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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냥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한 세계 속의 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선물냥
작품등록일 :
2021.08.08 10:16
최근연재일 :
2022.01.11 18:56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10,419
추천수 :
271
글자수 :
387,708

작성
21.12.20 19:58
조회
34
추천
2
글자
7쪽

89. 새로운 욕망

DUMMY

무(無)의식의 세계


그것은 육체와 영혼을 분리할 수 있는 드래곤들만의 능력이었다. 다르고스 안에 있는 마왕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어둠의 원천이자 힘의 근원지. 하지만 어떻게 보면 어둠을 탐한 저주이기도 했다.


=멍청한 다르고스. 이제 착해지려고 작정한거야? 속죄니 뭐니....=


마왕의 반쯤 감긴 눈동자가 다르고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하얀 얼굴은 비웃음으로 일그러져있었다.


=말했잖아. 욕망이 너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그는 그녀의 주변을 계속 빙빙 돌며 말했다. 달콤한 속삭임이 다르고의 귓가를 맴돌았다.


달변가. 소싯적 수많은 종족들을 홀린 그의 언변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마왕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궤변일지라도 그 말을 사실로 믿게 된다.


하지만 다르고스는 이 허황된 말을 수백번 넘게 들어왔다. 그녀가 잠을 잘때도 봉인되어있을때도 어둠은 끊임없이 속삭여왔다.


“됐고. 나에게 다시 힘을 줘.”


다르고스의 직접적인 요구에 마왕은 놀란 듯 보였다. 그 덕분에 반달 모양이었던 눈이 동그랗게 변해있었다.


=무슨...? 심경에 변화라도 생겼나? 아니면 다시 복수라도 할 셈이야?=


“아니. 내 친구를 구하려고.”


윽— 순간 마왕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녀가 역겹다는 듯이 위 아래로 훑어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설마 다르고스 그 친구라는 녀석이 용사는 아니겠지?=


“맞아.”


그녀의 당당함에 기가 찬 듯 마왕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서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적개감. 마왕은 다르고스에게 분노를 하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저주의 말과 하늘 위로 솟구치는 불꽃은 다르고스를 위협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무표정으로 귀를 파고 있었다.


=이봐 다르고스! 내가 누구한테 죽었지?=


“용사.”


=그것도 무슨 용사?=


“최초의 용사.”


=그걸 알면서 나한테 도와달라고 하는거야? 오우... 이런... 용사와 같이 다니더니 머리를 크게 다친게 분명해.=


마왕은 다르고스를 곁눈질로 보며 혀를 찼다.

=전에는 이딴 힘따위 이제는 필요없다고 버리더니.... 하! 웃기지도 않는군. 네 꼴을 봐! 넌 이제 평범한 드래곤이나 마찬가지야. 물론 조금은 더 세겠지. 그런데? 이제는 너의 메리트도 없어졌어!=


“나의 메리트가 뭔데?”


=잔인함. 복수심. 모든 것을 파멸로 이끄는 마룡!=


마왕은 다르고스의 턱을 한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그녀의 얼굴을 살피기 시작했다. 마룡은 기분이 더러웠지만 잠자코 지켜보기로 했다.


=이제는 얼굴도 용사를 닮아가는 것 같네=


그는 거의 던지다시피 다르고스의 턱을 놓았다. 덕분에 그녀는 휘청거렸지만 이내 다시 중심을 잡았다.


“그냥 좀 달라고 이 썩을 마왕아!”


다르고스는 으르렁거렸다. 이렇게 노닥거릴 시간이 없었다. 지금도 밖에서 용사는 누군가와 싸우고 있었다. 멀리 떨어져있지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의 사나운 마력과 넘칠 듯 흐르는 분노가 몸 전체에 느껴지고 있었다.


=그 지랄맞은 성격은 여전하네. 근데 말했잖아. 네 욕망이 너에게 힘을 줄거라고. 그게 어둠의 메커니즘인거 잘 알잖아? 나는 네 욕망에 충실할 뿐이야.=


그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마왕의 말이 맞았다. 어둠은 그녀의 욕망을 원했다. 그 욕망을 장작 삼아 다르고스의 온몸을 불태워버릴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너무도 잘 알았다.


=그래서 너의 욕망이 뭔데?=


나의 욕망?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순간이 그녀의 욕망대로였다. 복수도 속죄도 모든 것이 그녀의 행복을 찾고자 했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고스는 마음 한 켠에서 올라오는 새로운 욕망을 깨달았다.


