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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카바요
작품등록일 :
2020.09.13 18:41
최근연재일 :
2020.09.25 08:00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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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543

작성
20.09.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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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UMMY

푸른 잔디가 드리워진 공원.


하늘에서 따가운 햇살이 쏟아진다.


길을따라 서있는 나무들이 쏟아지는 햇살은 조금 막아

주지만, 땅에서 튀어오르는 햇빛덕분에 눈이 아프다.


사실 여기는 공원이 아니라 병원앞 정원이다.


병원건물이 저만치 뒤에 커다랗게 버티고 서있었다.


“누나, 나와서 바람도 쐬고 햇볕도 쬐니까 좋지?”


태풍이가 말했다.


“누나 다 나으면 인호형이랑 누나랑 나랑 같이 저번에

말했던 흥신소도 시작할거지? 그치?”


태풍이가 자꾸만 재잘거린다.


하지만 현지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누나아- 뭐라고 말좀해봐.”


현지는 태풍이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앉아있었다.


“어, 저기 인호형 온다. 형아-“


인호를 발견한 태풍이가 소치치며 손을 높이 들고 흔

들었다.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태풍이를 발견한 인호가

가던 방향을 살짝틀어 이들에게 다가온다.


“태풍아, 누나 잘 돌보고 있었어?”


“응, 당연하지.”


인호가 태풍이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현지야, 나왔어.”


그리고 현지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현지는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인호는 그러려니 생각하듯 더는 말하지 않았다.


태풍이에게 휠체어를 건네받아 인호가 천천히 밀면서

셋이 함께 걷기 시작했다.


휠체어에 몸을 맞긴 현지는 햇살도, 푸른 나무도 관심

없다는듯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얼굴은 영혼이 빠져나간 인형처럼 감정의 변화가 나타

나지 않고 그저 멍했다.


오늘은 현지의 집에서 린치를 당한 날로부터 두달이

지난 시점이다.


경찰차가 달려오며 울려퍼지는 사이렌소리를 듣고 쇠

망치파와 조중천의 보좌관들이 현지의 집을 떠난 후,

경찰이 들이닥쳤지만 발견된건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

는 인호와 인호의 위에 쓰러진 현지뿐이었다.


“누나아- 형아아- 흐으엉-“


그대로 뒷길을 내달려서 경찰서까지 닿았던 태풍이가

다시 경찰과 함께 돌아와 쓰러진 인호와 현지를 발견

하고 오열했다.


장대비를 온몸으로 받아내 흠뻑젖은 얼굴은 눈물이 흐

르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사상자다, 어서 구급대를 불러라, 오바.”


경찰의 무전후에 도착한 구급차로 인호와 현지는 후송

되었다.


“현지는.. 현지는 어떤가요..?”


병원으로 후송되어 일주일후에야 깨어난 인호의 병실

로 진찰하러온 의사에게 인호는 잘 나오지도 않는 목

소리로 힘겹게 물었다.


의사는 대답을 해주지 않고 자기 할일만 하고나서 돌

아 갔다.


의사가 그 물음에 대답을 해준것은 그로부터 한참뒤,

인호가 어느정도 위험한 고비는 넘기고 힘겹긴 하지만

스스로 거동을 할수있게됐을 때였다.


“현지는 어떤가요?”


같은 병원에 있는데도 면회금지라는 말을 듣고 인호는

비틀거리는 몸을 질질끌고서 직접 의사를 찾아가 다시

물었었다.


“조현지씨는 둔기로 머리에 심한 타격을 받고 두개골

에 금이갔습니다.

그 충격은 뇌에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수술은 했지만 한번 손상된 뇌는 회복되지 않아요.

그녀는 이제 과거와 다른사람입니다.”


의사의 대답은 이랬다.


그밖에도 평생 후유증을 안고살아가야 한다는 등

하반신마비, 뇌병변장애, 이런 말들을 했다.


그렇게 변해버린 현지는 인호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몸

을 맡기고 아무런 감동없이 멍한 얼굴로 미끄러져갔다.


집에 침입해 칼로 위협해도 눈하나 깜박않던 웬만한

남자보다 담력이 셌던 여자, 조직폭력배의 본진에 홀

몸으로 쳐들어와서 인호를 구해주던 여자, 세상천지에

홀홀단신이면서도 남에게 의지할 생각없이 오롯이 혼

자의 힘으로 살아가던 이 여자의 당당함이 인호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자신이 현지를 책임질 생각이었지만, 그 당차던 여자

를 기다리고 있는 앞날이 휠체어 위의 삶이라는 사실

이 견딜수 없이 슬프게 다가왔다.


