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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민 님의 서재입니다.

검술천재의 게임방송 in 아포칼립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은하민
작품등록일 :
2024.06.23 16:44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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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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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의문의 하이랭커 (3)

DUMMY

가상현실 속에 구현된 검과 마법의 전장.

나이트 아크는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명실상부 1위 게임이다.

이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게임 스트리머의 숫자 역시 많다.


스트리머 올블루 역시 그 중 하나였다.

평균 시청자 수는 대략 1500명에서 2000명 사이.


콘크리트 시청자층을 단단하게 다져놓았고 다른 스트리머들과의 합방에서도 존재감이 있다.

비유하자면 재벌까지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대기업 정도는 된다.


그가 진행하는 방송의 정체성은 딱 두 글자로 정의될 수 있다.


실력.


철저히 게임 실력으로 승부한다.

본인부터가 전 프로 출신.

그런만큼 인게임에서의 점수와 티어가 방송의 흥행에 있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목표는 나이트 아크에 존재하는 최고 티어인 이터널이다.

한참 정체기에 들어섰던 올블루는, 돌연 파멸적인 연승을 하며 반등하는 중이었다.


- 흐름 탔다 이거 오늘 안에 이터널 간다

- 가자

- 형 진짜 이터널 가는거야?

- 신 블 루

- 이터널 기다려라 올블루가 간다


빠르게 올라가는 시청자들의 채팅.

키 192cm의 근육남 올블루가 간단히 몸을 풀며 자신의 전적을 확인했다.


3등. 4등. 2등. 1등. 1등.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전적이다.


나이트 아크에서는 게임에서 기록한 등수에 따라 랭크 포인트(점수, LP)를 지급하거나 차감한다.

1등을 하면 점수를 확 얻고 꼴찌를 하면 점수가 왕창 까이는 구조.

여기에 인게임에서 올린 킬(kill)수에 따라 추가 점수가 지급되는 시스템이다.


올블루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전투를 즐기고 적극적으로 킬을 노리는 성향.

거기다 계속해서 상위권의 순위를 기록했다.

몇 게임을 돌리다 보니 점수는 금세 목표치에 근접했다.


"이번 게임에서도 1등 하면 이터널 바로 갈 수 있어."


이어지는 게임에서 1등을 기록한다면 곧바로 이터널의 왕좌에 올라설 수 있다.


- 형 도박장 열어줘

- 이럴 때 포인트 도박 해야지

- 승부예측ㄱㄱㄱㄱ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다.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재빠르게 '도박장' 개최를 요구했다.


도박장.

정식 명칭은 '예측'.


방송 플랫폼에서 지원하는 부가 시스템 중 하나다.


방송을 시청하거나 후원하면 포인트를 얻는다.

이렇게 모은 포인트를 승부 예측에 내걸 수 있다.

정확히 예측했을 경우 승리. 패배한 사람들의 포인트를 쪽쪽 빨아갈 수 있다.


이 포인트를 어디에 사용하느냐.

스트리머가 내걸고 있는 각종 상품과 교환이 가능하다.

10만 포인트를 모아서 교환할 수 있는 최종 상품은 192cm 근육 알파메일 올블루와의 헬스장 데이트다.


"방금 예측 열었다 얘들아. 나는 몸 좀 더 풀다가 게임 들어가야겠다."


[이번에 이터널 달성 성공 vs 실패]

성공 : 25%

실패 : 75%


나이트 아크에서 1등을 달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번에는 무려 25퍼센트의 사람들이 성공에 베팅했다.

오늘 보여준 퍼포먼스가 워낙에 뛰어난 덕분이었다.


- 이번에는 진짜 간다

- 나는 우리 할아버지 땅문서까지 걸었어

- 우리 블루형 흐름 한 번 타면 계속 1등하는 거 모르는 사람 없제?


곧이어 게임이 시작되었다.

역배에 뛰어든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기대했듯, 시작은 굉장히 좋은 느낌이었다.


"오케이. 아이템 잘 떴다."


파밍에서 운이 따랐다.


"회복 물약 좋았고."


초반부터 각종 소모품이 말 그대로 노다지처럼 쏟아져 나왔다.


"와. 이게 여기서 나온다고?"


쓸만한 등급의 롱 소드가 이른 타이밍에 나온 것도 행운이었다.


서걱-!


"이걸로 3킬."


이어지는 몇 번의 전투에서도 깔끔하게 승리했다.


차곡차곡 적립되는 플레이어 킬 점수.

패배자의 가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전리품.

