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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1

웃는 아이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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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
작품등록일 :
2014.05.13 10:54
최근연재일 :
2015.08.14 17:42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53,928
추천수 :
1,767
글자수 :
85,239

작성
15.08.14 15:40
조회
2,228
추천
68
글자
8쪽

#10

DUMMY

수간호사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강렬했다.

콧수염만 달아주면 영락없이 멕시코 산적이었다.

구두를 보지 못했다면, ‘형님!’이라고 부를 뻔했는데....... 사실 구두를 봤어도 ‘형님’ 소리가 나올 뻔했다.

그만큼 그녀의 얼굴은 강렬했다.

“배정받은 숙소를 거절했다며?”

청량고추처럼 매서운 말투.

그녀는 나와 친하게 지내려는 뜻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 점이 맘에 들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깐.

사이좋게 지내기엔 너무 드센 인상이었다.

저 얼굴로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딱히 떠오는 건 없었다.

얼굴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면, 은행 강도가 제격이다 싶었다.

“훈의 보조 침대에서 지낼 겁니다.”

“하루 종일 훈이 곁에 있겠다고? 너 변태야?”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로 직설적이었다.

나는 변태일까? 잠자리는 불완전변태를 하고 나비는 완전변태를 한다....... 나는 무슨 변태일까? 오해의 변태? 헛소문의 2차 변태?

“무슨 뜻이죠?”

정말이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에 오는 봉사자 중에 진짜 변태들이 있었어. 말 못하는 환자에게 몹쓸 짓을 했지. 너도 그래?”

그제야 수간호사와 남자 간호사의 태도가 이해가 되었다.

이들은 ‘실제상황’을 경험한 것이었다.

그 트라우마가 끊임없이 나를 의심케 했으리라.

내가 아니라고 하면 믿어줄까? 오해의 껍질이 한층 더 두꺼워지고 있었다.

그 껍질이 깨지는 날이 오긴 올까?

“저는 변태가 아닙니다.”

정말이지 입에 담기 싫은 말을 직접 해야 했다.

이런 말을 하는 것보다 옷을 벗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랬다면 확실하게 변태로 낙인찍히겠지만.........

어쩌면 나는 화를 내야 할 타이밍을 놓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쥐어진 시간 내에 면담을 끝내야 했다.

시간 끌 수 있는 돌발 행동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난상토론을 펼치기엔 훈의 식사시간이 코앞이었다.

“종일 시체 같은 환자 곁에 있겠다면서, 변태가 아니라고? 너 또라이야?”

남자 같은 그녀는 코웃음 쳤다........ 코웃음만큼은 여성스러웠다.

“저는 변태도, 또라이도 아니에요. 그리고 훈은 시체 같긴 해도 아직 살아 있어요. 진짜 시체였다면 길 건너 장례식장에 누워 있겠죠.”

나는 ‘너는 참 한심해.’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수간호사는 눈을 치켜떴다.

“제가 어떻게 하시길 바라시죠?”

“짐 싸서 여기서 나가! 여긴 너 같은 놈이 올 곳이 아니야.”

그녀는 다짜고짜 확고했다. 별……. 이래서 집 나오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구나.

나는 수간호사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녀의 처지를 이해해야 적절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하고 있다.

나의 배경을 알면서도 내쫓으려 하는 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나를 만난 사람들은 황송해하면서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여 내 자리를 넓혀주려 했다.

담임선생이 예외적인 존재이긴 했지만, 증거 따위는 없지만, 그는 누군가에게 꼭두각시처럼 놀아난 것 같았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진짜 예외였다.

나는 그녀가 조금은 존경스러웠다. 하지만, 그녀의 의견까지 존경스럽진 않았다.

“어디로 가라는 거죠?”

“그게 문제가 돼? 전화 한 통이면 벤츠가 달려올 텐데!”

“부모님은 제가 한 아이를 왕따 시키고 심하게 괴롭혔다고 믿고 계세요. 부모님뿐 아니라 담임선생님도 그렇고요. 아무도 제 말을 믿지 않아요.”

