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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삼류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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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작품등록일 :
2016.03.15 00:23
최근연재일 :
2016.03.22 18:00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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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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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
글자수 :
53,897

작성
16.03.15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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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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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글자
7쪽

간절한 염원

DUMMY

4


오키나와의 11월 기온은 평균 20도 내외로 운동하기 아주 좋은 날씨였다. 게다가 여름과 같이 습도도 높지 않아 더욱 좋았다. 강 찬은 이 좋은 날씨 속에서 특별 초빙된 일본인 인스트럭터(instructor)로부터 포크볼을 배웠다.


물론 일본인 인스트럭터가 강 찬만을 위해 모셔온 것은 아니었지만. 강 찬이 수혜를 많이 본 사람 중의 하나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아무튼 찬은 나머지 시간은 권영우 투수코지의 지도아래 싱커를 집중 연마했다.


원조 소방수로 불리는 권 코치는 KBO리그 역사상 첫 전업 마무리 투수로 활동했던 사람이었다. 직구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체인지업과 제구력을 바탕으로 타자들을 농락했던 왕년의 실력을 바탕으로, 강 찬에게 한 달여 동안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렇게 한 달여를 보낸 강 찬은 보기 좋게 그을린 얼굴로 국내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비시즌 내내 장민호와 함께 런닝, 등산, 웨이트 트레이님을 통한 몸만들기에 주력했다. 또한 찬은 겨우 내내 세도우 피칭으로나마 제구력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 그에게 서산 클럽하우스 입소 명령이 떨어졌다. 동시에 1차 고치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선수 명단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찬이 아무리 그 명단을 눈 씻고 살펴보아도 그는 그 명단에 없었다.


1월15일부터 개최되는 고치 스프링캠프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자 찬으로서는 내심 적잖이 실망을 했다. 그러나 그는 곧 마음을 추슬렀다. 자신의 신분이 육성선수임을 새삼 자각하고 결의를 다진 것이다.


이는 곧 그의 훈련 량으로 나타났다. 남보다 더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며 체력 훈련에 박차를 가했다. 그런 와중에도 찬은 사람노릇은 하고 싶었다.


1월23일 토요일.

오래 간만에 야구 선수로서의 월급을 받은 찬이 두 사람을 서산으로 부른 것이다. 독수리 팀의 월급날은 매월 21일이었다.


그것도 계약은 했지만 비시즌인 11, 12월 두 달 동안은 월급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연봉의 1/10을 21일 받았다. 그랬기에 찬은 모처럼 큰 인심을 쓰고자 하는 것이다.


비록 그 돈이 프로야구선수의 최저 연봉인 2천7백만 원의 1/10로 270만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로서는 몇 년 만에 만져보는 큰 금액이었다. 물론 세금 떼고 이것저것 공제하니 더 적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찬으로서는 이 마저도 든든한 느낌으로 동생 강지영과 여친 오정희를 서산으로 불렀다. 찬은 그녀들이 올 시간이 다가오자 공연히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이에 찬은 참지 못하고 클럽하우스 밖 도로까지 나왔다. 서성이며 길 양편을 살폈다. 이때 멀리서 눈에 익은 차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이미 노란 가로등 불빛이 옅은 빛을 뿌리는 시간이었다.


어디에서도 눈에 잘 띄는 빨간 색 모닝 카가 질주해오는 것이 보였다. 이에 도로 안까지 달려 들어간 찬이 세우라는 듯 손을 아래위로 흔들며 외쳤다.

“야! 여기야, 여기!”


끽!

뒤늦게 발견한 차가 급정거를 하고 급히 차에서 내린 동생이 쏘아붙였다.

“죽을 라고 환장했어? 왜 도로까지 나와 그래?”


“봐라! 주위에 차가 어디 있는가?”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아요.”

정희까지 나와 동생 편을 드니, 찬이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너마저........”

채 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동생 지영이 이죽거렸다.

“달리 우리가 동창이겠어? 시누와 올케 사이고.”


“장래 어떻게 될 줄 알고, 시누이와 올케 사이야?”

