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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마왕을 기르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작뚜
작품등록일 :
2022.10.31 08:23
최근연재일 :
2022.11.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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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8,276

작성
22.11.0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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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화

DUMMY

암산과 숲의 경계에서 조금 안쪽.

나무 위에 듬성듬성 집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목적지 부근이라고 추측할 때쯤.


테나는 갑자기 방향을 틀어 집과 인기척이 없는 곳을 골라 깊숙이 들어가더니,

평범하게 생긴 나무 둥치 어딘가를 툭툭, 찼다.


‘비밀통로인가?’


그에 맞춰 땅이 드드득, 하고 열리고.

테나는 친절하게도 노아에게 범죄자들을 특별 감옥에 투옥하고 갈 거라고 설명했다.


가던 중 감옥 순찰병이 그들을 보고 바로 막아서려다가,

테나를 보곤 바로 경례를 하는 것으로 보아 이들 사이에서 테나의 지위는 꽤 높은 것 같았다.


“중요인물 호위 중 급습한 습격자 10명 중 5명이다. 남은 놈들은 암산 입구 근처에 있으니 처리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다 안 죽이신 겁니까?”


경비병의 태도로 보아 테나가 이런 식으로 적들을 살려서 데려온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았는데,

그에 테나가 노아를 흘깃 보곤 뽑아낼 정보가 있어서, 라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기빌님은 왜 같이 계신 겁니까?”

“이 머저리도 감옥에 집어넣고 가려고.”

“뭐? 그건 아니지!”


농담이 아닌 테나와 기빌과 달리.

경비병은 자주 있는 일이라는 듯 둘의 대화를 못 들은 척 넘기고는 테나에게서 녀석들을 인계 받았고,

그동안 인간인 노아를 수상하게 쳐다보긴 했지만 테나를 보더니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테나와 같이 왔으니 그에 대해 수상하게 여기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이후 셋은 지하 감옥을 빠져나왔는데,

기빌은 이제 자신의 차례라는 듯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


때문에 노아와 단 둘이 얘기할 기회를 가진 테나가 먼저 입을 열었고.

그 내용은 꽤나 직접적인 것이었다.


“요정족의 집정관과 친한 인간은 대외적으론 셋이라고 알고 있는데. 너는 그 중 누구야? 반역자? 도적? 아니면, 용사?”


동료들을 하나씩 언급하며 노아의 표정을 살피던 테나는 노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시선을 다시 정면으로 향했다.


“얼굴만 봐선 셋 다인 것처럼 보이네.”


노아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모든 단어에 표정을 움찔거리긴 했다.


“여행기간이 길어서 그런가, 쌓인 얘깃거리가 많거든.”

“부정은 안하는 거야?”

“결론 다 내리고 묻는 사람한테 거짓말해봤자 통하지도 않을 테니까.”


담담하게 한 말에.

테나는 잠시 생각에 빠져 말이 없다가 천천히 부리를 열었다.


“용사와 그 동료들에 관해 우리가 접한 마지막 정보는 마왕 토벌에 실패했다는 얘기였어. 그래서 반역자가 다시 감옥에 끌려갔다는 거였지.”

“...”

“그리고 우리는, 실제로 마왕 토벌은 실패했다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었어. 요즘 조인족 내부는 그렇지 않다면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생긴 상황이라.”

“그 얘기를 좀 듣고 싶은데.”

“자세한 건 큰아버지께 직접 물어봐.”


테나는 정면의 까마득히 높은 나무 위를 가리켰는데,

그 거대한 나무 꼭대기엔 무성한 잎이 모자처럼 뒤덮여있었고, 뾰족하게 튀어나온 건물들은 모자 장식처럼 보였다.


“기빌, 난 먼저 올라가서 말씀드릴 테니까 넌 요정족 대사님 모시고 천천히 올라와.”

“어? 나 혼자?”

“흰머리독수리족이면 사람 하나 정도는 가볍게 들어야지.”


그러곤 테나는 더 이상 기빌과 말하는 것이 귀찮은 건지,

아니면 아까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흰머리독수리족의 수장으로 생각되는 ‘큰아버지’에게 먼저 기빌에 대해 말할 생각인지 위로 훌쩍 날아가 버렸다.


“와, 진짜 혼자 갔네.”


