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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냥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한 세계 속의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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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선물냥
작품등록일 :
2021.08.08 10:16
최근연재일 :
2022.01.11 18:56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10,422
추천수 :
271
글자수 :
387,708

작성
22.01.04 20:45
조회
36
추천
1
글자
7쪽

100. 인간다운 선택

DUMMY

[몇 시간 전]


텅 빈 라르피아 안, 바넨의 구체에서 푸른빛이 점멸하고 있었다.


[미확인 메시지 확인. 신원 확인 요망.]


=.......=


[응답 바람.]


=최초의 용사.=


바넨의 푸른빛이 빠르게 깜빡이더니 곧이어 경쾌한 소리와 함께 멈추었다.


[확인 완료. 지상계에서 보낸 신호를 통해 마력을 확인한 결과 신원 확인이 완료되었습니다. 오랜만이에요. 용사님]


그녀는 밝은 목소리로 용사를 맞이해주었다.


[현재 상황 분석 결과, 용사님께서 전투 중으로 판단됩니다. 현재 메시지를 더 이상 보낼 수 없는 상태라면...]


=아니 괜찮아.=


[그럼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겠습니다.]


=....=


[용사님의 마력 분석 결과, 어둠의 마력이 98.6%로 예상됩니다. 마지막이군요.]


마지막. 바넨은 모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가 아니라 프린시피아의 예견일지도 몰랐다.


=그래... 바넨. 곧 있으면... 하지만 그 전에 부탁할게 있다.=


[말씀하세요.]


=어둠을 너에게 옮기고 싶어.=


잠시 동안의 침묵.


[명령 분석 중.... 위험도 판단 120% 초과.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관리자 등급이어야 합니다.]


=관리자라면...=


[프린시피아님 혹은 저를 창조하신 헤파이스님이십니다.]


=그렇군.=


[하지만....]


바넨은 잠시 대화를 멈추었다. 몇 초간의 정적 후 그녀는 다시 대화를 이어나갔다.


[프린시피아님은 제가.. 유동적이길 바라셨죠. 마치 인간처럼....]

바넨은 인공생명체였다. 인간과 달리 오로지 복합적인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존재. 하지만 프린시피아는 그녀도 살아있는 생명으로 생각했다. 인간처럼 프린시피아는 항상 그녀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직접적인 명령이 아닌 바넨의 결정. 물론 대부분 자잘한 것들이었지만 프린시피아는 선택의 순간이 언젠가 올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지금이 그때였다.


[이 일은 빛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로 매우 위험한 행위입니다. 그러니... 선택을 하기 전 합리적인 이유가 필요합니다.]


신들의 요람을 어둠으로 물들이는 일. 이것은 신들의 근본 자체를 위협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분명 용사에게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만약 한번 시작하면 이것은 영원히 되돌릴 수 없었다. 그렇기에 바넨은 신중한 결정을 내리고 싶었다.


=바넨... 프린시피아의 복제품은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가지지?=


[관리자 등급입니다.]


=그럼 만약 그 자가 너한테 이 세계를 멸망하라고 한다면?=


[그렇다면 이행해야합니다.]


=그걸 막기 위한거야. 신들의 존재 자체는... 이 세계에서 비롯됐으니까.=


[그렇군요. 모두는 이곳에서.... 이해했습니다. 그렇다면 용사님께서는 이 일을 통해 세계를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십니까?]


=그래.=


짧고 명확한 대답. 바넨의 선택도 명확해졌다.


[용사님이 가지고 있는 어둠의 마력을 중앙에 다운로드하겠습니다. 예상 소요시간 3시간. 빛이 사라지면 이제 모든 권한은 용사님께로 이전됩니다. 그리고 호칭도 용사에서 마왕으로 변환됩니다.]


=고마워. 바넨. 그리고 한가지 더. 내 메시지를 전달해줬으면 좋겠어.=


[누구한테 전송할까요?]


=하라리스. 그리고 에프리우스.=


.

.

.

[다시 현재]


꺼진 구체에서 붉은빛이 다시 감돌고 있었다.


[다운로드 완료.]


“이런 망할 년이!”


수녀는 신경질적으로 바넨의 구체를 마왕의 발 아래 내동댕이쳤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한손으로 들어올렸다.

[시스템 재부팅 완료. 환영합니다. 관리자님.]


“이게 어떻게 된거야?”


“말했잖아. 너에게는 아무것도 없다고.”


수녀의 얼굴은 굳어져갔다. 이제 남은 것은 죽음뿐이었다. 그 누구도 자신을 도와줄 이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다.


“싫어! 싫어! 싫어! 싫어!”


