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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냥이의 서재

세상이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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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냥이
작품등록일 :
2018.08.04 15:36
최근연재일 :
2018.09.29 15:52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2,072
추천수 :
26
글자수 :
80,787

작성
18.09.1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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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7화 : 이런 내가 용서받을 수 있을까?

DUMMY

동철이 중학교 2학년이던 시절.

학교에서 싸움 잘하기로 유명한 두원이라는 친구는 동철의 든든한 조력자였다.

두원의 ‘일진’그룹은 동철을 무리에 끼워주었고, 동철은 그들과 함께 놀고, 다른 학교 학생과 싸움도 하며 사춘기를 보냈다.

동철의 눈에는 두원을 비롯한 이들이 같은 학교 학생들을 협박하고 폭력을 행사하며 돈을 갈취하는 모습이 안 보였기에, 더욱 두원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았었다.


하지만, 그 실체를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두원의 그의 무리는 상품권을 받거나, 몇만 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갈취하는 형식으로 현금을 만들어왔다.

심지어 온라인 게임 화폐를 빼앗고 현금거래 사이트를 이용해 팔아 돈을 마련하기도 했다.

빼앗기는 학생들은 두려움에 어디에 말하지도 못했고, 절대로 학교에서 돈을 빼앗거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던 두원의 무리는 선생님들의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름대로 공부도 어느 정도 하고, 정치적 영향력이 있던 두원의 부모 덕분인지, 선생님들에게 일진이 아니라 모범학생 대우를 받기도 했다.


두원은 큰 사고를 치기 전, 언제나 희생양을 만들었다.

그것이 무리의 일원이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동철은 그가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기억이 있다.

제법 큰 폭행이 있었고 가해자는 두원이었다.

피해자가 자신과 비 오는 날 우산이 부딪쳤다는 이유로 구타한 두원이 정신을 차렸을 때, 피해자는 큰 충격에 의식이 없었다.

그는 다른 학교 학생이었던 두원의 친구를 설득해 자신의 죄를 뒤집어쓰게 하였었다.


‘절대로 소년원에는 안 가게 하겠다. 따로 500만 원을 챙겨주겠다.

피해자 병원비는 내가 다 주겠다. 네 인생 책임질 만큼 난 힘이 있다.’


그것이 협박인지 정말로 설득인지는 모르겠으나, 두원의 친구는 그렇게 해서 두원 대신 경찰서에 불려 가게 되었다.

두원의 부탁을 받은 정치인 아버지의 전화 한 통으로, 학생 간 단순 싸움으로 마무리된 그 사건은, 두원이 제공한 병원비와 보상금을 친구가 피해자 가족에게 대신 지급하고 끝이 나는 듯했다.

두원에게 구타당한 피해 학생은 갈비뼈가 부러지고, 어깨에 금이 갔으며, 이마 위쪽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었다.

CCTV도 없고 증인이라곤 전부 두원의 무리였기에 일방적인 구타를 당했다고 말해도 경찰은 믿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모든 과정을 똑똑히 본 동철은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었지만, 마음 한곳에 두원을 자신의 진정한 친구로 만든다면 두려울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물론, 두원이라는 존재가 무서웠던 이유도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도 언젠가 두원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돈 따위를 받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동철은 점차 두원과 거리를 두려 했다.


중학교 3학년이 되고 어느 날.

두원과 그의 무리는 인적이 드문 지역의 재건축 중인 빌딩 내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물론 동철도 함께했고 7명의 남녀 중학생들이 그곳에서 담배와 술을 즐기는 등, 일탈의 수준을 넘어 비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그렇게 그날 하루도 지나갈 무렵, 리어카를 끌며 파지를 줍던 노인이 그들을 발견하며 모든 것이 바뀌었다.


노인은 점잖게 타이르며 학생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 것을 부탁했다.


“담배 피우면 건강에 나빠, 너희 앞날이 창창한데 벌써부터 몸을 버리면 안 된단다.”


노인은 진심을 담아 말했으며, 훈계가 아닌 걱정을 했다.

동철은 당황하며 담배를 껐지만, 두원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밖을 살피며 뭔가를 확인하는 듯했고, 노인에게 담배를 피우며 다가갔었다.


“노친네 치매 걸렸냐? 아니 씨X. 건드려도 될 사람이랑 안 될 사람 구분이 늙은 뇌라서 불가능해?”


두원은 노인을 넘어뜨리고 구타를 시작했다.

함께 담배를 피우던 남녀 중학생들이 합류해, 노인은 6명에게 둘러싸여 방어도 못 한 체 두들겨 맞았다.

동철은 그 모습에 큰 충격을 받고 주저앉았고, 두원을 동철의 팔을 끌고 와 노인을 때릴 것을 강요했다.

동철은 싫다고 했지만 두원은 동철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계속 강요했다.

아마도 다른 학생이 두원을 부르지 않았다면, 두원은 동철에게도 폭력을 행사하였을 것이다.

두원을 부른 학생은 당황하며 노인을 가리켰고, 노인은 입과 코, 한쪽 눈에서 피를 흘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씨X놈의 노친네, 뒤지려고 하네? 뒤지기 전에 나가자.”


