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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민 님의 서재입니다.

검술천재의 게임방송 in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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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민
작품등록일 :
2024.06.23 16:44
최근연재일 :
2024.08.2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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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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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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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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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FLy high

DUMMY

서울 시민들은 좀처럼 도시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

어차피 있을 건 서울에 다 있다.

바깥은 괜히 위험하기만 할 뿐이다.


범죄. 테러. 납치. 소매치기. 인신매매.

전부 도시 바깥에서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건들이다.


"내일 아침에 바로 출발하자."


김민은 바로 그런 곳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것도 모두가 쉬는 주말에 떠나기로.


이주헌이라는 대형 유망주를 발견한 게 금요일.

한시가 급한 일인만큼 계획은 바로 다음날인 토요일로 잡힐 듯했다.


"흐으."


차윤슬이 뉴스를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서울의 부자 동네에서 곱게 큰 아가씨였다.

어제 새벽에는 매주 챙겨 보던 시사 프로그램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을 봤다.


[반드시 알고싶다].

사라진 여대생. 돌아온 뼛조각 편.


"제가 팀장님 마음을 이해하긴 하는데요. 제가 찾은 지원자가 엄청나게 재능이 뛰어나긴 하죠. 그런데요....."

"그런데?"

"나중에 서울에서 만나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요. 아니다! 역시 서울에서 만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하지만 김민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이 업계 소문 빨라. 걔가 시민증 딸 때까지 기다리면 늦는다."


이주헌은 확실한 천재다.

업계 관계자들도 알 사람은 다 알 거다.


모두가 탐내는 천재를 남들보다 조금 일찍 찾았다.

이렇게 된 이상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다.

가서 눈도장이라도 찍어 둬야 한다.


"갑자기 찾아가기도 좀 그렇잖아요."

"어제부터 연락 다 해 봤지. 전화도 안 받고 메일도 안 읽어."


어쩌면 남들보다 일찍 찾은 게 아닐 수도 있다.

지원자들은 한 곳에만 지원을 넣지 않는다.

여러 곳에 한꺼번에 원서를 보낸 다음 합격한 아카데미 중 유망한 곳을 골라서 가는 게 보통이다.


차윤슬이 흠칫했다.


"그러면 혹시 다른 아카데미랑 연락이 닿았다거나."

"그럴 경우를 생각하니까 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


이주헌은 이미 더 좋은 곳에서 제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김민은 벌써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으면 이주헌이 경쟁 팀으로 갈 수가 있지. 이 바닥에서 스카우팅 맡은 애들 한 번 확신 생기면 엄청 독하게 덤벼들어. 만약에 일리언 쪽이 데려가서 대대적으로 돈 쏟아붓고 키운다면? 서원도 요즘 유망주에 엄청 공격적으로 투자하는데, 얘네가 오랜만에 일 한 번 저지른다면 어떻게 될까?"


일리언 골드. 그리고 서원 게이밍. 당장 1군 리그에서 FL과 순위권을 다투는 팀이다.

물론 2군과 3군에서도 꾸준한 경쟁 구도에 놓여 있다.


"유망주들 엄청 빠르게 성장한다. 요즘 리그 보면 중학생 고등학생 나이인 애들이 데뷔하는데 그런 거 나 때는 상상도 못 했어. 고작 한 세대 바뀌었다고 이래. 앞으로는 데뷔 나이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거지."


공식 리그에서의 데뷔 연령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먼 미래의 유망주를 놓친 게 아니라 바로 얼마 후의 스타 플레이어를 뺏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1군에서나 날아다니지 사실 다른 팀에 비교하자면 기반이 약해. 이번 세대 유망주도 2군에서 다 뺏겼고. 지금부터라도 아카데미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안 하면 몇 년도 못 가서 몰락하기 너무 쉬운 구조야."


김민은 선수 생활 전부를 FL에서 보낸 성골 출신이다.

선수 시절의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지만 FL은 근본을 저버리지 않고 김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3군 아카데미의 감독이라고는 해도 그저 감사할 뿐.

사랑하는 팀에 보탬이 될 기회다.

그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FL에는 이주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영상 하나만 보고 어떻게 아냐고?

모르는 편이 더 이상하다.


이 바닥에 청춘을 갈아넣었다.

타고난 재능은 부족했지만 대신 분석과 모방을 극한까지 밀어붙었다.

뛰어난 선수의 경기를 몇 번씩이나 돌려 보며 배워나갔고, 자연스레 영상을 분석하고 장단점을 파악하는 자세가 몸에 익었다.


