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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마왕을 기르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작뚜
작품등록일 :
2022.10.31 08:23
최근연재일 :
2022.11.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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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8,276

작성
22.11.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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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9화

DUMMY

레이첼이 말한 ‘동료’가 힐린을 말하는 것임을 바로 알아들었는지.

피오나가 주먹을 꽉 쥐고 부들거렸는데,


“저도..”

“...”

“저도 힐린 언니가 죽게 내버려 두는 게 얼마나 고통스럽다고요!”


피오나가 새된 것에 가까울 정도로 빽, 소리를 지르자.

일순 접견실이 완전히 조용해졌다가.


“좀 참아봐, 이 멍청아!”


갑자기 테나가 속삭이듯 소리를 질렀는데,

알고 보니 이런 자리에 처음 온 기빌이 내내 긴장하고 있다가 피오나의 외침에 딸꾹질을 시작한 것이었다.


“..가관이군.”


페일이 어이없다는 듯 말한 것을 시작으로.

집정관들의 목소리가 웅성거리다 점점 커지기 시작했는데,


“한 나라의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소리를 지르는 게 정상이라고 봅니까?”

“말세군, 말세야.”

“기대를 한 내 잘못인가? 황녀는 아직 이런 자리에 나올 만큼 성숙하지 못한 모양이군.”

“그만하시죠. ‘위임’을 받았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레이첼이 맘에 안 드는 듯 미간을 살짝 구기고 모두에게 들리도록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책잡힐 짓만 잡히면 득달같이 달려드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네.”

“뭐..!”

“레이첼 집정관! 지금 우리 들으라고 하는 소리입니까?”

“방금까지 황녀와 말싸움해놓고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오해 사게 해서 죄송하지만 방금은 말싸움이 아니었고, 저는 원래 말투가 그렇습니다.”


그러곤 레이첼은 다들 알고 있지 않냐며 되물었고.

실제로 이런 그녀의 말투 때문에 다들 곤혹을 겪었던 적이 있던 탓에.

집정관들의 표정이 여러 생각이 겹친 것처럼 기이하게 비틀어졌다.


“제가 황녀와 한 대화는 그냥 여러분들과 대화할 때와 똑같다는 말입니다. 여러분들도 툭하면 소리 지르면서 뭘..”

“레이첼.”


결국 상황을 보다 못한 하위트가 나서서 그녀의 말을 막았다.

계속 내버려 뒀다간 레이첼과 집정관들이 대판 싸우지 않을까 싶었던 것 같다.


“마왕 부활이라는 심각한 일이 일어났으니 다들 예민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피오나 황녀, 얘기는 오후에 이어서 하는 걸로 괜찮겠습니까?”

“네,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결국 집정관들은 하위트에게 거의 떠밀리듯이 밖으로 밀려났는데,

가면서 피오나보다는 레이첼 얘기가 더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욕받이 타겟은 레이첼로 옮겨간 듯 했다.


“..우리는 안 가?”


그 때문인지 아닌지.

레이첼이 접견실을 나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자 셀이 노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물었는데,

그에 레이첼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쪽만 삐뚜름하게 올라간 것으로 보아 그 미소가 어쩐지 순수한 기쁨보다는 다른 무언가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잠깐 볼 일이 있어서.”


레이첼은 셀과 마찬가지로 눈을 조금 크게 뜨고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피오나에게 다가가 고개를 살짝 숙여 정중하게 말했다.


“책임에 관해 화를 낸 것은 죄송합니다. 당신 탓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의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친구까지 잡혀간 바람에 많이 예민해져서요.”

“아닙니다. 저야말로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결례를..”

“됐습니다.”


계속 말로 사과만 하는 것보다 악수 한 번 하고 툴툴 털자며.

레이첼이 먼저 손을 내밀었는데,

황녀인 피오나는 지금까지 악수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건지 어색하게 삐그덕 거리는 몸짓으로 레이첼의 손을 맞잡았다.


아마 방금 자신이 소리를 지른 상대와 이러는 게 더 어색하게 느껴져서 그러는 것 같기도 했지만.


“자, 그럼 화해했으니 다른 걸 좀 물어도 괜찮을까요?”

“예?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힐린에 대해서요.”


힐린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피오나의 눈 꼬리가 내려가 침울한 표정이 되었는데,

그 모습에 레이첼이 물었다.


