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페페구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각색작가가 AI 토끼와 회귀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페이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3.28 18:13
최근연재일 :
2024.05.18 11:2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72,412
추천수 :
2,431
글자수 :
270,462

작성
24.04.02 07:50
조회
2,706
추천
86
글자
13쪽

2. 이상한 노트북

DUMMY

일단 진정하자

이런 장면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잖아?


수혁아 지난 10년간 쌓은 경험을 떠올려라

웹소에서 이런 전개는 흔하디흔한 패턴이잖아


'그걸 내가 직접 겪고 있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일단은 주변 정찰부터


흘긋흘긋


벽, 천장, 주변 가구까지 확인 완료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 눈에 익은 장소다


다음은 시간 확인

얼핏 기억에 남아있는 휴대폰을 들어 액정을 확인했다.


[25. 04. 08. am 8:00]


역시나 기억과 다른 날짜다.

하루나 이틀도 아니고 무려 10년 전 날짜


믿기는 힘들지만 나는 과거로 회귀했다.


* * *


"크기를 보니 4.5mm용 센터핀이면 맞을 것 같네요. 그런데 이 노트북은 어디 제품 건가요? 처음 보는 건데."

"아, 커스텀 제품입니다."


신기하다는 듯이 말하는 형님의 모습에 슬쩍 노트북을 감췄다.

눈빛이 왠지 위험하게 느껴져서


안타깝게도 내 감은 정확했다.


덥썩


"이거 사양이 어떻게 되나요? 아무리 커스텀 모델이라고 해도 외관을 보니 대충 몇 년은 된 거 같은데. 사양 알려주시면 괜찮은 가격의 좋은 제품 추천해 드릴게요. 이상한 곳도 아니고 대기업 제품이라 믿어도 됩니다"


이거 놔라 미친 용팔이 새끼야

인터넷에 요새 용팔이는 과거랑 달라졌다고 구라쳤던 새끼 누구냐?


너 이 새끼 여기 알바놈이지


"괜찮으니 충전기만 주시겠어요?"

"아니, 그러지 마시고 견적만 한번"

"그냥 갈까요? 어차피 규격도 알았으니 저는 인터넷으로 사도 되거든요. 오히려 그게 더 싸기도 하고"

"... 잠시만 기다리세요 고객님"


정색하고 말하니 그제야 노트북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물러난다.

가뜩이나 무섭게 생긴 얼굴이 잔뜩 구겨졌지만 내가 알게 뭐야


집에 도착해 충전기를 꼽자 다행히도 노트북에 충전등이 들어왔다.

완전 방전 상태라 전원은 조금 뒤에 켜야겠지만 일단 한숨은 돌렸다.


"아으, 철렁했네"


용팔이한테는 아쉬울 거 없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사실 당장 충전기가 필요했었다.

지금 내가 겪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설명해줄 물건이라고는 이 노트북 하나밖에 없는데 하필 이 타이밍에 방전되어서


"자, 일단 충전하는 동안 상황 정리를 좀 해보자"


나는 과거로 회귀했다.

그것도 10년이나 같이 일했던 작가의 손에 죽은 다음에 말이지


원인은 아마도... 노트북 같은데 이건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맘때 뭐 하고 있었더라?


"학교는 올해 2월에 졸업했을테고, 오래 하던 알바도 이때쯤 그만뒀던 거 같은데"


군대 기간을 제외하면 대학생활 내내 연재 중인 웹소 교정교열을 했었다.

소속 없이 프리랜서로 활동했는데 업계에 입소문이 퍼져서 일거리는 항상 넘쳐났다.


작업 속도가 빨라서 일이 많을 때는 한 달 동안 연재작 40편을 맡았던 적도 있었다.

당시 작품 대부분이 일일 연재였으니 천 건이 넘는 작업물을 처리한 셈이다.


덕분에 대학생활 내내 주머니는 든든했다.

건당 돈을 받았기에 한 달만 일해도 등록금이 뚝딱이었으니까


만약 제대로 된 직장을 잡으라는 부모님의 성화만 아니었다면 대학을 졸업해서도 계속 프리랜서 일을 했을 것이다.


