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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냥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한 세계 속의 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선물냥
작품등록일 :
2021.08.08 10:16
최근연재일 :
2022.01.11 18:56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10,425
추천수 :
271
글자수 :
387,708

작성
21.12.31 21:10
조회
34
추천
1
글자
8쪽

98. 압도적인 승리

DUMMY

마수의 몸에서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시체의 썩은 냄새가 사방에 진동하였다. 신들의 성스러운 빛도 이 괴물 앞에서는 썩어 문드러졌다. 게걸스럽게 생명을 삼키는 모습은 너무 혐오스러워 눈살이 찌푸러졌다.


이미 신들의 절반이 사라졌다. 세계를 지탱하던 이들이 고작 더러운 마수에 의해 절멸할 위기였다.


성리온이 그의 손을 힘껏 쥐자 그 안에서 작은 블랙홀이 만들어졌다. 크기는 주먹정도였지만 주변이 일그러질 정도로 그 파괴력은 무시무시했다. 그는 마수를 향해 죽음의 소용돌이를 던졌다.


진공청소기처럼 블랙홀은 마수의 몸뚱이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끼에에에에엑”


그것의 울음소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비명소리 같았다. 하등한 존재에게도 죽음은 두려운 것이었다. 소멸하지않기 위해 땅에 깊게 어둠의 뿌리를 내렸다. 엄청난 압력 속에서도 마수는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


=이러다간 우리까지 빨려들어가겠어!=


블랙홀은 무서운 기세로 건물과 나무를 통째로 먹어치우고 있었다. 헤파이스의 말대로 마수보다도 그들이 먼저 소멸될 위기였다. 결국 성리온은 죽음의 별을 거둬들일 수 밖에 없었다. 마수 하나를 없애기 위해 숲 전체를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럼 이것도 버틸 수 있나 보자.=


[초신성 폭발]


당연히 위력은 약화시켰지만 도시 하나쯤은 통째로 사라지게 만들 수 있었다. 성리온의 손이 번쩍이더니 구슬만한 행성 하나가 마수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배가 뒤틀린다. 순식간에 그 괴물은 점 하나로 압축되더니 다시 팽창하며 폭발했다. 더러운 찌꺼기들이 성리온을 향해 튀어올랐다.


=역겹군.=


확실히 구더기는 산산조각났다. 사방으로 퍼진 살점들은 이곳저곳에 달라붙어 흉측해보였다. 성리온은 자신의 팔에 붙은 부산물들을 털어내며 승리를 만끽했다. 아무리 마수라도 이 정도의 폭발 속에서는....


그때 그의 팔에 붙어있던 찌꺼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점을 파먹고 그의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성리온은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의 팔을 타고 구더기는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성리온!=


헤파이스의 표정은 굳어갔다. 성리온은 어둠에 잠식당하고 있었다. 그의 몸에 새겨진 별들이 하나씩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우주의 진리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앞이.. 앞이 안보여.=


점차 우주는 사라지고 회색빛으로 혼탁해진 피부가 드러나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검은 액체가 쏟아져나왔다.


=제기랄!=


검은 액체는 뭉치기 시작하더니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려 했다. 헤파이스는 자신의 망치에서 뿜어져나오는 열기로 그것들을 태우려 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검은 액체는 끊임없이 증식했다. 암세포처럼 계속해서 불어나더니 이전보다 더 거대한 구더기가 만들어졌다.


그것은 이번에 헤파이스를 보고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그것의 아가리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빨들이 그를 전부 갈아버리고 싶어했다.


=끝인가?=


헤파이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신도 인간도... 신이라는 작자들도 결국 두려움에 굴복한 것이다. 그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수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날아와 꽂혔다. 물컹거리는 괴물의 머리를 뚫고 그것은 헤파이스의 발 아래 꽂혔다.


아르테스의 황금 스피어.


마수는 휘청거리며 바닥에 쿵하고 쓰러졌다. 마치 유성처럼 그 창은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전과 달리 찬란한 빛 대신 어둠의 기운을 몰고 왔다.


‘이게 왜 여기에?’


헤파이스의 어깨 뒤로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흠칫하며 뒤를 돌아본 그곳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누.. 누님?=


그녀는 달라져있었다. 눈에 박힌 푸른빛은 온데간데 없고 보랏빛이 자리잡고 있었다. 순백의 피부는 창백해져있었으며 그녀의 입술도 검은 립스틱을 바른 것처럼 검게 물들어있었다. 금발의 머릿칼은 회색빛이 되었고 이것은 두려운 감정마저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만큼은 그대로였다. 그를 향한 부드러운 손길 또한 진짜였다.