산책을 하던 이들은 근처에 있는 분식집에서 김밥과

만두를 싸와서 공원 벤치에 앉아 나눠먹었다.


“태풍아.”


인호가 말했다.


“응.”


“형은 가봐야 할데가 있거든, 네가 누나좀 잘 돌와줄

래.”


“그거야 당연하지.”


태풍이는 무슨일이있어도 밝은 모습을 보이려하는 아

이였다.


하지만 태풍이도 변해버린 현지의 모습이 슬프지 않을

리 없었다.


놀랍도록 빠른 손기술을 보여주던 누나, 자신이 그렇

게도 뒤쫒고 싶었지만 쉽게 허용하는법이 없던 쌀쌀

맞은 누나, 이제야 조금 가까워진것 같았는데..


다급하게 쫒아갔던 그 멀어지던 뒷모습을 이제 다시

는 볼수 없다고 한다.


함께 김밥과 만두를 나눠먹던 인호는 남은 음식을 태

풍이에게 싸주고 자신은 병원을 등진채 떠나갔다.


인호의 모습이 멀어지다가 점이되어 사라질때까지 태

풍이는 바라보았다.


현지는 인호가 떠나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초점을 잃

어버린 눈동자가 허공을 떠다니고 있었다.


병원이 보이지않는 곳까지 멀어진 인호는 자기 가슴팍

을 한번 만져보았다.


외투안쪽에 묵직한 것이 만져졌다.


서슬퍼렇게 날카로운 사시미를 신문지로 돌돌말아 외

투안에 품고있었다.


인호는 법이 죄인들에게 받아 마땅한 처벌을 내려주리

라 기대하지 않았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해결할 생각이었다.


복수를.


‘쇠망치파 새끼들부터 처리해주고.. 다음은 보좌관이다.’


이미 몸이 회복되서 걸을수 있게 되기전부터, 병상에

하루종일 누워있는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수없었을 때

부터 결심해온 일이었다.


지금의 생각은 그저 결심을 되새김질해보는것일 뿐이

었다.


그런데 심하게 다친 몸으로 병상에 누워 하염없이 천

장만 바라봐야했던 그때에.


분노와 함께 불타오르는 복수심말고도 인호의 마음속

을 휘젖고 다니는 무언가가 있었다.


인호가 부두목의 차를 훔쳐 도망간 끝에 인천항까지

닿아 현지의 집에 침입하고 그곳에 눌러앉게 된지 얼

마 안됐을 무렵.


현지가 인호와 태풍이를 내버려두고 홀로 집을 나섰던

날, 태풍이와 함께 구경갔었던 동인천역 뒷골목의 어

두운 상점거리에서 겪었던 일이 이상하게 인호의 마음

속을 떠나지 않고 휘젖는 것이었다.


그 생각은 끝내 떨어지지 않고 여지껏 인호를 괴롭히

고 있었다.


‘이 중요한때에.. 왜 자꾸 그때일이 떠오르는 거지..”


그날, 동인천역의 뒷골목 상점가의 모습이 눈앞에 떠

올랐다.


옷가게는 어디있는지 두리번 거리면서 걷는데 앞에있

는 매장문앞에 한 여인이 서서 인호에게 요염한 미소

를 보내고 있었다.


마치 아는 사이인듯 빤히 바라다 보았다.


상당한 미인이었기 때문에 신경쓰이지 않을수가 없었

다.


인호는 그녀가 서있는 매장을 한번 훓어봤지만 한눈에

봐도 의류매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들어갈 이유가 없었

다.


인호는 그 매장을 그냥 지나치려했다.


그런데.


‘둘러보고 가시지요.’


인호에게 요염한 미소를 보내던 그 여인이 한 말이었

다.


과연 요염한 미소에 어울리는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목

소리였다.


‘둘러보고 가시지요.’


인호가 쉽사리 들어가지 않고 머뭇거리자 여인은 한번

더 말했다.


결국 인호는 사람을 끌어들이는것 같은 여인의 알수없

는 마력에 이끌리는듯한 느낌을 받으며 매장안으로 들

어갔다.


인호가 매장입구로 발걸음을 돌리자 여인은 등을 돌려

안내하듯이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인호와 태풍이는 입구에서 조금더 들어와 서서 매장안

을 전체적으로 한번 둘러보았다.


역시나 마지못해 들어오긴 했지만 밖에서 보고 파악했

던 대로 이곳은 골동품가게였다.


서양에서 온듯한 물병, 낮선 무늬가 새겨진 나이프, 페

르시아의 궁전에 깔려있을법한 카펫 등.


