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나는 여기에 갇혔다
-1-
어둡고 축축한 냄새.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눈엔 천 같은 것이 감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숨만 쉴 수 있게, 코 말고는 다른 곳은 막혀있다. 특히 입 주위에는 테이프 냄새가 강렬하게 났다. 뒤로 향해 있는 손을 흔들어 보았지만, 쇠창살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질 뿐이었다. 발에도 똑같은 것이 묶여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해서든, 아픈 머리를 붙잡고 생각했다.
‘이곳으로 오기 전의 마지막 기억은 언제지.’
‘일요일이었다.’
‘밖에 나간 적이 있었던가?’
‘그래 나갔었다. 그때 산책한 기억이 흐릿하게 생각난다.’
‘왜 나갔었지?’
‘나갈만한 이유가 기억나지 않는다. 단순한 산책이 아니었을까.’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컴퓨터에 앉았다. 게임이나 동영상 편집을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저녁에는 부모님이 남겨주신 밥과 돈으로 배를 채워나갔고 밤까지 시간을 보냈다.’
머리를 쥐어 짜보았지만, 기억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조차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배는 이 상황이 무엇인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허기에 찬 배 울림이 퍼져 나왔다. 그때, 끼익거리는 철문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그 속에 힐 소리를 내면서 누군가가 내게로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내 앞에 멈추더니 테이프를 입에서 떼어버렸다. 드디어 나는 말할 수 있었다.
“누구십니까?”
“······”
“여긴 어디죠.”
최대한 존댓말을 붙이면서 이야기를 했다. 뭐랄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례하게 생각해서 무슨 짓을 당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저한테 무엇을 원하는 건가요?”
“······”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는 돈 같은 것 하나도 없어요. 저는 매일 어머니한테 빌붙어 사는 사회 쓰레기에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저를 지금 놓아주신다면 이 일을 영원히 저의 기억 속에서 잊으면서 죽음과 같이 갈게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고, 저를 풀어주셔도 됩니다.”
여전히 침묵은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내 앞에 있는지 의심되기 시작했다.
무엇인가 내려 놓는 소리가 들렸다. 앞에는 분명 탁자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저기요. 제발요. 미안해요. 제가 뭐 때문에 저한테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한 짓은 사과드릴게요. 제발, 저를 놓아주세요. 맹세할게요. 여기에 있었던 일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요.”
“······”
무엇인가 내 입에 갖다 대었다.
“뭐 하시는 거에요.”
“먹어”
“네?”
평범한 여성의 목소리였다. 어디서 들어본 적도 없는 소리였다.
“먹어”
코를 가까이 대서 냄새를 맡아보았다.
“수프야.”
“수프요?”
“길거리에서 파는 3분 수프.”
“먹으라고요?”
“그래.”
“그... 안 먹으면 안됩니까.”
“왜지. 배고플텐데.”
“그게. 이게 뭔지도 모르고.”
“3분 수프.”
“아니, 그게 아니라. 그 눈이 안 보여서.”
“그러니까. 못 먹겠다고?”
“아니.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제 눈에 있는 이것 좀 떼어주신다면.”
“먹어봐.”
먹어보라는 여성의 말에 나는 침묵을 지켰다. 옛날에 친구들과 게임을 한 적이 있었다. 10가지의 음료수 중에서 5가지를 뽑아 한 컵에 섞어서 맞추는 게임이었다. 그때 눈과 코를 막고 단, 입으로만 맛을 구별하는 것이었지만, 어떠한 맛도 느낄 수 없었다.
“먹기 싫어?”
“죄송합니다. 도저히 눈을 풀어주시고 먹을 수 없을까요?”
“넌. 지금 자신의 신세를 모르고 있구나.”
앞에 있는 여성은 자신이 잡은 수저인가 뭔가를 내려놓고는 손바닥과 살이 부딪히는 찰진 소리와 함께 나의 뺨에 고통이 전해졌다.
“어?”
여성은 다시, 수저인가 뭔가를 들어서 입에 갖다 대었다.
“먹어”
한순간의 당황은 뇌가 움직여지지 않았고 적절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나의 턱과 이빨은 부서질 것만 같이 고통스러웠다.
“다시 한 번만 말한다. 먹어.”
즐독. 된다면, 비평 좀 해주세요. 욕해도 되고요. 칭찬해주시면 고맙습니다. 인생 처음 댓글 받았는데 엄청 힘이 되더라고요 ㅎㅎ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