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나는 여기에 교육받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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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몇 시간이 지났을까. 아니면 몇십분 밖에 지나지 않았을까. 아니면 어느 순간에 벌써 기절해 버렸을까. 내가 언제 기절했는지도 모른체,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에는 무언가에 찍힌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눈을 뜨자, 내 몸은 누군가한테 질질 끌려가면서 복도를 건너고 있었다. 뒤에는 메이드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여긴 어디지.”
온몸이 고통스러웠다. 지금 보니, 이 붉은 복도에 나의 피가 질질 흘러져 가고 있었다. 바로 옆 방의 문을 열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의자에 나를 앉혔다. 그곳은 내가 갇혔던 목욕탕이었다.
“지금. 뭐하는. 거야.”
입에 있는 피 덩어리 때문에 혀가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깨어났구나.”
온몸에 피가 튀겨져 있는 그 남성이 웃는 표정으로 자신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갑자기 기절을 해가지고 죽은 줄 알았잖아. 뭐. 기절했어도 나는 신경 안썼지만.”
“무슨. 소리. 하는거야.”
“아직 제정신이 아니구나. 그럴만도 하지. 얼굴에 채찍을 몇 번이나 맞았는데. 어쨌든. 너의 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 천천히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깨달으면서 있으렴.”
그 말을 끝으로 안대를 내 눈에 덮었다. 엄청 따가웠고 수갑으로 내 양발과 양팔을 묶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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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으로 이틀이 지났다. 메이드는 내게 물 한 모금조차 주지 않았다. 음식도 그 무엇도 내 입안에 넣어 주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곳에 묶여 빛을 보지도 못한 체로 48시간이 흐른 것이다. 만약, 중간마다 지혜가 와서 물이나 조금의 음식을 주지 않았다면 죽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절박한 낭떠러지기까지 내 목숨이 위태로운 수준이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다가와서 내 안대를 무신경하게 벗겨 버렸다. 강렬한 빛은 나의 눈을 비췄고 도저히 뜨지 못한 채로 쓰러졌다.
이때 내가 생각했던 마음을 정리하자면, 단 한마디로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나가고 싶다.'
‘어떻해서든 이곳에서 탈출할 것이다. 무엇을 해도. 어떤 짓을 해도.’
눈이 고통스러운 빛과 함께, 나는 정신이 멀찍이 날아갔다. 시간이 흐른 후에 눈에 떴을 때는 내 팔목에 링겔이 꽂혀져 있었다. 왠지 모르게 수갑은 되어 있지 않았다.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어떠한 사람의 형태도 없었다. 메이드도 없었고 지혜도 없었다. 그 누구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급하게 링겔을 뽑고 나서 두 다리로 땅바닥에 섰다. 워낙 오랜만에 서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다리가 후들거렸다. 방문을 열고서 벽을 짚으면서 이 곳을 떠나려고 하였다. 때마침, 바로 앞에는 유리로 된 문이 보였다. 번호를 누르고 뭐든지 해보았지만, 열리기는커녕 움직여지지도 않았다. 손으로 유리를 쳐보았지만, 전혀 효과도 없었다. 이것은 보통의 유리가 아니었다. 방탄 유리였다. 밖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다시 몸을 벽에 기대면서 다른 곳으로 향했다.
제정신이 아닌 머리를 계속해서 써보았지만, 좋은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다. 무언가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식당을 지나면서 방법을 생각해냈다.
어떤 영화에서는 방탄유리를 총으로 부수는 것이 생각났다.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떤 사람도 없었다. 오로지 식탁과 의자뿐이었다. 총이 장식되어 있는 곳은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액자였다. 다가가자, 뭐라도 보호된 듯이 유리가 끼워서 보호하고 있었다. 뒤에서 열수 있을까하고 열려고 하였지만, 무게가 너무나 무거워서 들리지도 않았다. 어떻게할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가장 가까운 의자를 들었다. 그러나, 팔뚝에 힘이 부족해서 픽하고 쓰러졌다. 다시한번 젖먹던 힘까지 주면서 어떻해서든 들었다. 이제는 이것을 내려찍으면 되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붙잡았다.
“지호야!”
지혜가 한 손에 꽃을 붙잡고 나의 온몸을 껴안았다.
“지혜야.”
“다행이다! 나는 절대 안 일어나는 줄 알았어.”
“아. 그게. 고마워.”
지혜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아. 지금.”
“그런 것은 지금 타이밍이 너무 안좋아.”
내 손에 있는 의자를 빼앗아 다시 원래 자리로 갖다 놓았다.
“난 아무것도 안하려고.”
“아가씨!”
문이 활짝 열리더니 메이드가 거친 숨을 내쉬면서 뛰어왔다.
“아니. 혼자서 그렇게 뛰어가시면 어떻합니까. 당신은 일어나셨군요.”
내게 다가오더니 수갑을 펼치기 시작했다.
“잠깐만. 수갑을 채워 버린다고!”
“위험합니다. 아무리 방금까지 빈사 상태로 쓰러진 상태였다고 해도 말이죠.”
“아니. 그런 것은 내가 인정 못해.”
“아가씨. 그래도. 민혜 아가씨한테는 폭력을 행사하였습니다.”
“민혜 언니는 그럴만한 짓을 했어. 하지만, 나는 아니야.”
수갑은 도망가는 것을 막는게 아니라. 아가씨한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있는 것입니다.
“나는 내 몸 잘 지킬 거니까. 됐네요.”
“후. 알겠습니다. 그러시면, 아무런 말도 안 하겠습니다.”
지혜는 나를 부축하면서 일으켜 주었다. 지혜와 메이드는 서로 눈빛으로 치열한 싸움을 하고는 나를 데리고 내가 깨어난 애완동물 방으로 향했다.
나를 침대에 눕혀서 숨을 쉬었다. 링겔을 다시 맞힐려고 했지만, 나는 거부하자 지혜도 알았다면서 한쪽으로 치웠다. 자신이 가져온 꽃을 병에다가 꽂아두자, 꽤나 아름다웠다. 오히려, 꽃을 본지가 오래되었다. 코를 가져다가 냄새를 맡아보니, 자연의 냄새가 났다.
“냄새가 좋네.”
“바로 위에서 따온거야.”
“으윽. 몸이 너무 아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내가 정신이 나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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