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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냥이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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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냥이
작품등록일 :
2018.08.04 15:36
최근연재일 :
2018.09.29 15:52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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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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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수 :
80,787

작성
18.09.1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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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0화 : 정말 잔인한 나의 가까운 사람

DUMMY

일요일 저녁, 차들의 매연 냄새와 섞인 도시 골목의 공기는 언제나 불쾌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거리를 걷던 윤호는 한 음식점 앞에 멈춰서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횟집 간판을 보며 윤호는 생각했다.

결혼 전, 아내와 데이트를 할 때 가끔 횟집에서 회와 매운탕을 먹던 시절을...


지금은 회는커녕 정상적인 집 밥조차 먹지를 못하는 아내의 모습을 생각하니, 윤호는 마음이 괴로워지고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는 느낌이었다.


오늘도 윤호는 과거를 생각해보았다.

고등학교 시절의 윤호는 참 바른 학생이었다.

1998년,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던 생각을 접고, 진학한 공업고등학교에서 17살 윤호는 우등생이었다.

원래 공부를 어느 정도 잘했었지만,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더 필사적으로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장학금을 받으면 아버지의 부담을 덜 수 있으니까...


미래를 꿈꾸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10대의 즐거움을 만끽해야 할 나이에 윤호는 이미 현실과 타협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었다.

좋은 친구들도 사귀고 콘솔 게임기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던 윤호는, 2학년이 되자 서서히 대학 진학을 생각해보았다.

수준급의 수채화, 유화 실력이 있었고 평소에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그는 미대 입시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집안 형편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으며, 장학금을 탈 만큼 성적이 좋을 거란 믿음도 없었다.

윤호는 컴퓨터를 잘했으며, 사물 디자인 실력이 제법 있었던 그는 컴퓨터 디자인 계열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늦은 수능시험 공부를 시작했다.

3학년이 된 윤호는 꾸준히 공부했으며, 서울의 4년제 대학을 목표로 공부했다.

친구들은 그런 윤호를 응원했으며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고등학생 시절이 지나간 윤호는 수능시험을 치른 다음, 고교 3학년을 마무리하였다.

수능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서울 4년제를 노려볼 만했고 윤호는 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하며 모은 돈으로 원서 비용을 충당하기로 한 윤호는 볼펜을 꺼내 한 군데 원서를 작성하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등록금은 준비되었는가? 설령 등록금이 마련되어 원하는 학교에 다닌다 하여도 지속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 지속을 못 한다면 원조를 받을 수는 있는가?’


얄궂게도 모든 답은 ‘아니요’였다.


그래도 한 번쯤은 원하던 것을 해보고 싶었던 윤호는 성적이 통과된 미대에서 실기 시험을 치렀다.

실기 시험을 감독하던 교수는 윤호를 눈여겨보았고, 올해는 실력이 보이는 신입생들이 제법 보인다며 즐거워하였지만, 그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윤호를 볼 수 없었다.

합격했지만, 등록을 안 했으니까...


윤호는 20살이 되던 해, 작은 회사에 취직하여 일했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 바짝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일했으며, 그렇게 1년이 거의 다 흘러가던 겨울, 윤호의 아버지는 윤호의 손에 등록금으로 충분한 돈을 쥐여주었다.


“대학에 가거라.”


이미 현실과 타협한 윤호는 미대의 꿈을 포기하고 전문대에 진학했다.

전문대에서 컴퓨터 관련 학과 2년 과정을 마치면, 바로 취업하여 돈을 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윤호의 대학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금.

윤호는 생각했다.

전문대에 진학했던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실무 능력을 튼튼하게 키워 사회로 나갈 테니 윤호가 원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다만, 1학년을 마치고 입대를 위해 휴학을 준비하던 그의 앞에 얼굴도 잊혀가는 그의 어머니가 나타났다.

윤호는 그 시점이 지금 이렇게 된 상황을 만든 시작이라 생각했다.


최근 몇 년간 윤호와 그의 아내는 지옥보다 더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윤호의 어머니가 있었고, 윤호는 어머니를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여보세요?”


아내 민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자기, 밖에 나간 지가 벌써 두 시간이 넘었어.

딱히 말도 없이 나가더니, 뭐 하는 거야?”


“아,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금방 들어갈게.”


윤호의 아내는 말도 없이 집을 나간 윤호가 걱정되어 전화한 모양이다.

둘은 서로의 심리 상태를 잘 알고 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의 심리가 어떨지는 누가 봐도 심각할 테니 걱정되는 것이 당연하다.


이쯤에서 윤호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자.

그의 어머니는 군인이었던 아버지와 만난 후, 결혼하여 윤호를 낳았다.