"아니, 솔직히 부모님 말이 아니었어도 그만뒀겠지. 내색은 안 했지만 이때쯤 매너리즘에 빠져있었으니까"


돈은 많이 버는데 남는 게 없었다.

계약한 작품이 아무리 잘돼도 작가의 이름만 높아질 뿐, 나는 그저 교정교열만 담당한 외주 인사니까


그래서 그만뒀다.

어차피 똑같은 일을 한다면 당당하게 작품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그게 하필 신기성이어서 문제였지"


오랫동안 같이 일한 작가의 추천이라 덥석 믿은 내 잘못이다.

그 작가가 지인에게 사기당한 걸 알았을 때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걸 알았어야 했는데


"그러고 보니, 신기성은 어떻게 하지"


다이어리에 적힌 일정에 따르면 내일 신기성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과거에는 이렇게 만나 곧바로 보조 작가로 일하게 되었지만, 지금은 당연히 그럴 생각이 없다.


내가 고민하는 것은 이곳에 있는 신기성을 어떤 식으로 대할지였다.


"나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가서 복수하고 싶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 시간대의 신기성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나만 기억하는 원한을 갚겠다고 복수를 했다가는 오히려 내가 범죄자로 몰리기도 할 거고


"더는 엮이지 않는 게 최선인가"


사실 그게 최선이긴 했다.

수혁이 없는 신기성은 과거처럼 천재라 불리지도, 성공한 웹 소설 작가의 삶을 살지도 못할테니까


"그런 원작을 가지고도 졸작을 만들어 낸 놈이니"


수혁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회귀 전에 봤던 소설의 원작 내용이 남아 있었다.

제대로만 집필했다면 그 모두가 명작으로 꼽힐만한 매력적인 이야기였으나


신기성은 그런 원작을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완전히 망쳐 놨다.

수혁의 각색한 결과가 더 원작과 가까울 지경이었다.


만약 수혁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는 결코 상업 작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도 그의 글을 사주지 않았을 테니까


"일단은 면접은 가지 않는 걸로. 그 이상은... 조금 더 생각해보자"


일단은 대기

하지만 신기성이 조금이라도 내 인생에 태클을 걸려고 하면 그때는 나도 모르겠네


* * *


노트북의 충전은 꽤 오래 걸렸다.

남들이 봤다면 배터리나 충전 단자가 망가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래도 끈덕지게 기다린 결과 충전을 시작한 지 6시간이 지나자 노트북의 전원이 켜졌다.

그런데 부팅된 노트북 화면은 내 생각과 달랐다.


"...왜 바탕화면이 평범하지?"


초록 동산에 맑은 하늘

암만 봐도 전형적인 윈도우 기본 바탕화면이었다.


보통의 노트북이라면 당연한 모습일지 몰라도 이 노트북은 보통의 노트북이 아니었다.

무려 회귀와 관련됐다고 여겨지는 물건 아니던가?


답답한 마음에 수혁이 노트북에 손을 가져다 댔을 때였다.




어딘가 익숙한 효과음이 귀에 울리더니

회귀 전에 보았던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촌장의 접속을 확인하였습니다]

[잊혀진 마을을 활성화합니다]


"이건...!"


수혁이 메시지의 내용에 놀라고 있을 때

노트북의 화면이 깜빡이더니 이내 다른 화면이 떠올랐다.


조금전의 바탕화면이 평화로운 동산의 모습이었다면

바뀐 화면은 버려진 숲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숲의 구석에 수혁이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토끼가 웅크리고 있었다.


"차, 찾았다!"


뒷태만 남은 기억과 달리 화면에는 정면 모습이 보였으나 확실했다.

저 토끼는 어제, 아니 전생? 아무튼, 이전에 만났던 그 토끼였다.


내 생각이 맞는다는 듯 또다시 메시지가 떠올랐다.


[잊혀진 마을에서 거류 중인 동물을 찾았습니다]

[토끼가 마을에 정착하길 희망합니다.]

[토끼를 마을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시겠습니까?]


