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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마왕을 기르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작뚜
작품등록일 :
2022.10.31 08:23
최근연재일 :
2022.11.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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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276

작성
22.11.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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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화

DUMMY

“아빠, 왜 눈을 가렸어?”


구타가 끝나고.

노아가 슬쩍 손을 내리자 셀이 더 빨리 치우라는 듯 그의 손을 양손으로 잡고 아래로 잡아 끌면서 물었다.


“굳이 네가 안 봐도 되는 거라서.”


다만 하인즈의 의견은 그와 다른 게 분명했다.


“마왕한테 안 보고 자시고 할 게 뭐 있냐? ..아니, 왜 그런 표정으로 봐?”


노아가 눈을 부라리며 쳐다보니.

하인즈가 조금 흠칫하면서도 입으론 계속 조잘거리는 게 아닌가.


아마 노아나 레이첼과 마찬가지로 하인즈도 셀의 기운을 느끼고 그녀가 마왕이라는 걸 바로 알아챈 모양이다.


“너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마왕이랑 다니는 거야? 마왕은 왜 그런 꼬맹이 모습인 거고. 그리고..”

“잠깐 따라와 봐.”


셀도 본인의 전신이 마왕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어째 하인즈의 표정을 보건데 물불 안 가리고 다 질문할 기세라.

노아는 셀이 듣기 불편할 말이 나오기 전에 레이첼에게 셀을 맡기고는 하인즈를 데리고 근처의 방에 던지듯 집어넣었다.


쿵-!


“아야야.. 너 힘 조절 안 해? 팔 부러지겠다.”


그들이 들어온 곳은 내용물만 보면 청소 비품실이었는데,

그런 것 치곤 방 크기가 상당한 곳이었다.


“너야말로 입조심 좀 해. 내가 셀이랑 왜 다니는지, 셀이 왜 저 모습인지 같은 것들, 이미 다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너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은데.”


하인즈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애써 툴툴거리는 목소리를 내자.

노아가 냉담하게 받아쳤다.


“너 우리랑 황제 처음 보러 갔을 때도 황제가 그날 화장실을 몇 번 갔는지까지 알만큼 정보에 미친놈이잖아. 이미 셀에 대한 정보는 다 알고 있을 텐데.”

“그땐 그게 유용한 정보였으니까 알고 있던 거고! 크흠, 어쨌든 나도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건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그.. 셀?에 대한 정보는 다 알기가 어려웠다고. 내가 아는 건 셀이 마왕이고, 어째서인지 네 딸로 지내고 있다는 것뿐이란 말이야.”

“알아야 할 건 다 알고 있네. 그럼 됐잖아.”

“뭐가 돼?!”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냐며, 하인즈가 어이없다는 듯 소리를 크게 질렀다.


“너 같으면 숙적인 마왕이 난데없이 동료 딸이 됐다는데 바로 응, 그렇구나, 하고 납득할 수 있어? 그게 가능하면 그거야말로 미친놈이지.”


정론이지만.

죽어도 하인즈의 말에 동의하기 싫었던 노아는 수긍하는 대신 인상을 구기고는 주변의 낡은 나무 의자를 눈짓했다.


“앉아. 일단 네 정보 출처부터 알아야겠어.”

“미쳤냐? 내 목숨 줄을 알려주게.”

“네가 방금 나보고 동료라며. 동료면 목숨 정도는 믿고 맡겨봐.”

“너 지금 표정은 그때 싸웠던 마왕보다 무섭거든..”


투덜거리긴 했지만.

의외로 하인즈는 정보의 출처에 대해 순순히 털어놓았는데,


“솔직히 셀이라는 여자아이가 용사의 딸로 지내고 있다는 건 네가 요정족 집정관저에서 지낼 때 정보를 통해서 그냥 간단하게 알 수 있었고,”


노아도 이건 수긍하는 바였다.

어차피 숨기던 사실도 아니었고,

하인즈가 매니스국의 각 집정관저에 정보통을 두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중요한 건 여기서부터다.

하인즈가 어떻게 셀이 마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말이다.


“그 애가 마왕이라는 건 음.. 내 추측이 좀 많이 들어간 거야.”


하인즈의 추측이란 이랬다.


레이첼이 노아를 데리러 마왕성에 갔다가 돌아온 그 때,

노아만 온 것이 아니라 어떤 여자아이가 같이 돌아왔다는 것.

