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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게임 속 나혼자 플레이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찬솔
작품등록일 :
2022.09.15 01:46
최근연재일 :
2024.04.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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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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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유저의 수수께끼

DUMMY

게임 속 유명인들은 더 벨룸의 캐릭터들로 위업을 남겼으며 많은 이들 사이에서 끝없이 회자될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창식이의 말로만 들어도 변태적인 노가다 플레이, 악질PK의 시초를 알린 죽임 삼형제, 최초로 50레벨을 달성한 푸른, 울트란 해방전의 주역 ‘피의 기사단’혈의 군주 핏빛기사, PvP 최강자 용계PK 등등.


더 벨룸이라는 게임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유명 플레이어들은 그들의 이름을 별처럼 반짝이게 만들었다.

아직도 그들의 무용담을 들을 때면 동훈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푸른이 가장 먼저 50렙을 달성했다는데? 50레벨에는 영성의 형상이 더 진화한대. 푸른이 직접 말하더라.'

'핏빛기사가 이번에도 3개 연합 혈맹과의 공성전에서 수성을 성공했대. 대체 피의 기사단이 무너지기는 하는 걸까?'


커뮤니티고 포럼이고 유저들 사이에서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그들의 이야기는 그것을 직접 겪어본 사람 또한 감탄하게 만들었다.

울트란 해방전에서 내복단으로 참전해 공성을 치뤄봤던 동훈도 당시 적이었던 피의 기사단 군주 '핏빛기사'에 대한 리스펙이 여전했다.


스타Star.


다른 사람들에게는 연예인이 스타라면 동훈 같은 더 벨룸 덕후에게는 다른 사람이 스타가 아니었다.

기억 속에, 전설 속에 남은 플레이어들이 스타지.


동훈은 가끔 상상하곤 했다.


사람들의 이야기로 생명을 얻은 캐릭터의 서사와 위업은 어디로 가는 걸까?


동훈은 그 서사와 위업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분명 어딘가에, 데이터베이스화하여 남아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현실 서버의 더 벨룸은 마치 그런 동훈의 믿음을 형상화한 세계였다. 서사와 위업을 별로써,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 육신으로써 새겨놓은 장구한 밤하늘 같은 세계였다.


살아 움직이는 [답하면안죽임]이 멋들어지게 물어왔다.

그는 마치 게임의 진행자처럼 정중한 자세와 고풍스러운 말투로 수수께끼를 제시했다.


“길 가는 우리 나그네들 보오. 자네들은 혹시 아는가? 뚱뚱한 그레디가 다섯 성을 집어먹고는 크게 트림했다네. 그걸 본 말라깽이 그라우디가 후다닥 달려가 그 냄새를 맡고는 뭐라고 했을까? 그라우디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겠는가?”


반다르는 첫째 [답하면안죽임]의 헛소리에 가까운 퀴즈를 듣고 예전에 보았던 보부상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저 서부에서는 이상한 수수께끼를 내고 답을 말하지 못하면 죽여버리는 도적놈들이 있다대요. 얼마나 지독해요. 먹고 살기도 팍팍한데 이상한 문제를 맞추지 못하면 죽인다니. 그냥 죽이는 것도 아니고 모욕까지 하더라니까요?’


오락거리가 없는 중세에 미친놈들이 많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즐길 거리가 적으니 자기가 만드는 지경이 바로 이세계의 오락 현주소였다. 수수께끼를 내는 도적 따위는 이상할 것도 없었다.


한편 동훈은 삼형제의 장비 상황을 살폈다.


삼형제는 나이도 있고 그만큼 재력도 있으니 더 벨룸에도 돈을 많이 썼다. 취미생활에 돈을 아끼지 않는 성격이라는 말도 있었고 또 당시 막피유저로서 다른 유저들을 많이 썰었으니 장비 상황도 좋았을 터.


하지만 그들이 활약했던 당시가 더 벨룸1. 15년도 더 전이라는 거다.


더 벨룸은 오랜 기간 서비스되면서 스펙업 수단도, 그 상한도 많이 올라갔다.


더 벨룸1 당시는 정액제로 서비스되던 때라 게임사가 파는 스펙은 적었고 사람 간의 거래가 주를 이뤘다. 게임사가 스펙을 팔면 욕을 먹는 시기였으니 더욱 그랬다.

때문에 돈을 많이 줘도 사람들이 파는 장비를 사야 했고 그 수준은 당연히 게임사가 직접 파는 것보다 뒤떨어졌다. 팔 수 있는 물품도 플레이어들의 파밍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말이다.


‘그때는 희귀 등급 템도 웃돈 주고 사야 했던 때니까.’


저들은 희귀템으로 둘둘 했지만, 그때 당시에는 저 장비가 무시무시한 장비였다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영웅템이 판을 치고 밸런스가 널을 뛰는 지금의 더 벨룸은 1 시절의 더 벨룸과는 완전히 달랐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봐도 그 차이가 섭씨와 화씨의 차이만큼 벌어졌다. 모르고 보면 다른 게임이라고 오해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아저씨들이 보부상한테 쌀 사고 짚신 살 적이 아니에요, 지금은. 지금은 게임사라는 스펙 공장에서 따끈따끈한 스펙을 직접 산다니까?’