그러곤 기빌은 혼자 노아를 데리고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건 싫었는지 슬슬 그의 눈치를 살폈는데,

워낙 큰 나무라 옹이구멍이라던가 발을 디딜 곳이 군데군데 있어서 솔직히 말하면 노아 혼자 나무를 타는 것도 불가능한 소리는 아니었으나.


“저 테나라는 분이 아까 네가 인질이 됐던 얘기하러 간 거지?”라는 그의 말에.

기빌은 당장 노아의 양 어깨를 아프지 않게 갈고리발톱으로 쥐고는 그가 할 수 있는 최고 속도로 날아올랐다.


잠시 후.


“허억.. 허억.. 헉..!”


다른 멋지게 착지하는 흰머리독수리족과는 달리.

기빌은 꼭대기에 도착하자마자 날개를 접지도 못하고 널브러졌다.


“괜찮아?”


편하게 올라오긴 했지만.

기빌이 거의 죽을 것처럼 숨을 몰아쉬는 바람에 노아가 조금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그를 내려다보는데.


“요정족에서 보내신 분 맞습니까?”


그의 뒤로 아까 지하 감옥에서 본 것과 같은 차림의 경비 조인족 둘이 다가왔다.


“예.”

“하위트 수장님께서 기다리십니다.”


‘하위트’가 아까 기빌이 말한 흰머리독수리족의 수장의 이름이었다는 것을 떠올린 노아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조인족이 노아에게 길을 안내하려는데.


“노아..! 내가.. 최선을 다했다고.. 전해줘..”


바닥에 널브러져선 말하는 모습이 너무 필사적이어서 그랬던 걸까.

노아는 물론이고 경비들조차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거나 고개를 저었고.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탓에 노아는 어색한 미소로 알겠다고 말하고는 빨리 둘을 쫒아갔다.



“오오- 자네가 요정족 대표인가.”


기빌이 외견만큼은 멋들어졌던 탓일까.

하위트는 수장인만큼 더 각이 살아있고 멋있게 생겼을 거라 추측했는데.

직접 마주한 그는 노아의 상상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었다.

다른 조인족이 횃대에 앉아있거나 그냥 서 있는 것과 달리.

하위트는 의자에 펑퍼짐하게 앉아 처진 눈을 간신히 뜨고는 그를 맞이한 것이다.


“요즘 요통이 심해 이렇게 맞이한 건 미안하게 생각하네.”

“괜찮습니다.”

“여기 테나가 말하기론 오는 길에 습격도 있었다고 하더군. 다친 덴 없나?”

“없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없을 리가 있나! 내 영지 근처에서 일어난 일인데 그냥 넘어갈 순 없지.”


어째 말투가 수장보다는 친근한 할아버지 같다는 느낌이 들 때쯤.


“다들 나가서 우리 요정족 대사님에게 먹을 만찬을 가져와라!”


하위트가 주변의 사용인들에게 날개 끝만 움직여 다 내보내곤,


“그럼 인사치레는 이만하면 됐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돌연 본색을 드러냈다.


“테나에게 들었네. 자네가 용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이야.”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노아가 연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하위트는 부리 사이로 침음을 길게 뱉곤 말을 이었다.


“직접적으로 묻지. ..마왕 토벌은 실패한 건가?”

“성공했습니다.”


즉답하는 노아의 모습에서 원하지 않는 것을 찾아낸 것처럼.

하위트는 인상을 구겼다가 조금 툴툴거리듯 말했다.

아마 하위트가 인간이었다면 입이 조금 튀어나왔을지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면 우리 조인족의 이변은 마왕의 탓이 아니라는 건가?”

“구체적으로 어떤 이변이 일어났는지 알려주시지 않으시면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그래, 그게 순서겠지..”


길게 한숨을 내쉬는 하위트의 모습은 어딘가 체념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왜 그런 모습을 보였는지는 이어지는 말에서 바로 알 수 있었다.


“원래 조인족의 집정관은 오랜 시간 흰머리독수리족이나, 천인족에서 나왔다네.”


천인족이라면 거의 고대 수준으로 올라가는 과거에, 인간과 천족의 사이에서 나온 이들이 그 조상이었다.

다만 그건 그들의 뿌리에 대해 그저 전설로만 내려오는 얘기이며,

물질적인 증거는 전혀 없었고.

최근 십몇 년 동안은 오히려 인간의 돌연변이가 시초일 거라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었다.

