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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마왕을 기르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작뚜
작품등록일 :
2022.10.31 08:23
최근연재일 :
2022.11.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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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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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8,276

작성
22.11.0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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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화

DUMMY

[우린 결국 하나거든.]


그리고 몸을 잠식하는 검은 늪.


머리를 광광 울리는 달라붙는 듯 한 목소리와 늪에 허우적거리다.


“..!”


셀의 검은 눈이 번쩍 떠졌다.


그 직후엔 몸이 어째서 이렇게 무거운지 금방 알 수 있었는데,

계속 같이 있었던 것인지.

아티스가 옆에 같이 누워 팔로 셀을 끌어안고 있었던 것이다.


슬쩍..


깨우면 시끄러워질 것이라는 본능적인 직감 때문에.

셀은 아티스의 팔을 조심조심 옆으로 밀고 침대 옆에 내려서고.

꿈 때문인지 몸이 찝찝하다는 생각에 화장실로 향했다.

그러다.


멈칫.


노아를 발견하곤 다시 제자리에 얼음처럼 멈춰 섰다.

그는 창가 근처의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곤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달빛이 얼굴을 환하게 비추고, 셀이 움직여 기척을 내는데도 조는 것으로 보아 아마 피로가 많이 쌓인 것 같았다.

평소의 노아였다면 주변에 기척이 감지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을 텐데.


‘아빠 거의 3일 동안 잠도 못 잤다고 했었지?’


이런 그의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탓에.

셀은 솟구치는 장난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슬금슬금 그에게 다가가 검지만 죽 내밀어 볼을 쿡, 찔렀다.


“으음.. 셀..?”


아무래도 이건 깰 수밖에 없었기에.

노아는 피곤에 찌든 눈을 힘겹게 뜨고는 셀을 제일 먼저 불렀는데,

그건 자신의 볼을 찌른 게 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기 보단 셀이 잘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아.. 다행이다. 깼구나.”


그래도 그 직후 노아는 셀을 알아보곤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그 모습에 셀이 그를 의아한 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다행이라니?”

“..너 갑자기 쓰러졌잖아. 그러곤 꼬박 하루 동안 잠만 자고..”


말하다 말고.

노아는 서서히 잠이 깨면서 정신이 돌아오자 말을 멈췄는데,

덕분에 다행히 셀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부분은 말하지 않을 수 있었다.


‘악몽이라도 꾸는 건지 계속 발버둥도 쳤지.’


말이 발버둥이지, 거의 발작에 가까운 수준이었기에 아티스는 물론 노아도 고생할 정도였다.

무의식중이었던 탓에 셀이 힘을 조절하지 않았으니.


아티스가 정령체인 것이 다행이었다.

팔이 날아가고 몸에 구멍이 나도 시간만 지나면 다시 재생 할 수 있으니까.


때문에 노아는 아티스가 멀쩡한지 흘깃 눈을 돌렸고.

지금은 그녀가 셀 대신 베개를 끌어안고 자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아빠는 3일 동안 안 잤으면서. 그리고 이틀 안에 온다면서 너무 늦었잖아.”


자신을 걱정했다는 것을 아는 건지.

셀은 노아도 곤란하게 하지 않았냐는 듯 조금의 핀잔 속에 걱정이 담긴 말을 툴툴거렸는데,

그 표정이 노아와 똑 닮아있었다.


“그건 진짜 미안해. ..그런데 셀, 혹시 아빠한테 뭐 숨기고 있는 건 없어?”

“..없는데?”


불안한 듯 시선을 피하고 땅을 자주 보는 모습에 물었지만.

셀은 다시 ‘나 거짓말 하고 있음.’ 하는 모양새로 입으로만 없다고 대답했다.


“진짜?”

“없다니까.”


분명히 뭘 숨기고 있는데.

셀이 말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있는 방도가 없었기에.


노아는 결국 얕은 한숨을 뱉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

“레이첼이 준비되면 얘기하라고 했거든. 사절단은 어떻게든 될 것 같다고.”

“와, 그럼 그 쌍놈제국에 가는 거야?”

“..무슨 제국?”

“쌍놈..”


말하면서.

셀은 본인이 생각해도 본능적으로 안 좋은 말이라고 느꼈는지 말을 흐렸는데,

맹세코 셀의 앞에서 저런 말은 한 번도 쓴 적 없는 노아는,


“아티스가 그랬지.”


