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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마왕을 기르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작뚜
작품등록일 :
2022.10.31 08:23
최근연재일 :
2022.11.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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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276

작성
22.11.0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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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화

DUMMY

그때와 같은 짙은 남색의 눈동자.

어째서인지 그 눈을 똑바로 마주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 노아가 슬쩍 시선을 피했고.

셀은 그런 노아의 손가락을 꼭 쥐고 말했다.

그러지 말라는 것처럼.


“그땐 뭐가 뭔지 몰랐지만, 하나 확실한 건 알아. 아빠가 날 살렸다는 거.”


그에 노아가 반사적으로 정정하려했지만,

셀이 아이답지 않은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맞다니까. 내가 여기 있을 수 있는 건 그때 아빠의 선택 덕분이야. 그러니까 아빠는 아빠인 거야.”


논리적인 설명은 아니었지만.

셀의 말을 듣고 있던 레이첼은 문득 셀이 노아가 아빠인 이유에 대해 둘만의 비밀이라고 했던 것을 떠올렸고,

지금 말한 것이 그 비밀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비밀로 할 만 하네.’


자신을 죽이려 했던 자가 죽이지 않았으니 아빠라니.

표정을 보건데 노아도 몰랐던 것 같지만 말이다.


“왜 그걸 이제야 말하는 거야? 대체 왜 말도 안하고 혼자 감당하고 있었어?”


노아는 다리를 굽혀 셀을 마주하곤.

책망하듯 셀의 양 어깨를 잡아 물었는데,

얼굴을 보니 그저 셀이 걱정 되서 묻는 질문인 건 알 수 있었다.


“그때 아빠가 음.. 울 것 같은 얼굴이어서.”


셀이 지금도 그렇다며 웅얼거리니,

노아는 감정을 추스르려는 것처럼 눈을 한 번 꽉 감았다 뜨고는 셀을 응시했다.


“미안해. 혼자 많이 힘들었지?”

“별로.”


단칼에 대답하는 모습이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보여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노아는 앞으론 이러지 말라며 신신당부하고는 셀의 머리를 쓰다듬었는데,

노아가 왜 이러는지는 모르는 것 같았지만.

셀은 일단 고개를 끄덕이고는 헤벌쭉 웃었다.


“..둘 사이가 더 돈독해진 건 좋은 일이지만, 아직 문제는 해결 안 됐어.”


그때 레이첼이 헛기침을 하고는 본 주제를 다시 꺼냈다.


“내가 아까 말하고 싶었던 건 지금 조인족의 행태가.. 예전 우리가 여행한 목적의 전조증상과 같아서야.”


나름 신경을 쓴 것인지 레이첼은 셀이 본인의 정체를 알고 있다고 말했음에도 마왕이라는 단어를 돌려 말했고,

노아도 그걸 바로 이해했다.


그리고 그건 사태의 심각성이 꽤 크다는 뜻과 같았기에.


“얘기만 들으면 그렇지만, 그렇다고 전조라고 판단하기엔 좀 극단적인 것 같은데.”


셀이 살아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셀이 마왕이느냐,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지금 조인족처럼 이변이 나타나는 경우는 마왕이 스스로의 힘을 각성하고도 몇 년은 더 지나야 나타나는 현상이었고.


“그래서 확인차 너보고 가보라고 한 거야. 내가 생각하기엔 다른 마.. 그게 나타난 게 아닌가 해서.”

“그게 가능해?”

“나야 모르지. 그런데 원래 위험이라는 건 항상 최악을 상정하고 대비해야 하는 거라고.”


누가 보면 비관주의자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이런 레이첼이었기 때문에 벗어난 위험이 적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다른 징후는 없고?”

“아직은. 자세한 건 예전처럼 신탁이라도 나와야 알 수 있겠지.”

“어쩔 수 없나..”


결국 납득한 노아가 가겠다고 대답하자.


“아빠, 그럼 조인족이라는 사람들 보러가는 거야?”

“너는 안 돼.”

“뭐?! 왜?”


철썩 같이 가는 거라 생각하고 있던 셀이 거의 소리 지르듯 물었는데,

그에 오히려 노아가 당황할 정도였다.


“당연히 위험하니ㄲ..”

“나 강해!”


그야 일반인과 비교하면 그렇겠지만.

이번은 그냥 여행이 아니고, 사절처럼 공식적으로 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심지어 마왕에 관련된 것인데.


“안 돼.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싫어!”


떼를 쓰는 모습이 영락없는 그 나이대 아이 같은 모습이었기에 위화감은 없었지만.