“또 저런다. 다 죽어가는 사람 구원해 준 것도 정희고, 오빠 죽으면 영혼결혼식이라 올릴 앤데, 그 딴 말이 어딨어! 맞지?”


얄밉게 정희에게 동의까지 구하는 동생 지영이었다.

“물론! 죽으면 미라라도 만들어 곁에 둘 거야.”

“독한 것. 들었지?”


“참, 내.........!”

어이가 없어 시시각각 어두워지는 하늘에 시선을 주는 찬의 머리에는 한 여인의 얼굴이 떠오르고 있었다.


지금은 미국으로 훌훌 떠나버린 찬의 첫사랑이자, 첫 여자 채수선(蔡水仙)이 그녀였다. 찬이 토미존 수술을 하고 한창 어려움에 봉착 했을 때, 그녀는 볼 장 다 봤다는 듯이 훌쩍 미국으로 떠났다. 유학길에 오른 것이다.


대신 그의 곁에 나타난 사람이 동생 친구로서 오랫동안 찬의 주변을 맴돌던 정희였다. 그녀는 동생과 함께 면회 온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찬의 한 마리 파랑새로 자리 잡은 지 오래였다.


“또 그년 생각하는 거야?”

여자의 직감은 무서웠다. 동생의 말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찬이 서둘렀다.

“가자. 내가 알아놨어.”


“어딘데?”

“시내로 들어가면 돼.”

“가자.”

소리 친 동생이 제 차라도 되는 양 운전대에 앉고 찬과 정희는 뒷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곧 시내로 들어온 찬은 선배들이 알려준 대로 방향을 틀어, 마침내 한 식당으로 들어섰다. 우럭 포를 말렸다가 쌀뜨물로 우려낸 우럭젓국으로 이름난 맛 집이었다.


자리를 잡자 찬은 곧 우럭젓국을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찬을 가운데 두고 두 사람의 헐뜯는 대화가 오갔지만 찬은 의례 그러려니 하고 전혀 개의치 않았다.


기다리던 보람이 있었던지 우럭젓국이 나왔고, 두 사람 또한 이를 먹느라 한동안 실내가 다 조용했다. 그러던 중 두 여인 모두 젓가락이 자주 가는 음식이 있었다.


그래서 찬도 그 음식을 집어 먹어보았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지만 맛이 상당히 좋았다. 이에 찬이 주인아주머니를 불러 이 음식에 대해 물어보았다. 주인아주머니 왈 ‘게국지’란다.

주인아주머니의 설명으로는 해산물이 풍부한 서산에서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라 했다. 게국지는 원래 김장철에 제대로 된 배추가 아닌, 크다만 것들을 잘라서 게와 해물을 집어넣고 오래 담가놓은 것이라 했다.


그런데 그 맛이 계속 집어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잘 먹는 것을 본 아주머니는 기분이 좋은지, 이들이 추가주문을 하지 않아도 그 음식을 더 가져다주었다. 일행과 함께 음식을 맛있게 먹은 찬은 서둘러 계산을 끝내고 먼저 밖으로 나왔다.


화장실에 간 두 여인을 기다리고 있자니 방금 식사를 끝내서인지 자꾸 주머니 속으로 손이 갔다. 이를 인지한 찬은 새삼 습관이 무섭다는 것을 절감했다. 한동안은 술과 담배에 절어 산 시절도 있었다.


재활을 하며 인생을 새롭게 시작한 이래 금연 금주를 해오고 있는 그였지만 아직도 식후면 때로 주머니로 무의식중에 손이 가곤 했다. 잠잠했던 바람이 조금씩 거칠어지는 속에서 두 여인이 식당에서 나왔다.


“이제 뭐 할까?”

동생의 물음에 찬이 답했다.

“모처럼 바닷바람 좀 쐬는 게 어때? 답답한 속도 좀 풀고.”


“밤바다인데 뭐가 보이겠어?”

“그래도 볼 건 다 보인다고.”

“정희 너는 어때?”

“나는 좋아!”


“결정했어. 오빠 가자고.”

“OK!"

선머슴아 같은 성격의 동생이 다시 운전대를 잡고 일행은 머지않은 해안을 향해 내쏘았다.


--------------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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