부족한 재능임에도 끝까지 프로로서 살아남았다.

보고도 모를 정도로 경험이 짧지는 않다.


지금은 이주헌에게 이미 다른 팀의 마수가 뻗쳤을지 모르는 상황.

필요하다면 녀석의 마음을 돌려야 할 수도 있다.


"인재를 영입해야 할 때는 진심을 보여 줘야 돼."


김민이 생각해낸 방법은 진심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일단 직접 찾아가서 점수를 좀 따자."


이주헌이 보육원 출신이라는 건 서류에 적힌 주소지로부터 알아냈다.

당장 찾아가는 건 분명 갑작스러운 방문일 수도 있겠으나.

판도를 바꾸려면 지금 당장 하는 수밖에 없다.


"가서 봉사 활동 하고 애들 돌봐야지. 우리 직업 활용해서 재능 기부라는 것도 하고. 요즘 애들은 다들 꿈이 인방 아니면 프로게이머더라."


의욕에 가득 찬 김민과는 달리 차윤슬은 여전히 갈등 중이었다.

이도 저도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게 꼭 고장난 고양이 같았다.


"무섭다고요...!"

"무서우면 안 가면 되잖아."

"그래도 만나 보고 싶다고요...."


도시 바깥은 무섭다. 사실 시사 프로그램에 나온 강력 범죄가 무서워서 잠도 잘 못 잤다.

하지만 찬란한 재능의 원석을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녀가 두 생각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이 복도로 나간 김민이 사물함 앞에서 손짓하기 시작했다.

항상 자물쇠가 걸려 있던 길쭉한 철제 로커였다.


"뭐에요?"

"잠깐만."


드르륵.

트득.


......철컥!


그동안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11번 사물함의 문이 열렸다.

안쪽에 놓인 물건을 확인하자, 차윤슬은 귓가에 낯선 목소리가 울리는 듯한 환상을 겪었다.


- 아아. 여기서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게 뭐에요?"

"비상용."


사물함 안에는 검 한 자루가 세워져 있었다.

김민은 익숙한 동작으로 그것을 끄집어내더니 칼집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스릉-!


"히약."


차윤슬은 이상한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츠렸다.

형광등 불빛을 받아 번뜩이는 걸 보면 틀림없는 진검.

게임에서는 많이 봤어도 실제로 본 건 처음이다.

가상현실이 실제와 같다고는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현실에서는 진짜로 피도 나고 아프고 병원도 가야 한다.


"그거 진짜 칼이에요? 그거 회사에 가져올 수 있어요?"

"예전에는 다 이랬어."


한때 멸망할 뻔했던 세상이다.

괴물이 도시를 부수고 미친 각성자가 사람 모가지를 땄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무장해야만 했다.

직장 사물함에 무기를 넣어 두는 것도 예전에는 그럭저럭 흔한 일이었다.


현재는 빠르게 규제가 붙어서 개인의 무장이 어려워진 상태.

하지만 자격증을 소지한 경우 여전히 무기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가능하다.


김민에게는 발급이 그렇게 까다롭다는 도검 소지 자격증이 있었다.

프로 생활 말년에 다양한 진로를 고민하던 흔적이었다.


"이번에 나가려면 무장을 좀 해야지."


프로게이머 시절 주무장까지는 아니더라도 검을 자주 사용하던 김민이었다.

현실이라고 해서 그동안 단련한 신체와 검술이 힘을 잃는 것은 아니다.


"주말에 같이 갈 거지?"


차윤슬의 마음속 저울이 순식간에 한쪽으로 기울었다.


"무조건 갈게요."



* * *



하나의 유령이 희망보육원을 떠돌고 있다.


- 한 번 때려볼까? 신나게 맞아볼까?

- 아! 이 새끼 진짜 때려!

- 에헤이! 장난이라니까 장난 이 새끼야!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하나만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백귀야행. 수많은 유령이 보육원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인터넷 방송에서 튀어나온 밈이라는 유령이.


각종 기부와 복지 정책으로 인해 희망보육원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한가득 보급되었다.

논리는 이랬다.


도시 바깥 낙후된 지역의 아이들을 보라.

아동 납치를 포함한 온갖 범죄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지 않은가!

이 아이들은 충분한 돈이 없어 도움을 요청할 핸드폰조차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따뜻한 마음을 모아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지원하자!


여기까지는 굉장히 좋은 흐름이었다.

아이들의 상황이 방송을 타자마자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문제는 지원받았던 게 전부 다 스마트폰이었다는 사실이다.

