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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7. 캡틴세븐.

눈 떠보니 반인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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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호랑
작품등록일 :
2020.05.11 12:22
최근연재일 :
2020.06.05 23:5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551
추천수 :
129
글자수 :
86,293

작성
20.06.0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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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자세히 보다.

DUMMY

20화.


시젤라는 그녀의 동생 자이드로와 나란히 앉았고 벨리프는 그들과 마주앉아서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앞에서 잠든 벨리프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항상 무섭고 두렵고 똑바로 쳐다보기 힘들었기에 이렇게 자세히 본 적은 처음이다.


머리 왼쪽 부분에는 뿔이 나 있다. 뿔을 기준으로 이대팔 가르마를 탔다. 머리 오른쪽 부분은 뿔이 없기에 시원하게 올라가있다. 머리카락 색은 칠흑같은 검은색이다.


얼굴의 왼쪽은 강하고 무섭게 생긴 쾌남형이다. 반면 오른쪽은 유하고 잘 웃게 생긴 미남형이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조화가 어느정도 이루어져 얼굴이 두개로 보인다거나 하는 괴상한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얼굴 밑으로 내려가 몸과 팔다리를 보았다.

얼굴과 다르게 몸은 확연히 차이가 났다. 한 사람의 몸이 맞나 싶은 정도로 말이다.

왼쪽 몸은 거대한 근육질이다. 아무리 맞아도 안 아플 것 같이 생겼다. 누구라도 한대만 제대로 때리면 즉사 시킬 것 같다.

그에 반해 오른쪽 몸은 시젤라가 좋아하는 슬림형 잔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고 보니 오른쪽만 놓고 보면 왕국에 있는 제일 큰 극장에서 연극 배우를 해도 될 정도로 잘생긴 사람으로 느껴졌다.


말 없이 벨리프를 바라보던 시젤라가 갑자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시젤라가 어릴 때부터 함께한 사자 리오가 죽었다.

가장 소중한 보물이자 가장 든든한 호위 기사였던 리오가 차가운 시체가 되어 있는 것을 봤을 때는 슬픔에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시젤라가 어릴 때부터 알던 기사 4명과 병사 5명이 죽었다. 특히 소꿉친구였던 테드가 죽었다. 애기때부터 같이 자라면서 위험할 때마다 항상 곁을 지켜주던 테드가 죽은 것이다.

그렇기에 그날은 영지를 벗어난 이후에 가장 충격적인 힘든 날이었다.


눈 앞에서 정신 못차리고 있는 벨리프를 내가 몰래 죽일 수 있을까?

잠시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봤다.


"벨리프님."

시젤라는 괜히 작게 벨리프를 불러보았다. 대답하지 않는다.

그녀는 한동안 말없이 벨리프를 바라봤다.

그렇게 긴 시간동안 마차 안에서는 말발굽소리만 들렸다.


침묵을 깬 것은 시젤라의 동생 자이드로였다.

"누나, 나 밖에서 말타고 가도 돼?"

"...응?"

"나 말타고 가도 돼?"

"왜? 넌 아직 어려서 위험해."

"나 산성 밖에 나온게 처음이라... 바깥 풍경 좀 보고 싶어."


멍하게 있다가 갑작스러운 동생의 말에 시젤라는 잠시 고민했다.

"그래, 그럼 콜린 경한테 태워달라고 할게."

"응. 고마워, 누나."

시젤라가 마차의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기사 콜린을 불렀다.

"콜린 경."

"네, 아가씨."

"자이드로를 앞에 태워줄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자이드로가 나가고 나자 폐쇄된 공간에 벨리프와 시젤라 단 둘이 있게 되었다.

시젤라는 아까보다 더 빤히 벨리프를 봤다.

그녀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덜컹, 쿵.


마차가 커다란 돌이라도 밟았는지 크게 덜컹거리자 벨리프가 휘청거리며 머리를 벽에 부딪혔다.

그러자 시젤라가 일어나더니 벨리프의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는 그녀의 작은 어깨에 벨리프의 머리를 갖다 댔다.

