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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서스펜스! 망가! 그리고 고양이!

지오 디 오리진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강철신검
작품등록일 :
2020.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3.04.25 21:13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565,154
추천수 :
18,148
글자수 :
839,717

작성
21.03.19 14:07
조회
5,692
추천
207
글자
19쪽

지오 디 오리진 -31화-

DUMMY

나는 지금 행복했다.

동창들이 호들갑떨어도 강선아는 위풍당당하게 이쪽으로 걸어왔다. 이은미와 김주희가 잘 가라고 손 흔든다. 낄끼빠빠 하는 것이다.

그녀는 냅다 안겼다.


“오지 말라니까.”

“재밌었어?”

“여고 동창회가 뭐 재밌겠어.”


말은 아닌 척하지만 이번 동창회 최고 이슈메이커는 당연히 강선아였다.

마이애미 프린스호

초호화 메가요트에서 거행된 선상파티에 참석했던 친구들이 하나둘 썰을 풀자 이름도 얼굴도 모를 동창이 다가와 아는 척했다. 강선아는 한순간 톱스타가 된 기분을 만끽했다.

서울로 올라가는 차 안에서 그녀는 동창회에서 있었던 일을 재잘거리다 눈치를 봤다.


“나 부탁 하나 해도 돼?”

“뭔데?”

“예림이라고 있는데 얘 사정 좀 알아봐줄 수 있을까?”

“성은?”

“전 씨야. 전예림.”

“뭐하는 친군데?”

“음. 가수야. 크게 유명하진 않아도 나름 성공했거든.”


전예림은 나름 부잣집 자식이란다.

요즘 예체능은 돈 없으면 시작하기 힘들다. 부모에게 손 안 벌리고 먹고사는 가수만 돼도 충분히 성공한 인생이다.


“왜? 문제 있어 보여?”

“응. 티는 안 내려는데... 내가 또 관찰력이 좋잖아.”


포토그래퍼는 피사체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알아봐. G.

-오케이.


강선아는 집에 도착하자 화장만 지우고 침대에 쓰러졌다.

이불을 잘 덮었는지 확인하곤 슬그머니 방 밖으로 나왔다.


-알아봤어?

-전예림, 컬러 뮤직스테이션에 소속된 가수 겸 작곡갑니다. 최고 성적은 12위, 그것도 5년 전입니다. 그래도 꾸준하게 곡을 팔았는지 작년 저작권 수입은 7천만 원쯤입니다.


지오는 속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저작권료 7천만 원이면 일반인 기준으론 나름 성공이 아니라 크게 성공했다. 뭐 스타가 수십억을 버는 연예계에선 소소한 금액일지 몰라도 7천만 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


-결혼했어?

-이혼했습니다. 애는 없고요.

-문제가 뭐야?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 남자문젭니다.


그렇겠지. 세상 문제의 대부분은 돈 아니면 사랑이다.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만사가 형통했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활동할 당시 아이돌 기획팀에 참여했고 거기서 연습생과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발각되진 않았고 그 연습생이 데뷔하자 자연히 관계를 끊었습니다.

-근데?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이죠.


데뷔한 아이돌이 그저 그런 쩌리로 연예계를 떠났다면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을 과거지만 1티어 아이돌로 인기를 얻으니 작은 허물도 큰 스캔들이 된다.


-연예서치란 언론이 냄새를 맡았습니다. 다음은...

-썰만으론 기사를 내볼 수 없을 텐데?

-사진이 있습니다.

-보여줘.


해킹으로 찾아낸 사진은 아주 가관이었다. 침대에서 벌거벗고 찍은 사진 몇 장과 키스하는 사진 몇 장이 보였다.


-빼박인데?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아이돌 소속사와 합의할 금액을 협상 중이고 소속사는 전예림을 압박하는 중입니다.

-소속사가 힘 있는 곳이야?

