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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구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각색작가가 AI 토끼와 회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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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3.28 18:13
최근연재일 :
2024.05.1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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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4.0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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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 송구민 작가

DUMMY

프롤로그를 보자마자 각색에 들어갔던 수혁은 곧 작업을 멈춰야 했다.


대충 훑어만 봐도 세계관과 이어지는 내용의 복선들이 파악되던 신기성의 소설과 달리

토끼가 직접 집필한 소설은 쉽게 생각하고 각색할 만한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세계관이 웬만한 대작 소설들보다 크고 치밀해. 이거 잘못 손대면 각색이 아니라 원작을 망칠 수도 있겠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신기성과 같은 꼴을 보일 수는 없지

그래도 나름 업계 사람들한테는 각색의 신이라 불릴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는데 말이야


[새로운 문서가 연결되었습니다. 저장하시겠습니까?]


"또? 오늘 하루 동안 몇 편이나 쓰려는 거야?"


협곡의 지배자' 폴더를 확인하니 역시나 새로운 파일이 생겨나 있었다.


[협곡의 지배자 9화.text]


프롤로그까지 계산하면 이틀 동안 10편을 집필한 셈인데


"이게 말로만 듣던 글 쓰는 기계, 그런 건가?"


생각해보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기계까지는 모르겠지만, 컴퓨터 안에서 움직이니 AI라고 생각할 수는 있으니까


"이 속도면, 조금 더 분량이 쌓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작업 들어가도 충분하겠네"


하루에 한 두편 정도의 연재분만 나온다면 어쩔 수 없이 각색을 서둘러야겠지

언제까지고 분량이 쌓이길 기다릴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지금처럼 집필 속도가 빠르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아무리 세계관이 크고 촘촘하게 짜여있다고 해도 분량이 쌓이다 보면 파악은 어렵지 않으니까


"우선, 지금 집필한 최신화를 읽어볼까?"


이전 8화까지의 내용은 이미 파악이 끝났다.

너무 재미있어서 몇 번이나 읽은 덕분에 세세한 대사까지 다 기억할 정도


마우스 커서를 9화에 가져다 대고 잠깐 심호흡으로 마음을 진정시켰다.

회귀 직전까지 합치면 두 자리 수의 경험을 했음에도 이 경험은 매번 나에게 긴장과 흥분을 선사한다.


"가자"


딸칵


마우스 클릭 소리와 함께

내 시야가 암전했다.


그리고


"후... 후... 후우..."


거친 호흡을 토해낸다.

시계를 확인해보니 역시나 1분 정도 지났다.


참 신기하네

이번 환상 속에서도 며칠이나 보냈었는데


저쪽에서 얼마나 오래 있든 이곳의 시간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덕분에 갔다 온 직후에는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


"이것도 나중에는 익숙해지겠지"


가볍게 고개를 가로젓고 파일을 열었다.

조금 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파일만 열렸을 뿐 환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토끼가 쓴 소설들을 살피면서 알게 된 사실은 환상이 일회성 이벤트라는 것이다.

최초로 파일을 열 때만 나타나고 그 이후에는 그저 평범한 텍스트 파일만 열릴 뿐이었다.


환상의 잔상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9화의 내용을 순식간에 다 읽었다.

내가 경험했던 세계와 텍스트로 이루어진 세계가 만나 훨씬 더 입체적으로 변했고 완벽해졌다.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네"


어떻게 이런 소설을 가지고 그런 허접스러운 결과를 만들 수 있지?


"그래도 작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놈이 이 정도 차이를 모를 리도 없고"


신기성도 어쨌든 작가는 작가다.

적어도 소설을 보는 안목 정도는 갖추고 있다는 말이지


근데 그런 놈 앞에 토끼의 소설 같은 대작이 나타난다면?

놈의 성격을 생각하면 할 행동이야 뻔하다.


"작가 이름만 자기 이름으로 바꿔서 연재든 출판이든 했겠지"


그런데 정작 이놈이 내게 넘겨준 원작의 내용은 형편이 없었단 말이지


나처럼 각색에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식으로든 성공만 하면 된다는 마인드를 가진 놈이 굳이 원작을 수정했을까?


"혹시, 불완전한 링크라서 그런 건가?"


이게 가장 그를듯한 결론이긴 하다.


환상과 파일

둘 중의 하나라도 제대로 얻었다면 절대로 나올 만한 결과물이 아니었으니까


"환상은 몰라도 파일이 나왔다면 그냥 그대로 나한테 전달했을 놈이니"


만약 그랬다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먼저 그놈을 천재로 섬겼을 거다.

