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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1

웃는 아이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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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
작품등록일 :
2014.05.13 10:54
최근연재일 :
2015.08.14 17:42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53,927
추천수 :
1,767
글자수 :
85,239

작성
15.08.14 14:40
조회
2,592
추천
76
글자
6쪽

#4

DUMMY

유리가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운전은 매니저가 했고, 유리와 나는 뒷좌석에 앉았다.

유리에게서 희미한 술 냄새가 났다.

한강대로를 건널 때, 멋진 도시 야경이 펼쳐졌다.

호화로운 파티처럼 찬란하게 아름다웠고, 얼음조각을 뿌린 참치 회처럼 신선 해보였다.

이 아름다운 구석 어디선가 오밀조밀 모여 앉아 야간학습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찡해왔다.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를 가장 어둡게 살아도 되는 걸까?

“어둡게 산다고? 그렇지 않아!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열심히 공부할 거야.”

유리가 말했다.

그녀는 나보다 네 살 더 많았고, 가수가 되려고 학창시절 대부분을 연습과 훈련으로 보냈다. (남자 가수 지망생 중에는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중학교를 중퇴하기도 했다.)

“공부는 재밌는 거야.”

그녀는 지구 한 바퀴 돌고 온 사람처럼 말했다.

약간의 쇼맨십이 섞여 있겠지만, 진심이 느껴졌다.

그녀의 눈빛은 안타까운 한 때를 회상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해야 할 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그러다 시간이 지나 기회를 잃어버리면 그것의 가치를 깨닫지........ 참 이상해? 그 치?”

그녀는 잠시 과거를 생각하는 듯 보였다가 덧붙였다.

“후회 없는 인생은 없겠지?”

아이돌의 꿈을 이룬 그녀는 무엇을 후회하고 있을까?

“.........아마도 그렇겠지.”

나는 쿠키를 한 입 깨물 듯 대답했다.

그녀는 내 어깨에 요령 좋게 살짝 기댔다. 머리는 닿지만, 체중은 싣지 않았다.

“키스 정도는 괜찮아.”

뜬금없이 그녀가 말했다.

예상문제를 설명하는 선생님의 목소리 톤 - ‘이건 꼭 나오니깐, 꼭 해놔야 해!’ 식이었다.

유리는 내가 다른 수컷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이큐가 높다고 해서 본능을 극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시크하게 행동한다 해도, 내 몸은 용암처럼 들끓는 성호르몬에 시달렸다.

나의 본능은 끊임없이 그것을 요구했다.

아이돌 가수의 입술을 가질 기회........ 그녀의 논리에 따르자면 가치를 이해하려면 기회를 놓쳐야 한다......... 후회는 어쩔 수 없다.

내가 그녀의 입술을 포기하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게이는 아니지?”

“아니. 그래서 더 괴로워.”

“........ 안됐다.”


다음날 교실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웅녀가 학교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 다음 날도, 다음날의 다음날도 일주일 내리 결석이었다.

놀라운 일은 웅녀에 대해서 관심 두는 학생들이 없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담임선생까지도 웅녀에 대한 일을 입에 담지 않았다.

암묵적인 거래가 이뤄진 것 같았다.

나는 그 거래 내용이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묵시적인 거래에 참여한 듯 행동했다.

궁금하다고 해서 이곳저곳 들쑤셔봤자, 내 꼴만 우스워지고 달라질 건 없다.

웅녀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내가 이유를 알아낸다 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웅녀의 결석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그녀의 일이었고 그녀 스스로 뚫고 나와야 했다.

자살이라는 단어가 맘에 걸렸지만....... 설마........ 내가 준 초콜릿은 잘 먹었을까?

“네가 원하는 대로 됐지?”

현정이 다가와 말했다.

“무슨 소리야?”

“웅녀 말이야.”

그녀는 배시시 웃었는데,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조직 장악력이 매우 뛰어났는데, 그녀의 결정에 따라 왕따가 선정되는 눈치였다.

학생들은 그녀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나름 필사적이었다.

그 누구도 거짓말과 속임수에 능하고 학업성적까지 우수하면서 이간질에 통달한 아름다운 현정과 대립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현정의 실체를 알고도 친하게 지내는 건 어려운 일이었지만, 친하지 않게 지내는 건 더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그녀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적절한 기회와 환경이 쥐어지면, 누구나 현정과 같은 성격을 드러낸다.

현정은 그저....... 능숙할 뿐이었다.

그녀의 성격은 학업성적과 수익률에 열광하는 현대사회에서 굉장한 장점이었다.

현정과 한팀이 된다면 상당한 성과를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내부권력 다툼이 생기고 사이가 틀어지면 지옥을 경험하게 되겠지만.........

나에게 선택권이 쥐어진다면 그녀와 함께 일하진 않겠다.

실리카겔이 든 쿠키를 직접 만들었다고 말하는 사람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웅녀?”

그저 되물었을 뿐인데,

“어머 관심 있나 봐.”

그녀는 놀랐다는 듯 손으로 입을 가렸다. 찰나였지만 나를 매독에 걸린 사람처럼 쳐다보았다.

“학교에 왜 안 나온 거야?”

나는 웅녀의 자리를 가리켰다.

“어떤 설명을 원하는데?”

그녀는 요염하게 말했다.

조건만 맞는다면 손을 잡아도 된다는 식의 열린 기회를 내비쳤다.

그리고 손잡는 요령만 좋다면 그 이상도 허용하겠다는 뉘앙스였다.

“원하는 건 없어.”

“웅녀는 지가 있어야 할 곳에 있을 거야.”

“그게 어딘데?”

“어머 정말 관심 있는 거 아니야?”

이런 식의 대화는 피곤했다. 내가 눈살을 찌푸리자 현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걔가 있어야 할 곳이 교실이 아닌 건 확실하잖아.”

“왜?”

“사실이 그러니깐.”

“내가 원하는 대로 됐다는 건 무슨 뜻이지?”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너한테만 알려주는 건데......... 웅녀는 원조교제를 하다 경찰에 걸렸대.”

나는 웅녀가 원조교제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맨 마지막 학생이었다.

“곰인 줄 알았는데, 여우였던 거야.”

현정은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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