게 아니냐는 말은 하지 말게. 연동된 ID를 구글링 해보니 댓글을 단 이 계정이 나왔거든"


특수 기호로 가려져 있긴 하지만 실상은 잔자디라라를 닉네임으로 연동한 ID들과 댓글을 단 계정이 같다는 말이었다.

우연히도 여러 명이 하나의 닉네임을 사용할 리는 없으니 결국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계정으로 댓글 분위기를 흐린다는 뜻이기도 했다.


"...."

"여기서 뭔가 할 말이 없는가?"

"...무슨 말이요? 저는 아직도 작가님이 저 사람의 말을 믿고 헛다리를 짚고 있는 걸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점차 조여오는 조사 결과에 창백한 얼굴을 하고서도 기성은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국 그것이 마지막 기회를 주려던 구민의 마음을 돌려버렸다.


"그럼 이건 어떻게 생각하나?"

"..!!"


구민이 내민 종이를 본 기성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제까지 어떤 질문에도 모르쇠를 시전했으나 이번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송 작가 내민 종이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초아라 잔자디라라(BAA1ECE) 연재작 천재 마라토너의 귀환]


천재 마라토너의 귀환은 댓글을 단 다른 계정에서 3편 만에 연중한 소설이었다.

저 계정들이 사실은 한 사람이 사용한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하지만 기성에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의 시선에는 계정 정보에 적혀 있는 이메일 주소에 고정되어 있었다.


"익숙한 이메일 주소죠? 그렇겠죠. 확인해 보니까 작가님이 현재 쓰시고 계시던 이메일 주소더라고요. 그것도 꽤 오래전부터"

"...."

"다시 묻죠. 왜 나한테 그딴 짓을 한 겁니까? 내가 당신한테 뭘 어쨌다고"


방금까지 깐죽거리던 모습이 아니었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듯한 수혁의 기세에 기성은 필사적으로 눈길을 피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어지는 구민의 말에 의미가 사라졌다.


"부계정 7개와 자네의 본계정 1개까지 해서 총 8개의 계정이 이번 댓글 선동에 동원했다는 게 우리 결론인데. 혹시 반론 있나?"

"자, 작가님... 잠시만요..."

"그만, 난 자네에게 충분히 변명할 기회를 주었네. 스스로 용서를 구하고 되돌릴 수 있게 기다려도 줬지. 그 모든 것을 걷어찬 건 자네야."

"..."

"나도 묻고 싶군, 대체 왜 그랬나? 같은 작가라면 알 텐데? 그런 식으로 분위기를 흐리는 댓글이 얼마나 작가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 심지어 첫 화까지 따라가며 댓글을 달다니, 그렇게까지 다른 작가들이 자네에게 잘못했던가?"

"..."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하는 기성의 모습을 보며 수혁과 구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들 눈치만 보고 있는 기성을 내려다보며 수혁이 입을 열었다.


"저를 포함해 총 47명의 작가에게 댓글을 다셨더군요. 마지막 기회를 드리죠. 오늘 중으로 모든 댓글을 삭제하고 본 계에 사과문을 올리세요."


말이 기회지 사실은 스스로 업계에서 자살하라는 말이었다.


작가의 뱀심이 더 무섭다는 건 다들 알고 있어도

신기성같이 악질적인 행동을 하는 건 정말 드문 일이었다.


그런데 상도의를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익명성에 숨어 여론까지 조작하려 했으니 업계에서 앞으로 신기성의 평판은 바닥을 기게 될 것이다.


본인도 그걸 알았는지 놈이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


"자, 잠깐만요"

"말 아직 안 끝났습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다른 작가님들과 함께 공동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공...동"

"아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을 찾아다니는 매니지도 있습니다. 자신들이 관리하고 있는 작가의 맨탈을 흔든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

"그 모든 것을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제 말을 무시해도 좋습니다. 아, 물론 제가 구글링한 모든 결과는 이미 다 따로 백업해 뒀으니 이제 와서 계정을 삭제한다고 해도 소용은 없을 겁니다."

"우리도 더는 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내가 사람을 잘못 봤어"


차가운 말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기성을 내버려두고 밖으로 향했다.


"...어떻게 될 거 같은가?"


이래저래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구민에게 수혁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사과문이요? 걱정 마세요 당연히 오늘 중에 올릴 겁니다."


자신과 다르게 너무나 태평한 수혁의 모습에 의아해하는 구민이었다.


하지만 그 날 저녁

기성은 수혁의 요구대로 자신의 서재와 자유게시판에 사과문을 올렸다.


* * *


신기성의 사과문이 올라오던 그 시각

자신의 집에서 조용히 오늘치 각색작업을 하던 수혁은 갑자기 떠오른 메시지들 때문에 각색을 멈춰야만 했다.


[비난글을 완벽하게 방어했습니다]

[상태 이상 발생이 취소됩니다.]

[글의 원주인인 토끼의 트라우마가 약해집니다.]

[현재 집필 중인 소설이 완결되기 전까지는 트라우마가 재발하지 않습니다]

[토끼의 글을 비난하던 사람에게 완벽한 복수에 성공했습니다]

[토끼의 컨디션이 7일간 중 이하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토끼의 집필 속도가 7일간 5% 추가 상승합니다]


순식간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하나하나 읽어갈수록 수혁의 입가에 미소가 점차 진해졌다.

순수하게 상태이상을 피하고자 열심히 움직였을 뿐인데 그 결과로 더 큰 보상을 얻은 것이다.


"운이 좋네"


뀨?


수혁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책상에 앉아 있던 토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 며칠 묘하게 기운이 없어 보이던 모습이 아닌 원래보다도 밝고 경쾌한 모습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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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 유료화 +3 24.04.13 1,736 53 15쪽
12 11. 리드온리 +3 24.04.12 1,916 51 15쪽
11 10. 원페를 뚫다. +3 24.04.11 2,056 55 12쪽
» 9. 악연의 싹을 짓밟다 +2 24.04.09 2,100 59 13쪽
9 8. 잔자디라라 +1 24.04.08 2,054 55 12쪽
8 7. 조혼광마 +7 24.04.07 2,144 60 13쪽
7 6. 글쓰는 AI +7 24.04.06 2,258 68 15쪽
6 5. 공모전 참가 +6 24.04.05 2,308 64 13쪽
5 4. 송구민 작가 +5 24.04.04 2,383 71 12쪽
4 3. 웹소설 작가 토끼 +1 24.04.03 2,603 77 12쪽
3 2. 이상한 노트북 +4 24.04.02 2,706 86 13쪽
2 1. 각색의 천재 +5 24.04.01 3,069 82 17쪽
1 프롤로그 +2 24.04.01 3,155 6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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