-TRV 엔터테인먼트라고 아이돌 3대 엔터에는 못 들어가도 7대에는 들어갑니다.

-10대, 20대 엔터가 있는 건 아니겠지?

-...

-줄 세우기는 어디나 똑같네.


재벌도 줄 세우기에는 민감했다.

불과 몇 시간 뒤에 아침을 맞이했고 아침운동 겸 야외로 함께 나온 강선아에게 전예림에 대해 말해줬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치떴다.


“정말?”

“어. 두 번 확인한 거야.”

“맙소사.”


강선아는 이마를 탁 쳤다.


“난... 전남편이 괴롭히는 줄 알았는데... 어쩌지?”

“많이 친해?”

“3년 동안 같은 반이었어. 은미나 주희를 빼면 제일 친하거든. 파티에 초대했는데 안 와서 의아했는데...”


상당히 충격적이었는지 손톱을 깨무는 그녀를 말려야 했다.

어허! 나쁜 버릇.


“도와줄 수 있을까?”

“방법이야 많아. 문제는 본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지.”


수치스러운 비밀을 밝히고 싶지 않다면 강선아의 행동은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도움을 주고도 욕먹을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

우리는 조깅을 멈추고 걸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아침부터 한강을 뛰는 사람은 많았다.


“친구들이랑 상의해봐야겠어.”


생각이 깊어졌는지 집에 돌아올 때까지 심각한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오후에 혼자 장모님을 찾았다.


“우리 아들 왔어?”


가볍게 포옹했다. 혼인신고 이후 강선아의 모친인 장미소는 지오를 진짜 아들처럼 대했다. 간단히 안부를 묻고 본론을 꺼냈다.


“입양하겠단 마음은 변함없으시죠?”

“응.”


이수영 등이 미국으로 넘어갈 때 처리하려고 계획했는데 일이 꼬였다. 에이프릴 강의 입양절차를 의뢰한 미국 로펌이 상황의 급변을 알려왔다.

『에이프릴 강이 사라졌음.』

가출인지 실종인지 납치인지 알 수 없다는 메시지를 받자마자 G 레이더를 돌렸다. 결과는 가출이다. 좋은 위탁가정도 있지만 정부지원금만 노린 질 나쁜 위탁가정도 많다.

강봄의 경우는 운이 나빴다.


-당장 위험한 상태는 아닙니다. J. 하지만, 길거리를 전전하다 한계에 몰리면 범죄에 손댈지도 모르죠.


장미소의 확고한 결심을 확인한 지오는 곧장 미국행 항공기를 탔다. 이택기에게 부탁해 비즈니스 제트기를 빌렸다. 하와이를 경유해 북아메리카에 도착하고 한참을 더 날았다.

목적지는 캔자스 주의 위치타란 도시다.


“반갑습니다. 미스터 오.”

“그냥 지오로 부르시죠. 프랭크.”


변호사는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중년 백인이었다.


“찾았습니까?”

“당신이 말해준 곳을 가보니... 있더군요. 지오.”


에이프릴의 소재는 금방 찾았고 사람을 보내 데려왔다.

부드럽게 대하라고 말은 했지만 검증되지 않은 용병은 깡패나 다를 것이 없다. 다행히 심각한 폭력은 행사하지 않았는지 그녀는 멀쩡했다. 근데 함께 있던 여자의 눈두덩은 퍼렇게 멍이 들었다.

지오가 책임자를 돌아보자 그는 붕대를 감은 자기 손을 보여줬다.


“물어뜯더군요.”

“병원비는 따로 청구하세요.”


덩치는 싱긋 웃으며 물러났다.

지오는 의자를 끌어다 그녀들 앞에 앉았다.


“안녕... 하지는 못 하겠네요. 아가씨들. 어쨌든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아주세요. 강봄 양.”


본인의 한국식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하자 에이프릴은 눈매를 일그러뜨렸다.