“건강합니까? 그래봬도 공작가의 혈통이니 옥 생활도 어느 정도 편의를 봐줄 것 같은데요.”


힐린의 풀네임은 힐린 세이어스다.

헤리트 직계혈통의 풀네임이 OOO 세이어스 헤리트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힐린의 가문이 헤리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힐린은 헤리트 제국 내에서 단 둘 밖에 없는 공작가 중 하나인 세이어스 가문의 장녀이며,

만일 반역에 가담하지 않았다면 헤리트의 제 1황자와 결혼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기도 했었다.

물론 몇 년도 더 전에 무산된 이야기이지만.


“그게.. 가문에서 의절을 당한 탓에 어떠한 편의도 봐주지 말라고 명령이 떨어져서요. 오라버니도 진작에 돌아선 상황이고..”


말하다 보니 더 우울해졌는지.

피오나는 아예 죽상을 하곤 깊게 한숨을 쉬었다.


“대체 언니가 어쩌자고 그런 선택을 한 건지.. 아, 물론 저도 언니가 어째서 반역에 가담했는지는 알고 있지만, 언니의 상황을 생각한다면 좀 더..”


말하다말고.

피오나는 다시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느끼고 입을 양 손으로 막아버렸다.

자칫하면 반역을 두둔하는 말이 나올 수 있었던 상황인 것이다.


“괜찮습니다.”


그 모습에 레이첼은 안심하라는 듯 본인이 지을 수 있는 가장 선량한 미소를 지어보였는데,

그건 그리 큰 효과가 없는 듯 했다.


피오나가 완전 사색이 되선 눈동자가 갈피를 못 잡고 흔들렸던 것이다.


그에 레이첼이 오히려 곤란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런 그녀의 눈에 노아와 셀이 들어왔다.


“이렇게 하죠. 제가 아는 비밀을 하나 알려줄 테니 서로 약점을 쥐고 있는 걸로.”

“그런 방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피오나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건 말건.

레이첼은 셀과 노아를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애가 저 녀석 딸입니다.”

“그게 비밀이야?”

“그건 비밀 아니야!”


노아와 셀이 동시에 말했지만.

다행히 분위기를 전환시키자는 당초의 목적은 달성한 듯 피오나의 목소리 톤이 조금 높아졌다.


“어머, 용사님한테 딸이 있었나요?”

“제가 누군지 알고 있었습니까?”


소개를 하지 않았는데도 단번에 용사라고 말해서 되묻자.


“그럼요. 전에 신탁이 내리기도 전에 힐린 언니가 동료가 되어야 한다면서 오셨으니까요. 그때 저는 인파에 둘러싸여 있어서 잘 모르실 거예요.”


노아와 레이첼, 하인즈가 사치스런 무도회장에 갑자기 들이닥쳤던 그때.

힐린의 처형을 며칠 앞으로 앞두고 있던 시점이라 시간이 부족해서 다짜고짜 난입한 거였는데.

그 당시에 당연하지만 피오나도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다들 엄청 놀랐던 게 기억이 나네요. 신탁이 내리기도 전에 신탁 내용을 알고 있는 이들이 찾아왔으니. 물론 그때는 아버지가 여러분을 믿지 못하고 감옥에 보내버렸지만요.”

“감옥 따위, 부수고 나가면 그만이라 그때는 얌전하게 잡혀 있었지. 어차피 신탁이 금방 내릴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신탁 얘기가 나오자.

노아는 일리오스가 신탁이 내릴 거라 말했던 게 떠올랐지만.

지금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러고 나서 힐린 언니가 조건부로 풀려났을 땐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그래서 전 용사님이 꼭 마왕을 물리칠 수 있길 간절히 응원했답니다.”

“..감사합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일단 무난하게 대답했는데.

피오나의 시선이 셀을 향했다.


“그런데 그때 벌써 딸이 있으셨던 건가요? 가족을 두고 마왕 토벌을 떠나야 했다니, 분명 걱정이 많았겠어요.”

“아, 셀은 수양딸입니다. 그때도 마찬가지지만 지금도 결혼은 하지 않았습니다.”

“셀. 예쁜 이름이네요.”

“나 이뻐?”


그때 셀이 득달같이 되물었는데,

의식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는 질문에 피오나의 얼굴에 미소가 배시시 퍼졌다.


