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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7. 캡틴세븐.

눈 떠보니 반인반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담호랑
작품등록일 :
2020.05.11 12:22
최근연재일 :
2020.06.05 23:55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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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3
추천수 :
129
글자수 :
86,293

작성
20.05.20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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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두 명의 귀인

DUMMY

12화.


벨하프가 이 세계에 있는 최대기간을 5년으로 잡은 기준은 옛날 유론 왕국의 소드마스터 아카리카가 최상의 몸으로 만드는 기간이 5년 걸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성을 그 이상 비우는 것은 그로써도 불안했다.


내일이면 5년째가 되는 날이다.

내일 아침 나는 벨하프가 있던 세계로 떠난다.

무림에 온 후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몇 명이 생각났다.

시간순으로 떠올려봤다.


첫번째는 무림맹주였다. 그 사람은 대외적으로는 1인자였지만 실상은 아주 허당이었다. 무공도 높지 않고 머리만 좋고 교활했다. 내가 이 세계에 있는 동안 불편하지 않도록 가끔씩 도움을 줬다.


두번째는 사부였다. 문득 그 분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맑고 강한 기운을 찾아 떠돌다가 어느 이름 모를 산봉우리에서 백발과 수염이 허리까지 오는 도인을 만났다.


"내가 등선이 안되고 있던 게 너를 만나고 가라는 뜻이었나 보구나."

"인간, 보자마자 너라니 죽고 싶냐."

"허허, 나를 죽이면 너희 둘 중 하나는 단명할 것이다."


???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당장 오래 사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 죽이겠다."

"반인반요로 태어나서 네 안에 악만 쌓였나 보구나. 하나 나를 죽이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벨하프가 불식간에 왼손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백발노인은 양손을 교차하더니 벨하프의 주먹을 흘려서 피했다.


!!!


'벨하프님, 방금 이 분이 쓴 게 태극권이에요.'

《이번에는 제대로 찾아 왔군.》

우리를 감당할 고수를 찾지 못하고 1년반을 떠돌아 다녔다.


'제게 맡겨주세요.'

벨하프는 순순히 몸을 넘겨줬다.


"안녕하세요. 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저희가 둘이란 것을 어떻게 아셨나요?"

"내게는 보인단다."

"할아버지께서 방금 쓰신 무공 제게도 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

"너를 개과천선 시키지 않으면 무림에 혈겁이 온다는 하늘의 계시가 있었다. 내가 기꺼이 무공을 사사할테니, 나를 사부로 모시고 구배지례를 올리거라."


그 말을 듣고, 벨하프가 분노하였다.


"내가 산 세월이 218년이다. 사부같은 소리 하지 마라. 죽기 싫으면 좋은 말로 할 때 무공을 가르쳐라."

"허허, 내 올해 세수가 226세니라."

"어디서 거짓말을 하냐? 인간이 그렇게 오래 살 수 있단 말이냐?"


하하하, 지금 생각해보니 웃기네. 어쨌든 그렇게 그 분은 우리의 사부가 되었다.

2년동안 오른쪽 몸에 지속적으로 선기를 쌓았다. 그리고 왼쪽 몸의 마기와 오른쪽 몸의 선기가 조화를 이루도록 태극권을 배웠다. 벨하프의 최강의 몸답게 강해지는 속도도 빨랐고, 배움도 빨랐다.

사부의 가르침을 받은 지 2년째가 되는 날 하신 말씀이 있다.

"태극권의 기본은 음양의 조화다. 너희 둘의 경우에는 마와 선의 조화가 이루어져야겠지. 가장 좋은 방법은 두 영혼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오늘부터 그 수련을 하겠다."


그 결과 우리의 의식이 거의 하나로 합쳐졌다.

이제는 내가 김리환인지 벨하프인지 모르겠다. 나같은 경우는 강한 거부감이 드는 행동이라던가 꼭 하고 싶은게 있을 때처럼 중요할 때만 자아가 튀어나왔다.

벨하프도 가끔씩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튀어나온다.


사부를 만난 지 3년째 되는 날 사부가 등선했다.

학을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사부는 끝끝내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나도 이제 그만 내 세계로 되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재밌는 녀석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가 바로 내 기억에 남는 세번째 인간이었다.


세번째는 천마였다. 그는 눈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병력을 이끌고 지나가는 곳의 무인들을 모두 베었다.

저 정도면 내 산성의 전투병들과도 막상막하일 것이다.