군인 월급으로 넉넉하진 않았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생각보다 평범한 삶을 살았다.

1982년 가을, 윤호가 태어났고 84년에는 그의 동생이 태어났다.

윤호의 어머니는 많은 것이 부족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그런 삶의 경험은 그녀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자신은 욕심이 없다고 했지만 다른 사람보다 욕심이 많았으며, 늘 자신이 옳다고 믿었지만 틀린 적이 많았다.

그녀의 훈육 방식은 윤호와 그의 동생을 휘감았으며, 결과만 보았을 때는 괜찮았다.

윤호의 어머니가 있을 때, 윤호의 성적은 늘 최상위권을 유지했고 언제나 주목받으며,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것은 곧 어머니의 자랑이었고, 그녀 자신이 이룩한 노력의 성과였다.

즉, 윤호의 존재가 자신이 평가받는 수단이었고, 그녀는 그 수단을 적극 이용했다.

어린 윤호는 늘 어머니가 무서웠다.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매를 맞았으며, 조금만 자신의 방식에 어긋난 행동을 하면 그의 어머니는 매를 들었다.

착하고 공부 잘하며 잘 생기기까지 한 윤호 때문인지, 그의 어머니는 늘 자신감이 충만해 보였었다.

이는 자격지심에 찌들어 살던 그의 어머니가 다른 사람들과 충돌하는 결과를 낳았고, 윤호는 어머니가 집을 나가기 전까지 일 년에 한두 번은 어머니가 다른 사람과 말싸움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의 어머니가 집을 나간 것은 생각보다 단순한 이유였다.

부자가 될 기미가 보이질 않아서였다.


윤호의 아버지는 윤호가 네 살이 되던 해, 군을 전역하고 가게를 차렸다.

각종 전자제품을 팔고, 중고 제품의 처분을 대신 해주기도 하는 가게였으며, 윤호 아버지는 큰돈 보다는 적당히 벌어 먹고살면 된다는 생각이었는지 예상보다 발전이 없었다.

이렇게 보면 그의 아버지도 딱히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제외한다면 나무랄 때 없는 아버지였다.

어쨌든 윤호의 어머니는 집을 나갔고 그것이 그녀를 만족스럽게 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녀는 두 명의 아들이 필요했고 그렇게 생각한 몇 달 후, 윤호앞에 나타났다.


2002년 겨울, 그의 어머니는 다시 윤호에게 미소를 보이며 다가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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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 술과 함께 쓸려내려간 상처 18.09.29 97 0 7쪽
23 22화 : 용기를 낸다는 것 18.09.28 38 0 8쪽
22 21화 : 평범한 일상의 한 걸음 18.09.27 62 0 8쪽
21 20화 :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18.09.22 42 0 8쪽
20 19화 : 그녀의 가족 18.09.21 84 0 7쪽
19 18화 :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것 18.09.20 36 1 8쪽
18 17화 : 이런 내가 용서받을 수 있을까? 18.09.19 76 0 8쪽
17 16화 : 같은 곳 다른 세계 18.09.18 78 0 9쪽
16 15화 : 강물에 비친 달은 잡히지 않는다. +1 18.09.17 70 1 7쪽
15 14화 : 시간에 따라 먹고, 시절에 따라 살아간다. 18.09.15 98 0 8쪽
14 13화 : 누군가에게 주고받는 도움 18.09.14 49 0 8쪽
13 12화 : 후회와 함께 찾아온 기억들 18.09.13 62 0 8쪽
12 11화 : 악의 없는 배려와 상처 18.09.12 76 0 8쪽
» 10화 : 정말 잔인한 나의 가까운 사람 +1 18.09.11 77 1 7쪽
10 9화 : 한 사람이 두 사람의 눈물을 만들 때 +1 18.09.10 90 1 8쪽
9 8화 : 꿈에서 반복되는 그날의 기억 +1 18.09.08 121 1 9쪽
8 7화 : 후회는 잊었을 때 찾아온다. +1 18.09.07 75 1 7쪽
7 6화 : 잃거나 부족하거나 +1 18.09.06 94 2 8쪽
6 5화 : 18세, 동철 +1 18.09.05 81 3 8쪽
5 4화 : 사랑보다 아름다운 것 +1 18.09.04 113 3 8쪽
4 3화 : 오 씨 노인 +1 18.09.03 88 3 8쪽
3 2화 : 그녀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1 18.08.13 128 3 7쪽
2 1화 : 그는 어린 시절이 싫었다. +1 18.08.09 154 3 7쪽
1 프롤로그 +1 18.08.04 191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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