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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민 님의 서재입니다.

검술천재의 게임방송 in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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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민
작품등록일 :
2024.06.23 16:44
최근연재일 :
2024.08.24 21:44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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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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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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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던전 페일 (4)

DUMMY

최종 기록 12분 30초. 최종 클리어 랭크 S.

시간과 전투 랭크 두 가지 항목에서 모두 신기록을 세웠다.


- 토룡에서 시간 확 아낀 게 결정적이었다

- 사실 토룡 떼놓고 봐도 ㅆㅅㅌㅊ 기록이라는 게 무서운 점이긴 해

- 이 정도 재능이면 바로 프로 데뷔해도 먹히냐?

- 기대받던 유망주가 한둘도 아니고 프로는 또 다르지

- 근데 이 정도 하던 유망주가 있었나

- 지금도 느낌있는데 몇 년 더 성장하면 프로 씹어먹을지도


웬만한 프로게이머와 고인물조차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기록이다.

당연히 채팅창은 기록 이야기로 가득 찼고, 그걸 보는 올블루의 얼굴은 수심으로 가득 찼다.


"이거 일대일 하는 게 맞나?"


내 모습을 확인한 올블루의 첫 마디였다.

[던전 페일]은 어디까지나 몸풀기고, 메인은 [나이트 아크]에서의 일대일 리매치다.

올블루는 이미 기세에서 밀린 듯 넋이 나가 버렸다.


얼빠진 올블루를 뒤로하고서 김민이 내 옆으로 다가가 씩 웃었다.


"하나도 안 힘들지?"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어요."

"역시."


김민은 자신이 발굴한 천재를 카메라 앞에서 자랑하고 있었다.


"촬영 장비가 좋아서 다들 아실 텐데 지금 보시면 땀이 거의 안 났죠. 숨도 별로 안 찬 걸로 보이고요."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에게 능숙하게 말을 걸기도 했다.

은퇴 이후 인터넷 방송 쪽으로의 진출은 생각도 안 해 봤다는데, 그런 것 치고는 굉장히 연습을 많이 했던 티가 났다.


"기본적으로 얘가 체력이 있어요."


고작해야 12분 정도의 전투였을 뿐이다.

각성자의 신체, 거기에 틈틈이 수련을 거듭한 몸은 이 정도로 지치지 않는다.


균열에서 나온 고위급 괴물들은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전생에서의 전투는 몇 시간 단위가 기본이고, 날짜를 넘기는 경우도 잦았다.

지금의 상태는 전생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체력운용법과 검술을 연구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게 저희 연습생입니다."

"아직 정식 연습생은 아니긴 하죠."

"뭣...!"


김민이 순간 얼어붙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계약상으로 맺어진 건 아무것도 없다.

이대로 내가 잘 돼서 인터넷 방송 쪽으로 가 버린다고 해도 김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구두 계약의 체결이니 도의적 책임이니 하는 걸 들먹인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나는 미성년자니까.

초등학생 어린이는 그런 걸 제대로 이해할 인지력과 책임 능력이 없다.


"너 설마 이대로 인터넷 방송으로 가는 거냐? 올블루의 시청자를 빨아먹고 인방의 새로운 왕이 되겠다는 거야?"


살짝 농담을 던지긴 했지만 아예 인터넷 방송 쪽으로 뛰어들 생각은 없다.

재능이 있다면 프로게이머로 데뷔하는 게 무조건 이득이다.

프로계에서는 나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인방은 그렇지 않기도 하다.

방송이야 은퇴 이후에 입문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분위기가 너무 인방 쪽으로 쏠려버린 상태.

조금 말이 길어지더라도 오해를 풀 필요가 있다.


"인터넷 방송도 좋긴 하지만 그래도 저는 프로 쪽으로 가고 싶습니다. 지금은 예비 연습생 비슷한 신분이긴 한데 나중 가면 바로 계약한다는 거죠."

"음. 그렇지."

"최고의 재능이 있을 곳은 FL이니까."

"......!"


내게 있어서 딱히 FL 말고 더 좋은 옵션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이렇게까지 과감하게, 어떻게 보면 틀에서 벗어나서 인재를 육성하는 팀은 FL 이외에 없다.

더 멀리 보면 프로 데뷔 기회도 가장 빠르게 잡을 수 있는 곳이다.


이건 FL이 현재 겪고 있는 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지금이야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그렇지, FL은 그동안 유망주 육성을 도외시해온 편이었다.

2군과 1군 모두 주력 멤버가 나이가 있는 편이다.

그 중 몇몇은 슬슬 개인 방송 등에서 은퇴에 관련한 이야기를 흘리고 있다.


FL 입장에서도 세대 교체를 준비해야 할 상황.

그런데 쓸만한 인재가 없다.


