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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요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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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카바요
작품등록일 :
2020.09.13 18:41
최근연재일 :
2020.09.25 08:00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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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1
글자수 :
94,543

작성
20.09.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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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

DUMMY

하늘을 가려버릴듯이 높은 백화점과 아울렛이 버티고

서있는 화려한 쇼핑몰거리.


백화점과 아울렛들이 넒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

고 서있다.


넒은 도로가 경계선처럼 그어진 사거리에 횡단보도가

십자모양으로, 그리고 엑스자모양으로 해서 팔방으로

그어져 있다.


그리고 그곳에 한여름 잠자리시체에 몰려든 새까맣게

기어다니는 개미떼처럼 수많은 인파가 몰려서 신호가

바뀌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횡단보도의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자 기다리고 서있던

현지가 한발짝 내밀었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기분나쁜 눈초리로 마주오는 사람

들을 빤히 훓어본다.


누가누가 주머니에 돈을 많이 넣고 다닐까?


생김새와 차림새를 뜯어보면서 가늠하고 있을것이다.


현지는 자신의 할일에만 몰두할뿐 뒤에 붙어서 따라다

니는 인호와 태풍이는 정말로 없는 사람마냥 무시하고

있었다.


집요하게 쫒아다니며 현지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는

이들은 현지에게 방해요소임이 분명했다.


“이야- 저여자 진짜 잘한다.”


인호는 검은색 자켓을 걸치고 주머니에 손을 꼿은채

태풍이와 나란히 현지뒤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치? 아마 소매치기는 대한민국에서 누나가 제일 잘

할걸?”


파란색 야구모자를 거꾸로쓴 태풍이가 마치 자기가 칭

찬이라도 받은것 마냥 우쭐댔다.


“그런데 저기술은 언제 알려주는거냐.”


여전히 주머니에 손넣고 걷던 인호가 말했다.


“글쎄.. 누나가 과연 가르쳐줄까..? 하지만 나는 누나

어깨너머로 많이 배웠지롱. 짜잔-“


태풍이가 잠바속에서 처음보는 낮선지갑 2개를 꺼내며

자랑했다.


“어?! 너 그건 언제 한거냐?”


······


파도가 부둣가의 뺨을 철썩철썩 때리는 깜깜한 밤.


하루종일 돌아다닌 이들도 현지의 창고를 개조한 집으

로 돌아왔다.


“누나 오늘 돈 많이벌더라. 히히.”


태풍이가 말했다.


현지는 그말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쇼파에 앉아 여

러개의 지갑을 뒤적거리며 현금과 카드를 분류하고 있

었다.


“나도 오늘 성공한거.”


태풍이도 잠바속 주머니에서 지갑 2개를 꺼냈다.


“나도 태풍이한테 배워서 한번 해봤다.”


인호도 어디선가 꺼낸 지갑 한개를 테이블에 툭 던져

놓았다.


“태풍아, 얼마들었나 보자.”


“응. 히힛.”


둘이 거의 동시에 지갑을 들어 속을 들여다보았다.


“어!? 뭐야.”


“어어.. 뭐지.”


인호와 태풍이가 꺼낸 지갑에 지폐가 있어야 할자리는

텅텅 비어있었다.


“어, 그건 우리거잖아.”


지갑에서 눈을 뗀 인호가 현지를 보고 말했다.


현지가 어느새 지폐몇장을 꺽어쥐어 세고있었다.


“니들 밥값이야, 앞으로도 노력해봐.”


말하고 대견하다는 듯이 둘에게 눈길을 한번 주었다.


그렇게 테이블에 지갑과 카드와 현금이 어지러져 있을

때, 틀어놓은 구식 박스형 TV에서는 뉴스가 바쁘게 흘

러 나오고 있었다.


[서울 OO구를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 조중천의원이

민생을 둘러보고 민심을 들어보기 위해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모래내시장에 방문하겠다고 합니다···]


“민심이 궁금하면 그냥 혼자가서 돌아다며보면되지 시

끄럽게 뉴스부터 내보내고 쯧쯧, 또 쇼한다, 애쓴다.”


인호는 어느새 푹신한 쇼파에 등을 기대 몸을 파뭍고

있었다.


태풍이는 뉴스따위에는 관심없었다.


“누나, 내가 라면 끓일까..?”


하루종일 돌아다니다가 와서 출출했나 보다.


하지만 현지는 대답이 없었다.


태풍이가 대답없는 현지에게 눈을 들었을때, 집중해서

뉴스를 보고있는 현지의 옆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분노인지, 증오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알수없는 무언가로 타오르고 있는 현지의 눈빛이 보였

다.