두원과 다른 학생들이 건물을 빠져나왔고, 동철도 다른 학생들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200m쯤 걸어왔을 무렵, 동철은 다른 볼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무리를 빠져나와 다른 방향으로 걸었다.

그리고 노인이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동철은 눈물과 콧물을 흘리고 서럽게 울며 달렸다.


노인은 여전히 그 자리에 누워 거친 숨을 쉬고 있었고, 동철은 119에 연락해 위치를 알렸다.


“할아버지,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아···· 어떡해···.”


동철은 서럽게 울며 119구급차량을 기다렸고, 사이렌 소리가 울렸고, 차량 진입이 어려워 119대원들이 내려서 달려오자 할아버지의 위치를 알렸다.

동철은 응급처치를 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달렸고, 노인에게서 도망치듯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동철은 두원을 피하기 시작했고, 두원은 동철이 어디다 이야기 할까 봐 그를 협박했다.


“씨X놈아, 협박하지 마. 말 안 할 거니까. 너나 내 주변에서 꺼져.”


그것이 동철이 두원에게 한 소리였다.

더 이상 두렵지도, 부럽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함께 두원에 대한 증오만 가득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2학년이 되면서 조금 잊혀갈 때쯤.

두원을 다시 만나 그 기억이 떠올라 힘들었으며, 피해자였던 노인을 마주치자 괴로움이 배가되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띠리리~”


동철의 집 벨 소리가 울렸고, 문이 열리자 연주가 걸어 들어왔다.


“어머니, 동철이 집에 있죠?”


“응, 학교 끝나고 나서 학원도 안 가고 누워만 있다. 어디 아프냐고 물어도 답을 안 하네.”


“····. 제가 들어가 볼게요.”


연주는 동철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를 바라보았다.

동철은 이불을 뒤집어쓴 체 누워있었고, 연주는 가방을 내려놓은 다음 침대에 앉았다.


“학교 끝나자 사라지듯 들어가고, 학원도 빠지고, 왜 그래?”


“·····”


“대답 좀 해. 왜 그러는지.”


“·····”


“어제 그 할아버지 때문에 그래?”


“·····”


“네가 그렇게 할아버지 피한다고 해결이 되냐?

그냥 찾아가서 사과하고 한 대 쳐 맞던가.”


“나도 그러고 싶은데···. 그게 쉽겠냐····.”


“전에 네가 말했잖아. 119는 네가 불렀다고.

그날 말리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할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게 어때? 그래야 그 할아버지한테도 뭔가 갚아 드릴 것 아니야.”


“···내가 두려워서 그래. 무슨 낯짝으로 그 할아버지를 만나.”


“아휴! 진짜. 그건 나랑 같이 한번 생각해보자.

이번 기회에 뭔가 바꿔보자고.”


연주는 동철이 덮은 이불을 들어 올렸고, 동철은 연주를 쳐다보며 뭔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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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 술과 함께 쓸려내려간 상처 18.09.29 97 0 7쪽
23 22화 : 용기를 낸다는 것 18.09.28 38 0 8쪽
22 21화 : 평범한 일상의 한 걸음 18.09.27 62 0 8쪽
21 20화 :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18.09.22 42 0 8쪽
20 19화 : 그녀의 가족 18.09.21 84 0 7쪽
19 18화 :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것 18.09.20 36 1 8쪽
» 17화 : 이런 내가 용서받을 수 있을까? 18.09.19 75 0 8쪽
17 16화 : 같은 곳 다른 세계 18.09.18 78 0 9쪽
16 15화 : 강물에 비친 달은 잡히지 않는다. +1 18.09.17 70 1 7쪽
15 14화 : 시간에 따라 먹고, 시절에 따라 살아간다. 18.09.15 98 0 8쪽
14 13화 : 누군가에게 주고받는 도움 18.09.14 49 0 8쪽
13 12화 : 후회와 함께 찾아온 기억들 18.09.13 62 0 8쪽
12 11화 : 악의 없는 배려와 상처 18.09.12 75 0 8쪽
11 10화 : 정말 잔인한 나의 가까운 사람 +1 18.09.11 76 1 7쪽
10 9화 : 한 사람이 두 사람의 눈물을 만들 때 +1 18.09.10 88 1 8쪽
9 8화 : 꿈에서 반복되는 그날의 기억 +1 18.09.08 120 1 9쪽
8 7화 : 후회는 잊었을 때 찾아온다. +1 18.09.07 75 1 7쪽
7 6화 : 잃거나 부족하거나 +1 18.09.06 93 2 8쪽
6 5화 : 18세, 동철 +1 18.09.05 80 3 8쪽
5 4화 : 사랑보다 아름다운 것 +1 18.09.04 113 3 8쪽
4 3화 : 오 씨 노인 +1 18.09.03 88 3 8쪽
3 2화 : 그녀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1 18.08.13 128 3 7쪽
2 1화 : 그는 어린 시절이 싫었다. +1 18.08.09 153 3 7쪽
1 프롤로그 +1 18.08.04 190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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