바로 원흉을 짚어냈다.


“어..”


맞다고 하진 않았지만.

셀의 시선은 본인도 모르게 자고 있는 아티스를 향했고.

노아는 자신이 없는 사이 셀을 봐준 아티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느꼈던 감정이 싸그리 가시는 걸 느꼈다.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네. 일단 명령어를..”


그러곤 혼자 중얼거리며 방을 나섰는데,

분명 아티스를 제재할 방법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았지만.

셀은 그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봐 따라나서지 않았다.




똑똑-


“어.”


늦긴 했지만 집무실 문 틈새로 빛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고.

노아는 노크를 한 뒤 레이첼이 대답하자 바로 들어갔는데,

그곳엔 며칠 밤을 새고 쪽잠을 잔 노아보다 더 피곤해 보이는 레이첼이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연신 서류에 무언가를 휘갈기고 있었다.


“..바쁘면 나중에 올까?”


그 모습에 압도당한 나머지 물었지만.

레이첼은 아니, 말해. 라고 다시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했고.

노아는 셀이 일어났다며 언제쯤 헤리트 제국에 갈 수 있을지 물었다.


“사절단 준비는 아무래도 이틀은 더 걸릴 것 같아. 처음 요청하고 나서 거의 일주일 만에 준비된 거니까 빠른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셀이 정신을 차려서 다행이네. 혹시나 같이 못 갈까봐.. 아, 이런.”


그때 높이를 견디다 못한 서류 더미가 기우뚱, 하더니 쿵! 쓰러졌고.

레이첼은 자주 있는 일인 것처럼 전혀 당황하지 않고 눈짓으로 쓰러진 서류더미를 책상 옆 바닥에 바로 정리했다.


그동안에도 손은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는데,

이쯤 되면 레이첼의 뇌는 세 개는 되는 게 아닌가 시덥잖은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


“셀 상태는 어때?”

“괜찮은 것 같아. 지금은.”


레이첼의 질문에 대답하던 노아는 그녀의 손이 조금 느려진 것을 눈치 챘다.


“걱정돼?”

“이래 뵈도 스승이니까.”


내 부주의로 걔가 마왕한테 돌진한 거나 다름없는 셈이고, 라고 중얼거린 시점에서 레이첼의 손은 이젠 눈에 띄게 느려졌는데,

그 뒤론 서류에 아예 다른 내용을 적는 실수를 하자 레이첼은 그때서야 아예 손을 멈췄다.


“아, 됐어. 가기 전에 일 좀 줄여놓으려고 했더니 더 이상은 못해먹겠네. 테제 좀 더 시키면 되겠지.”


아무렇지 않게 테제가 오열할 내용을 중얼거리곤.

레이첼은 펜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고는 노아를 응시했다.


“셀이 발작했다며.”


조인족 암산에서 노아와 셀, 아티스를 텔레포트 시킨 뒤 레이첼이 돌아온 지는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오자마자 셀의 상태를 확인했던 레이첼은 내색만 안했을 뿐 걱정을 많이 했던 것 같았다.


“발작까진 아니고. 악몽을 심하게 꾸는 것 같았어.”

“..셀에 대해선 나보단 네가 더 잘 알겠지.”


그런 게 아닐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았지만.

괜히 말로 꺼내면 현실이 될 거라 걱정이라도 하는 것처럼 레이첼은 노아의 의견에 맞장구를 쳤고.

대신 대화 주제를 바꿔버렸다.


“참, 하인즈랑 연락이 됐어.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헤리트 궁에서 나름 입김이 센 것 같아. 이번에 사절단 방문이 거절될 뻔 한 걸 막은 것도 그녀석이라더라. 그 사기꾼이 도움이 될 줄이야..”

“방문이 거절될 뻔했다니?”

“뭐 걸리는 게 있나보지. 지들이 생각해도 힐린을 잡아간 건 양심에 찔릴 테니까. 용사랑 용사 동료 겸 요정족 집정관이 온다고 하면 싫기야 하겠지.”


그렇게 따지면 애초에 하인즈가 동행할 수 있었던 게 의외지만.

레이첼이 그 녀석은 가끔 예상 이상으로 도움이 될 때가 있다며 정말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덕분에 놈이 도망도 못 칠 테니 왜 그 귀한 트랜스폼 아티팩트를 훔쳐갔는지 이유라도 들어볼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좀 기대되네. 그래서 이틀 뒤면 출발할 수 있는 거지?”

