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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구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각색작가가 AI 토끼와 회귀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페이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3.28 18:13
최근연재일 :
2024.05.18 11:2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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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0,462

작성
24.04.0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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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
12쪽

3. 웹소설 작가 토끼

DUMMY

[미안하다. 나도 걔가 그렇게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투낼 줄은 몰랐어.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무책임한 애더라고]


이해합니다

그놈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새롭게 알아가는 중이거든요


그래도 다행이지 않습니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누구처럼 10년을 속으면서 그 놈 좋은 일 시켜주지 않아도 되잖아요


10년이나 속은 병신이 누구냐고요?


'누구긴 누구야 나지. 씨발'


"사과는 됐고, 정확히 이유가 뭔데요?"

[몰라. 갑자기 노트북이 고장 났다나 뭐라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노트북이요?"


그게 이유라고?


[어이없지? 내가 그래서 그냥 새로 하나 사라고 했는데도 절대 안 된다는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노트북을 고쳐서 써야 한다나? 자기한테는 부적 같은 거라고]

"..."


확실했다.

이때의 신기성은 이미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었다.


'문제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는 건데'


면접 전날에 약속을 캔슬하거나 노트북이 고장 나는 일은 원래는 없던 일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과거에 수혁이 기성과 함께 일하는 일 따위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회귀 후 뭔가가 달라졌다는 것인데

다행히 수혁에게도 짐작 가는 바는 있었다


'내가 노트북을 가지고 회귀한 영향인가'


아니, 정확하게는 내가 노트북과 맺은 링크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 노트북을 처음 만졌을 때 나타났던 메시지 내용이 꽤 의미심장했거든


[링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존의 불완전한 링크는 제거됩니다]


이 메시지의 내용대로라면 나는 기존의 링크를 대신해서 새롭게 링크를 맺었다.

그렇다면 나 이전에 이 노트북과 링크가 되어있던 사람은 누굴까?


'당연히 신기성이겠지'


심지어 제대로 된 링크도 아니라 불안정한 링크란다.

회귀 전에도 그 상태였으니 10년 전인 지금도 마찬가지겠지


그런 상황에서 완전한 링크에 성공한 내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확실하진 않아도 아마 회귀전과 마찬가지로 링크가 끊어지지 않았을까?


'새로운 링크가 연결됐다고 기존의 링크를 끊는 것을 보면 이 노트북의 링크는 다중이 아니라 단말일 가능성이 높아'


무엇보다 노트북 안에 있어야 할 토끼가 현재는 내가 촌장으로 있는 마을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신기성 가지고 있는 노트북은 일반 노트북이나 마찬가지였다.


회귀 후 내가 다시 접속하기 전에 이 노트북이 그랬듯이


[아무튼, 제대로 소개해주지 못해 미안해. 내가 네 도움을 받아서 대박 난 작품이 몇 갠 데. 대신, 다음에는 더 제대로 된 작가를 소개해줄게. 요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한테 말하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네

이 아저씨, 지금쯤 그 사람들 만나고 있겠구나


문화 후원단체 [더 올바른]

몇몇 금수저가 주축이 되어 여러 분야의 유명인들과 함께 비전이 보이는 문화 예술인들을 후원하는 제단


...이긴 한데


'이걸 말해줘야 하나'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게, 저 아저씨


저기에서 만난 사람들한테 사기당하고 쫄딱 망하니까


* * *


나에게 신기성을 소개해준 오래된 고객과의 통화를 마치고 돌아왔더니 그새 새로운 이벤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토끼가 새로운 작업을 집필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용 폴더가 생성됩니다.]

[바탕화면 - 토끼 - 협곡의 지배자]


"이건 또 뭘까? 요새는 하루하루가 아주 스펙타클하네"


하루가 뭐야

매시간이 아주 새롭다.


띠링


[새로운 문서가 연결되었습니다. 저장하시겠습니까?]


이거 봐

돌발 퀘스트가 끊이지가 않잖아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일이냐"


메시지를 잠시 옆으로 치어두고 토끼 집을 확대해 봤다.

이 모든 메시지의 원인이 그 안에 있을 테니 말이다.


토끼는 아까와 다름없이 노트북 펴놓고 앉아있었다.

그나마 다른 점이라고는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는 거?


펄럭펄럭


얼마나 리드미컬하게 키보드를 두드리시는 지

바짝 세운 귀가 행사장 풍선처럼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묘하게 시선을 잡아끈다.

불멍이나 물멍은 들어봤어도 귀멍은 처음 듣는데..


띠링


[새로운 문서가 연결되었습니다. 저장하시겠습니까?]


"아씨, 깜짝이야"


타이밍이 절묘하다.

인제 그만 멍청함에서 돌아오라는 뜻인가?