그 정보만 듣고 어떤 가설을 세웠다는 것이다.


“마왕성엔 마왕이랑 그 거무튀튀한 식물들을 제외하면 어떠한 생물도 살지 않는다는 건 나도 알고 너도 아는 건데, 그럼 분명 너랑 레이첼‘만’ 돌아와야 하는데 어떤 애를 데리고 왔다는 거. 이게 무슨 의미겠어? 너랑 마왕이랑 눈이 맞아서 지나가던 황새가 애를 두고 간 게 아니면..”


어째 어디선가 비슷한 얘기를 들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과 동시에.

노아는 자신도 모르게 하인즈를 노려보고 있었고,

하인즈는 그 시선을 정면으로 받고는 대화의 궤도를 돌려놓았다.


“어쨌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셀이 마왕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 물론 헤리트 제국에서 마왕이 안 죽었다고 주장하는 데다가 셀의 외모에 대한 정보를 들어서 추측에 확신이 생긴 거지만.”


하인즈라면 가능한 이야기다.

그는 직접 마왕을 본 단 네 명 중 한 명이니까.


“아, 참고로 방금 내가 말한 정보를 얘기한 그 ‘지나가던 행인’은 다른 곳엔 절대 이 정보를 발설 안 했어. 이 정보도 내가 네 동료라서 말해준 거니까, 아마 셀이 마왕성에서 왔다는 걸 아는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거야.”


지나가던 행인, 이라는 말을 할 때 하인즈가 이가 드러날 정도로 씨익, 웃는 바람에 아직도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지만.


농담과 실없는 소리를 자주 하긴 해도 이런 쪽으로 거짓말을 하진 않는 하인즈이기에.

노아는 일단 불안한 감정은 누르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노아가 좀 침착해졌다 해도.

하인즈의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마왕성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방정맞긴 하지만.

결국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없었다면 애초에 노아가 하인즈와 같이 마왕 토벌을 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노아는 하인즈에게 마왕성에서 레이첼이 그들을 데리고 떠난 직후부터의 이야기를 다 들려주었는데,


“음.. 그럼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니었네?”

“셀을? 내가?”

“아니, 뭐.. 나는 네가 마왕을 데리고 다닌다길래 힘으로 눌러서 써먹는 줄.. 아니, 말이 그렇다고, 말이!”


아무래도 하인즈는 노아가 마왕을 죽이지 않고, 대신 그가 알 수 없는 어떤 방식으로 마왕을 이용하고 있는 줄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 대략 그런 일이 있었고, 아직 궁금한 게 하나 남았어.”

“또 뭐?”

“이건 헤리트 제국에 대한 의문이야. 너 혹시 제국에서 어떻게 마왕 토벌이 실패했다는 걸 알았는지 뭐 알고 있는 거 있어?”

“아, 그거..”


물론 ‘그들이 아는 마왕은 토벌됐다’고 보는 게 맞지만.

어찌 보면 마왕이 재구축 된 셀이 살아있으니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뭣보다 최근 조인족 내에서 일어난 세뇌사건을 생각해보면,

마왕이 토벌되지 않았다는 헤리트의 입장에 더 무게가 쏠리는 것이고.


“너 ‘신녀’라고 알지.”

“어.”


신녀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노아의 미간이 짜증을 담아 우그러들었는데,

그가 기억하고 있는 신녀의 모습들이 대부분 ‘내 말은 신의 말이다!’라던가,

‘우매한 것들!’이라며 조롱하는 모습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가 이정도의 표정만 짓는 건 오히려 양반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신녀가 너가 돌아오기 하루 전에 신탁을 받았는데, 그게 ‘마왕은 아직 건재하다. 겉모습에 속지 말라.’였다고 하더라.”

“근데 난 그런 얘기 처음 듣는데?”


일반적으로 신탁이 내리면 대대적으로 공표하는 게 정상이다.

그게 헤리트 제국이든, 매니스국이든 말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고.


다만 신탁은 헤리트 제국의 신녀를 통해 좀 더 자주 내리는 편이었는데,

그로 인해 헤리트 제국이 좀 더 굳건해졌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노아는 물론이고.

레이첼이 마왕이 부활했다고 대대적으로 알렸을 때 집정관들의 반응을 생각해보면 그런 신탁이 있었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다.

