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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삼류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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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작품등록일 :
2016.03.15 00:23
최근연재일 :
2016.03.22 18:0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40,462
추천수 :
825
글자수 :
53,897

작성
16.03.15 00:30
조회
3,040
추천
48
글자
7쪽

간절한 염원

DUMMY

“손 다 낫거든 다시 한 번 찾아와. 아니 전화해!”

“아이고, 감사합니다. 감독님!”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찬이 다시 한 번 김 감독에게 큰 절을 올렸다.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김 감독의 입에서도 종내는 홍소가 터져 나왔다.

“하하하........! 그 놈 참........!”


2


한 줄기 희망을 품고 집으로 돌아가는 강찬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 어느 때보다도. 조금씩 짧아진 가을 해가 어언 서산마루에 걸렸어도 상관없었다. 해가 떨어져 집에 돌아갈라치면 동생의 잔소리가 두려웠던 때와는 전혀 달랐다.


테스트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얼마든지 핑계거리가 있는 때문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었다.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 일산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여느 날과 달리 찬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과 여동생이 사는 장항동의 오피스텔 문을 여는 순간 그 기분은 희석되고 말았다. 아직 불도 켜지지 않은 컴컴한 실내에 들어오는 순간 찬은 자신이 처한 차가운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곧 찬은 실내에 불을 켰다. 그리고 그는 제일 먼저 밥통을 열어보았다. 언제 먹던 밥인지 말라비틀어진 밥이 그의 인상을 쓰게 만들었다.

“에고, 라면이나 끓여 먹어야겠다.”


곧 찬은 주방으로 가 노란 냄비에 물을 부어 가스 불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는 휴대폰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전화를 걸까말까 망설이는 중이었다. 버스 속에서 문자가 한 통 와 있는 것은 보았다.


‘어떻게 됐어 결과 알려줘요’라는 내용으로 여자 친구 오정희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그 이전에 그녀는 여동생과 친구 사이기도 했다.

“에고, 어쩌다가 너와 내가 이런 사이가 되었는지 몰라도, 전화나 한 통 해줄까.”


찬은 중얼거리며 단축 버튼을 눌렀다.

“응, 오빠! 어떻게 됐어?”

“테스트는 받아 줬어.”

“잘 됐네. 나는 오빨 믿어.”


“그래. 믿어라.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쳇, 언제?”

“수술한 것 낫거든.”

“시간이 좀 있네.”

“응.”


“잘해. 그래서 나에게도 희망을 줘.”

“알았어. 이만 끊자 물 끓는다.”

“라면 끓여?”

“그래.”

“선수가 그래서야 되겠어? 제대로 먹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또 그 놈의 잔소리. 끊는다?”

“내 꿈 꿔.”

“알았다.”

실제로 물이 끓는 것은 아니었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많아지는 그 잔소리가 듣기 싫어 라면 물 핑계를 댄 것뿐이었다.


물 핑계를 댄 것도 허사였다. 끊자마자 바로 전화가 왔기 때문이었다. 상대는 군대 동기이자 이제 막역한 사이가 된 장민호였다.

“꼭 이 형님이 먼저 전화를 걸어야 되겠냐? 엉?”


“지랄, 누가 형님이냐?”

“어, 이것 봐라. 오뉴월 하루 빛이 어딘데.......”

“됐고. 저녁은 먹었냐?”


“지금 그게 문제냐? 어떻게 됐느냐고?”

“테스트 받기로 했다.”

“잘 됐네.”

“너는?”

“오라는 곳도 갈 곳도 없다. 너라도 잘 되어 끌어줬으면 좋겠다.”


“어쩌다가 우리 처지가 이렇게 됐냐?”

“글쎄, 말이다.”

나오느니 푸념뿐이었다. 그 역시 영웅이 못 되어 영웅 팀에서 방출당한 포수로, 갈 곳을 찾으나 제대로 안 되는 모양이었다.


강찬은 더 이상의 푸념이 늘어지기 전에 매정하게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가 막 라면을 찾아 물에 집어넣으려 할 때였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여동생이 들어왔다.


“뭐해?”

“보면 몰라?”

“밥 안했어?”

“너는?”


“일찍 왔으면 밥이라도 해놓지.”

“의당 여자가 해야지.”

“그런 사고방식 버리랬지? 지금이 어느 시댄데.”

“됐고.”


“청소도 안 해놓고 이게 뭐야?”

“나도 방금 왔거든.”

“언제는 했어?”