“아빠가 또 무슨 사고를 쳤나요?”

“아아.”


지오는 탄성과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당신 부친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아닌가? 음. 어쩌면 아예 상관없는 얘기는 아니겠군요.”


전처가 관련됐으니 완전 무관한 건 아니었다.


“부친의 전처가 누군지 압니까? 강봄 양.”

“미소 아줌마?”

“그분이 당신을 한국으로 데려오고 싶어 합니다.”


왜? 에이프릴은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이다.


“전남편 그러니까 강봄 양의 부친이죠? 그 인간이 얼마나 개병신인지, 아.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전혀 기분 나쁘지 않거든요?”

“그렇군요. 당신 아버지란 인간이 얼마나 쓰레기인지 그분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강봄 양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십니다.”

“한국으로 간다고 뭐가 달라져요?”

“장 여사님은 당신을 입양하려고 합니다.”

“어?”


예상 밖의 대답에 에이프릴은 큰 눈을 끔뻑였다. 외도로 헤어진 전남편의 딸을 입양하고 싶다고? 뭐 마더 테레사라도 흉내 내려는 걸까.


“싫어요.”


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나쁜 어른에게 상처 받은, 세상을 믿지 않는 아이의 당연한 거부반응이다. 그래. 입양을 거론하기는 너무 빠르긴 했다. 신뢰는 한순간에 생기지 않았다.

지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이렇게 살 순 없잖아요? 아가씨.”

“내 이름은 강봄도 아가씨도 아니에요. 아저씨. 에이프릴이라고요.”

“미안합니다. 에이프릴.”


지오는 순순히 사과했지만 물러서진 않았다.


“그래도 당신에겐 보호자가 필요해요. 에이프릴.”

“나는... 내가 지켜요!”


그 날카로운 반응에도 지오는 끄덕였다.


“좋아요. 이렇게 합시다. 에이프릴. 집을 마련해주죠. 학교도 갈 수 있게 조치해두겠습니다. 생활비도 충분히 지원해드리죠. 그러니 자기 자신을 망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맙시다.”

“왜 이렇게까지 하죠?”

“왜냐면 나는 당신 언니인 강선아의 남편이니까.”

“어?”

“그러니까 우린 가족입니다. 에이프릴. 가족을 신경 쓰는 건 당연한 거예요.”


에이프릴은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가족핑계로 도망치려는 그녀를 당분간 붙잡아두었다. 어린 여자애가 길거리를 전전하다간 큰일을 당할 수도 있다.

그래도 똑똑한 건지 혼자 나다니지는 않았다.

본인과 처지가 비슷한 여자애들과 무리를 이루어 주변에 얕보이지 않으려는 노력과 시도가 보였다. 지오는 3층짜리 집을 로펌을 통해 구매했다. 돈이 어디서 났느냐면 이택기와의 협상 결과물이었다.


‘결국은 베이비시터를 벗어날 수가 없네.’


LA에 구한 3층 집으로 에이프릴과 가출청소년 무리를 밀어 넣었다. 경호원 겸 집사를 맡아줄 사람을 고용하고 여러 행정절차를 처리하며 또 로펌을 부리는데 거액이 깨졌다.

법인카드라는 도깨비방망이가 없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

이건 우연이지만 주인공의 한미 혼혈쌍둥이동생 중 한 명의 이름도 에이프릴이다.

에이프릴 엠마 오

에이프릴도 그렇고 엠마도 참 흔한 이름이다. 아님 이름 짓기 귀찮았는지도. 쌍둥이인 줄리아나 마커스 오의 미들네임은 그녀의 외할아버지 이름이고 엠마는 외할머니 이름이다.

나중에 커서 이름 가지고 싸우지 않을까.


“내일 들어갈 거야. 응. 응. 비즈니스 제트기라 불편하진 않아. 응. 응. 어떻게 얘기해봤어?”


호텔 발코니에서 LA 야경을 감상하며 강선아와 통화했다.