더욱 가까이에서 벨리프의 오른쪽 얼굴을 보자, 이내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남자와 이렇게 밀착한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잠시, 다시 생각에 잠겼다.


다그닥다그닥.


말들의 걸음이 규칙적으로 변하고 마차 승차감이 편해졌다. 어느새 산을 다 내려와 평지에 다다른 것이다.


벌컥.


그녀는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한 것인지 결연한 표정으로 창문을 열었다.

"콜린 경, 랄프 기사단장님과 마르크헌님을 불러주세요."

콜린은 창문 너머로 벨리프가 시젤라에게 기대있는 것을 슬쩍 보고 놀랐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네, 알겠습니다."

콜린이 가고 나서야 벨리프가 어깨에 기대고 있던 것을 깨닫고는 살짝 벽을 기대게 옮겼다.

현재 일행의 최전방에는 랄프 기사단장이 이끌고, 최후미에는 마르크헌이 뒤를 지켜줬다.


이윽고 콜린이 그 둘을 데려오자 시젤라가 말했다.

"랄프 기사단장님, 마르크헌님. 로만 영지로 가겠습니다."

로만 영지는 시젤라의 실베르트 가문의 영지였던 곳으로 현재는 빼앗긴 상태이다.

마르크헌은 벨리프가 마차에 있으니 벨리프의 결정인줄 알고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알겠네."

랄프 기사단장은 잠시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가 외쳤다.

"목적지가 정해졌다. 로만 영지로 가겠다."


그 말을 들은 실베르트 가문의 모두가 눈빛이 달라졌다.

어떤 이는 침략자들에게 가족을 잃은 복수를..

어떤 이는 영지에 숨기고 온 재물을 생각하며..

어떤 이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있으라 한 가족을 걱정하며..

그런 그들의 공통된 생각은 평화롭던 삶의 터젼을 빼았긴 것에 대한 분노다.


가슴을 태우던 분노도 잠시 감정을 추스르자 차가운 이성이 겁을 몰고 왔다.

"이 정도 병력으로 될까?"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병사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되돌아 갔다가 우리까지 죽는 것 아닐까?"

몇몇 병사의 혼잣말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뒤쪽 병사들의 웅성거림을 들은 콜린이 말을 잠시 세워 자세히 들은 후 그들을 진정시켰다.


"모두 걱정 마라! 우리에게 화이트앤본 드래곤님과 하프데빌킹께서 함께 하신다! 모두 나와 함께 보지 않았는가! 벨리프님께서는 그 무시무시한 레드드래곤을 쓰러뜨렸다."

그런데 문제는 병사들이 그 광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똑바로 인지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멀리서 손짓 몇방에 쓰러진 레드드래곤은 지금 생각해보면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보다 바로 옆에 있던 가족, 동료의 죽음을 눈 앞에서 본 것은 기억 속에 또렷히 각인되었다.

그들에게는 겪어보지 않은 레드드래곤의 공격보다 잔혹한 전쟁의 두려움이 더 컸다.


* * *


110년 전 레드드래곤 라디스칸은 별 고민 없이 나를 죽이려고 브레스를 날렸었다. 그때 내 왼쪽의 마족부분 몸만 살아남아서 몇달을 고생했던 것이 생각난다.

오늘도 라디스칸은 별 고민 없이 내게 브레스를 날렸다.


그렇지만 나는 오늘 라디스칸보다 강했어도 함부로 그를 죽일 수 없었다.

내가 그 녀석을 내 마음대로 죽이려면...

나를 아무도 못 건들만큼 내가 더 강해지던가,

거대한 내 세력이 있어야 될 것이다.

처음으로 날 죽이려던 놈을 살려줬다.

잠깐만, 이게 처음이란건 김리환이 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건가?


씨바, 기분 더럽네.


"씨바, 기분 더럽네."


갑작스러운 내 욕설에 시젤라가 화들짝 놀랐다.

"네?! 죄송해요..."

