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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민 님의 서재입니다.

검술천재의 게임방송 in 아포칼립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은하민
작품등록일 :
2024.06.23 16:44
최근연재일 :
2024.08.24 21:44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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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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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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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민원인이 너무 강함 (2)

DUMMY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대다수 공무원의 생활은 순탄하기 그지없다.

그냥 출근해서 일하다가 정리하고 집에 가면 그만이다.


심지어는 각성자들을 자주 마주하는 업종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각종 범죄와 사고로 죽어나갔던 건 초기의 일일 뿐.

도시가 안정화된 이후로는 위험한 일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덕분에 각성자 관련 공무직은 아주 달달하게 꿀을 빠는 자리가 되었다.

명목상으로는 위험한 일이라 돈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실질적인 업무강도는 일반행정직 공무원보다도 낮다.

공무원 특성상 짤릴 일도 진짜 웬만해서는 거의 없다.


정말 웬만해서는 그렇다.


각성자 검사소의 20대 공무원 이진혁.

그가 맡은 업무는 간단했다.

검사를 원하는 인원을 검사실에 데려가 가상현실에 넣고, 자신은 따로 마련된 방에 앉아서 컴퓨터로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모니터링이라고 하기에도 뭐하다.


포스트잇에 적힌 대로 대강 초기 설정을 점검한 다음 버튼을 눌러서 시뮬레이션을 작동시킨다.

이후에는 피검사자가 문제 행동을 하는지만 대충 보다가 결과가 나오면 프린터에서 종이를 뽑아 온다.

편하게 자리에 앉아서 스마트폰 게임이나 하면서 시간을 때우면 되는 꿀 작업이다.


그러나 오늘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촤르르르륵-.


그의 앞에 놓인 모니터가 빠르게 경고 메시지를 뿜어냈다.


이진혁이 뒤늦게 이변을 확인했지만 상황은 한참 늦어버린 뒤였다.

한참 스마트폰 게임에 집중하던 그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과부하 위험 경고.

비상 전력 공급 시스템 가동.


"뭐야."


이게 다 무슨 말이지?


공무원은 가상현실 장치를 다루는 전문가가 아니다.

그냥 기사 아저씨를 불러서 설비를 가져다 놓고 대강 설명을 들은 대로 버튼을 눌러 작동시킬 뿐이다.


문제가 정확히 왜 발생했는지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당연히 모른다.


"진짜 재수가 없으려니까."


가상현실 시뮬레이션 설비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걸 망가지게 뒀다간 경고나 가벼운 징계 정도로는 안 끝난다.


거기다 자신은 직전까지 스마트폰 게임이나 하고 있었다.

상황이 더 안 좋게 흘러간다면 무조건 문제가 된다.


다급해진 이진혁은 혼자서 문제를 해결해 보려 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날카로운 경보음이 건물 자체로 퍼져나갔다.

무슨 일인지 건물 전체의 형광등도 발작적으로 깜빡이기 시작했다.

공간이 파동처럼 일렁였고, 머리카락이나 작은 사무용품 등이 공중에 떠올랐다.


검사소 안에 있는 인원은 당연히 한두 명이 아니다.

곳곳에서 놀란 사람들의 탄식 소리가 들려왔다.


이진혁은 그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상황이 뭔가 걷잡을 수 없이 잘못되고 있다.

속된 말로는 완전히 좆됐다.

패닉에 빠지려던 정신줄을 부여잡은 채, 이진혁은 눈앞의 모니터를 뚫어져라 들여다봤다.


- 과부하 원인의 신속한 제거가 필요합니다.

- 장치를 세심히 살피고 과부하 원인을 제거하십시오.

- 원인 제거가 지연될 경우 장치가 영구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으며 화재, 감전, 초자연적(초상적) 재해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하나도 알 수 없었다.

대신 마지막 줄의 무시무시한 경고가 그의 시선을 끌었다.


화재. 감전. 초자연적 재해.

당장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선배들을 수없이 죽여 왔다던 재난들이다.


가상현실 시뮬레이선 안쪽에 사람도 있다.

인명 피해가 생기면 당연히 자신도 처벌을 받는다.


이진혁은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집었다.

마우스 커서가 시스템 종료 버튼을 연타했지만 경고음만 계속 흘러나올 뿐 장치는 종료되지 않았다.


이진혁은 다급히 방을 박차고 나와 복도를 달렸다.

목표는 시스템실의 스위치함.

설비에 독립적으로 공급되는 전원을 끊어 버렸음에도 장치는 종료되지 않았다.