이은미, 김주희와 회합을 가진 그녀는 전예림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은데 지오의 말마따나 도와주고도 욕먹을지 몰라 망설였다.


“어... 그래. 급한 건 아니니까. 그래. 같이 고민해보자.”


전예림이 끝내 거부한다면 어쩔 수 없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에이프릴로 넘어왔다.


“봄이? 잘 있어. 안전해. 응. 아직은 어렵지. 어머님께 전화 드렸어. 사정을 설명하니 이해하셔. 응. 본인이 원치 않으니까 당장 입양은 어려워. 응. 나중에 봐. 전화는 해도 돼. 어. 들어가기 전에 통화하게 해줄게. 알았어. 나도 사랑해.”


통화를 끝내자 곧바로 문자가 왔는데 욕실에서 찍은 사진이 첨부됐다. 오우!


-일리야 로빈이 도착했습니다. J.


미국 일정의 마지막 만남인 할리우드 거물이 드디어 등장했다.

일리야 로빈

미국의 영화산업을 이끌어갈 캡틴 로빈은 이미 20대에 각종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연기력을 증명했다.


“미스터 로빈.”

“일리야, 일리야로 불러도 됩니다. 미스터?”

“지옵니다. 제이 혹은 지로 부르시죠.”

“제이지?”


저 말이 왜 안 나오나 했다.


“지오라... 재미있는 우연이군요.”


주인공과 이름이 같은 건 특권일 수도 있고 불행일 수도 있다. 그래도 괜한 기대를 갖게 만드는 일은 사양이다.


“대단한 실력자라고 들었습니다.”

“과장된 이야기죠.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칼 같은 성격은 그 녀석이랑 닮았네요. 그래서 믿음이 갑니다. 넘겨줘. 알.”


일리야는 혼자 오지 않았다.

친구이자 변호사 겸 에이전트인 아리엘이 서류철을 건넸다. 이름만 들으면 곱상한 외모를 떠올리겠지만 아리엘은 한때 레슬링 국가대표를 지낸 올림픽 동메달리스트다. 저 꿈틀거리는 승모근을 보면 법정에서 말이 아니라 손이 먼저 나올 것 같은 인상이다.

서류철에서 나온 것은 사진이 동봉된 협박편지다.


“파파라치가 보낸 게 분명합니다.”

“확신합니까?

“네. 지독한 인간들이죠. 이젠 사진만 찍지 않아요. 도청, 몰카, 사고를 가장한 작전으로 사람을 바보로 만들죠. 허니 트랩은 양반입니다.”


유명인을 향한 공작은 어제오늘 문제는 아니었다.

남 잘되는 꼴은 절대 못 보는 부류의 적대심에는 이유가 없다. 그냥 싫은 것이다. 일리야 로빈은 팬만큼 안티도 많다. 굳이 이유를 꼽자면 잘생기고 몸 좋고 돈 잘 버니까.

할리우드 톱스타의 삶도 참 지랄 맞다.


“이건 석 달 전에 받은 협박편집니다.”


협박편지에는 사진이 동봉됐다.

여자와 찍힌 사진이라면 웃어 넘겼겠지만 하필이면 남자와 키스하는 모습이 찍혔다. 사각관계 스캔들로 유명세를 떨쳤는데 갑자기 남자와 찐한 장면을 연출한 사진이라니. 편지를 분류하던 매니저는 처음에는 합성된 가짜로 판단해 폐기했다.

하지만, 며칠 간격으로 보내진 편지 내 사진은 너무 자연스러웠다.


“진짭니까?”


지오의 물음에 일리야는 어깨를 으쓱했다. 답은 에이전트가 대신했다.


“일리야는... 양성애잡니다.”

“그렇군요.”

“안 놀랍니까?”

“놀랐습니다.”


뭐 어쩌라고.