물건들이 진기하기는 했지만 인호가 구입할만한 물건

들은 아니었다.


‘혹시 여기 진열된 물건들을 보고 실용성없는 사치품

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여인이 말했다.


고개를 기울여 턱을 어깨에 뭍고서 미소를 띄고 삐딱

한 시선으로 인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도 여기있는 물건들은 꼭 필

요한 물건들이랍니다.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걸고서라

도 손에 쥐어야 하는 물건들이지요.’


여지없는 교태다.


‘물건들이 좋아보이긴 하지만 우리는 옷을사러 왔어요.

우리가 찾는건 없는거 같으니 가보겠습니다.’


인호는 말하고 태풍이와 함께 돌아서 나가려고 했다.


‘당신이 필요한 물건이 없다는건 알고있었답니다. 오

늘은요.’


여인은 교태가 흘러내리는 듯한 그 태도을 고치지 않

고 있었다.


‘오늘은 당신이 이곳을 필요로 하지 않으시겠지만 한

번 들르시게 하고싶었어요. 아주 딱해서요.’


‘딱하다니요, 내가 왜요?’


‘당신께 아주 짙고 어두운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답니

다. 당신은 피하지 못하고 그것에 잡아먹히겠네요.’


인호는 여인이 천천히 읆고있는 이 알수없는 말의 결

론이 어떻게 끝나려나 잠자코 들어보기로 했다.


‘당신이 먹구름에 잡아먹혔때, 감당할수 없는 고통과

슬픔에 직면했을때 이곳을 다시 찾아주세요. 그럼 이

곳에 당신이 필요로하는 것이 있을겁니다.

제 이름은 히나예요. 들어오실때 간판을 보셨는지 모

르겠지만 가게이름도 히나구요.’


여인의 말이 끝나고 인호와 태풍이는 히나를 나왔다.


인호는 쓸데없이 시간만 버렸다고 생각하면서도 히나

라는 여인의 말이 찜찜하게 가슴한구석에 자리잡고 사

라지지 않는것을 느꼈다.


둘은 필요했던 옷을사고 근처를 좀더 구경하다가 집으

로 돌아왔다.


‘왜 이런 중요한때에 그런 헛소리나 지껄이는 여자가

자꾸 생각나는거지..”


‘당신이 먹구름에 잡아먹혔때, 감당할수 없는 고통과

슬픔에 직면했을때 이곳을 다시 찾아주세요. 그럼 이

곳에 당신이 필요로하는 것이 있을겁니다.’


다시 인호의 눈앞에 히나라는 여자가 떠올랐다.


‘그 얘기 때문인가, 그래, 지금 나는 감당할수 없는 고

통을 직면하고 있지..’


인호는 재촉하던 발걸음의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선 버스를 잡아탔다.


멍하니 창밖에서 도망치는 사람들과 차들을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인호는 어느새 동인천역의 뒷골목을 헤집고 걷고있었

다.


그녀로부터 뻗어나오는 알수없는 마력같은것에 이끌려

매장안으로 들어섰던 그날처럼, 지금 이순간에도 머릿

속에 상념처럼 떠오르는 그녀에의해서 이곳으로 이끌

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 녀석들에게 복수하는건 중요한 일이지만 이곳에

잠시 들른다고 못하게되는게 아니야.

그런데.. 몇달전부터 왜자꾸 이곳이 떠오른걸까···’


이런 잡생각들을 하며 얼마간 걸었을때, 인호의 눈앞

에 낮익은 가게가 나타났다.


실제로 본건 한번뿐이지만 머릿속에서 계속 되새김질

을해서 익숙한 이곳, 인호는 간판을 바라다 보았다.


[히나]


이미 알고있는 가게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인호가 걸으면서 가게에 가까워지려 하는데 히나의 문

이 슬며시 열렸다.


문손잡이를 잡고서 교태가 흘러내리는 웃는 얼굴로 그

여자가 인호를 기다렸다.


마치 인호가 찾아올것을 미리 알고있기라도 했던듯.


교태가 흘러내리듯, 교태 그 자체인듯한 이여자가 입

을 열었다.


“어서오세요, 오실줄 알고있었답니다.”


인호는 먼저 등을돌려 안내하듯 안으로 들어가는 여자

를 따라 가게안으로 들어갔다.


두사람이 들어설때 열린채 그대로있던 유리문은 두사

람이 모두 가게안으로 들어가자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

는데 스르륵 하고 스스로 닫혔다.


하지만 인호는 자기 등뒤에서 그런일이 일어난걸 눈치

채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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