음...? 정신을 잃었었나? 정신을 차리자 마자 꽃향기 같은 좋은 냄새가 코 끝을 파고 들었다. 뭐지? 기분 좋다.

갑자기 시젤라가 재빠르게 반대편 자리로 이동했다.

"기분 더럽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저는 단지..."

"엥? 아니야. 너한테 한 말 아니야."

"방금 일어나자 마자 욕하셨잖아요."

"아니야. 덕분에 잘 잤어."


다시 옆에 앉아도 된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내가 얼마나 잠들었어?"

사실은 실신한거지만...

"꼬박 하루를 주무셨어요. 혹시 무리하신건가요?"

"오~ 예리한데?

"네? ... 많이 변하셨네요. 말투도 변하신 것 같고요."

"그런가?"


지끈.


아까 자고 있을 때 벨하프가 내게 말한 것이 이제야 생각났다.


《크하하하, 인간꼬마 너를 만나고 정말 재밌구나. 라디스칸놈에게 이렇게 통쾌하게 복수를 할 줄이야... 죽이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크하하. 너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밌다. 너의 목숨이 다 할 때까지 너 하고 싶은대로 해봐라. 나는 이제 방관자이자 조언자가 되어주겠다. 나를 더 재밌게 해봐라. 인간꼬마.》


"오, 대박사건!"

"왜 그러시죠?"

아까 내게 변했다고 할때는 웃고 있던 시젤라의 표정이 약간 이상해졌다.

"아니야. 하하."

벨리프의 웃음을 끝으로 둘 사이의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다행히도 마차 밖에서 들려온 음성이 정막을 깼다.

"아가씨, 운이 좋았습니다. 그 어떤 몬스터나 도적떼도 마주치지 않고 왔습니다. 저 고개만 넘으면 로만 영지입니다."

"네, 오늘은 일단... 음... 잠시만요."

콜린이 시젤라에게 얘기하는 동안 벨리프가 한마디 껴들었다.

"몬스터는 이미 반룡, 아니 화이트앤본 드래곤이 쫓아냈을거고, 도적떼는 뭐 어떤 미친놈들이 오우거랑 트롤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시비걸겠냐. 운이 아니고 당연한거야."

벨리프의 말을 들은 콜린이 웃으며 대답했다.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시젤라는 잠시 창문을 닫고 벨리프에게 말했다.

"벨리프님,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어디지?"

"저희 가문이 빼앗긴 영지입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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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히 보다. 20.06.05 57 2 9쪽
20 하산하다. +3 20.05.31 44 6 9쪽
19 제압하다 -3 +2 20.05.29 39 3 9쪽
18 제압하다 -2 +5 20.05.28 42 7 9쪽
17 제압하다 +3 20.05.26 47 5 9쪽
16 그녀의 선택 20.05.25 71 2 9쪽
15 재회를 하다 20.05.23 55 4 10쪽
14 귀환하고 멘붕이 왔다 +1 20.05.21 52 4 10쪽
13 두 명의 귀인 20.05.20 55 3 11쪽
12 뭐 좀 배우고 와야겠다 20.05.19 43 1 11쪽
11 처음으로 인간 수하가 생겼다 20.05.18 43 4 9쪽
10 니가 왜 여기서 나와? 20.05.16 53 4 9쪽
9 남자의 일대일 대결 20.05.15 59 6 9쪽
8 드디어 마나를 느끼다 20.05.14 60 5 9쪽
7 소드마스터고 뭐고 미치겠다 20.05.14 62 5 9쪽
6 또 다른 나와의 만남 +1 20.05.13 85 6 9쪽
5 니들이 용사냐-2 +2 20.05.12 83 8 9쪽
4 니들이 용사냐 20.05.12 85 6 9쪽
3 뭐? 벌써 용사가 왔다고? +1 20.05.11 113 8 9쪽
2 눈 떠보니 최강의 몸 +3 20.05.11 170 11 10쪽
1 프롤로그 +5 20.05.11 233 2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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