일리야 로빈이 남자를 사랑하든 여자를 사랑하든 내 알 바 아니다. 편지 내용은 간단했다. 비밀을 지키고 싶으면 3000만 달러를 내놔라.


“3천만 달러라... 경찰에 신고할 계획은 없고요?”

“경찰 귀에 들어간 순간 온 세계가 다 알겠죠. 일리야는 지켜야 할 평판과 명성이 있습니다.”


캡틴 로빈의 양성애 이슈는 광고주들과 제작사 높으신 분들에겐 달갑지 않은 화제다. 차세대 백인아이콘이 양성애? 일단 기독교세력부터 들고 일어날 것이다. 특유의 진보적 성향으로 좌파놀이터로 불리는 할리우드라도 바이섹슈얼은 환영받기 힘들다.


“우리는 3천만 달러를 지불할 의향이 있습니다. 다만...”

“비밀이 언제까지 지켜질지 알 수 없겠죠.”

“맞습니다.”


일리야 로빈의 입지가 더 단단해져서 양성애 이슈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은 시간이 필요했다. 3000만 달러가 아무리 거금이라도 미래를 위해서라면 얼마든 지불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입지를 다지는 동안 약속이 지켜지느냐다.

변호사의 공증을 받을 수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는 거래가 끝까지 지켜질까? 협박범이 변덕쟁이라면 일리야는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방법이 있겠습니까?”

“그건 영업비밀입니다. 잠시만.”


지오는 폰을 꺼내들고 발코니로 나와 통화하는 척했다.


-돈도 여자도 아닌 남자 문제였네? 참신해.

-인간의 상상력은 역시 대단합니다.

-찾았어?

-근데 협박범은 여자네요.

-...

-저 얼굴을 싫어하는 여자도 있었다니 인간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취향은 어쩔 수 없는 거야.


사람의 취향은 함부로 예단할 수 없다.


-중요한 건 협박범은 일리야 로빈도 아는 사람입니다. 그의 소꿉친구이자 한때 사귀었던 옛 애인인 캐럴 브린입니다.

-파파라치야?

-파파라치의 익명제보자는 항상 당사자의 지인이었습니다.

-그녀는 비밀을 알고 있었군.

-20여 년 가까이 지켜봤으니 모를 수가 없겠죠.

-왜?

-캐럴 브린의 문제는... 돈이죠.


소중한 우정을 버릴 수 있을 만큼 3000만 달러는 거금이다.


-혼자 움직이지는 않았겠지?

-그녀의 남자친구인 데릭 브라운이 깊이 연관됐습니다. 그는...

-파파라치.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 잘 아는 인물입니다. 캐럴과 사귀는 것도 어쩌면 일리야 로빈의 정보를 얻으려는 공작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캐럴이 미인인가?

-보편적인 기준으론... 맞습니다. 그래도 작전이 끝나면 버려질 확률이 높죠.

-예상이 돼. 놈에겐 다른 애인이 있을 거야. 맞지?

-네. 더 대단한 건 일리야 로빈 주변만 빨대를 꽂은 게 아닙니다. 확인된 것만 할리우드 스타 5명의 주변인을 포섭했습니다.

-카사노바의 재능이 있나 보네.

-실제로 대학생 때 처녀파티 스트리퍼 알바를 했었습니다.


신부가 결혼하기 전날 친구들과 파티를 여는데 여기에 남자스트리퍼를 초대하는 일도 있다. 미국영화나 드라마에서 결혼식을 다룰 때 심심찮게 등장하는 장면이다.


-메일로 보내줘. 사진이나 녹취, 영상도 포함해서.

-Got it.


5초 걸렸을까. 도착한 e메일을 확인한 지오는 속으로 휘파람을 부르며 초조해하는 일리야에게 다가갔다.


“데릭 브라운이라고 압니까?”

“파파라치죠. 설마?”

“거봐! 시발.”