아주 어린아이도 하나씩 스마트폰을 갖춰 나갔다.


이 스마트폰이 어디에 쓰이느냐.

물론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도 쓰겠지만 대부분은 유튜브와 인터넷 방송 시청에 사용됐다.

내가 인생 2회차 꼰대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리 좋은 일이 아닌 것 같다.


보통 집이라면 부모의 면밀한 시청 지도가 있었을 것이다.

어플을 깔아서 유해한 컨텐츠를 차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육원에는 그런 게 거의 없다.


희망보육원의 아이들은 빠르게 인터넷 방송에 빠져들었다.

방송 생태계에서도 음지라고 불리는 어둠의 세계로.


몇몇 인방 채널이 공유하는 칙칙하고 쾌락주의적인 감성.

그리고 보육원의 꿈도 희망도 없는 우중충한 분위기.

둘은 너무나도 잘 맞을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이라면 그래도 게임 방송이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보육원에 욕설이 난무하고 온갖 밈이 돌아다니게 되긴 했지만, 동시에 아이들은 꿈을 품게 되었다.


스트리머라고 불리는 인터넷 방송인.

혹은 억대 연봉을 쓸어담는다는 나이트 아크의 프로게이머.


가상현실이라는 게 참 신기한 물건이라, 가상현실 게임은 e스포츠와 기성 스포츠의 특성을 동시에 가진다.

그리고 스포츠는 핍박받는 사람들의 숨 쉴 곳이자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이 된다.


토요일을 맞아 휴식에 들어간 희망보육원.

학교를 가는 것도 아니고 따로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 날이다.

루틴이라고 해도 별 거 없다.

아침부터 다들 고개를 박고 스마트폰이나 들여다보다가, 선생님들이 야외 활동 좀 하라고 하면 마지못해 나가 축구를 뛰는데, 막상 뛰다 보면 재밌어서 저녁까지 계속한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분위기가 달랐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한데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프로게이머가 온다고?"

"어. 몇 시간 있다가 여기 온대."

"무슨 팀인데."

"FL."

"허어어어억."

"근데 지금 뛰는 사람은 아니고 전 프로야."

"전 프로 누구?"

"김민."

"어? 나 그 사람 알아! 옛날 선수!"


프로게이머가 보육원을 찾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살짝 윗 세대의 선수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일단 프로다.

그 사실 자체만으로 동경의 대상이다.


거기다 지금 한창 우승을 향해 달리고 있는 명문 팀인 FL 출신이기까지 하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기적에 아이들은 초 흥분 상태였다.


"근데 왜 온대?"

"재능 기부한대."

"기부는 갑자기 왜?"


기적을 불러일으킨 원인을 찾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오피셜로 돌아다니는 사유는 재능 기부였지만, 아이들이라고 해서 주변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

진실에 가까운 쪽의 이야기가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형이 그랬는데 재능 기부가 아니라 이주헌 찾으러 온 거래. 주헌이 각성자잖아."

"진짜 그건가?"

"무조건 그거야."

"와...."


나에게도 당연히 수도 없이 많은 질문이 들어왔다.


"주헌아 그거 진짜야?"

"몰라."


"주헌아 FL에서 너 찾으러 온다는데 맞아?"

"잘 모르겠어요 형."


나는 매번 직접적인 답을 피했다.

당장의 혼란을 우려해서였고, 보육원의 아이들이 느낄 박탈감을 걱정해서였다.


그러나 한참 돌아다니던 새로운 소문은 곧 정설로 굳어졌다.

교무실 문앞에서 이야기를 엿듣던 스파이가 정보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호시탐탐 틈을 엿보며 도청을 시도한 보육원의 남자 아이는 그 순간 한 명의 영광스러운 선지자가 되어 목청껏 소리쳤다.


- 교무실에서 들었다! 프로게이머가 이주헌을 만나러 온다!


평화로웠어야만 했던 주말의 아침.

어디를 가도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주헌이다! 이주헌이 온다!"

"숭배합니다.... 숭배합니다...."

"아아! 이주헌이시여! 적법한 서울 시민이자 각성자이시자 명문 프로게임팀 FL의 유망주 이주헌께서 지금 이곳으로 들어오십니다!!!"



*



소문 속 프로게이머가 찾아온 건 그로부터 몇 시간 후였다.

수많은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동글동글하게 생긴 전 프로게이머가 대뜸 질문을 꺼냈다.


"네가 이주헌이니?"

"......"


아니, 일단은 재능 기부라면서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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