순위는 꾸준히 올라, 이제 최소한 4등 안쪽의 성적이 확보되었다.


- 아 안돼....

- 운명을 받아들여라 어리석은 정배자식아ㅋㅋㅋ

- 여기서 실패에 걸어? 너 이 방 시청자가 맞는 거냐? 스트리머 응원은 못할망정 이 반역자 자식 당장 이 방에서 나가라

- 정배맨들아 포인트 잘먹을게~~~~


"딱 셋만 제끼면 되겠다."


아이템 파밍이 아주 야무지게 잘 된 상태다.

올블루가 승리를 자신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위화감.'


강렬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갈대가 길게 자란 호숫가.

짙은 남색의 물결은 지평선에 가까워질수록 석양의 오렌지빛을 띄었다.

적이 나타난 건 그 반대편의 어둠에서부터였다.

검을 든 누군가가 이곳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원근법 때문에 작게 보이는 줄로만 알았다.

나중에는 키가 좀 작은 유저가 길다란 대검을 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리가 충분히 좁혀지자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애잖아."


상대는 기껏해야 중학생 정도의 아이다.

아니. 가만히 보면 중학생도 안 될 것 같다.

자연스러운 의문이 올블루의 머릿속을 채웠다.


"애가 어떻게 여기 있지?"


나이트 아크에서는 아바타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게임 속에서 내보이는 모습이 곧 현실의 모습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봐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쪽은 엄청나게 간절하니까.

이터널 티어 달성에 무려 300만 원짜리 미션이 걸려 있다.


[생존자가 처치되었습니다.]

[남은 생존자 : 3명]


방금은 또 한 명의 생존자가 탈락한 상황.

게임에 남은 경쟁자는 단 두 사람.


- 오오오

- 거의 다 왔다 이거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서 놓칠 수는 없다.

올블루가 검을 고쳐 쥐었다.


스륵.


전투를 앞둔 검이 푸른 불꽃에 휩싸였다.


상대가 어리다고 해서 자만한 것이 아니다.

근접 무기 사용자 사이의 싸움에서 체격의 차이는 큰 변수가 된다.

그리고 갖추고 있는 장비에서부터 현저히 차이가 난다.

상대가 평균 수준의 후반 세팅이라면 이쪽은 종결급.

무기와 방어구의 성능 차이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진다.


무조건 이긴다.


그렇게 생각했다.


검끝으로 호숫가의 습한 공기를 가르자, 푸른 불꽃이 초승달을 그리며 앞을 향해 날았다.

극소수의 무기만이 가능케 하는 검기의 구현.

중거리에서 접근하는 상대를 견제하기 좋은 기술이다.

불꽃의 속도가 그리 느리지도 않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장비를 착용하고 있을 경우 불꽃을 피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상대는 자기 키보다도 큰 검을 쥐고 있다.

대검이 아닌 일반적인 롱 소드라고는 하나, 무기를 쥐고 있는 것이 어린아이다.

빠른 속도의 움직임이 나오기 어려울 터.


- ?

- 뭐야


빠르다.

예상했던 속도보다도 훨씬 더.


푸른 불꽃은 유독 여유로워 보였다.

상대의 움직임이 빠른 탓이다.


한 번 더 불꽃을 쏘아 보내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대신 검날 위로 한껏 불꽃을 그러모았다.


'승부는 이쪽이 여전히 유리하다.'


공격이 빗나갔다 한들 애초에 견제였을 뿐이다.

검의 진가는 여기에 있다.

상대가 회피 동작을 취하는 동안, 미리 공격 태세를 갖출 수 있다는 것.


'단 한 번으로 끝낸다.'


종결급 무기가 화염을 한껏 휘감은 채, 만전 상태에서 최대로 휘둘러 가하는 공격이다.

뛰어난 방패로도. 가장 훌륭한 방어구로도 피해는 온전히 막아낼 수 없다.

하물며 상대는 방어 쪽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은 상태.

뒤늦게 피해 보려 한들 검의 속도가 그보다 빠를 것이다.


후웅-.


검날이 허공을 갈랐다.

불꽃이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호숫가로 날아들었다.

그러나 그 안에 삼켜졌어야 할 소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상대는 미끄러지듯 아래로 파고들었고, 아래에서는 솟구치는 검끝의 잔상이 보였다.

다시 보아도 오직 잔상뿐이다.

몸에 닿는 것은 없다.


그렇다면 실체는 어디에 있지?


반격하려 할 때는 이미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기묘한 경험이었다.

통증보다도. 감각보다도 먼저 머리통이 울렸던 건.