애초에 ‘천족’이라는 존재 자체가 신이 존재하는 이 세계에서조차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기인 한 것이 전혀 없다곤 말할 수 없지만, 어쨌든 최근 천인족의 입지는 꽤나 약해지고 있었다네. 그러다가 입장이 완전히 뒤집힌 것은 며칠 전 새로 집정관을 선출할 때였지. 당시만 해도 나는 집정관에서 물러난 뒤 이번에도 우리 흰머리독수리족에서 집정관이 선출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네.”


이어진 그의 말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흰머리독수리족을 지지하던 이들이 갑자기 천인족을 미친 듯이 추켜세우더라는 것이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한 명만 그랬다면 헤프닝으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어느 날 예기치도 못하게 주위 모든 이들이 영혼이 바뀐 것처럼 행동한다면 어떻겠나? 세계가 바뀐 것 같은 상황에 그 공포는 이루 말할 수도 없겠지.”


실제로 그 시기의 조인족은 굉장히 시끄러웠으며,

결과적으로 다음 집정관은 천인족에서 나오게 되었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부터라네. 자네도 알겠지만 별안간 쇄국령을 내리고 전 세계의 조인족에게 다 귀환명령을 내리고 있어. 실제 사건만 나열하자면 이렇게 되지만, 나는 이 뒤에 세뇌든 뭐든 조인족의 정신을 건드린 무언가가 있다고 확신한다네.”


하위트가 여기까지만 말하고 말자.

테나가 거기에 더해 지금 조인족 내부에선 흰머리독수리족에 대해 호전적이라던가, 같이 살아가기엔 위험한 종족이라는 둥 안 좋은 소문이 퍼지고 있어 조인족 사회에서 배재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분명 천인족의 배후에 악의를 가진 무언가가 있는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테나, 우리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지금은 조인족 전체에 닥친 위기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야.”

“하지만..”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

어째서 하위트가 마왕 토벌이 실패한 거냐고 물은 건지는 알고도 남는 수준이었다.


몇 년 전 마왕의 영향이 점차 대륙까지 침범하던 당시.

헤리트 제국령의 한 도시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본래 신앙심이 높기로 유명했던 그 도시에서 별안간 집단 폭행사건이 일어난 것이었다.


원인은 마왕의 세뇌였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 것인지는 지금도 미지로 남아있지만,

마왕이 꿈을 통해 신도들을 세뇌했고 세뇌당한 신도들은 갑자기 그들이 모시던 신 대신 마왕을 섬기기 시작했으며,

그들의 신앙을 거부한 자들을 연령이나 신분에 관계없이 폭행했던 것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 끝내 목숨을 잃은 자들도 존재했고,

그 폭행의 정도가 너무 잔인했기에 조인족인 이들도 모를 수가 없는 사건이었는데,

하위트는 단체 세뇌라는 점에서 지금 조인족 내에도 그때와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니냐 의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네가 겪은 집단 습격 사건 또한 흰머리독수리족을 대상으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네.”

“아, 그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

“습격한 이들은 분명 저를 ‘사로잡으려’ 했으니까요.”

“네. 그래서 일단 녀석들 중 일부를 잡아 특별 감옥에 넣었습니다.”

“다 죽인 게 아니라는 말이냐?”


아무래도 테나가 습격에 관해 보고를 하긴 했는데,

하위트는 철썩 같이 습격자들이 다 죽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게 분명했다.


“이지도 명백했으니 심문하면 나올 정보가 꽤 있을 겁니다.”

“그럼 자네는 당장 가서 정보를 빼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테나가 집무실을 나가고,

하위트가 희망에 겨운 듯 처진 눈이 위로 올라간 것과 달리.

노아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생각에 잠겼다.


‘정황상 세뇌를 당한 건 맞는 것 같은데, 대상이 어째서 흰머리독수리족인 거지?’


과거 마왕의 적의가 오롯이 신을 향했던 것과 달리.

지금 조인족내의 사건은 무언가가 크게 비틀린 것 같았다.

마치 마왕과 같은 능력을 가지긴 했지만, 그 주체가 마왕이 아닌 것처럼.


‘어쨌든 이런 대규모 세뇌는 마왕이 아니면 불가능해. 정보가 나오는 대로 암산에 들어가야겠는데.’


그들이 원하는 이상의 정보가 나올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노아를 사로잡으려 한 이유는 알 수 있을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실마리는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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