“누나···?”


······


다음날 아침.


현지는 부지런하게 일찍 일어나서 씻고 연청바지와 하

얀색 맨투맨티셔츠를 대충 집어 입었다.


트레이드마크인 야구모자를 거꾸로쓰고 태풍이도 누나

에게 버림받을새라 일찍부터 찾아왔다.


그러고보니 무슨일로 피를 흘리며 여기까지 숨어들었

던 것인지 밝히지 않는 인호는 아직까지 단벌이었기

때문에 어제입었던 검은색 자켓과 검은색 기지바지를

그대로 입고있었다.


그도 늦장부리면 현지를 쫒아갈수 없다는 생각은 태풍

이와 같았다.


“오늘은 따라오지마. 혼자 갈데가 있으니까.”


둘의 속마음을 꽤뚫기라고 한듯 현지가 선수를 쳤다.


그러고는 기습선빵을 맞은 인호와 태풍의 어안이벙벙

한 틈을타 현관문을 닫고 사라져버렸다.


집을 나선 현지는 정류장에 들어오는 버스를 잡아탔다.


끼익-


얼마간 달리던 버스는 브레이크가 바퀴를 잠그는 쇳소

리를 내며 멈춰섰다.


“종점입니다.”


버스기사 치고는 젊은 남자가 버스를 세우고 운전석에

서 일어나 뒤에 앉은 승객들을 바라보며 알려주었다.


현지도 몇몇 승객들과 한뭉치가 되어 뒷문으로 내렸다.


아침시간이라 가게들도 대부분 문을 닫은채였고 거리

도 한적했다.


어두워진 저녁이 되어서야 사람들이 몰리는 월미도유

원지.


텅빈거리에 화사한 햇살만이 쏟아지고 있었다.


가슴 답답한 일이 있을때.


바람을 좀 쐬고 싶으면 현지는 여기에 와서 바다를 바

라보고는 했다.


허름한 구멍가게에서 캔커피하나를 사들고 바다가 잘

보이는 벤치에 가서 앉았다.


밀물이라 갯벌이 드러나지 않은 꽉찬 바다에 하늘색이

비춰져 어지럽게 출렁인다.


그리고 어젯밤 TV에서 흘러나오던 뉴스가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서울 동작구를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 조중천의원이

민생을 둘러보고 민심을 들어보기 위해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모래내시장에 방문하겠다고 합니다···’


현지는 그 이름을 속으로 한번더 곱씹어본다.


‘국회의원 조중천 의원.’


살랑거리는 바닷바람이 다가와 현지 마음의 현을 가만

가만 건드렸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먼지쌓여가는 기억속에서, 절대

그밑에 뭍어둘수 없는 현지의 기억이 고개를 든다.


······


국회의원 조중천의원.


그가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는 대기업 건설사의 대표였

다.


인정을 믿지 않고 비리와 뒷돈으로 사람들을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들여 차지한 자리였다.


그런 그가 룸살롱을 들락거리다가 접대부를 임신시키

게 되었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바로 현지였다.


조중천은 그들 모녀에게 어떠한 관심도 도움도 주지

않았다.


유흥가를 들락거리다가 접대부를 임신까지 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지금껏 쌓아올린 위치가 흔들릴것

이 뻔한데 그가 그럴리가 없었다.


반지하 단칸방에서 현지를 키우던 그녀는 어느날 지독

한 병에 걸리고 말았다.


모아놓은 돈한푼 없던 그녀가 일도 나가지 못하게 되

자 꼼짝없이 누워서 죽어가고 있었다.


현지어머니를 관리하던 포주나 동료 아가씨들중 그 누

구도 현지어머니를 도와주려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죽어가는것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수는

없었던 현지는,


단 한번도 만난적 없지만 어머니에게 들어서 알고있었

던 아버지라는 인간을 찾아갔었다.


하지만···


제대로 찾아갔지만 만날수있을리가 없었다.


자신의 어린 피붙이보다 사람들의 평판이 더 중요해서

자신의 아이를 잉태한 여자와 태어난 딸을 단 한번 찾

지도, 연락하지도 않던 인간.


10살 겨우넘긴 현지가 용케 서울의 으리으리한 대기

업 사옥을 찾아와 엄마를 도와달라고 애타게 울부짖는

것을 나가서 따듯하게 안아줄리 없었다.


되려 경호원들의 무지막지한 손에 싸잡혀서 멀리 쫒겨

나고 말았었다.


그후, 엄마는 얼마못가 생을 마감했다.


엄마가 세상을 등지는 자리에는 어린 현지 한사람 뿐

이었다.