“알았다, 알았어. 그만 해라.”


“흥, 한 개 더 넣어.”

“젠장 물 다 끓었는데........”

“또 부으면 되잖아. 내 그 동안 청소하고 있을 게.”

“알았다.”


이렇게 만나기만하면 투덕거리는 여동생 강지영과는 연년생으로 한 살 차이였다. 그녀 역시 강찬과 마찬가지로 또래보다 한 살 일찍 들어가 지금은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성질이 못돼먹어 그렇지 공부는 잘하는 동생이었다. 그 결과로 그녀는 임용고시에 합격해 현재는 사립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녀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누이게는 한 해가 소중한 까닭이었다. 집이 풍비박산 나는 바람에 그녀 역시 아르바이트와 학자금 대출로 근근이 그 등록금 비싸다는 사립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생활전선에 나서는 길만이 빚에서 헤어나는 첩경이었다.


동생이 청소를 하는 동안에 라면을 다 끓여 식탁에 올려놓은 찬은, 냉장고 문을 열어 김치를 확인하는 순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언제 사다 놓은 건지 김치가 신 정도가 아니라 군둥내가 났다.


지금 또 김치를 사러나가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그래도 강 찬은 이를 식탁에 올려놓았다. 마침 동생이 청소를 다 끝내고 식탁에 마주 앉았다. 그리고 찬은 동생의 잔소리를 입맛 삼아 한 끼를 때웠다.


* * *


그로부터 보름이 흘렀다.

상처가 다 나은지 일주일이 더 지났다. 일주일여 동안 강찬은 몸을 만들었다. 물론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한 관계로 상처만 나으면 테스트를 못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생사가 달린 절박한 문제였다. 그래서 찬은 자신의 집과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장민호와 함께 매일 열심히 운동을 해,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찬은 오늘 운동이 끝나자 김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강 찬입니다. 감독님!”

“그래, 손은 다 나았어?”

“테스트 받으려고요.”


“그렇다면 음........ 내일 오전 11시까지 서산 구장으로 와.”

“감사합니다. 감독님!”

“시간 늦지 않도록.”

“네, 감독님!”


다음날.

찬은 새벽부터 서둘렀다. 장민호와 함께 그가 모는 승용차를 타고 내려와 충분히 몸을 풀었다. 마침내 시간이 되자 이상근 투수코치 및 몇몇 요원을 대동한 김 감독이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강 찬은 쫓아가 인사부터 드렸다.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코치님!”

“그래.”

별 감정 없이 간단하게 인사를 받은 김 감독이 말했다.


“공은 내가 직접 받을 테니까. 이 코치는 옆에서 잘 살펴봐. 그리고 나머지는 내가 일러준 대로 행하고.”

“네, 감독님!”


요원들이 흩어지고 찬은 김 감독의 손짓에 따라 마운드로 올라갔다. 마운드에는 2군 선수들이 준비한 볼이 큰 플라스틱 바구니에 가득 담겨있었다. 찬은 긴장을 풀기 위해 볼을 손에 든 채 마운드 위에서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김 감독이 들고 있는 미트를 노려보듯 바라보았다.


--------------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늘 기쁜 일만 가득 하시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 작성자
    Lv.99 물물방울
    작성일
    16.03.15 05:42
    No. 1

    장산은 누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매검향
    작성일
    16.03.15 10:37
    No. 2

    물물방울님!
    이런 실수가.........
    작품을 세 개 쓰다보니 다른 작품의 주인공 이름이 들어갔군요.
    감사드리고요!^^
    늘 좋른 일만 가득 하시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제망매가
    작성일
    16.03.16 01:56
    No. 3

    글 재밌게 읽고 갑니다^^ 단지 언급된 내용중에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요. 교원 임용고시에 합격하는 것과 사립학교에 임용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채용 아닌가요? 전자는 교육청 소속 교사이고 후자는 사학재단 소속 교사인데요? 임용합격을 했다면 이미 교사 신분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 경우 사립학교에 다시 지원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지위에 대해 사직 신청을 한 뒤에 다음 해에 사립학교 공채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매검향
    작성일
    16.03.16 10:15
    No. 4

    제망매가님!
    반갑고 고맙습니다!^^
    덕분에 수정했고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6.03.29 19:04
    No. 5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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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짧더라도 화려한 불꽃으로 +5 16.03.15 2,289 5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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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간절한 염원 +2 16.03.15 2,757 5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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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간절한 염원 +3 16.03.15 3,782 5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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