"하아, 이것 좀 어떻게 안되나? 깜빡이도 없이 자꾸 나타나네"


신기한 것도 한 두 번이지

예고도 없이 나타나서 시야를 가려버리니 너무 불편하다.


'혹시라도 길을 걷고 있거나 운전 중에 이러면 백퍼 사고 각인데'


다행히 수혁은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수혁의 말을 들었는지 시야에 나타나던 메시지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 대신 이제는 노트북 화면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건 좀 괜찮네. 적어도 사고 날 일은 없으니까"


당장 걱정하던 문제가 해결되니 이제야 메시지 내용이 보인다.

확인한 메시지는 저절로 사라졌기에 전부 확인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 메시지까지 읽고 토끼를 찾았다.

녀석은 아직도 처음 그 자리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기분 탓인가"


녀석의 모습이 불안해 보였다.

메시지의 내용 때문인지 왠지 쫓겨날까 봐 눈치 보는 세입자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은 토끼의 얼굴을 자세히 보는 순간 더 심해졌다.

순백의 뒤태와 달리 얼룩무늬가 있는 가슴과 얼굴은 얼핏 멍이 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원래도 회귀의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토끼를 찾고 있었는데 저러고 있으니 더더욱 내보낼 수가 없었다.


"받아들일게"


말과 함께 수혁이 메시지 창에 YES 버튼을 누르자 곧 화면에 변화가 생겨났다.

녀석이 있던 곳에 집이 생긴 것이다.


덕분에 배경화면의 분위기가 조금 변했다.

이전에는 저주받은 숲 같았던 곳이 지금은 그래도 인적 드문 동네 정도?


"그런데 이러면 내가 토끼를 어떻게 보지?"


홈리스 토끼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건 축하할만한 일이지만 이래서는 곤란했다.

집이 삼각김밥보다 작은 덕분에 안에 있는 토끼가 안 보였으니 말이다.


가끔 창문에 토끼가 보이긴 하는데 저곳으로 토끼를 관찰할 정도로 내 시력은 좋지 않단 말이지

하지만 유능한 노트북은 이번에도 내 혼잣말을 놓치지 않았다.


"오오.. 보인다"


마우스 커서가 토끼 집을 선택하니 집 내부를 확대한 창이 나타났다.

삼각김밥보다 작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내부는 꽤 넓었다.


그런데 이제 막 입주한 주제에 도끼가 분주하게 가구를 옮기고 있었다.


"너 그거 다 어디서 났냐? 아까는 분명 빈손이었던 거 같은데"


쫒겨날까봐 눈치 보던 건 페이크였나?

침대와 옷장 같은 가구뿐만 아니라 냉장고와 세탁기 같은 전자기기까지 배치하는 걸로 봐서는 맞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가구 대부분과 전자제품을 배치한 토끼가 마지막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은 책상이었다.

앞발로 책상을 들고 집을 이리저리 오고 가던 토끼는 곧 가장 큰 창이 있는 곳이 마음에 들었는지 책상과 의자를 배치하곤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트북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노트북이라... 하긴, 냉장고도 있고 세탁기도 있는데 노트북만 없는 것도 이상하지"


회귀 전에는 내 질문에 타자를 치는 시늉을 하기도 했었으니까

그런데 그때와 같이 토끼가 노트북에 두드리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Condition Check]


"이건 또 뭐야? 갑자기 컨디션 체크라니? 누구 컨디션을 체크하는데?"


내 의문은 곧바로 해결되었다.

토끼의 위로 말풍선이 연상되는 팝업창이 생겨났거든


문제는 그 팝업창에 어디서 많이 보던 기계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슬롯머신? 설마 컨디션 체크를 저걸로 하겠다는 거야?"


슬롯머신 상단에 'Condition Check Machine'라고 적힌 것을 보니 아마 맞는 모양이었다.

그때 1 x 3 형태의 가장 기초적인 구성의 슬롯이 저절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게 뭐하는 건지..."


다른 것도 아니고 슬롯머신으로 컨디션을 확인하는 상황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데 이런 내 생각과 달리 토끼에게는 지금 순간이 꽤 중요한 모양이었다.


