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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냥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한 세계 속의 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선물냥
작품등록일 :
2021.08.08 10:16
최근연재일 :
2022.01.11 18:56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10,426
추천수 :
271
글자수 :
387,708

작성
21.12.08 20:18
조회
39
추천
2
글자
8쪽

82. 빛은 사라졌다.

DUMMY

용사는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앞에 죽은 사람이 서있었다.

얼굴은 조금 야위었지만 이 사람은 분명 레아였다. 자신의 옛 동료이자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존재. 그 사람이 자신의 앞에 서있었다.


"최초의 용사님?"


용사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가슴속에서 벅차오르는 알 수 없는 감정이 그의 목소리를 막고 있었다.


레아는 알 수 있었다. 온 몸을 갑옷으로 가리고 있었지만, 그 사람의 느낌, 그녀의 직감이 용사라고 말하고 있었다. 금새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드디어!'


레아는 아무말 없이 용사를 끌어안았다. 나머지 일행들은 이 모습에 의아해했지만 용사는 아무렇지 않게 더 세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보고 싶었어."


그녀의 부드러운 속삭임이 용사의 귀를 간지럽혔다. 분명 이것은 꿈이 아니었다. 그의 품에 있는 것은 분명 레아였다.


"이... 이게 대체..."


용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용사는 레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진주처럼 붉은 눈동자와 자주색 머리카락까지. 용사가 그리웠던 모습이었다.


그렇게 감격스러운 순간, 그들의 뒤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최초의 용사!"

"베.. 베라? 깨어났구나!"


놀라움의 연속. 하지만 베라의 눈에는 분노록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광기 어린 분노에 다르고스는 용사 앞을 가로막았다. 이것을 본 베라는 어이 없는 표정으로 이들을 노려보았다.


"봐! 저 여자가 바로 마룡이라고!"


레아는 다르고스를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이빨, 입에서 내뿜는 어둠의 기운은 분명 섬뜩한 것이었다. 그녀는 베라의 말이 사실임에 놀라 용사에게서 뒷걸음질쳤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너도... 오염된거야?"


레아는 긴장한 표정으로 용사를 바라보았다.


"아니야. 레아. 다 오해야. 내 안에 어둠이 있긴 하지만..."

"봐봐. 레아! 저 녀석은 이제 용사가 아니야 타락한 마수라고! 그 가증스러운 모습을 보란 말이야!"


베라의 이마에 핏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녀의 주위로 강렬한 불꽃이 점차 타오르고 있었다. 스스로를 태우는 성냥개비처럼 위태로워보였다.


"정말이야? 너가...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아니지? 네가 어둠에 물들였다는 거."


레아는 용사의 손을 힘껏 잡았다. 그녀의 손에서 간절함이 느껴졌다. 용사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분명 자신은 오염되지 않았다. 그는 타락한 마수들과 달랐다. 인간성. 그 내면의 모든 것은 최초의 용사. 그 자신이 맞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레아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의 몸에는 실제로 어둠이 있었다. 그것을 짊어질 운명. 빛과 어둠.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레아... 나는..."


용사의 망설임에 레아의 두려움은 다시 커져갔다. 용사가 망설이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레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언제나 빛이었던 그가., 절대 망설이지 않았던 그가....


"봤지? 이제 더이상 아무도 믿지 않겠어!"


베라의 손에서 불꽃이 커지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화염구가 만들어졌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 무식한 불꽃덩어리를 다르고스에게 던졌다.


"콰과광!"


폭발과 함께 교회는 불타고 있었다. 천장이 내려앉고 회색빛 연기가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었다.


"미쳤어?"


다르고스는 날고 있는 베라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다행히 에릴의 보호막 덕분에 모두 무사했다.


"미쳤냐고? 네가 한 짓은? 네 년이 우리 부모님한테 한 짓거리는!"


베라의 입에서 화염이 뿜어져나왔다. 이에 맞서서 다르고스도 불을 내뿜었다. 붉은 불꽃이 보라색 불꽃에 잡아먹히면서 베라를 압도하고 있었다. 점차 다르고스의 화염이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다르고스!"


용사의 외침에 그녀의 불꽃은 베라의 코 앞에서 사그라들었다. 그가 말리지 않았다면 베라는 온 몸이 타들어갔을 것이다.


용사는 베라의 복수심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잘못한 것은 다르고스의 정체를 숨긴 것이었다. 이것이 베라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잘못 알고 있었다. 결국 복수귀가 된 그녀의 모습은 자신이 만든 괴물이었다.


베라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르고스가 그녀보다 강하다 하더라도 죽을때까지 온 몸으로 부딪힐 것이다.


"죽어! 죽어! 죽어!"