나는 이 봉우리로 그 녀석을 불렀다.

내 왼쪽 몸의 마기를 살짝 보여주자 역시나 내게로 왔다.


"지독하고 순수한 마기로구나. 내 밑으로 들어와라. 일인지하만인지상의 자리를 줄 것이니."


천마가 감히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내가 어이없어 하는 것도 모르고, 천마 뒤에 있던 극마사천왕은 기겁을 했다.


"교주, 저런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한테 보자마자 무슨 소리를 하시는겁니까!"

"소교주도 아니고 근본도 모르는 놈입니다."


그놈들에게 내 옆모습만 보여주고 있었는데 몸을 돌려 다가갔다.


"헉."

"사람이 아니라니..."

"교주, 어쩌실겁니까."


내 왼쪽 몸에서 더욱 강해진 마기가 넘실댔다.

내 왼쪽 뿔은 더욱 높게 치솟았다.

내 왼쪽 눈은 피로 물든 듯 붉어졌다.


"재밌구나. 인간. 내가 마음에 든 것이냐? 크하하."


천마의 뒤에 있던 극마사천왕은 본인들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천마만이 허리를 꼿꼿히 펴서 나를 볼 뿐이다.


"인간이 아닌 존재라니...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구나. 전설은 전설인 줄 알았건만..."


말을 흐리며 내게 달려오는 천마와 반나절을 싸웠다.

내가 3년간 익힌 마선태극권을 썼다면 이보다 쉽게 이겼겠지만, 벨하프의 의지로 순수한 마기만을 사용했다.


"당신께서는 정녕 아수라 신의 현신이란 말인가..."


끝끝내 천마가 내게 무릎을 꿇었다.

천마가 밀리는 것 같자, 합공하려고 했던 극마사천왕은 천마의 말을 듣자마자 엎드려 빌었다.


"아수라 신이시여, 죽여주옵소서."


천마와 반나절 싸워보니, 그는 마기를 상당히 효율적으로 쓴다는 것을 알았다.

예컨데 내가 100의 마기를 순수하게 100으로 싸운다면 천마는 30의 마기를 90으로 극대화해서 활용할 줄 알았다.


"다들 일어나거라. 내가 이 세계에 온 목적은 너희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한 말을 들은 천마와 사인방은 내가 신계 혹은 저승에서 왔다고 생각했나보다.


"천마는 나를 따라오도록."

"존명."


그 누가 있어서 천마에게 명을 내릴 수 있단 말인가. 사천왕은 놀랐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누가 감히 신의 명을 어긴단 말인가.


나는 천마와 한달 동안 마공에 대해서 논했다.

마교의 진군은 자연스럽게 멈춰졌다.


천마와 논검하기를 한달.

인간의 복잡한 상승 마공으로는 내 마기를 다룰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인간의 무공으로는 신력을 감당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천마가 내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간단한 초급무공으로 시도해보도록 하지."

"아수라께 아무나 익히는 무공을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음... 전대 이름을 떨쳤던 마공의 고수 중 천력마군이라는 자가 있습니다. 그 자의 대묵파천력마장 이라는 무공이 간단하면서도 파괴력이 높은 무공입니다. 단점은 내공의 소모가 극심하여 근래에는 익힌 이가 없는 무공이긴 합니다."

"좋다."


하지만 역시 날뛰는 마기가 컨트롤이 안되었다.

"음... 미천한 제가 옥체에 손을 대도 되겠습니까."

천마가 답답했는지 아니면 나를 시험해보고자 했는지 마기의 길을 알려준다며 내게 말했다.

"허락하지."


가부좌를 틀고 내 뒤에 앉은 천마가 내 왼쪽 등에 손을 댔다.

서서히 익숙하지 않은 마기가 내 몸에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마기를 따라서 내 몸의 마기가 살살 따라가고 있는 그때였다.

갑자기 내 몸에 있던 마기가 천마의 마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감히 나보다 약한 기운이 나를 이끄냐는 것처럼...


"크아아악, 아수라 신이시여! 으으..아악.."

나도 그만두고 싶었지만 멈춰지지가 않았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제발, 으악 제가 주제 넘는 짓을 했습니다."

결국 내 몸의 마기는 천마의 마기를 모두 빨아들였다.

내게 기를 빨린 천마는 청년의 모습에서 영락없는 초로의 노인이 되었다.

그 노인은 숨을 헐떡이며 모든 것을 잃었다는 듯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너 원래 이렇게 늙었었냐?"