“여기에 있으면 달라질 게 있어?”

여전히 멕시코 소스처럼 매서운 말투였다.

그녀의 말투로 미뤄 보건대 나에 대한 정보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나를 쫓아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겠지만…….

“제가 누구인지 증명할 수 있어요.”

이 역시 닭살 돋는 말이었지만, 할 수밖에 없었다.

달리 표현하기에는 너무 처량한 내용이었다. ‘제발 부탁이에요. 쫓아내지 마세요. 여기서 쫓겨나면 아무도 저를 믿지 않을 거예요. 기회를 주세요. 열심히 할게요. 저는 원래 착한 놈인데, 왜 나쁜 소문이 났는지 모르겠어요.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가 솔직한 나의 심정이었다. 그러나 액면 그대로 꺼내놓기에는 살짝 자존심이 상했다.

용비어천가와 같은 고전문학을 공부한 입장에서 두서없이 진실하고 싶지도 않았다.

“증명? 헛소리하지 마!”

“지금 쫓겨나면……. 저는 그런 놈이 되고 맙니다. 기회를 주세요.”

상황이 상황인지라....... 액면 그대로 진심이 도출되고 있었다.

“여기서 잘 지내면 사람들이 네 말을 믿을 거로 생각하는 거야? 완전 또라이잖아!”

그녀의 턱밑으로 비웃음이 스쳐갔다.

살다 보니 또라이라는 소리를 듣는구나.

‘살아 있으니깐, 그런 거다.’라는 책이 떠올랐다.

“땡땡이를 치고 카페를 드나들었어요. 나쁜 소문이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죠. 제 기준에서는 나쁜 게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소문이 쌓이면서, 사람들에게 제 모습이 다른 사람으로 비쳤어요. 가짜를 깨트리려면........ 껍질을 녹일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필요합니다.”

“헛소리하지 말고 꺼져!”

그녀의 태도는 완강했다.

정말이지 부러울 정도로 일편단심이었다.

절벽 앞에 선 느낌이었다.

절벽을 올라가야 하는데......... 너무 가파르고 높다.

“그럴 수 없습니다.”

나는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이마를 찌푸렸다.

“제가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소문처럼 나쁜 놈도 아니에요. 부모님이 제 말보다 소문을 더 믿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아세요?”

“......... 이곳이 필요하다 이거지. 자살했다는 아이는 어떻게 되었지? 죽었어?”

‘자살?’ 수간호사는 소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나름 학교의 일급비밀일 텐데........ 외딴 요양소의 수간호사가 알고 있다는 건........ 석연치 않았다.

설마 인터넷에 뜬 걸까? 그러고 보니, 이곳으로 오기 전에 아버지가 나의 휴대폰을 빼앗았고,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 인터넷도 사용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머리가 아파왔다.

인터넷에 나의 신상정보다 떠도는 건 시간문제였다.

인터넷은 이거다 싶으면 진실에 상관없이 파충류처럼 달려든다.

“아뇨.”

“그럼 그 애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쉽게 풀 수 있는 일을 너무 어렵게 꼬는 거 아냐?”

“부모님은 제 말을 믿지 않으세요. 그 애가 솔직하게 말한다고 해도, 저에 대한 의심이 사라지겠어요? 문제는 그 애에게 있는 게 아니라, 저에게 있어요. 부모님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제가 잘못인 거죠.”

“그렇다고 고삼 여름방학을 이곳에서?”

나는 남자 같은 그녀 얼굴에 깃털 같은 미소가 움트는 것을 보았다.

어지간히도 내 모습이 웃긴 것 같았다.

“몇 분 후에 훈의 점심식사가 있어서 가 볼게요.”

뒤돌아 나가려 했다.

“전국 일등이었다지. 미래를 촉망받던 잘나가는 고등학생이었고…….”

“저에 대해서 많은 조사를 하셨네요.”

“네 이야기가 아니야. 훈은 집 안의 희망이었어. 병마가 덮치지 않았다면 이미 원하는 대학교에 특례입학 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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