스타성과 실력 모두를 갖춘 기성 프로들은 다 다른 팀에 눌러앉아서 프랜차이즈 스타를 하고 있다.

차세대를 책임질 유망주들은 그동안 스토브리그에서 다 놔주거나 뺏겼다.

기존 세대의 은퇴 이후에 팀의 간판을 이어받을 '성골' 선수가 없다는 뜻이다.


참고로 이 '성골'의 기준은 매우 까다롭다.


아카데미 연습생으로 시작해 꾸준히 성장하며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어 둬야 한다.

명문 팀에 걸맞은 뛰어난 실력도 있어야 하고, 팀의 간판으로 삼아도 부끄럽지 않을 프로다운 인성을 갖춰야 한다. 거기다 출신 팀에 대한 충성심 및 자부심. 팬들을 미치게 하는 스타성까지.

이 중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기존 팬들의 지지를 받기가 힘들어진다.


이 와중에 내가 FL에 합류했다.

나이 때문에 비공식 합류긴 하지만 이대로만 가면 팀의 간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나와 FL 사이에 있는 것은 서로에게 윈윈인 쌍무적 계약관계다.

하지만 김민의 눈에 나는 초등학생이었고, 김민은 초등학생이 이렇게까지 자기 이익을 계산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대신 순수한 감동만이 있을 뿐이다.


"벌써부터 그런 말을 하면...!"


김민은 행복사하기 직전이었다.

반면 올블루는 퉁명스럽게 반응했다.

코치도 아니고 FL 출신도 아니었을뿐더러 내게 벌써 압도적인 2연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자식 자랑도 그렇게 안 하겠네."

"코치한테 연습생은 다 자식 같은 거야."

"아니, 형은 언제부터 그렇게 온화해졌어요?"

"나이 먹고도 폭력적인 네가 이상한 게 아닐까?"


아마 믿고 의지하던 선배에게 느끼는 섭섭함도 한몫했을지 모른다.

흔한 가정집에서 첫째가 느끼는 묘한 박탈감 비슷한 거랄까.

가만 보고 있으면 막내를 어화둥둥 대하는 부모님을 상대로 투정을 부리는 모습과도 비슷하다.


"저는 아직 젊죠."

"젊긴 뭐가 젊어. 프로에서 2군으로도 안 받아주는 나이인데."

"그 놈의 프로 얘기.... 제발 그만 합시다 그거...."


마지막으로는 꼭 잔소리로 끝난다는 점도 닮았다.


"너는 딱 참고 프로 몇 년만 더 했어도 대성했어."

"그걸 견디는 것도 인내심의 재능이라고요."

"확 진짜."


손을 들어올린 김민이 올블루의 널찍한 등짝을 마구 내리쳤다.


철썩!


대체 무슨 기술이 있길래 저런 소리가 나는 건지 모르겠다.

맞는 사람은 분명 티셔츠를 걸치고 있는데 맨살을 때리는 찰진 소리가 난다.


"아악!"


두 사람의 케미를 보고 있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지만, 그래도 말해야만 했다.


"저기."

"응?"

"지금 방송 나오고 있어요."

"알아."

"FL 아카데미의 헤드 코치이자 사실상의 대표로서 이런 모습은 좀 그렇지 않을까요."

"아니. 사실상 대표 아니라니까!"


다분히 의도적인 단어 선정에 김민이 빠르게 반응했다.

후배를 교육하는 것보다는 잘못된 언어 사용이 전파되는 것을 막는 것이 그에게는 우선이었다.


"야. 주헌아. 방송에서 대놓고 그런 말을 하면 내가 대표님한테 무슨 말을 듣겠냐. 대부분 헛소문입니다. 애가 잘 몰라서 그래요."


FL 아카데미 대표(낙하산이라 프론트 쇄신 과정에서 곧 짤릴 듯하다)가 아주 조금 곤란해질 수 있겠으나, 소동을 바로잡기에는 아주 좋은 계기였다.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빠르게 정신을 고쳐 잡고 비즈니스 모드로 돌아갔다.


올블루는 프로페셔널한 인터넷 방송 진행자로.

김민은 FL 아카데미의 위엄 있는 헤드 코치로.

돌연 효과음이 울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빰빠바밤-!


가상현실 내부에서 채팅창은 허공에 떠 있는 반투명한 시스템창으로 표시된다.

우리가 한데 모여 있던 덕분에, 나는 효과음의 근원을 빠르게 발견할 수 있었다.


['체리맛추적자'님이 1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 주헌이한테 용돈줘야지


후원. 즉 도네이션이었다. 흔히 쓰는 줄임말로는 도네.

그것도 십만 원짜리 도네다.

올블루가 대기업 스트리머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꽤나 큰 액수다.