“너무 귀엽네요.”


누가 봐도 진심으로 사랑스럽다는 듯 귀엽다고 한 거였는데.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한 셀이 진지하게 선언했다.


“이쁜 게 좋아. 귀여운 건 안 예쁜 사람한테 하는 듣기에만 좋은 칭찬이라고 했어.”

“뭐? 누가 그런 소릴 해?”


어이가 없어서 물으니.


“아티스가.”


셀이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들어보였다.


그 모습에 노아는 이마를 탁, 짚었는데,

물론 셀이 걱정되는 마음에 호위겸 주긴 한 거지만.

어째 가르치라고 했던 교육 쪽이 아닌 다른 쓸데없는 것만 가르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든 것이다.


“셀, 잠깐 반지 좀 줘봐.”

“..끙.. 안 빠져.”


아티스의 의지로 자유롭게 조절이 되는 반지인 만큼 안 빠질 리가 없는데.

아무래도 이런 쪽으로의 눈치가 빠른 아티스가 사이즈를 줄인 모양이다.


억지로 뺏다간 셀이 다칠 수도 있기에 결국 노아는 반지를 잠시 노려보는 것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동안 피오나는 기분이 많이 좋아진 건지 이렇게 계속 말하지 말고 응접실에서 티타임을 갖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는데,


“따로 할 일이 있어서요.”


레이첼이 단칼에 거절했다.


“아, 그런가요.. 사절로 오셨으니 바쁘실 텐데 제가 너무 오래 잡아뒀네요.”

“아닙니다. 나중에 따로 권해준다면 그땐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도록 하죠.”


레이첼이 말한 일이라는 것이 힐린에 관한 것이라 짐작한 노아의 얼굴이 긴장으로 조금 굳었지만.

반면 레이첼은 피오나와 인사를 하고 멀어지는 동안 오히려 점점 얼굴에 옅은 미소가 감돌았는데,

그 표정은 방 밖에 대기하고 있던 노파에게 잠시 길 안내를 부탁해도 되겠냐고 물을 때 절정에 달했다.


‘얘 왜 이래?’


밤새서 일을 하고 오더니 어딘가 아프기라도 한 건가 의심이 들 때 쯤.


“자.. 주변에 인기척도 없고.”


일부러 노파에게 사람이 없는 곳으로 안내를 해달라고 한 뒤.

주변에 인기척이라곤 아래층의 사용인 정도가 전부인 복도를 걸을 때,


턱-


별안간 레이첼이 노파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너 뭐하는 거야?”


그러곤 바짝 붙은 모양새가 어째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수준이라 결국 노아가 레이첼을 제지하려고 손을 뻗는 순간.


“아- 얘는 속였는데.”


노파의 목에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직후.


슈욱..


노파의 키가 좀 커진다싶더니 피부가 물처럼 출렁이다,

머리카락도 금발로 뻗어 나왔고.

1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땐 완전히 성인 남자의 모습으로 변했다.


“하인즈!”

“오랜만이다, 노ㅇ.. 커헉!”


그때 하인즈가 본인의 모습이 되자마자 레이첼이 그의 복부에 주먹을 한 대 먹였고.

그 바람에 하인즈는 배를 움켜쥐고는 뒤로 나뒹굴었다.

그동안 노아는 셀의 눈을 가리고.


“그래, 오랜만이다?”

“자, 잠깐만! 왜 갑자기 때리는 거야?”

“몰라서 물어?”


왜 때리냐는 말에 더 화가 난 건지.

레이첼이 입을 악물고 그녀의 주먹 근처엔 바람이 일자,

노아는 반사적으로 그녀를 막으려다가 그만 뒀다.

어차피 정 위험하다싶으면 하인즈가 알아서 피할 테고,


뭣보다 노아 본인도 하인즈를 몇 대 때리고 싶은 기분이긴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때렸다간 진짜 뭐 하나 부러질 지도 모르고.’


레이첼이 마법을 섞어서 때려도 아마 크게 다치진 않을 것이다.

그녀는 이런 쪽으론 신기할 만큼 재능이 있으니까.


“아악! 아! 노아, 넌 왜 보고만..! 윽!”


그렇게 레이첼의 상처가 남지 않는 절묘한 구타는 결국 하인즈가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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