“어. 수도에 들러서 다 모인 뒤에 동시에 헤리트로 이동하기로 했어. 따로따로 도착하면 사절단 구색이 이상해지니까.”


당연하지만 매니스국에도 수도는 있고, ‘퍼스트 콘코드’라고 불린다.

그곳은 각 종족의 집정관이 관리하는 것이 아닌 매 10년 마다 시장을 뽑는 방식인데,

지금은 묘족 집정관인 헤일 리온의 쌍둥이 형인 페일 리온이 그 시장이었다.


“그리고 다시 얘기하지만 우리는 그냥 ‘친선 방문’이 표면적인 목적이야. 가서 힐린을 빼온다는 내색은 보이면 안 돼.”

“알고 있어. 근데 다른 집정관들도 다 그렇게 알고 있는 거야?”

“다들 겉으로야 그렇지. 근데 워낙 꿍꿍이가 다 달라서.. 뭐, 이번에는 다 비슷할 것 같지만.”

“마왕?”

“어. 내가 너 데리러 가기 전에 마왕이 부활했다고 다 알렸거든. 그래서 이번 사절단도 위임받은 대표가 아니라 집정관들이 더 많이 오는 거고.”


덕분에 마왕이 아니라 서류에 깔려 죽을 것 같다고 하면서도.

레이첼은 만족스럽다는 듯 기지개를 피며 피로를 삭혔다.


“아마 콘코드에서부터 다들 달려들지 않을까 싶은데, 누가 물어보면 자세한 건 하위트한테 물어보라고 하면 돼. 싸운 건 너지만 직접 그 영향을 겪은 건 하위트니까.”


어째 귀찮을 일은 넘기라는 말투였지만.

아마 하위트도 직접 다른 집정관들과 황제에게 말하고 싶어 할 게 분명하다는 듯.

레이첼은 확신을 담아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레이첼의 짐작은 사실이었다.


이틀 뒤.

콘코드 시청의 텔레포트 마법진에 도착했을 때.


분명 요통 때문에 제대로 걷기도 힘들다고 했던 하위트가 일정보다 하루나 일찍 콘코드에 도착한 뒤,

새로 집정관이 도착할 때마다 지치지도 않고 조인족이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 얘기를 했던 것이다.


덕분에 노아 일행이 도착했을 땐 그의 예상보다 사절단의 관심이 덜해서 다행이었다.


물론 없는 건 아니었지만.


“하위트님에게 얘기 들었습니다.”

“역시 마왕의 천적은 용사뿐이군요.”


그리고 긍정적으로 말하는 이들과 다르게 부정적으로 말하는 이들도 당연히 있었는데,


“하위트님이 거짓말을 하는 분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제가 직접 본 게 없으니 말이죠.”

“말만 듣고 믿기엔 짊어진 게 많아서 말입니다.”


위의 말들은 전부 레이첼이 집무실에서 서류로도 봤던 내용이었는데,

덕분에 레이첼은 다른 종족의 집정관을 만날 때마다 분명 서류상으로도, 텔레팩트로도 말하지 않았냐며 상당히 언짢은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조금 있으면 다 같은 소속으로 헤리트에 가야되는데 대체 왜 물은 걸 또 묻는 거야?”


머저리도 아니고, 라고 말했을 때.

노아는 어째서 레이첼이 다른 집정관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지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그와 셀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을 보이는 이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그런 상황에 마주칠 때마다 레이첼에게 일임해버리고 도망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아빠, 근데 우리 쌍.. 헤리트 제국엔 언제 가는 거야?”


셀이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는 게,

묘족의 대표가 예정보다 도착이 늦어지면서 그들이 시청에 대기하는 시간이 늘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글쎄. 묘족 사정까지는 잘 몰라서.”


각 종족의 대표가 모인 상황.

묘족도 이런 대기 상황을 늘이는 게 그들에게 있어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걸 알 텐데.


‘텔레포트만 타면 되는데 왜 늦는 건지.’


질문공세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일부러 그들이 가능한 한 늦게 도착한 것처럼,

묘족에게도 무슨 사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던 와중.


슈욱..


오늘 하루 각 종족의 대표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비워놓은 마법진이 빛나고.

헤일과 그 비서가 완전히 굳은 표정을 한 채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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