토끼의 소설은 내가 각색한 그 어떤 소설보다 뛰어났으니까


그런 소설을 쓰는 작가를 어떻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어?


"실상은 자격지심에 짜든 도둑놈 새끼였지만"


[띠디디디]


수혁이 협곡의 지배자를 다시 정주행하고 있을 때 알람이 울렸다.

한창 재미있게 소설을 읽고 있던 수혁은 그 소리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섰다.


마음 같아서는 집에서 토끼의 소설이나 더 보고 싶었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또 하나의 영혼이 사기를 당하고 나락으로 떨어져 내릴 테니 말이다


* * *


집 근처 카페로 들어온 수혁은 커피를 주문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평일 오후라 사람들이 꽤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이 동네도'


수혁은 대학을 입학한 후 쭉 이 동네에서 지냈었다.

그가 다니던 대학과도 가까웠고 서울 어디를 가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기성의 보조 작가로 들어간 이후로는 이 동네를 본 적이 없었다.

작가의 작업실이 있는 구로 쪽으로 이사를 한 탓이었다.


'그때 이사를 하지 말고 아예 집을 샀어야 했는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앞으로 5년 이내에 이 지역 인근이 전부 재개발이 들어가던가?

주택이고 상가고 전부 싹 밀고 아예 새로운 거리가 들어선다.


집이든 건물이든 최소 4~5배 이상의 보상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고는 얼마나 배가 아팠던지

그거 잊겠다고 더 열심히 일한 덕분에 신기성의 작품만 더 대박이 나버렸다.


'이번에는 꼬마 빌딩이라도 하나 사놔야지'


물론, 지금 당장은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아무리 알바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도 정도라는 게 있으니까


'어찌어찌 대출받고 일거리 땅겨오면 가능하기야 하겠지만'


지금도 교정교열 문의가 간간이 들어오는 중이라 하려면 할 수는 있다.

다만 그러고 싶지 않을 뿐


어차피 재개발이 확정되기까지 여유는 있었다.


무엇보다 이제는 교정교열이 아니라 다른 걸 해보고 싶었다.

내가 제일 잘하는 각색을, 우리 토 작가의 소설을 각색해서 연재할 생각이었다.


신기성의 삼류 소설조차 성공하게 한 나다

토 작가의 원작으로 실력을 발휘한다면 성공 그 이상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 카페의 문이 열리면서 익숙한 인물이 안으로 들어섰다.

누구를 찾는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는 그에게 수혁이 손을 들어 보였다.


"여기에요 송 작가님"

"오, 수 작가!"


수 작가라...

오랜만에 듣네


하긴, 저 아저씨 말고는 아무도 나한테 작가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왜 나를 작가라고 부르냐는 질문에 저 아저씨가 했던 대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각색 작가도 작가야. 막말로 언제까지 각색만 하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수 작가의 실력이야 내가 이미 잘 알고 있으니 미리 대우해준다고 생각해]


말 하나하나에 나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느껴지는 말이라서 당시에도 꽤 감동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작가라고 불리는 경우는 없었다.

대외적으로는 신기성의 비서로 작업실 내부에서는 선배님이나 수석으로 불리는 게 끝이었으니까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씁쓸해하고 있을 때

주문을 끝낸 송 작가가 내 앞에 앉았다.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어?"

"뭐, 똑같죠. 송 작가님은 잘 지내셨어요?"

"이쪽도 마찬가지지 뭐. 신작 준비 중이긴 한데, 유능한 피드백 담당자가 사라져서 좀 골치 아픈 상태지"


피식


상대의 말에 수혁이 웃었다.

지금 말한 피드백 담당자가 수혁 자신을 뜻하는 말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만 독립하실 때도 됐잖아요. 이미 대박 난 작품만 세 질이니 필요하시면 작업실 열고 피드백 담당 하나 뽑으세요"


헹!


수혁의 말에 이번에는 송 작가가 코웃음을 쳤다.


"누구를 데려다 놔도 수 작가만 하려고? 그리고 아직은 작업실 열 정도는 아니야. 최소 1~2질 정도는 더 성공하면 몰라도"

"어휴, 아직도 그 소리세요? 남들이 들으면 욕해요. 다른 작가들은 한 작품이라도 잘되길 기도하는 심정으로 연재하는데 송 작가님은 3편이나 대박이 났으니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성공한 거에요"

"아냐, 나는 아직도 배고파. 내가 왜 히딩크 감독을 좋아하는데? 아임 스틸 헝그리! 딱 내 마음을 표현한 말이라니까?"