안절부절못하는 이진혁의 어깨를 뒤쪽에서 누군가가 콱 붙잡았다.

피부가 까무잡잡한 중년의 남자. 그의 상사인 박수열 팀장이었다.


"진혁 씨.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예요 지금?"

"이, 이게 과부하가 걸려서 안 꺼집니다. 제가 아까부터 끄려고 했는데 무슨 일인지 망가진 것 같아요 지금."

"안에 사람은요. 검사 받던 사람 있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일단 가상현실부터 종료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어 봐요. 기사한테 전화부터 할 테니까."


팀장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진혁 씨가 받아서 통화해요."

"제가요?"

"나는 상황을 모르는데 진혁 씨가 해야지 누가 해요."


다행히 전문가와의 통화는 빠르게 연결되었다.

상황도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다 안전 장치가 되어 있어서 사람 죽거나 다치고 이런 일은 거의 없어요. 말씀하신 것만 들어 보면 과부하가 걸려서 비상 전력이 돌아간 것 같은데, 흔한 일입니다. 형광등 깜빡인다. 뭐 종이가 날아다닌다. 이런다고 큰일나는 거 아닙니다. 비상 전력이 좀 빡세게 돌아가면 원래 잠깐은 그래요."

"비상으로 전기가 들어온다고 진짜로 그렇게 돼요?"

"전력만 쓰는 게 아니라 마력도 끌어다 쓰는 거라 그렇게 됩니다."


무심한 전문가의 목소리가 두 공무원을 빠르게 안심시켰다.

시끄럽게 울리던 경보음도 어느 순간 뚝 끊긴 뒤였다.


"그보다 중요한 게 시뮬레이션 내부에서 무슨 이상이 있었는지를 알아야 돼요. 그래야 원인을 대강이라도 아니까."


상황을 묻는 전문가의 질문에 이진혁은 다시 한 번 긴장했다.


"그, 워낙에 순식간에 있던 일이라 잘은 못 봤어요."


거짓말이다.

스마트폰 게임을 하느라 제대로 못 봤다.


"그 중요한 거를 모니터링 하는 사람이 없어요?"

"그게 저인데...."


어떻게든 변명거리를 떠올리려던 이진혁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모니터에서 봤던 시뮬레이션 내부 상황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갑자기 못 보던 검이 생겼었어요."

"검? 무기 말하는 거죠?"

"네. 그 검사 받았던 사람이 처음에는 없던 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게 원인일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봐야 알겠죠 그건."


잠시 생각에 잠기던 전문가가 설명을 덧붙였다.


"너무 강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검사를 받았다. 이럴 때는 검사 전에 미리 설정을 높여 놔야 하는데 그냥 지나쳤다. 이러면 당연히 과부하가 걸리죠."


이진혁은 다시 한 번 마른침을 삼켰다.

검사 전에 설정을 점검하는 것도. 설문을 통해 피검사자의 능력을 점검하는 것도 자신의 업무였다.


"아. 그리고 과부하 걸렸을 때 전원 버튼 누르시면 절대로 안 됩니다."

"네?"

"비상 전력 가동 중에 급하게 시뮬레이션을 중단하면 장치에 손상이 가요. 그래도 이거는 저희도 다 설명드리고 기본적으로 다 교육하는 거니까."


이진혁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렸다.

분명 그런 교육이 있긴 했는데 제대로 안 들었다.


"......방금 껐는데요."

"예?"


전화기 너머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안쪽에 마나 회로 다 탔겠네. 그거 커버하던 전자 장비 쪽도 얼마나 살아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러면 그, 그게 어떻게 되는 거죠?"

"다 들어내고 다시 깔아야죠. 예민한 부품 몇 개는 아마 확실히 고장났을 거라 새로 사서 깔아야 돼요. 부품값만 해도 한두 푼이 아닐 텐데."


부품 값이 수천만원에서 억대까지 갈 수 있다.

가상현실 설비의 내부를 들어내고 새로운 부품을 넣는 것도 고난도의 작업이라 수리비로도 또 돈이 깨진다.


"......"


이야기를 듣던 이진혁의 정신이 그만 아득해졌다.



* * *



나는 전생의 감각을 떠올렸다.


베라카.

오늘날에는 성검이라는 이명으로 불리게 되었으나, 녀석은 본디 이름 없는 검이었다.

부정한 힘을 머금은 채 제멋대로 날뛰던 검.

놈을 길들이는 것은 오로지 내가 감당해야만 하는 몫이었다.