"아. 체리맛추적자님 십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그리고 프로페셔널한 스트리머는 리액션에 성심과 성의를 다한다.

올블루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카메라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웃통을 벗어던지고 허공을 향해 도약했다.


"호우!!!"


나는 한쪽에서는 올블루의 환희를.

다른 한쪽에서는 김민의 선명한 한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올블루가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으며 이쪽으로 돌아왔다.


"형은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지금 인터넷 방송 문화를 한심하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아니."


아닌 것 같지 않다.


그 사이에 후원을 알리는 빵빠레가 한 번 더 터졌다.

그동안의 방송을 보자면 아마 10만원 이상부터 특별한 효과음을 걸어 둔 듯하다.


빰빠바밤-!


['체리맛추적자'님이 1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 주헌이 용돈인데 왜 블루님이 좋아하시나요


"체리맛추적자님!!! 회장님께서 또 십만원을....!"


멈칫.


올블루의 움직임이 멎었다.


"아. 그런가?"


['체리맛추적자'님이 1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 ㅇㅇ FL 응원해서 유망주한테 용돈주는거임 횡령ㄴㄴ


"그러면 삼십만 원이 다 주헌이한테 가는 거야? 이거 진짜에요?"


- 그렇지

- ㅇㅇ

- 어린애 돈 뺏지마라 블루야


['체리맛추적자'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 횡령하면 환불요청할거임


김민이 서둘러 내 손을 잡고 카메라를 향해 달려갔다.


"뭐 해! 빨리 인사드려!"


돈 주는 사람한테 잘 보여야 하는 건 스트리머도 프로게이머도 감독도 코치도 전부 마찬가지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빠르게 인생 2회차의 말솜씨를 끌어냈다.


"감사합니다. 아직 정식 연습생은 아니고 아카데미에 들어가려면 더 열심히 연습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계속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는 꼭 FL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어 팬분들과 함께 우승까지 노려 보고 싶습니다."


['체리맛추적자'님이 10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 10만원 추가. 주헌군은 열심히 해서 꼭 프로 데뷔해요! 화이팅!


"감사합니다!"


인터넷 방송에서의 큰 금액의 후원을 휙휙 던지는 시청자를 흔히 '회장'이라고 한다.

회장님께서 FL 팬이었던 덕분에 내 주머니에는 순식간에 40만 원이 꽂혔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인사를 하다가, 살짝 고개를 틀어 김민 쪽을 올려다봤다.

돈이 무섭긴 무섭다.

올블루의 리액션을 한심하게 여기는 듯했던 김민의 눈빛은 이제 정반대의 감정을 품고 있다.

옆에서 혼잣말하는 것도 들었다.


"돈 많이 버는구나...."

"후원받은 40만원의 경우에는 방송 끝나고 제가 계좌이체로 보내겠습니다. 네."


그러나 후원은 40만원에서 그치지 않았다.


['조민욱'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 나도 용돈 만원 추가


['불패의 뉴비'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 신기록 세웠는데 주헌이한테 도네 쏴야지


인터넷 방송에서는 오랜 불문율이 있다.

스트리머가 방송에서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고 나면 잠시 간의 '수금 타임'이 이어진다.


여기서 말하는 활약이란 상위 티어로의 승급, 극악한 난이도의 보스 처치, 난적과의 매치에서 거둔 승리 등.

수금 타임이란 말 그대로 도네이션을 받으며 수금을 하는 시간을 말한다.


[던전 페일]에서의 신기록 달성은 분명 엄청난 활약이 맞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수금 타임이 발동하는가?


그러니까 기록을 달성한 이주헌을 스트리머로 인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스트리머는 올블루고, 이주헌은 올블루의 방송에 출연한 게스트다.


이주헌이 달성한 업적을 치하하기 위해 올블루에게 도네이션을 주는 것은 의미가 있는가?


회장 체리맛추적자는 이 난제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주헌이 용돈'.


한 번 혈이 뚫리자, 회장님의 후원을 시작으로 무수히 많은 도네이션이 쏟아졌다.

물론 전부 나를 향한 후원이었다.


"......"


애써 웃는 올블루.

하지만 그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크아악."


무수한 도네이션을 눈앞에서 빼앗긴 올블루는, 이어지는 [나이트 아크]의 일대일 매치에서도 거짓말같은 참패를 당하고 말았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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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의문의 하이랭커 24.08.11 208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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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FLy high 24.08.09 269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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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괴물 신인 in 포스트아포칼립스 24.08.07 346 13 13쪽
5 민원인이 너무 강함 (2) 24.08.06 355 16 12쪽
4 민원인이 너무 강함 24.08.05 362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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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직 검성의 인생 2회차 24.08.03 480 16 12쪽
1 전생에 서울을 구했다 24.08.02 560 1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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