=누님.. 그 모습은.... 설마?=


=어쩔 수 없었어.=


아르테스는 그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헤파이스는 다시 그녀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그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속 빛이 사라지고 어둠만이 남았다.


=어둠을 그토록 증오하던 누님이... =


=그 망할 년에게서 벗어나려면 이 방법 밖에 없었어. 어머니에게는 죄송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니까.=


헤파이스는 예상과 달리 그녀의 결정에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아르테스의 결정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님이 내린 선택이었다.


=자 이제 저 괴물 자식을 어떻게 할까?=


어느새 마수는 이 둘을 노려보고 있었다. 머리에 뚫린 구멍은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아르테스는 땅에 박힌 창을 뽑아 들었다. 괴물의 위협적인 비명소리.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괴물 앞에 당당히 서있었다.


그녀는 창 끝으로 바닥을 가볍게 내리쳤다. 묵직한 울림이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 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 쯤 그녀의 등 뒤에는 수천명의 전사들이 일렬로 서 있었다.


다른 사람이 이 광경을 봤다면 바다로 착각이 들 만큼 이들은 빽빽이 마수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들에게 죽음은 두렵지 않았다. 그들의 창이 적을 완전히 무너뜨릴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헤파이스도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위용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위대한 승리의 여신.


하지만 마수에게 이것들은 자신의 진수성찬일 뿐이었다.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산해진미. 빛을 모조리 삼키고 어둠을 토해낼때까지 이 짐승도 멈출 생각이 없었다.


마수는 다시 그 동굴 같은 아기리를 쩍 벌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괴물의 등에 강력한 불길이 치솟아올랐다. 자신처럼 어둠을 간직한 불꽃. 그것은 괴물의 몸을 장작 삼아 타오르고 있었다.


하늘을 치솟는 연기를 뚫고 등장한 것은 검은 드래곤이었다.


다르고스, 마왕의 드래곤이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존나게 오랜만이다.]


그녀는 다시 인간의 형상으로 변해서 그들 앞에 사뿐히 착지했다.


“깡패 여신, 내가 보고 싶었느냐?”


=그 더러운 입담은 여전하군.=


다르고스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씨익 웃어보였다.


“이제 그럼 우리 같은 편인가?”


=뭐... 내키지는 않지만. 그나저나 너무 늦은거 아니야?=


“잠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마룡은 울부짖는 어둠의 구더기를 바라보았다.


“이야 쓸데없이 몸집만 커졌구나. 이방의 용사.”


=저번처럼 바닥에 뒹굴지는 않겠지?=


“하! 너나 잘해라.”


다르고스는 입에서 회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아르테스도 창을 높게 들어 전투를 준비했다. 마수도 이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 했다.


그러나 시작하기도 전에 갑자기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요란한 떨림이 지속되었다.


“이번에는 또 뭐야?”


찬란한 신들의 요람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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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마지막화 새로운 세계 22.01.10 76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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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1. 멸망의 발판 22.01.05 30 1 7쪽
103 100. 인간다운 선택 22.01.04 37 1 7쪽
102 99. 죽음 앞에 선 사람들 22.01.03 34 1 8쪽
» 98. 압도적인 승리 21.12.31 35 1 8쪽
100 97. 돌아갈 수 없는 선택 21.12.30 34 2 7쪽
99 96. 최후의 순간 21.12.29 35 2 7쪽
98 95. 각자의 길 21.12.28 33 2 8쪽
97 94. 죽음의 안식처 21.12.27 33 2 8쪽
96 93. 어둠의 땅 21.12.24 36 2 8쪽
95 92. 신세계의 마왕 21.12.23 38 2 9쪽
94 91. 진실 속의 편견 21.12.22 39 2 7쪽
93 90. 전설의 존재 21.12.21 41 2 7쪽
92 89. 새로운 욕망 21.12.20 35 2 7쪽
91 88. 어둠의 장작 21.12.17 37 2 7쪽
90 87. 여신의 집착 21.12.16 37 2 8쪽
89 86. 신이 만든 괴물 21.12.15 36 2 7쪽
88 85. 타들어가는 갈증 21.12.14 37 2 8쪽
87 84. 마지막 진실 21.12.13 37 2 8쪽
86 83. 무기력한 존재 21.12.10 35 2 8쪽
85 82. 단 한마디. 21.12.09 35 2 9쪽
84 82. 빛은 사라졌다. 21.12.08 39 2 8쪽
83 81. 진실과 계획의 설계 21.12.07 36 2 9쪽
82 80. 목적을 위한 수단 +1 21.12.06 40 1 9쪽
81 79. 눈 뜨고 코 베이기 21.12.03 40 2 8쪽
80 78. 의심의 싹 21.12.02 40 2 8쪽
79 77. 어둠의 쐐기 21.12.01 3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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