슬롯머신이 돌아가고부터 토끼의 큰 두 귀가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 또한 비웃음을 지우고 슬롯들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슬롯들의 속도가 천천히 줄어들더니 이윽고 모든 슬롯이 멈췄다.



[7] [3 BAR] [7]


"음? 이거 당첨된 거 아닌가?"


슬롯머신을 해 본 적은 없어도 규칙은 대충 알고 있다.

[7]은 슬롯머신에서 최상위 숫자였고 [3 BAR] 또한 꽤 높은 벨류의 슬롯이었다.


그런 내 기억이 맞는다는 듯 떨고 있던 토끼가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허공에서 열심히 뒷발을 구르는 게 꽤 기분이 좋은 듯 보였다.


이쯤해서 안 나오면 섭섭한 메시지도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나왔다.


[럭키!]

[토끼의 오늘 컨디션이 최상으로 고정됩니다.]

[토끼는 현재 작업 중인 작품이 없습니다.]

[신작 전체에 추가 옵션이 붙습니다.]

[독자들의 신작 평가가 30% 상승합니다.]

[신작의 집필 속도가 30% 상승합니다.]

[신작을 집필하는 동안 토끼의 일일 컨디션이 + 1이 됩니다]


"정말로 이 기계가 컨디션을 체크하는 거였어"


혹시나 했지만 정말로 슬롯머신이 컨디션을 결정하다니

이걸 사이버 펑크로 봐야 하나 토속 신앙으로 봐야 하나


컨디션 효과만 보면 토끼가 긴장해서 떨 정도로 중요한 일이긴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이로써 확실해졌다.


"역시, 내가 각색한 소설은 전부 네가 쓴 거였어"


사실 거의 확신하고 있긴 했었다.

그럼에도 만의 하나라는 게 있어서 결론을 내리는 걸 미루고 있었으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수혁이 시원함과 허탈함을 반반씩 느끼고 있을 때, 회귀 후 한번도 연락이 없던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소리를 통해 전화가 아닌 까톡임을 확인한 수혁이 여유롭게 휴대폰을 확인했다.


[수혁아, 미안하다]

[내일 면접 취소해야 할 거 같아]


톡을 천천히 읽던 수혁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어갔다.

지금의 상황은 과거에 없던 일이었다.


면접을 가지 않을 생각이긴 했으나 사건이 바뀐 이유는 알아야 했다.

수혁이 급하게 타자를 치고 있을 때 상대방에게 추가로 톡이 날아왔다.


[기성이에게 연락이 왔는데 사정이 생겨서 당분간 집필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래]


작가의말

본 작품은 제가 쓴 소설 ‘동물 AI가 글을 뽑아냄’의 리메이크 작임을 알려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각색작가가 AI 토끼와 회귀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16. 나도 나 좋아한다고 +1 24.04.17 1,630 54 14쪽
16 15. 공모전 대상 +3 24.04.16 1,649 57 13쪽
15 14. 지금은 순위에 없지 +7 24.04.15 1,671 56 16쪽
14 13. 동창회 +3 24.04.14 1,744 51 13쪽
13 12. 유료화 +3 24.04.13 1,736 53 15쪽
12 11. 리드온리 +3 24.04.12 1,916 51 15쪽
11 10. 원페를 뚫다. +3 24.04.11 2,056 55 12쪽
10 9. 악연의 싹을 짓밟다 +2 24.04.09 2,101 59 13쪽
9 8. 잔자디라라 +1 24.04.08 2,054 55 12쪽
8 7. 조혼광마 +7 24.04.07 2,144 60 13쪽
7 6. 글쓰는 AI +7 24.04.06 2,258 68 15쪽
6 5. 공모전 참가 +6 24.04.05 2,308 64 13쪽
5 4. 송구민 작가 +5 24.04.04 2,383 71 12쪽
4 3. 웹소설 작가 토끼 +1 24.04.03 2,603 77 12쪽
» 2. 이상한 노트북 +4 24.04.02 2,707 86 13쪽
2 1. 각색의 천재 +5 24.04.01 3,069 82 17쪽
1 프롤로그 +2 24.04.01 3,155 69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