아무튼 덕분에 정신이 돌아오긴 했다.


"그러니까, 지금 글 쓰고 있는 거지?"


타다다다다


내 말에도 토끼의 손, 아니 앞발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타자를 치고 있었다.


이상하다.

회귀 전에는 내 말을 알아듣는 거 같았는데


'그때가 특별했던 건가, 아니면 링크가 활성화되면서 이제는 소통이 안 되는 건가'


어느쪽이든 당장 중요한 건 아니었다.

당장은 계속해서 눈앞에 뜨는 이 메시지를 처리하는 게 더 급하니까


띠링


[새로운 문서가 연결되었습니다. 저장하시겠습니까?]


"알았다고"


벌써 세 개째 뜨는 메시지에 전부 확인을 눌렀다.

그러자 바탕화면 구석에 생긴 폴더가 스스로 열리더니 그 안에 새로운 파일이 실시간으로 생겨났다


[협곡의 지배자 프롤로그.text]

[협곡의 지배자 1화.text]

[협곡의 지배자 2화.text]


"음.. 이거 제목 괜찮나? 왠지 라이엇한테 고소미 먹을 것도 같은데"


아무래도 내 사고회로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당장 내 눈앞에서 토끼인지 AI인지 모를 녀석이 글을 쓰고 있고

심지어 그 글이 알아서 저장까지 되고 있는데 이건 신경도 안 쓰이고 제목이 괜찮은지만 생각하고 있으니


이게 그 스트레스성 현실도피인가 그건가?


"일단 이것부터 확인해 보자"


생각이야 많았지만 지금 당장 할 일은 정해져 있다.

토끼가 집필한 이 소설을 확인하는 것


"드디어 확인해 볼 수 있겠네"


며칠이 지났지만 수혁은 아직도 회귀 전의 환상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세부적인 장면이나 설정들은 많은 부분 희미해졌지만, 그때의 느꼈던 충격과 황홀함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종류의 것들이었다.


그랬기에 계속해서 궁금했었다.

그때 겪었던 경험이 진실인지 아니면 자신의 머리가 만들어낸 환각인지 말이다.


"후우, 가자"


짧게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힌 수혁이 소설의 프롤로그를 실행시켰다.


그와 동시에

수혁의 시야가 까맣게 변했다.


* * *


붉은 어금니는 자랑스러운 붉은 갈퀴 부족장의 새끼 중 하나였다.

붉은 갈퀴 부족은 한때 저 드넓은 초원인 '영원의 어머니'를 나누어서 다스리던 지배 종족 중 하나였으나


현재는 전성기의 세력을 대다수 잃고 초원의 구석까지 쫓겨날 정도로 영락한 상태

하지만 그의 아버지이자 부족장은 언제고 반드시 영원의 어머니, 그 중심으로 돌아가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세력을 회복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호시탐탐 그들을 노리고 있던 검은 숲의 하이에나들이 공격해 왔기 때문이었다.


"헉헉"

"어디 가니 꼬마야? 이제 더 갈 데가 없을 텐데?"


뒤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붉은 어금니는 이를 악물고 뒤를 돌아봤다.

어차피 그의 앞에는 거대한 협곡이 가로막고 있었기에 더는 앞으로 갈 수도 없었다.


"썩은 고기나 찾아다니는 비겁한 놈들이!"


거친 말과 다르게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몸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붉은 어금니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상대들을 향해 이를 드러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눈앞의 짐승들이 그의 친구들과 동생들이 어떻게 했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할짝


"흠, 그래도 그 위대한 붉은 갈퀴 부족이라 이건가? 용기가 가상한데?"

"그러게, 오줌 지리겠어?"

"크크큭, 그래 봐야 아직 꼬맹이지 뭐. 난 저놈의 심장은 어떤 맛일지 기대가 되는걸?"


주둥이 주변을 피에 적신 하이에나들의 모습에 붉은 어금니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억지로 이를 드러내던 모습도 바뀌어 눈에 진득한 살기까지 어리기 시작했다.


억지로 만들어낸 변화가 아니었다.

저 주둥이에 묻은 피가 방금까지 그와 같이 도망치던 어린 늑대들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나타난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을 더러운 놈들..."


그와 같이 도망친 늑대 중에는 이제 겨우 달리기를 시작하는 어린아이들도 있었다.

그들을 살리기 위해 미끼를 자처한 붉은 어금니의 행동이 의미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먼저 영원의 어머니 곁으로 떠난 친구와 동생들을 생각하며 그가 이를 악물었다.


"작정했구나"


이번 습격에 저들이 얼마나 많이 투입된 것인지는 몰라도 시체에 남은 살을 모두 발라먹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 말은, 힘이 원천인 심장만 급하게 처먹고 자신을 쫓아왔다는 말이었다.