······


현지가 남자 둘을 팽개쳐놓고 떠난 창고를 개조한 집.


“그러고 보니까 태풍아, 형이 아직도 옷이 한벌 밖에

없는데 이동네에 옷사러 갈만한데좀 있냐?”


쇼파에 등을기대고 양팔까지 쭉벌려 쇼파의 등받이에

걸쳐놓은 인호가 말했다.


“어, 그러면 동인천에 양키시장에 가자.”


“양키시장?”


“응, 거기가면 옷가게도 있고, 신기한 물건도 되게 많

아.”


인호와 태풍이는 말이 나온김에 곧바로 나가서 버스를

잡아탔다.


얼마간 달린 버스는 두사람을 동인천역전의 도로에 떨

궜다.


한때는 동인천역 주변이 젊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화려

한 번화가였지만 지금은 옜말이 됐고.


현재는 상권이 쇠락해서 건물들은 유행이지나도 리모

델링 되지 않은채 촌스럽고 허름한 모습으로 서있었고,


거리에는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소비자들 보다 좌판을

깔고 장사하는 노점상들이 더 눈에 띄었다.


곳곳에는 노숙자들도 힘없이 주저앉아있었다.


역전에 내린 두사람은 동인천역 앞에서 꺽어지는 우중

충한 분위기의 골목으로 들어갔다.


구불구불한 골목을 몇번 꺽어 들어가니 태풍이가 말했

던 양키시장이라는 곳에 다다랐다.


양키시장이라는 곳은 비를 막기위함인지 모르겠지만

골목마다 천장을 설치해서 하늘도 막혀있었다.


덕분에 밝은 햇빛이 들어오지 못해서 낮에도 음울한

분위기를 풍겼다.


꼭 불법적으로 얻은 장물을 처리하러 오는 밀수꾼들이

나 대낮부터 정신없이 헤롱거리는 아편쟁이들이 몰리

는 아편굴같은 암울함이 전체적으로 깔린 분위기였다.


분위기는 두번째 문제로 제쳐두고라도, 사실 동인천이

라는곳 자체가 과거에 비해 쇠락한 상권이기 때문에

시장안 매장들이 내놓은 물건들도 딱히 좋은 상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두운 뒷골목 군데군데 뚫려있는 매장에 진열된 상품

들도 주로 이곳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쪽이었는데.


불법 복제한 이미테이션의류, 상인의 말로는 국군이나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물건이라고 하는 군용품들, 그

리고 출처를 알수없는 희귀한 골동품들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아마도 인호가 이 지역에서 더 오래 거주하고 이곳 상

인들과 안면을 익힌다면,


단골손님에게만 제공할수있는, 낮선사람이나 공권력의

시선은 피해야만 할것같은, 그런 물건을 스리슬쩍 꺼

내 놓을것만 같은 비밀스러운느낌 또한 담겨있었다.


아직 청소년보다는 어린이라는 구분이 더 어울리는 태

풍이였지만, 술주정뱅이 아빠와, 나쁜사람은 아니지만

하루종일 장사에 매달리면서도 가난을 떨쳐버리지 못

해 태풍이에게 신경써줄 여력이 없는 엄마이기 때문에

부모의 따듯함이나 부모의 손이 이끌려 상점을 거닐다

가 응석부려서 받아낼 장남감 선물같은 것은 남의 집

이야기었기 때문에.


태풍이에게 이곳 양키시장의 어두컴컴한 음울함은 신

비스러움이었고, 진열되어있는 낡고 색바랜 골동품들

도 인디애나존스영화에나 나오는 보물들 처럼 보였다.


다큰 인호도 애초에 옷을 사러온 목적은 잊어버리다

싶이 하고 덩달아 처음와본 양키시장의 물건들을 신기

하게 둘러보며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꽤 오랜시간 구경하고 이제 원래왔던 목적대로 옷이나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옷가게는 어디있는지 두리번 거리면서 걷는데 앞에있

는 매장문앞에 한 여인이 서서 인호에게 요염한 미소

를 보내고 있었다.


마치 아는 사이인듯 빤히 바라다 보았다.


상당한 미인이었기 때문에 신경쓰이지 않을수가 없었

다.


인호는 그녀가 서있는 매장을 한번 훓어봤지만 한눈에

봐도 의류매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들어갈 이유가 없었

다.


인호는 그 매장을 그냥 지나치려했다.


그런데.


“둘러보고 가시지요.”


인호에게 요염한 미소를 보내던 그 여인이 한 말이었

다.


과연 요염한 미소에 어울리는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목

소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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