다들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었으니까.

그러니 대처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처음 레이첼이 요청했을 때보다는 쉽게 사절단이 모이게 된 것 아닌가.


하지만 하인즈가 비밀을 말하듯 목소리를 죽이고 말한 내용을 들으니.

왜 신탁이 잘 알려지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바로 번복됐거든. 마왕이 건재하다고 하고 다음날에 다시 신탁이 내렸는데, 그땐 마왕이 또 죽었다고 하더라고. 신탁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셈이지. 심지어 그 뒤로도 계속 마왕이 살아있다, 죽어있다를 반복하는 바람에 지금은 아예 신탁을 거르고 있어. 그것 때문에 힐린의 처우가 미뤄지고 있는 건 다행이지만..”


충격적인 얘기다.

사람들이 신탁을 믿고 따르는 이유는 신의 ‘완전무결성’ 때문인데.

그런 신이 신탁을 번복했다는 건 신앙에 흠집이 가는 일인 것이다.


그리고 헤리트 제국은 초대 헤리트왕이 ‘테아’라는 여신을 모시고, 그 신력을 받아 그란베리국을 구한 뒤 헤리트를 세웠다는 건국신화도 있는 만큼.

신탁의 번복을 일부러 감췄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오히려 일리오스님이 너한테 미리 알려주셨을 줄 알았는데. 아무 얘기도 없으셨어?”

“없어.”


이쯤 되니 노아는 마지막으로 일리오스와 대화했던 그 때 그가 무언가 이상했다는 걸 떠올리고 있었는데,


‘앞으로 얘기도 못한다고 했었지.’

“업보도 대체 무슨 소리인지..”

“업보?”

“일리오스..님이 업보로 인해서 신탁의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다고 한 적이 있거든. 물론 인과에도 관여할 수 없다는 것도 있고. 그리고..”

“그리고 뭐?”

“아니야.”


사과까지 했다는 건 굳이 말을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그 얘긴 아마 일리오스가 노아 개인에게 말한 것일 테니.


“어쨌든 한 번 시도라도 해봐야겠어.”

“뭘?”

“신탁 받는 거.”


방금까지 신녀가 신탁을 엉망으로 받고 있다고 얘기한 참인데.

별안간 노아가 신탁을 받겠다고 한 소리에 하인즈의 표정이 의문으로 가득 차다가,

재밌는 장난감이라도 발견한 아이처럼 다시 불안하게 씨익- 웃었다.


“지금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네.”




한편.

매니스국의 사절단과 싸웠다는 소식을 들고 아버지, 길리언에게 향하는 피오나의 발걸음은 무겁기 짝이 없었다.


“하아..”

“체통을 지키시지요.”


한숨 한 번 했다고 뒤따라오는 시녀에게 꾸지람을 듣는 상황.

16살인 그녀에겐 무척이나 갑갑한 것이기도 했다.


시녀에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것이 아닌,

한숨 한 번 쉴 수 없는 스스로의 현실이 말이다.


그리고 어른스러워 보여야 한다며 일부러 화장을 짙게 하는 점이나,

걸을 때도 우아하게 보여야 한다며 몸 전체를 의식적으로 꼿꼿이 세우는 점 등등.


불편한 점을 꼽으라면 한도 끝도 없다.


‘힐린 언니랑 놀았을 때가 좋았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도 희미하지만.

그때가 무척 행복했었다는 것만은 또렷하게 남아 후회만 가득해졌다.


‘..역시 내가 나서서 언니를 구해야 돼. 일단 아버지께 선처를 부탁드려보자.’


굳게 다짐한 것 치곤 그닥 효과가 없을 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와중.

가능한 한 느리게 걸어가는 그녀의 옆으로 누군가가 쌩하니 달려갔다.


“..!”

“이보게! 지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다른 곳도 아니고.

황제가 기거하는 궁의 복도에서 이렇게 뛸 정도라면 어지간한 사안이 아니고선 용납이 안 되는 상황.

그에 뒤를 따르던 시녀가 한 소리하는 동안 누가 이렇게 빨리 달려가는지 피오나가 확인한 대상은,

신녀를 가장 지근에서 보좌하는 신관이었다.


“폐하-! 신탁이, 제대로 된 신탁이 내렸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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