앞에 있는 놈 중에 몇몇 기운이 강해진 게 저놈들이 자신들의 친구를 먹은 것 같은데 그 외 다른 하이에나들의 주둥이는 깨끗했다.

심장을 먹은 이들을 제외하면 친구들의 시체에 입을 가져다 댄 놈들이 없다는 말이었다


이는 하이에나들의 목적이 자신들의 살이 아닌 심장이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버지가 가만두지 않을 거다"

"풋, 붉은 발톱이? 그럴 리가"

"꼬맹아, 넌 우리 부족원이 여기에 다 몰려온 거라고 생각하냐? 여기에 온 숫자보다 몇 배는 많은 숫자가 남은 너희 부족에 간 상태야"

"뭐, 거기는 무시 못할 놈들이 많으니 큰 싸움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적어도 여기로 달려올 놈들은 없다는 말이지"

"크르르르"


하이에나들의 말에 붉은 어금니가 으르렁거렸다.

저 더러운 놈들이 자신들뿐만 아니라 부족까지 노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그 뿐

아직 성인도 되지 못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친구들과 동생들이 함께 있었을 때도 녀석들을 상대하지 못했는데, 동료의 심장을 먹고 더 강해진 놈들을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내가 살아서 돌아온다면 너희 더러운 하이에나 놈들을 전부 찢어 죽여버리겠다"


그 말을 끝으로 붉은 어금니는 뒤로 몸을 날려 협곡 밑으로 떨어졌다.

이대로 자신의 심장까지 녀석들에게 빼앗겨 놈들을 성장시켜줄 바에는 자살을 택한 것이다.


'미안하다'


이미 죽어버린 자신의 동료들을 떠올리며 붉은 어금니는 이를 악물었다.

저주를 남기기는 했어도, 사실 그 또한 이미 자기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협곡에 떨어진 동물 중에 누구도 돌아온 이가 없었으니 아직 성인도 되지 못한 그가 살아날 가망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결정으로 초원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협곡 아래로 떨어진 붉은 어금니가 죽지 않았다.

오히려 계곡 아래에서 죽은 맹수들의 심장을 먹고 절대 강자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한 때, 영원의 어머니의 중심에서 초원의 동물들을 다스렸으나

몰락에 몰락을 거쳐 멸종을 걱정해야 했던 붉은 갈퀴 부족은 붉은 어금니로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 * *


"후아..."


현실로 돌아온 것을 느끼는 순간 숨이 터져 나왔다.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한 결과였다.


그만큼 방금 본 환상은 압도적이었다.

그걸 깨닫자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이게 원래 소설의 수준이었단 말이지"


원작의 환상은 회귀 전에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이런 대작을 놓고 고작 어쭙잖은 삼류 동화나 만들어 낸 신기성을 욕했었는데 다시 한번 겪고 나니까 거듭 화가 난다.


"진짜 신기성 그 새끼는 어떻게 작가가 된 거야?"


아무리 집필을 못하고 구성력이 떨어져도 기본이라는 게 있는 법인데

내가 방금 본 환상을 작가 지망생 중 아무에게나 던져주고 소설로 쓰라고 해도 신기성이 쓴 결과물보다는 나을 거다.


그런데 더는 신기성을 욕할 여유가 없었다.


근질근질


"하아... 이런 걸 봤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


각색 작가도 작가는 작가다.

자격지심에 사로잡힌 소인배 밑에서 10년을 버틴 건 결국은 나 또한 재미있는 글을 읽고, 또 쓰고 싶었던 욕망 때문이었다.


그런 내 앞에 새로운 먹이가 나타난 거다

신기성이 준 썩고 말라비틀어진 고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A++ 한우가


타닥, 타다다닥


노트북 안에서 글을 쓰는 토끼처럼

수혁도 어느새 새로운 한글 파일을 열고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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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 원페를 뚫다. +3 24.04.11 2,055 55 12쪽
10 9. 악연의 싹을 짓밟다 +2 24.04.09 2,099 59 13쪽
9 8. 잔자디라라 +1 24.04.08 2,053 55 12쪽
8 7. 조혼광마 +7 24.04.07 2,143 60 13쪽
7 6. 글쓰는 AI +7 24.04.06 2,258 68 15쪽
6 5. 공모전 참가 +6 24.04.05 2,307 64 13쪽
5 4. 송구민 작가 +5 24.04.04 2,383 71 12쪽
» 3. 웹소설 작가 토끼 +1 24.04.03 2,603 77 12쪽
3 2. 이상한 노트북 +4 24.04.02 2,706 86 13쪽
2 1. 각색의 천재 +5 24.04.01 3,069 82 17쪽
1 프롤로그 +2 24.04.01 3,155 6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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