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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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의 햇볕이 따스하게 몸을 덥히고, 잔잔한 바람은 볼을 스치며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간지럽혔다.
남자는 강물에 발을 담근 체, 주황색 햇빛을 반사하는 강물이 눈동자를 흔드는 것을 느끼고 있다.
“우리 엄마가 여기 물 깊다고,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고 했어요.”
인적이 드문 강가의 산책로이지만,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꼬마 아이가 남자에게 말을 걸었고, 남자는 뒤돌아 아이를 보았다.
포메라니안 종의 강아지를 몸줄로 잡아 산책을 시키며, 한 손에는 과자 봉지를 들고 있었다.
“아저씨는 다리가 길어서 괜찮아.”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고민 있죠? 우리 아빠도 막 고민하고 그럴 때, 아저씨랑 똑같은 표정으로 강물만 보던데.”
“네 아빠는 고민해도, 널 생각하면 다시 힘내시고 그럴걸?”
“제가 좀 귀엽긴 해요. 아빠는 내가 담배 끊으라니까 바로 끊었어요.”
“멋진 아빠네, 어두워지기 전에 어서 들어가렴.”
“물에 빠지지 마세요. 그러면 과거나 다른 세계로 갈 수도 있잖아요.”
“하하하. 그건 만화나 드라마니까 가능한 거야.”
“아저씨, 이거 먹어요. 엄마가 스트레스받을 때 단 거 먹거든요.”
“아, 그래? 고마워.”
아이는 봉지에서 과자를 하나 꺼내 남자에게 주었다.
“이제, 집에 가야지.”
아이는 강아지를 가슴에 안고 집으로 갔다.
근처 아파트에 사는 아이가 분명했다.
남자는 아이가 떠나자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며, 라이터의 불을 켰다.
넥타이를 풀고 외투를 벗어 옆에 접어놓고는, 물을 발로 차기 시작하며 담배를 깊이 빨아들이고는 기지개를 켰다.
“간절히 원해서 과거로 돌아가면, 다들 과거로 갔겠지.”
남자는 피식 웃으며 연기를 뿜어낸 다음, 담배 재를 털었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 문자를 쓰다가 멈춰서는, 벗어 놓은 옷 위에 올려두었다.
뭔가 생각난 듯, 지갑을 꺼내 옷 위에 두던 남자는 잠시 멈추고, 지갑에서 주민등록증을 꺼냈다.
“이건···. 가지고 있어야겠지.”
주민등록증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남자는 물을 발로 차다가 말고, 그대로 멈춰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남자의 발 주변을 물고기들이 가까이 지나갈 정도로, 그는 미동도 없이 눈을 감고 그대로 있었다.
이미 어두워진 하늘에 달이 보이기 시작했고, 환해진 가로등에 강물이 빛나기 시작했다.
한참을 움직이지 않던 남자는, 아이가 준 과자의 봉지를 뜯었다.
낱개로 포장된 과자 봉지에는 조그만 종이가 있었고 ‘당신의 선택은 더 큰 후회가 생길 수 있다.’라고 적혀있었다.
“···포춘 쿠키였나?”
옷 위에 올려둔 핸드폰에 진동이 울리자, 남자는 받을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핸드폰을 들어 통화를 눌렀다.
“어, 나야. 응, 괜찮아. ·····아니야, 별일 아니야.
····그래? 뭐 먹고 싶어? 들어가면서 사면되니까.
응. 아니야. 정말이라니깐? ······그래. 금방 들어갈게.”
전화를 끊고, 벗어 둔 외투에서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물었다.
“그래, 오늘은 들어가자.”
남자는 담배를 피우며 과자 봉지에 들어있던 종이를 다시 보았다.
묘한 웃음을 보인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용 티슈로 발을 닦은 다음 양말을 신고 구두를 신었다.
소지품을 주머니에 넣고서, 아까 자신에게 과자를 주었던 아이가 걸어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꼬마야. 오늘은 네가 나를 살렸구나. 과자 못 받았으면, 들어갔겠군.”
과자를 입에 넣자, 아이의 말처럼 달고 맛있었다.
강을 건너기 위해 다리를 걷던 남자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해 잠시 멈춰서 확인을 했다.
‘사랑하는 내 남편 윤호씨. 최근 일로 많이 힘들겠지만, 우리 서로 힘을 내자. 빨리 들어오시오~”
메시지를 읽은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
아내가 부탁한 시장에서 파는 닭튀김을 사러 가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남자가 그곳에서 무엇을 하려고 한 건지 아무도 모른다.
윤호라는 이름의 남자가 아니고선,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누군가에겐 한없이 귀중한 것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그저 지나가는 것일 뿐인 평범하다고 말하는 일상이 가끔은 궁금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삶, 그 자체가 주인공인 세상에서 조연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작가의말
공지에도 쓰겠지만, 본 작품은 연재 주기가 매우 길거나 불규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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