그녀는 반대쪽을 향해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살아남기 위해 끝까지 발악하고 있었다. 황폐한 땅을 내달리며 죽음에게서 도망치려했다.


“말도 안돼. 말도 안된다고!”


그녀는 악에 받친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댔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죽음은 천천히 그녀를 옥죄어 오고 있었다.


마왕은 멀어져가는 그녀를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도 그녀를 뒤따라 걸어갔다. 그녀의 심장에 칼을 꽂아넣기 전에는 수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빛처럼 빠르게 땅을 가로질러 달려나갔다. 마왕이 오기 전에 최대한 멀리 도망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오로지 살기 위해 그녀는 악착같이 도망쳤다.


“죽여버릴거야.”


그녀의 표정은 험악하다 못해 분노로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이것은 의미없는 발악일뿐, 절대 실현할 수 없는 저주였다.


그때 그녀의 발을 무언가가 잡고 늘어졌다. 부드럽지만 차가운 감촉. 수녀는 자신의 발 아래를 쳐다보았다.


죽은자들.


죽음의 신을 잃고 방황하는 영혼들의 손. 다크 테라리아로 인해 세계에 깔린 어둠은 저승과 현실의 균형도 뒤흔들어 놓았다. 니힐이 있었다면 이 혼돈은 사라졌지만 그녀는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 저승의 망령들은 자신이 원하는 강렬한 빛을 찾아 손을 뻗었던 것이다.


“꺼져! 이 더러운 새끼들아!”


그녀는 땅에서 올라오는 망령들의 손길을 발로 걷어찼다. 지금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망령이든 마수든 다 필요없었다.


죽음이 다가온다.


마왕은 망령들 사이를 유유히 걷고 있었다. 그의 순수한 어둠과 에릴이 준 아티팩트의 영향 덕분에 망령들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희망. 절망 속의 빛이었다.


점차 그들의 손은 수녀의 온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는 헤엄치듯 앞으로 나아갔다. 모든 손길을 뿌리치며 절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푸슉=


“꺄아아아아아아악!”


발목에 검이 꽂혔다. 그녀의 바로 뒤에 마왕이 있었다. 그는 꽂힌 검을 옆으로 틀어 발목을 완전히 잘라내었다.


“끄아아아아악. 제발! 제발!”


그녀는 고통으로 이리저리 나뒹굴었다. 눈은 초점을 잃고 눈물이 쏟아졌다. 코든 입이든 고통에 찬 분비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마왕의 검날은 수녀를 향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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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세계 속의 용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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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마지막화 새로운 세계 22.01.10 76 1 6쪽
106 102. 슬픔의 분노 22.01.07 45 1 7쪽
105 101. 다른 이의 미소 22.01.06 35 1 7쪽
104 101. 멸망의 발판 22.01.05 30 1 7쪽
» 100. 인간다운 선택 22.01.04 37 1 7쪽
102 99. 죽음 앞에 선 사람들 22.01.03 34 1 8쪽
101 98. 압도적인 승리 21.12.31 34 1 8쪽
100 97. 돌아갈 수 없는 선택 21.12.30 34 2 7쪽
99 96. 최후의 순간 21.12.29 35 2 7쪽
98 95. 각자의 길 21.12.28 33 2 8쪽
97 94. 죽음의 안식처 21.12.27 33 2 8쪽
96 93. 어둠의 땅 21.12.24 36 2 8쪽
95 92. 신세계의 마왕 21.12.23 38 2 9쪽
94 91. 진실 속의 편견 21.12.22 39 2 7쪽
93 90. 전설의 존재 21.12.21 41 2 7쪽
92 89. 새로운 욕망 21.12.20 35 2 7쪽
91 88. 어둠의 장작 21.12.17 37 2 7쪽
90 87. 여신의 집착 21.12.16 37 2 8쪽
89 86. 신이 만든 괴물 21.12.15 36 2 7쪽
88 85. 타들어가는 갈증 21.12.14 37 2 8쪽
87 84. 마지막 진실 21.12.13 37 2 8쪽
86 83. 무기력한 존재 21.12.10 35 2 8쪽
85 82. 단 한마디. 21.12.09 35 2 9쪽
84 82. 빛은 사라졌다. 21.12.08 38 2 8쪽
83 81. 진실과 계획의 설계 21.12.07 36 2 9쪽
82 80. 목적을 위한 수단 +1 21.12.06 40 1 9쪽
81 79. 눈 뜨고 코 베이기 21.12.03 40 2 8쪽
80 78. 의심의 싹 21.12.02 40 2 8쪽
79 77. 어둠의 쐐기 21.12.01 3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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