퀴즈가 문제가 아니다. 죽이자면 그냥도 죽일 수 있었다. 붙기만 하면 승부는 불 보듯 뻔했다.


희귀템과 영웅템의 차이는 그 정도였다.


“알고말고. 그건 아주 오래된 왕들에 대한 농담이지. 자네들은 그 답을 알고 있나?”


반다르의 되물음은 농담을 논하기에는 심각한 어조였다.

동훈은 반다르가 아는 눈치라 가만히 있었다. 동훈 역시 답을 아는 수수께끼였지만 그가 나설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그럴 필요도 없었고.


[템주면안죽임]과 [난걍죽임ㅋㅋ]은 저들끼리 떠들어댔다. 반다르의 되물음은 완전히 무시하는 듯했다.


“응? 이게 오래된 농담이라고?”

“몰라. 어떤 시인한테 들었잖아.”

“킬킬, 살려달라고 빌길래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면 살려주겠다고 했었지. 근데 재미는 하나도 없었어. 뭔 소린질 알아야지.”

“난 재밌었어. 듣자마자 배가 터지게 웃었다고.”

“이 무식한 놈아, 그게 뭔 줄 알고 웃어?”

“아무튼 웃겼어. 형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네?”

“같이 늙어가는 사이에 형은 무슨. 아무도 뜻을 모르니 길 가는 사람한테 물어보자고 했다가 여기까지 온 거 아냐.”

“그럼 저 중늙은이는 답을 안다는 거야?”


[템주면안죽임]과 [난걍죽임ㅋㅋ]의 조롱 섞인 만담은 반다르에게 퍽 모욕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반다르는 표정 변화 없었고 동훈만 슬슬 자신의 인내심을 확인하고 있을 뿐이었다. PK유저들의 도발은 알아줘야했다.


한 유저는 PK범들의 도발에 뒷목을 잡고 쓰러진 일도 있었다니 그들은 상대를 빡치게 하려고 게임을 했지 이기려고 게임하는 게 아닌 수준의 플레이를 보여주곤 했다.

그런 PK유저의 캐릭터가 육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저들이 수준급의 도발 능력을 지닌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때 [템주면안죽임]과 [난걍죽임ㅋㅋ] 만담을 끝내는 [답하면안죽임].


시간을 다 줬다는 듯 [답하면안죽임]은 최후통첩처럼 물어왔다.


“그래서, 답이 뭔가?”


[답하면안죽임]이 팔짱을 끼고 무게를 잡으며 물었다. 그의 견갑에 붙은 쇠붙이가 서로 부딪히며 달그락 소리를 냈고 바람은 스산하게 불었다.


반다르는 옛추억을 떠올리는 어른이 이야기를 들려주듯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이 농담은 정말 우스운 농담이었지. 주제를 모르는 왕 그라우디를 조롱하는 이 농담이 서부에서는 역병처럼 유행했어. 그의 권세는 매우 고통스러웠고 사람들은 그를 조롱이라도 해야 했지.”


우스운 농담이라고 말하는 투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입으로는 웃긴 농담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표정은 엄숙하기 그지없었다.


반다르의 말이 길어지자 막내 [난걍죽임ㅋㅋ]이 건방지게 재촉했다. 셋 중 나이가 가장 어린 막내답게 입이 걸고 본새가 가장 껄렁했다.

[난걍죽임ㅋㅋ]은 셋 중 가장 악질적인 PK범이기도 했다.


“이봐, 늙은이. 20년 전은 안 궁금하고, 답이 뭐냐고. 답을 알면 답을 내놓으라고. 이리저리 말 늘이지 말고!”


반다르는 자신의 입으로 농담이었다고 말해놓고 자못 침중한 말투로 대답했다. 농담이 아니라 추도문이라도 외는 양 축 가라앉은 얼굴이었다.


“그레디의 트름 냄새를 맡은 그라우디는, ‘짐은 이걸로도 충분히 배가 부르도다.’라고 했지.”


트름 냄새를 맡고는 배부르다고 말하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는 일종의 우화였다.


이하는 동훈도 아는 이야기였다.


울벤성의 지배자 그레디는 3개의 성의 지배자로 나오는 NPC였고 로반성의 지배자 그라우디는 딱 1개의 성의 지배자로 나오는 NPC였다.

그레디는 휘하에 수만의 병력을 이끌고 고레벨의 기사도 수기나 거느린 강력한 NPC인데 반해 그라우디는 수백의 병력만을 이끌며 그들이 정예병이라 일컫는 허세만 넘치는 NPC였다.


‘나의 정예병이여! 그대들의 왕이 명하노니 돌격하여 쓸어버려라! 저 참칭자들의 세력을 분쇄하라! 그대들은 대륙에서 가장 강한 정병이다!’


이런 대사나 읊는 NPC 그라우디는 대개의 성주 NPC가 그러하듯 성을 맡아둔 것마냥 플레이어들에게 성을 헌납했다.


