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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냥이의 서재

세상이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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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냥이
작품등록일 :
2018.08.04 15:36
최근연재일 :
2018.09.29 15:52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083
추천수 :
26
글자수 :
80,787

작성
18.09.22 23:37
조회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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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20화 :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DUMMY

늦은 밤, 윤호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작은 술자리를 함께하고 있었다.

찌개를 한 냄비와 소주 한 병, 맥주 한 병.

술을 잘 못 마시는 윤호는 맥주를 마셨으며, 술을 마시기보단 친구와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그러게···. 언제까지 이럴까?”


윤호의 친구가 물었고 윤호는 그냥 허탈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어떻게, 도와주고 싶어도 내 사정도 여의치 않으니 참 답답하다.”


“괜찮아. 누가 꼭 도와줘야 나아지겠냐? 이렇게 위로라도 해주면 그것이 나한테는 큰 도움이 된다.”


“너···. 어머니하고는 연락 하냐?”


“하겠냐?···. 이렇게까지 됐는데.”


“내가 볼 때는, 너 제대하고부터 너희 어머니가 조종을 시작한 느낌이란 말이지.”


“그렇게 느껴지든?”


“너무 네 인생에 간섭했다고 느끼긴 했지.

그리고 그게 틀린 것도 아니었고 말이야.”


윤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친구가 따라준 맥주를 마셨다.


20대 중반, 전문대학교를 졸업한 상태로 입대한 윤호는 평균보다 한두 살 많은 나이에 훈련소로 입소했다.

성실하기도 했고 체력도 좋고, 체질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군 생활을 윤호와 잘 맞기도 해, 제법 즐겁게 군 생활을 했다.

어쩌면, 밖에서 하던 걱정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단순한 군 시절의 걱정거리가 오히려 마음 편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냥 하라면 하면 되고, 하지 말라면 안 하면 되었다.

보통은 다들 군대에 다시 가고 싶으냐 물으면, 욕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윤호는 다시 군대에 가라면 가고 싶을 만큼, 그 시절이 20대의 가장 편했던 시기였다.

물론 사귀던 여자 친구가 바람나는 덕에 마음고생을 했지만, 그것이 윤호의 인생을 뒤흔들 만큼 충격이 크진 않았다.


그렇게 군 생활을 하던 윤호는 무사히 전역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평소 집에서 남동생과 이런저런 충돌이 많았던 윤호의 고민을 들어주며, 자취를 해보라고 권했던 사람이 윤호의 어머니였다.

그의 어머니는 이제 전역한 지 한 달 된 윤호에게 200만 원이라는 지원금을 주며, 자취방을 하나 얻어 독립을 해보라 말했고 윤호는 아버지의 동의를 얻어 독립했다.


지원금 200만 원을 빼면 몸뚱이 하나가 재산 전부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아르바이트하며 방값과 용돈을 충당했고, 포트폴리오를 만들며 취업을 준비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을 무렵, 제법 큰 회사에서 면접을 오라는 연락이 왔고, 대기업에서 전문대를 졸업한 자신을 불렀다는 것에 놀란 윤호는 면접날에 맞춰 본사를 찾아갔다.


윤호가 고등학교 때 취득한 여러 자격증 중, 어렵게 취득한 자격증 두 가지가 회사 마음에 들었는지 그것을 중점적으로 물었고, 높은 수준의 포트폴리오가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았다.

4년제 유명 대학을 나온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앉아있던 윤호는, 그들의 엄청난 스펙을 옆에서 들으니 괜히 몸이 움츠러드는 느낌이었다.


정말 운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윤호와 딱 맞는 부서의 인원이 필요했는지는 모르지만, 최종합격하여 회사에 다니게 된 윤호는 뛸 듯이 기뻐했다.

회사 생활은 피곤했고 밥 먹듯 야근과 철야를 했지만, 좋은 직장을 가지고 일한다는 것 자체로 윤호는 만족스러웠다.

2년 차 사원으로 일하던 어느 날, 회식자리에서 성추행당하던 신입 여직원을 보기 전까지는 회사 생활이 만족스러웠다.


이후에도 계속된 부장의 성추행과 싫으면서도 참는 여직원의 모습은 윤호는 물론, 다른 직원들까지 불편하게 만들었으며 결국 다음 회식자리에서 큰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부장은 옆자리에 신입 여직원을 앉혀 술을 따르게 했고,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여자는 어쩌고, 저쩌고’하는, 흔히 말하는 꼰대식 발언을 하고 있었다.


윤호는 그 자리에서 부장에게 다가가 그런 행위를 그만두라고 요청했고, 당연하겠지만 부장에게는 상사에게 덤비는 질 나쁜 사원으로 찍히고 말았다.


“윤호씨, 회사 계속 다녀야 하지 않아? 왜 그런 거야?”


얄궂게도 많은 동료와 상사들이 저런 말을 했다.

윤호는 내부 망에 접속하여 익명 게시판의 회식 때 있었던 성추행과 관련된 다른 일들을 적었고, 회사 차원에서 교육해 달라 부탁했다.

부장은 성교육 강제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감봉처리 되며 마무리되었지만, 윤호는 달랐다.