문제는 셀이 갑작스레 노아와 떨어져야 한다는 현실에 충격을 먹은 나머지 자제력을 잃어간다는 점이었다.


비록 겉으로야 울음을 참고 있긴 했지만,

감정이 요동쳐서 그런지 집정관실 가득히 꽂혀있던 책들이 덜덜거리다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


이윽고 흡사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방 전체가 흔들거리기 시작하자.


‘와, 꼬맹이 주제에..’


단번에 이 원흉이 셀이라는 것을 알아챈 레이첼이 놀란 것도 잠시.

그녀는 두통이 이는 것처럼 이마를 짚고는 셀을 달래기 위해 여러 얘기를 늘어놓았다.


어차피 조인족 관할령 바로 앞까지 텔레포트로 가니 문제만 해결되면 오가는 데 걸릴 시간은 거의 없을 거라는 것과,

자신이 요정족 대리로 간다는 서신도 써줄 것이며,

네 아빠는 가장 강한 인간이니 위험할 일이 없을 거라는 것 등등 말이다.

하지만.


“싫어! 나도 갈 거야!”


지금 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건 그런 말들이 아니었다.


“내가 해결할게. 너는 나 갈 준비랑 정보 수집 좀 해줘.”


노아는 익숙한 일이라는 듯 냉큼 셀을 안고는 레이첼의 뒤에 있던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는데,

셀이 나가자마자 쥐죽은 듯 고요해진 방의 모습에 레이첼이 어이없다는 듯 의자에 털썩, 앉아 중얼거렸다.


“저런 애를 가르치라고?”


레이첼이 ‘제안을 너무 쉽게 받아들인 게 아닌가’ 라던가,

자신도 흥분하면 저런 비슷한 일이 일어나니 테제에게 미안하긴 하다는 생각들을 하는 사이.


노아는 방 밖 잔디에 다리를 굽히며 부드럽게 착지하곤 셀을 내려놓았다.

이제 셀의 눈엔 눈물이 가득 맺혀 떨어지기 직전이었는데,

그 모습에 노아가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아빠는 지금 이게 웃겨?”

“나는 오히려 이게 울 일인가 싶은데.”

“뭐야! 너무해!”


그렇다고 셀이 더 난동을 피우게 둘 생각은 없었기에.

노아는 다시 셀의 눈을 직시하고 말했다.


“셀, 당장은 힘들지 몰라도 이건 꼭 아빠 혼자 가야하는 일이야.”

“싫어.”


노아의 말이어도 듣지 않겠다는 듯.

셀은 눈을 꽉 감고는 본인의 손으로 귀까지 막아버렸는데,


“너 그래도 들린다며?”

“이익..!”

“화내지 말고.”


노아는 셀을 붙들어 자신을 보게 하곤 다시 말을 이었다.


“약속할게. 하루.. 아니, 늦어도 이틀 안엔 올게. 두 밤만 자면 되는 거야.”

“너무 길어.”


어떤 일이 있는지 모르는 이상 이틀도 부족할지도 모르는데.

괜히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할 순 없기에 노아는 다른 제안을 꺼냈다.


“그럼 예전부터 하고 싶어 했던 거 하게 해줄게.”

“..어떤 거?”


이건 관심이 좀 생기는지 셀이 드디어 눈을 맞췄다.


“마법.”

“마법..!”


원래부터 레이첼에게 마법을 가르쳐 달라는 얘기를 꺼내긴 했지만.

셀이 모르는 이야기이니 좋게 써먹으면 좋은 일이지 않나.


실제로 셀은 언제 울었냐는 듯 그 큰 눈을 반짝이면서 집중했다.


“물론 나는 못 가르쳐 주고, 레이.. 아줌마한테 부탁해놓고 갈게.”

“꼭 아줌마한테 배워야 돼? 그냥 쓰면 안 돼?”


기대했던 표정이 대번에 쭈그러드는 게 웃기긴 했지만.


“매번 안 된다고만 해서 미안해. 그런데 이건 진짜 어쩔 수가 없어. 나는 마법을 할 줄 모르고, 안 배운 상태로 쓰는 건 위험하니까.”

“음.. 그럼 내가 잘 배워서 아빠 알려줄게.”


배운다고 배워지는 게 아니긴 하지만.

일단 셀을 진정시킨 것에 의의를 두고,

노아는 기대하겠다며 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다시 레이첼의 집무실로 올라갔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진행할 테니..”