“최초의 용사와 영원한 동료로 남는 것. 그게 내 욕망이야.”


=하!=


마왕은 감탄인지 탄식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럼 잘해봐라. 다르고스.=


...


다르고스는 다시 눈을 떴다. 발끝에서부터 손끝까지 저릿저릿한 느낌이 올라왔다. 온 몸이 가득 채워진 그 느낌.


‘돌아왔어!’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에 힘을 쥐었다.


-철컹!-

그녀의 팔을 붙잡고 있던 족쇄가 종잇장처럼 찌그러졌다. 그녀는 나머지 족괘들도 한순간에 일그러뜨렸다.


다시 자유의 몸.


그녀는 천천히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곧바로 뒤에 있던 벽을 주먹으로 쳤다.


-콰과광!-


요란한 굉음과 함께 벽면에는 시원한 구멍이 뚫렸다.


[용안]


드래곤들은 태생적으로 마나의 흐름을 볼 수 있었다. 모든 생명체의 몸 속에는 마나가 흐르고 있고 이를 통해 그녀는 용사와 나머지 일행들을 찾으려는 것이었다. 지금 힘이 개방된 그녀의 눈에는 작은 마나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강력했다.


‘지하에 여러명. 방 안에 세명.’


그런데 그중 이해가 안되는 마나가 존재했다. 그것은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는데, 두 명의 붉은 마나와 반대로 너무도 하얗고 깨끗한 마나였다. 보통의 생명체라면 푸른색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이 마나는 깨끗했다.


‘이걸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신뿐인데... 설마 아르테스인가?’


일단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빨리 용사를 구하고 나머지 일행들도 데려와야했다.


그녀가 도약하자 발 밑에 있던 벽돌이 으깨졌다. 총알과 같은 속도로 다르고스는 복도를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바람이 그녀의 얼굴을 매섭게 지나갔다.


그녀는 앞에 있는 장애물들을 모조리 부수고 나아갔다. 벽이든 책상이든 장식품이든. 다르고스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한 마리의 황소처럼 닥치는 대로 파괴했다.


‘빨리!’


다르고스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용사의 마나였다. 그 사람을 위해서 그녀는 목숨을 바칠 준비도 되어있었다. 그녀는 이제 사악한 마룡이 아니었다. 용사의 동료이자 하나뿐인 드래곤이었다.


2m...1m... 점차 용사가 있는 방문과 가까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다르고스는 갈색 문에 몸을 들이박았다.


-우드득-


그 엄청난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문은 여러갈래로 쪼개졌다.


“용사!”‘


그곳에는 이방의 용사의 목을 조르고 있는 어둠의 기사가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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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마지막화 새로운 세계 22.01.10 76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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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0. 인간다운 선택 22.01.04 36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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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98. 압도적인 승리 21.12.31 34 1 8쪽
100 97. 돌아갈 수 없는 선택 21.12.30 34 2 7쪽
99 96. 최후의 순간 21.12.29 35 2 7쪽
98 95. 각자의 길 21.12.28 33 2 8쪽
97 94. 죽음의 안식처 21.12.27 33 2 8쪽
96 93. 어둠의 땅 21.12.24 36 2 8쪽
95 92. 신세계의 마왕 21.12.23 38 2 9쪽
94 91. 진실 속의 편견 21.12.22 39 2 7쪽
93 90. 전설의 존재 21.12.21 41 2 7쪽
» 89. 새로운 욕망 21.12.20 35 2 7쪽
91 88. 어둠의 장작 21.12.17 37 2 7쪽
90 87. 여신의 집착 21.12.16 37 2 8쪽
89 86. 신이 만든 괴물 21.12.15 36 2 7쪽
88 85. 타들어가는 갈증 21.12.14 37 2 8쪽
87 84. 마지막 진실 21.12.13 37 2 8쪽
86 83. 무기력한 존재 21.12.10 35 2 8쪽
85 82. 단 한마디. 21.12.09 34 2 9쪽
84 82. 빛은 사라졌다. 21.12.08 38 2 8쪽
83 81. 진실과 계획의 설계 21.12.07 36 2 9쪽
82 80. 목적을 위한 수단 +1 21.12.06 40 1 9쪽
81 79. 눈 뜨고 코 베이기 21.12.03 40 2 8쪽
80 78. 의심의 싹 21.12.02 40 2 8쪽
79 77. 어둠의 쐐기 21.12.01 3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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