온갖 불이익이 돌아왔고, 거의 회사를 나가달라는 식의 처우가 이어졌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던 윤호는 결국 사직서를 쓰고 회사를 나왔다.

동료들은 그런 윤호를 지켜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자신도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것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몇몇 동료는 윤호를 끌어안고 부끄러운 자신을 욕하며 미안하다 말했다.

윤호는 그들을 이해했기에 웃으며 떠나기로 했다.

그 자신도 처음에는 다른 동료와 다를 바 없었으니까···.


2000년대 중후반은 아직 그런 사회였다.

회사도 윤호의 행동이 정의로운 것은 알았지만, 회사에서 민감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의 정의로운 행동이 회사 차원에서는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윤호는 작은 상자를 들고 회사 건물을 나왔고, 신입 여직원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윤호의 모습을 본 여직원도 회사에 사직서를 던지고 나왔으며, 윤호를 붙잡고 한참을 울며 미안하다고 했다.

윤호는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쳐주며 기운 내라 웃으며 말했고, 우는 여직원을 달래주었다.


그렇게 짧다면 짧은 회사생활을 끝낸 윤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회사에 취직하여 일했다.

전에 다니던 회사보다 급여는 작았지만, 마음만은 평화로웠다.


윤호의 어머니는 퇴사 사유를 윤호에게 듣자 마구 화를 내었다.

당연히 화가 날것이고 윤호를 위로해줘야 맞겠지만, 윤호의 어머니가 화를 낸 이유는 윤호의 생각과 달랐다.


“넌, 그걸 참았어야지! 왜 다른 여자 일에 참견해서 직장을 짤리냐고!!”


지금 생각해보면 대기업에 다니던 아들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누가 물어보면 회사이름이 아닌, 무슨 일을 한다는 정도만 이야기할 것이 분명한 윤호의 어머니였다.

윤호는 그때까지도 그저 어머니가 직장을 잃은 자신을 너무 걱정한 나머지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생각했다.

모든 어머니가 자기 아들을 우선 걱정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윤호는 자신의 어머니도 그랬을 거라 믿었다.

그리고 새로운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어느 정도 사회생활의 눈이 뜨일 무렵, 윤호에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사장은 평소 눈여겨보던 윤호에게 제의를 했다.

작은 회사이지만 잘 돌아가고 있는 이곳을 인수하여 개편한 다음, 새로운 대표를 할 수도 있었고, 직급 상승과 함께 다른 회사로 이전할 수도 있었다.

단, 인수하려면 큰돈이 필요했고 윤호는 사장에게 필연적으로 빚을 져야 했으며, 한 달에 일정 금액을 송금하여 갚을 수 있게 협의할 수 있었다.

다른 회사로 이전한다면 현 회사는 다른 사람에게 팔리고, 윤호는 과장급 대우를 받으며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겠지만, 월급이 크게 오르는 것도 아니고 다른 회사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시작하는 것이라 부담이 되기도 했다.


안정을 추구하는 윤호는 회사를 옮기는 쪽을 택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의견을 물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그런 사실을 알리고 의견을 물어본 것이, 윤호가 지금도 후회하는 몇 가지 사건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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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 술과 함께 쓸려내려간 상처 18.09.29 97 0 7쪽
23 22화 : 용기를 낸다는 것 18.09.28 38 0 8쪽
22 21화 : 평범한 일상의 한 걸음 18.09.27 62 0 8쪽
» 20화 :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18.09.22 43 0 8쪽
20 19화 : 그녀의 가족 18.09.21 84 0 7쪽
19 18화 :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것 18.09.20 36 1 8쪽
18 17화 : 이런 내가 용서받을 수 있을까? 18.09.19 76 0 8쪽
17 16화 : 같은 곳 다른 세계 18.09.18 78 0 9쪽
16 15화 : 강물에 비친 달은 잡히지 않는다. +1 18.09.17 70 1 7쪽
15 14화 : 시간에 따라 먹고, 시절에 따라 살아간다. 18.09.15 98 0 8쪽
14 13화 : 누군가에게 주고받는 도움 18.09.14 49 0 8쪽
13 12화 : 후회와 함께 찾아온 기억들 18.09.13 62 0 8쪽
12 11화 : 악의 없는 배려와 상처 18.09.12 76 0 8쪽
11 10화 : 정말 잔인한 나의 가까운 사람 +1 18.09.11 77 1 7쪽
10 9화 : 한 사람이 두 사람의 눈물을 만들 때 +1 18.09.10 90 1 8쪽
9 8화 : 꿈에서 반복되는 그날의 기억 +1 18.09.08 121 1 9쪽
8 7화 : 후회는 잊었을 때 찾아온다. +1 18.09.07 75 1 7쪽
7 6화 : 잃거나 부족하거나 +1 18.09.06 94 2 8쪽
6 5화 : 18세, 동철 +1 18.09.05 81 3 8쪽
5 4화 : 사랑보다 아름다운 것 +1 18.09.04 113 3 8쪽
4 3화 : 오 씨 노인 +1 18.09.03 88 3 8쪽
3 2화 : 그녀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1 18.08.13 128 3 7쪽
2 1화 : 그는 어린 시절이 싫었다. +1 18.08.09 154 3 7쪽
1 프롤로그 +1 18.08.04 191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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