아니 그거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히딩크 감독님을 좋아할 텐데

자기 욕심을 정당화하려고 너무 막 갖다 쓰시는데


그런데 갑자기 송 작가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신 작가 일은 내가 다시 한번 사과할게. 나도 한 다리 거쳐서 맺은 인연이라 성격이 그런 줄 몰랐네"

"아, 괜찮다고 했잖아요. 지나긴 일이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고. 역시나 우리 수 작가가 속이 넓어"


넓긴, 개뿔

파투 나서 가만히 있는 거지 회귀 전에 만났으면 내 입에서 좋은 소리 안 나갔을 껄?


수혁이 송 작가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자신을 신기성 작가에게 소개해준 송 작가에게 원망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에효, 이 아저씨도 뭐 알고 그런 게 아니니까'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심지어 10년을 같이 일한 그도 설마 신기성이 자신을 죽일 정도로 쓰레기라고는 생각 못했지 않던가?


원망할 대상이 따로 있는데 자신을 잘 대해주던 송 작가에게 화풀이하기는 싫었다.

수혁이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송 작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나저나, 어제 했던 얘기는 뭐야? 운만 띄워놓고 만나서 얘기해준다고 해서 내가 얼마나 궁금해했는지 알아?"

"...."


이걸 어디서부터 말해야 하려나

다짜고짜 아저씨랑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 사기꾼이니까 조심하시라고 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이 아저씨 성격상

내가 말려도 제대로 듣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


송구민 작가


30 대 후반의 나이에 대박 작품을 벌써 3질이나 쓴 스타 작가였으나

그 또한 신기성과 같은 약점이 있었다.


자격지심


남들이 본다면 젊은 나이에 성공한 웹소설 작가였지만

그는 사실 콤플렉스 덩어리라고 해도 좋았다.


160초반의 키에 100kg이 넘는 체중

고르지 못한 치열과 마이너스 시력을 보충하기 위한 두꺼운 뿔테 안경


한창 진행되고 있는 탈모와 얼굴 가득 퍼진 피부 트러블은 스타 작가라는 별명을 무색할 정도로 그를 볼품없게 만들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어느 작가보다 성공을 향한 탐심이 강했다.

높디높은 업적으로 자신의 콤플렉스를 가리려는 것이다.


'결국 그 욕심 때문에 사기를 당하게 됐지만'


문화 후원단체 [더 올바른]은 구성원 하나하나가 화려한 곳이었다.

미남 미녀뿐만 아니라 각종 인플루언서와 저명인사들까지 포함된 이곳과 관계를 돈독히 다진다면 더는 누구도 송구민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 것이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더 올바른]은 물론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후원 단체이며

그 이념을 위해 모인 회원들도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다만 그런 그들을 노리기 위해

또 [더 올바른]의 이름값을 노리고 오는 송구민 같은 사람들을 노리기 위해 사기꾼 또한 많다는 게 문제였다.


결국 그 사기꾼들에게 걸린 송구민은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과 소설의 권리를 날리고 말았다.


'이렇게 말해준다고 해도 믿을 리는 없겠지'


자신이 미래에서 왔으며 그곳에서 당신은 사기를 당한다고 해봐야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결국 수혁은 조금 돌아가더라도 송 작가 자신이 이상함을 알 방법을 쓰기로 했다.


"송 작가님, 혹시 NFT라고 아세요?"

"NFT? 그거 무슨 코인으로 사고 파는 캐릭터 말하는 거야?"

"...."


금리와 이자의 상관관계도 잘 모르는 양반이 NFT에 대해서 알고 있다라...

역시 벌써부터 작업에 들어갔었구만


오히려 잘됐네

설명할 필요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겠어


"제가 아는 사람중에 NFT 사기를 당한 사람이 있거든요."

"...사기?"


시종일관 웃상을 하고 있던 송구민이 표정이 수혁의 말에 딱딱하게 굳었으나

오히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수혁의 얼굴에는 진한 웃음이 지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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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 원페를 뚫다. +3 24.04.11 2,060 55 12쪽
10 9. 악연의 싹을 짓밟다 +2 24.04.09 2,106 59 13쪽
9 8. 잔자디라라 +1 24.04.08 2,058 55 12쪽
8 7. 조혼광마 +7 24.04.07 2,149 60 13쪽
7 6. 글쓰는 AI +7 24.04.06 2,263 68 15쪽
6 5. 공모전 참가 +6 24.04.05 2,314 64 13쪽
» 4. 송구민 작가 +5 24.04.04 2,388 71 12쪽
4 3. 웹소설 작가 토끼 +1 24.04.03 2,610 77 12쪽
3 2. 이상한 노트북 +4 24.04.02 2,713 86 13쪽
2 1. 각색의 천재 +5 24.04.01 3,077 82 17쪽
1 프롤로그 +2 24.04.01 3,166 6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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