괜히 미안한 마음에 천마의 등에 손을 대고 다시 마기를 돌려주었다.

그 와중에 내 마기가 조금 같이 들어갔나 보다.

가공하지 않았음에도 마의 정점에 선 천마보다 강한 것이 내 마기다.


그 순간 깨달음을 얻었는지 검은 기운들이 천마의 몸을 감쌌다. 근육이 사라졌다가 뼈가 생겨났다가 피부가 다시 자라기를 반복하더니, 눈을 번쩍 뜨자 검은색 기운이 갈무리 되었다.


"아수라께서 가르침을 주시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전설로만 전해지던 탈마의 경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저희 마교는 앞으로 아수라 신을 섬기겠습니다."


내가 가르침을 주었다고? 오히려 내가 더 궁금했다.


"무슨 가르침을 얻었느냐."

"다른이의 모든 것을 빼았을 수 있더라도 다시 돌려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이름은 아수라가 아니다. 벨리프다.

"네, 알겠습니다. 배리부(輩理父)님. 저희 마교는 앞으로 배리부 신을 섬길 것입니다. 존함의 뜻처럼 저희 교의 아버지처럼 모시겠습니다."


다음 날 나는 마교를 떠났다. 어차피 이 세계를 떠나야 한다. 더는 정을 줄 수 없다.

홀로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배운 것들을 내것으로 만들어봤다.


사부에게 배운 오른쪽 몸이 선기를 쌓는 법과 마기와 선기를 조화롭게 해주는 태극권.

천마에게 배운 장법은 이름이 길어 대마장으로 줄였다. 그리고 천마가 탈마하며 환골탈태할때 바로 앞에서 보고 어느정도 뼈와 근육을 움직이는 법을 배웠다.

필요에 따라 내 모습을 약간 변형할수 있게 되었다.


내일이 되면 딱 5년째가 된다.

이 세상을 마지막으로 느껴보고자 번화가에 왔다가 재밌는 소문을 들었다.


"마교가 사상 처음으로 마도천하를 이룩했다."

"마교가 무차별 살인이 아닌 수뇌부만을 죽여서 천하무림을 흡수했다. 그동안 수뇌부가 독식하던 이문을 모든 무림인들에게 공평하게 되돌려 주려고 한다."

"빼았기만 하지 말고 어느정도 되돌려줄 줄 아는 마교인이 되는 것이 첫번째 교리라고 한다."

"마교 교주가 마교의 모든 교리를 널리 퍼뜨리고 있다. 배리부 신을 모시는 배리교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배리부 신께서는 잠시 현신하셔서 세상을 혈겁으로 몰아넣을 뻔한 마교 교주 천마에게 가르침을 주고 다음날 홀연히 신계로 돌아가셨다."


지금 있는 마을에도 반은 뿔이 달린 악마, 반은 신선의 모습을 내 동상이 세워졌다. 마을 한편에서는 배리부 신을 모시는 사당이 지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하하, 천마. 인간이지만 대단하군. 인정한다. 내가 있던 세계에서 내가 하지 못한 일을 해내다니...


나는 이곳에 와서 많은 것을 얻고 간다.

내일이 되면 내가 있던 세계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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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그녀의 선택 20.05.25 69 2 9쪽
15 재회를 하다 20.05.23 50 4 10쪽
14 귀환하고 멘붕이 왔다 +1 20.05.21 50 4 10쪽
» 두 명의 귀인 20.05.20 52 3 11쪽
12 뭐 좀 배우고 와야겠다 20.05.19 43 1 11쪽
11 처음으로 인간 수하가 생겼다 20.05.18 40 4 9쪽
10 니가 왜 여기서 나와? 20.05.16 50 4 9쪽
9 남자의 일대일 대결 20.05.15 58 6 9쪽
8 드디어 마나를 느끼다 20.05.14 56 5 9쪽
7 소드마스터고 뭐고 미치겠다 20.05.14 56 5 9쪽
6 또 다른 나와의 만남 +1 20.05.13 80 6 9쪽
5 니들이 용사냐-2 +2 20.05.12 81 8 9쪽
4 니들이 용사냐 20.05.12 85 6 9쪽
3 뭐? 벌써 용사가 왔다고? +1 20.05.11 110 8 9쪽
2 눈 떠보니 최강의 몸 +3 20.05.11 163 11 10쪽
1 프롤로그 +5 20.05.11 230 2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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