최초로 공성이 시작되고 플레이어가 성을 먹기 전에 공성 체험 먼저 하라고 성주를 세워놓은 것이니 그럴 법도 한데 그라우디는 그중 유독 약했다.


하여간 게임 속 사정처럼 이곳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지 그라우디는 허세, 허풍쟁이 성주에 지나지 않는 듯했고 그를 조롱하는 풍문도 많은 듯했다.


상대는 잔뜩 처먹고 불러온 배를 두들기며 트림을 하고 있는데 먹지 못해 굶고 있는 그라우디는 상대가 하는 트림 냄새를 맡으러 달려와서는 더럽게 트름 냄새나 맡고는 이제 배가 부르다고 허세를 부리는 꼴은 격언으로 남을 정도의 멍청한 꼴이었다.


물론 플레이어들에게는 기억에도 희미한 NPC에 격언이었다.

최초 공성전 이벤트 이후로는 나오지 않는 NPC들이니까. 일회용 NPC를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동훈처럼 더 벨룸만 15년 한 거면 모를까.


이곳에서도 그 격언이 유행한 게 20년도 전이라니 지금은 현실 서버 또한 성이 플레이어에게 탈환된 상태인 듯하고.


짝, 짝, 짝.


[답하면안죽임]은 반다르를 보며 놀랐다는 표정을 짓고는 천천히 박수를 쳤다. 박수와 박수 사이에 일부러 텀을 두는 멋진 척을 빼놓지 않았다.


“정답이다, 늙은이.”


[답하면안죽임]은 나름 시크하고 멋있는 표정을 지었지만 동훈은 그가 60대 장년인의 캐릭터라는 걸 아니 그가 짓는 웃음이 그저 아저씨가 헤벌쭉하게 웃는 걸로만 보였다.


‘멋있는 체하기는. 악당 역에 심취했던 아저씨들답게 폼 잡는 거 하나는 기가 막히네.’


[답하면안죽임]은 마치 그냥 가라는 듯, 이제 됐다는 듯 슬쩍 비켜서며 한 손을 내뻗었다. 이쪽으로 비켜 가라는 듯.


동훈은 진짜 보내준다고? 하는 의심에 가만히 있었다. 반다르는 [답하면안죽임]이 보내주는 줄 알고 동훈을 이끌고 비켜 가려는데 그를 막는 이가 있었다.


“어허. 어딜 그냥 가려고? 아직 용건 안 끝났는데 뭐가 그리 바쁘신가.”


둘째 [템주면안죽임]이었다.

그는 반다르를 막아서며 어느새 뽑아든 날카로운, 희귀 등급 정도로 보이는 칼을 꼬나들고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명백한 조롱이었다.


“당신들의 두목이 가라고 하지 않았소? 당신이 두목이오?”


네가 두목이냐는 반다르의 도발에도 그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보통의 도적이라면 두목, 대가리에 민감하니 네가 두목이냐 물으면 두목의 권위에 도전하는 모양새가 되어 기겁하겠지만 이들은 뭐. 이게 각본일 테니.


역시나 [답하면안죽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 발 물러나 재미난 구경거리를 구경하듯 관망했다.


[템주면안죽임]이 손가락을 까딱이며 호통을 쳤다.


“그건 우리 형님 규칙이고. 내 규칙은 가진 거 절반 내놓으면 산다. 절반 내놓기 싫으면 죽는거야! 선택해. 죽겠어? 절반의 돈 내놓고 가겠어?”


이 삼형제가 게임에서도 악질이라고 욕먹던 이유. 그냥 보내주는 법이 없거든.


퀴즈 맞히래서 맞혔더니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고, 아마 돈을 주고 나면 저 마지막 놈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칼부림을 벌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의 목적은 막피 그 자체일 뿐 사실 퀴즈니 돈이니 그런 것들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취미란 게 다 그렇지 뭐. 취향이란 게 다 그렇고.


“취향, 존중해. 근데 말이야. 내 칼도 네 취향을 존중할까?”


동훈은 지룡의 신블레이드를 허공에서 꺼내 장착하며 말했다.


유명인의 캐릭터 실사화를 봐줄만큼 다 봐줬으니 내 볼일도 봐야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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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함 뜰까? +1 22.10.11 576 12 17쪽
25 반왕 22.10.10 624 12 20쪽
24 손동훈의 혈맹 22.10.10 628 13 12쪽
» PK유저의 수수께끼 22.10.09 657 11 12쪽
22 PK 유명인 +1 22.10.08 656 13 17쪽
21 과감하게 가자 쫄지 말고 22.10.06 659 15 16쪽
20 안녕, 다엘촌 22.10.06 721 11 18쪽
19 [내가니싸부] 22.10.05 765 11 19쪽
18 퀘스트 완료 22.10.03 818 11 18쪽
17 너, 마녀잖아 +1 22.10.01 859 12 22쪽
16 메인퀘스트 22.09.30 887 15 19쪽
15 자리 22.09.29 901 1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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