그녀는 점차 드래곤으로 변하고 있었다. 온 몸에 비늘이 돋아나고 머리에서는 뿔이 자라났다.


화염룡.


베라가 날개를 퍼덕이자 불씨들이 용사와 일행을 덮쳤다. 엄청난 열기에 에릴의 보호막도 녹고 있었다.


그때 다르고스의 거대한 이빨이 베라의 목덜미를 단단히 움켜잡았다. 보호막이 거의 다 없어지기 전에 그녀도 본모습으로 베라를 상대했다. 발버둥치는 베라를 다르고스는 하늘 위로 끌고 올라갔다. 그리고는 다시 낮게 비행하더니 베라를 땅에 박아버렸다.


다르고스가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일행들은 불타는 교회 밖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가로스는 베라가 땅에 떨어진 틈을 타 그녀의 등 뒤에 올라탔다. 그리고 비늘 사이로 그의 발톱을 찔러 넣었다.


[크아아아아!]


베라는 고통으로 다시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포효하자 비늘 사이로 불길이 치솟았다. 순식간에 가로스에 털에 불이 옮겨 붙고 있었다. 하지만 가로스의 의지는 대단했다. 그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도 그는 비늘에 박힌 발톱을 절대 빼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가로스가 숯이 될 판이었다. 이때 다르고스가 베라의 얼굴을 들이받아 가로스는 베라의 몸에서 떨어졌다.


[야! 너 미쳤어?]


가로스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팔 부분 화상을 제외하곤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별 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건 베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건 무의미한 싸움이었다. 베라를 설득해야만 했다. 용사는 검과 총을 움켜잡았다. 그때 쓰러져있던 레아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말해줘. 정말.... 빛을 버린거야?"


레아는 울먹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용사에게 빛은 전부였다. 그녀에게 용사는 빛이었고 삶이었다.


"레아.... 난.... 변하지 않았어. 그저 이 세계를 다시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운명인거야."

"그건 운명이 아니야! 저주야! 절대 없앨 수 없는 저주라고!"


레아는 울부짖었다.


"프린시피아의 뜻이야. 그리고 그건 내가 짊어져야 할 일이고..."

"그래. 신의 뜻이라고 해! 그럼 너는? 넌 세계가 다시 돌아오면 어떡할 건데? 영원히 어둠을 지니고 살아갈거야?"


용사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세계가 다시 돌아오고.... 그 뒤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레아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어둠은 결국 용사를 좀먹을 것이다. 마치 바이러스처럼 언젠가 그를 천천히 갉아먹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사람이 먼저였다. 어느 순간 최초의 용사는 자신의 어둠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것이 사람들이 살 길이라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는 더 이상 빛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앞으로 나아가야했다. 레아가 알고 있는 빛은 이미 사라졌을지도 몰랐다. 그의 투구 사이로 보라색 불꽃이 솟아올랐다.


작가의말

저번 화를 비롯해 5개의 에피소드에 문장 문제가 있어 전부 수정했습니다. a4용지에서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던 모양입니다. 다음에는 꼼꼼히 확인하고 올리겠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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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98. 압도적인 승리 21.12.31 35 1 8쪽
100 97. 돌아갈 수 없는 선택 21.12.30 34 2 7쪽
99 96. 최후의 순간 21.12.29 35 2 7쪽
98 95. 각자의 길 21.12.28 33 2 8쪽
97 94. 죽음의 안식처 21.12.27 33 2 8쪽
96 93. 어둠의 땅 21.12.24 36 2 8쪽
95 92. 신세계의 마왕 21.12.23 38 2 9쪽
94 91. 진실 속의 편견 21.12.22 39 2 7쪽
93 90. 전설의 존재 21.12.21 41 2 7쪽
92 89. 새로운 욕망 21.12.20 35 2 7쪽
91 88. 어둠의 장작 21.12.17 37 2 7쪽
90 87. 여신의 집착 21.12.16 37 2 8쪽
89 86. 신이 만든 괴물 21.12.15 36 2 7쪽
88 85. 타들어가는 갈증 21.12.14 37 2 8쪽
87 84. 마지막 진실 21.12.13 37 2 8쪽
86 83. 무기력한 존재 21.12.10 35 2 8쪽
85 82. 단 한마디. 21.12.09 35 2 9쪽
» 82. 빛은 사라졌다. 21.12.08 40 2 8쪽
83 81. 진실과 계획의 설계 21.12.07 36 2 9쪽
82 80. 목적을 위한 수단 +1 21.12.06 40 1 9쪽
81 79. 눈 뜨고 코 베이기 21.12.03 40 2 8쪽
80 78. 의심의 싹 21.12.02 40 2 8쪽
79 77. 어둠의 쐐기 21.12.01 3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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