매니저는 놀란 표정이고 일리야는 자기가 맞았다는 듯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데릭 브라운의 익명제보자는... 일리야 당신도 아는 사람입니다.”

“뭐라고? 누군데!”


너무 급한 나머지 일리야는 반말이 튀어나왔다.


“캐럴 브린.”

“맙소사!”


일리야의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과 반대로 매니저는 어떤 확신을 얻은 얼굴이다.


“증거가 있습니까?”

“명함 주시죠.”


지오가 손을 내밀자 부랴부랴 명함을 건넸다. 명함에 적힌 e메일로 증거를 보냈다.


“메일 확인해보세요.”

“아.”


e메일을 확인하고 거기에 동봉된 사진과 영상을 본 매니저와 일리야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시발!”


잘생긴 얼굴로 욕하니 왠지 섹시해 보인다.


-인간의 취향은 정말 알 수가 없군요. J.

-잘생기고 예쁘면 다 용서되는 거야.


세상이 원래 그랬다.

잘생기고 예쁜 연놈은 뭘 해도 보정이 붙는다. 못생긴 연놈의 술주정은 진상이지만 잘생기고 예쁜 연놈의 주사는 애교였다. 호감 있고 예쁜 상대는 뭘 해도 용서할 준비가 됐다.

아니라고? 그건 네 생각이고.


“데릭 브라운은 일리야 주변만 노린 게 아닙니다. 다른 스타와 연계해 상대하는 걸 추천하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아리엘은 무능한 매니저는 아니고 유능한 에이전트다. 적이 누군지 알면 대응은 쉽다. 이제껏 질질 끌려 다닌 건 적이 누군지 몰랐기 때문이다.


“듣던 대로 뛰어난 분이군요. 제이.”


여전히 분이 안 풀려 씩씩거리는 일리야를 다른 매니저에게 맡긴 아리엘은 지오와 발코니로 나왔다.


“CIA 출신입니까? 음. 한국인이니 그럴 일은 없겠고... 한국 정보국?”

“글쎄요.”

“한국 정보국 요원이라도 우리 땅에서 뭔가 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 역시 샘이 믿을 만한 친구라고 말하는 것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아리엘이 청하는 악수를 받았다. 처음의 무미건조한 눈빛과 달리 이제는 미소를 곁들인 친근함을 내비췄다. 친하게 지내도 좋을 만한 친구임을 인정한 태도다.

이 활성화된 인맥은 다음날 바로 효과를 보였다.

지오를 조금은 의심쩍게 바라보던 에이프릴과 다른 아이들은 일리야 로빈과 셀피를 찍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리야 로빈이다! 일리야 로빈!’

캡틴 로빈! 할리우드의 신성!


“정말 이걸로 되겠습니까? 제이.”


일리야 로빈을 둘러싸고 작은 팬미팅이 벌어지는 곳을 지켜보던 아리엘은 많이 당황했다. 3000만 달러를 아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소중한 명성도 지켰다. 그런데 그 대가로 요구한 것이 자그마한 팬미팅이다.


“충분하죠.”

“일정이 촉박하다니 잡을 수도 없고, 다음에 미국에 오면 식사나 같이 하시죠. 좋은 레스토랑을 압니다.”

“기억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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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지오 디 오리진 -34화- +7 21.04.20 5,487 169 13쪽
33 지오 디 오리진 -33화- +9 21.04.20 5,646 200 15쪽
32 지오 디 오리진 -32화- +17 21.03.19 6,156 211 17쪽
» 지오 디 오리진 -31화- +4 21.03.19 5,693 207 19쪽
30 지오 디 오리진 -30화- +9 21.03.19 6,048 188 26쪽
29 지오 디 오리진 -29화- +6 21.03.19 5,940 185 16쪽
28 지오 디 오리진 -28화- +22 21.02.27 6,524 214 17쪽
27 지오 디 오리진 -27화- +9 21.02.27 6,177 207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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