그것은 나 자신의 수련과 더불어 가장 길고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일단 성공을 거두자, 나는 영혼의 계약을 통해 검의 힘을 온전히 끌어내 사용할 수 있었다.

허공에서부터 검을 불러낼 수 있게 된 것도 그 순간부터였다.


아직 온전히 힘을 이끌어낼 수는 없다.

소환마저 간신히 해냈고, 다시 날뛰려는 검을 통제하며 휘두르는 일은 극한의 피로를 동반했다.


주변의 공간조차도 일렁이게 만들 정도의 무기다.

평범한 사람들은 제대로 들어 올릴 수조차 없다.


돌이켜 보자면 썩 만족스러운 전투는 아니었다.

검은 원하는 경로에서 자꾸 벗어났고, 몸과 정신에 가해지는 부담도 컸다.

그럼에도, 눈앞에 놓였던 상대의 신체는 한참 전부터 산산조각난 채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핵을 완전히 파괴당한 바위 골렘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바닥에 놓인 잔해는 이미 생명을 잃은 돌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정도면 합격인가?


아마 그럴 것이다.

더 이상의 적은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파스스스스스-.


주변을 감싸던 가상현실이 서서히 흩어져 가고 있었다.

풍경은 다시 한 번 뒤바뀐다.

드넓었던 중세의 광장에서 다시 현대의 하얀 방으로.

동시에 희미하게 들려오던 바깥의 대화소리가 점차 볼륨을 키워 갔다.


"그래서 설문이 있는 거죠! 검사하기 전에! 철저하게 설문을 해 뒀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끝날 얘기가 아니에요 이건. 어떻게 할 겁니까 이제?"

"최대한 피해 복구를 위해서 노력을...."


나는 찌뿌둥한 몸을 한 차례 풀었다.

고개도 빙글 돌리고, 손으로 반대편의 어깨도 꾹꾹 눌렀다.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은 더할 나위 없이 산뜻했다.


검사실 바깥으로 나와 천천히 걸음을 내딛은 복도.

눈앞에는 예상했던 그대로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무슨 노력을 할 수 있는데요. 이진혁 씨가."

"죄송합니다."


복도에 나와 있는 것은 두 사람.

아까의 재수 없던 공무원이 고개를 푹 숙인 채 횡설수설했다.

그 반대편에서는 상사로 보이는 남자가 소리를 치는 중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흡족해지고 아주 기분이 산뜻하다.

유치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당하고만 사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워낙에 정신이 없을 상황이지만, 검사소에 무능한 공무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창 경고를 전하던 중년의 남자가 빠르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내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중앙각성자관리청 박수열 팀장입니다. 이번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진혁입니다."

"혹시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따로 없긴 한데, 검사에 문제가 생겼을지는 좀 걱정됩니다. 제 입장에서는 서울로 매번 왕복하는 것도 힘들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서울 시민증도 꼭 필요해서요."


상대방은 열두 살의 어린아이다.

박수열 팀장은 그럼에도 깍듯이 예의를 갖췄다.


"검사 결과에 있어서는 제가 책임지고 반드시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박수열 팀장이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한 장 건넸다.


"괜찮은 시간에 연락드려서 다시 한 번 사과드리겠습니다."


이어서 보상 절차에 대해서도 안내받았다.


"서울 시민증이 있어야 받을 수 있긴 하지만, 민원 보상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연락 주시면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행정상의 착오나 오류를 보상하는 제도인데, 돈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멸망 이전과는 달리 제도 정비가 잘 되어서 액수도 늘고 시행도 원활하게 되고 있다고.

주로 마주치는 민원 상대가 각성자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각성자들은 호잇 하고 손가락 한 번 들면 사람 모가지를 썰 수도 있으니까.


물론 돈은 필요하다.

나는 능력을 차고 넘치게 입증해낸 상황이고, 남은 건 검사 결과 분석뿐이다.

만에 하나 검사 결과가 남지 않았더라도 재검사라는 선택지도 있다.

서울 시민증은 이미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

앞으로 서울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생활비가 있어야만 한다.


문서현이 보내 준 돈이 있긴 한데, 이걸로는 액수가 빠듯하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내 입장에서는 한 푼 한 푼이 소중하다.


다만. 지금 상황에 꼭 돈만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당장 병원에 가서 검사부터 받아 보라는 공무원들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고서, 나는 준비해 왔던 말을 꺼냈다.


"지금 여기서 바로 부탁드릴 게 하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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