집무실엔 테제가 있었는데,

차마 아까처럼 안 들어올 순 없었던 건지 이번엔 문에 바짝 붙어 레이첼과 굉장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나 부탁할게 있는데.”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창문으로 들어온 노아를 보고 잠시 시선이 머물긴 했으나.

말을 걸었다간 더 오래 붙잡혀 있을 거라 판단한 건지,

테제는 아예 노아를 못 본 척하곤 밖으로 나가버렸다.


달칵.


“..부탁할게 뭔데?”


그리고 그런 테제를 보고도 별 말을 하는 대신 레이첼은 노아를 돌아보았는데,

그녀 역시 창문으로 들어온 그를 보고도 전혀 놀란 기색은 없었다.


“셀 마법 좀 알려달라고.”


그런 레이첼에게 노아가 양손으로 셀을 들어 올려 내밀었다.


“...”


셀은 팔짱을 끼고 뻗대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마치 자신이 배워주는 걸 감사하게 여기라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걸 레이첼도 적나라하게 느꼈는지 일순 말없이 셀을 쳐다보았는데,

이내 체념한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입으로 한 얘기가 있으니 어쩔 수 없지.”

“그럼 잘 부탁할게. 난 바로 가?”

“어. 짐은 1층에 있고, 텔레포트는 테제가.. 아니다, 그냥 1층까지 같이 가자.”


텔레포트는 고위급 마법이기에 전 대륙에 걸쳐도 쓸 수 있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이긴 했지만.

반대로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고, 마나석만 있다면 마법사가 아닌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마법이기도 했다.

물론 그만큼 보안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요정족의 집정관저 내부에서 텔레포트가 가능할 리가 없었다.


실제로 노아의 집에서 이곳으로 텔레포트 해왔을 때도 집정관저 앞의 텔레포트 전용 구역을 이용했는데,

이번에도 셋은 1층에서 아주 간단하게 꾸려진 노아의 짐을 챙긴 뒤 집정관저 밖으로 이동했다.


‘여긴 올 때마다 주차장 같다는 느낌을 받는단 말이지.’


지워지지 않는 흰색 선으로 전송지와 수신지를 구별해놓은 그곳은, 정말 잘 사는 집의 개인 주차구역처럼 보였다.


“아빠, 이틀 뒤에 봐!”

“그래. 최대한 빨리 올게. 아줌마한테 잘 배우고.”

“아줌마?!”


너까지 그러면 어떡하냐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노아는 텔리포트 관리자에게 전송지역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올게!”


그 말을 끝으로.

노아는 잘게 부서지는 빛 무리에 섞였다가,


슈욱..


거대한 암산과 그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울창한 숲 앞에 도착했다.


“진짜 딱 관할령 앞까지 보냈네.”


암산엔 여러 형태로 구멍이 빼곡히 뚫려있고,

구멍마다 두꺼운 나무로 지은 횃대나 오두막 같은 것들이 감탄이 나올 정도로 지어져 있었는데,

집 위에 집을 지은 것 같은 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건축물이 신기할 정도로 암산을 둘러싸고 있는 건 몇 번을 봐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다만, 지금은 그 장관이 잘 들어오지 않았지만.


‘저거 전부 조인족인가?’


그 이유는 암산을 다 가릴 정도로 많은 조인족이 암산 주위를 빙빙 날고 있어서였는데,

단순히 날고 있는 것이 아닌 대형을 갖춰 날고 있어서 저건 저것대로 장관이었다.


‘다행히 출입까지 완전히 막힌 건 아니네.’


구경은 나중에 하고.

일단 크게 뚫려 있는 길을 따라 숲에 들어선 노아는 잠시 다리를 풀곤 앞으로 쏘듯이 달려 나갔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야 신기해서 이 넓은 길을 꽉 채운 무역 물품들과 상인들을 구경했지만.

지금은 급하기도 하고, 뭣보다 그때처럼 구경할 것들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무슨 일이 있긴 한 거야.’


이렇게까지 왕래를 단절하다니.

무역으로 굴러가는 조인족이 무역을 하지 않는다는 건 말라죽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숲에서야 자재와 식량을 좀 조달할 수 있겠지만,

중심의 암산에서 나오는 것이라곤 바위밖에 더 있겠냐는 말이다.


애초에 그들의 특성상 한 곳에 정착해 사는 경우가 거의 없기도 하고.


‘중심으로 오라고 유인하는 것 같아서 뭔가 꺼림칙하긴 하지만..’


가지 않는 이상 알 수 있는 건 없다.


그리고 노아가 숲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갔을 때.

조인족의 숲 전체를 거대한 보랏빛 장막이 에워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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