쩌억!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단순한 올려베기다.

그러나 검의 속도를 눈이 따라가지 못했다.


대체 어떻게.


시야가 서서히 기울어지며 회색으로 물들었다.

죽음을 방불케 하는 잿빛의 세계 위로 네 글자가 떠올랐다.


[전투 종료].


채팅창에서는 온갖 감정들이 격렬히 뒤섞였다.


- 아니 내 피같은 포인트가!!!

- 아 내 포인트


포인트를 잃은 사람의 절규.


- 역배야 형이 포인트 맛있게 잘 먹을게~~~

- 아 맛있다ㅋㅋㅋㅋ

- 야 상식적으로 3연속 1등을 하겠냐고ㅋㅋ 욕심은 많아가지고ㅋㅋ


승부에서 승리한 사람의 환희.


- 뭐였지 대체

- 초등학생 같았는데 여기까지 점수 올릴 수가 있나


그리고 남겨진 거대한 의문.


[2등].


결과표를 받아 든 올블루는 침묵을 지켰다.

그간 취미로 접해 왔던 예전 무협 소설의 내용이 뒤늦게 떠올랐다.


무림에서는 노인과 아이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그들이 눈에 보이는 대로의 약자였다면 애초에 적으로 마주칠 일이 없었을 것이기에.


"근데 진짜 뭐지."


올블루는 잠시 게임을 종료하고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가상현실 환경 속에서 이루어지는 웹 서핑.

처음에는 뭐라고 검색해야 할지도 난감했지만, 곧 생각했던 대로의 결과를 찾을 수 있었다.


[나이트 아크 초딩한테 개털렸다]

너네 안믿기지? 나도 안믿김ㅋㅋ 본인 티어 지금 다이아 상위권


[무슨 초딩이 미스릴에 있냐]

상대로 만났는데 거의 반격도 제대로 못하고 당했다 이게 재능인가


[뭐냐 진짜 초딩인가 본데?]

그래도 중딩은 될 줄 알았는데 아무리 봐도 그것보다 어려보임


[초딩 닉네임 전적검색 해봤다]

지금 데미갓임ㅋㅋㅋㅋ 미친거냐ㅋㅋㅋㅋ


[데미갓 초딩한테 친추 걸어 본 사람 없냐]

음성 채팅은 꺼놓은거같음

게임 끝나고 따로 친추 걸어봤는데 안받아준다


처음에야 관심이 없어서 몰랐지, 일단 찾아보니 목격담이 한두 개가 아니다.

닉네임은 이주헌. 특이하게도 본명을 닉네임으로 하고 있는 듯하다.

커뮤니티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알음알음 소문이 퍼져서, 현재는 데미갓 초딩이라고 불리는 중.

최신순으로 갈수록 목격되는 티어가 높아지는 건 덤이다.


티어는 다이아, 미스릴, 데미갓, 이터널 순.

데미갓이라면 자신과 같은 티어인데다가 최고 티어인 이터널 바로 밑이다.


"대충 보니까 몇 달 사이에 다이아 찍고 미스릴 지나서 데미갓까지 간 것 같은데...."


가상현실 속에서는 따로 촬영 장비를 사용해 방송을 송출할 수 있다.

사람들이 대충 부르는 이름은 그냥 '캠'.

한참 가상현실에서 시간을 때우던 올블루가 멍한 얼굴로 캠을 응시했다.


"이게 말이 되나?"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전부 같은 생각이었다.


- 초딩? 포인트를 벌어오는 데미갓 도련님이라고 불러라

-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저 나이에 상위권 랭커면 대체 재능이 어느 정도인거야


나이트 아크 상위 게임에 검을 쓰는 초등학생이 있다.

그 전까지는 상위 유저들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전해지던 소문이었다.


그런 소문이 제대로 방송을 타게 됐다.

그것도 대기업 축에 들어가는 올블루의 방송을.


직전까지의 상황도 딱 적절했다.

스트리머 올블루는 이터널을 목표로 달리는 중이었고, 그 목표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시청자 숫자도 평소보다 훨씬 늘어나서 무려 4000명을 목전에 둔 상태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껏 몰려들었던 상황.

그때 그 순간에 뜻밖의 일격을 날린 초등학생.


이야기가 빠르게 퍼져나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 * *



오늘도 평화로운 희망보육원.

동갑내기 초등학생 친구가 다가와 소식을 전했다.


"이주헌 너 방송 탔던데?"

"뭐?"


갑자기 내가 무슨 방송을 탔다는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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