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산족 전투 (8) 성 안으로
때는 바야흐로 인간과 요괴의 대결이 한창인 시절에 인간들은 요괴에 대항하기 위해 무공을 익혔다.
각기 다른 10개의 무공을 익힌 무림인과 조정의 군사들이 힘을 합쳐 요괴들을 몰아내기 시작했고, 요괴들을 서쪽으로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이후 요괴들은 서쪽에, 인간들은 동쪽에 자리잡고 대치하게 되었다.
전쟁이 끝날 무렵, 서로 다른 10명의 무림인들은 자신들의 무공을 전파할 여러 제자들을 양성한 뒤 문파를 세우게 된다.
이것이 지금까지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10가문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였다.
51화 산족 전투 (8) 성 안으로
평야에 혼자 남아 적들을 바라보는 홍염의
시선은 외로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타후
뒤에는 2천 산족들이 큰 소리로 응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천 병사들이 한 목소리로
자타후의 이름을 연호하자 대지도 같이 진동했다.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 홍염이었다.
"자. 홍염. 먼저 선공할 기회를 주지."
자타후가 두 손을 뒤로 돌리고 홍염을 도발하자
홍염이 침착하게 공격할 준비를 했다.
'자타후의 무기는 곤봉이다. 내 장대가 곤봉보다
공격할 수 있는 범위는 더 넓다. 무기의 이점을
살려 적을 농락해야 한다.'
부웅!
홍염이 길쭉한 장대를 이리저리 돌리며
자타후를 압박했다.
장안신법(長安新法)!
"오호?"
홍염이 구사하는 장안신법(長安新法)은
마치 장대의 길이를 자유자재로 늘였다
줄였다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홍염의 장대 공격이 예측 불허한 곳에서
자타후를 마구 타격하고 있었다.
슈웅! 툭! 툭!
"오우. 공격이 예사롭지 않구나. 역시
대장은 다르다 이거냐."
"닥쳐라. 널 꺾고 자타마까지 죽이지
않으면 동생의 원한이 풀리지 않는다."
홍염의 장대가 계속해서 자타후의
몸 구석구석을 강타했다. 언뜻 보면
홍염이 자타후를 압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산족 병사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저거...자타후님이 지금 밀리는 건가."
"서..설마. 자타후님은 우리 산족 전체에서
세 번째로 강하다고. 질 리가 없잖아."
자타후의 승리를 의심하는 산족 병사들 옆에서
자타마가 호탕하게 웃었다.
"케케케. 걱정 마라. 형은 지지 않아. 지금
형은 적의 공격 방식을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유효타는 전혀 허용하지 않고
있잖냐."
"오잉? 그...그런가?"
"자타마님이 그리 말하시니 그런 것 같기도?"
쾅!
자타마가 곤봉으로 산족 병사 하나를 치자
순식간에 상체가 없어져버렸다. 산족 병사들의
입이 떡 벌어져 손발을 벌벌 떨었다.
"형의 실력을 의심하지 마라. 이놈들아.
잠자코 지켜보기나 해."
"예..옙!."
홍염도 시간이 갈수록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압도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이고
있었으나 적이 쓰러지지 않고 공격을 게속
받아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녀석. 알게 모르게 내 장대의 타격점을
예측해 공격을 흘려내고 있다. 내 체력을
빼놓으려는 것인가.'
터엉!
홍염이 정신을 집중한 뒤 순식간에 자타후의
허점을 노리고 장대를 휘둘렀다. 장대가 자타후의
오른다리를 타격하자 둔탁한 소리가 났다.
"음. 이게 네 최선인가? 살살 봐주면서 하려니
그게 더 힘들군."
"뭐야?"
자타후가 씨익 웃으며 곤봉을 들고
홍염에게로 돌진했다. 처음으로 자타후가
먼저 홍염에게 반격을 가하는 순간이었다.
콰앙!
"어엇."
홍염이 자타후가 휘두른 곤봉을 가까스로
막았다. 그 파괴력이 굉장하여 홍염의
몸이 멀리 나가떨어졌다.
찌르르..
'장대를 잡은 손이 울린다. 뭐냐. 저
말도 안되는 힘은...가문의 장로들과
비슷한 힘이다.'
콰아앙! 챙! 챙!
이후부터 자타후가 홍염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홍염이 거리를 벌려 장대의
이점을 살리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자타후가
훅 들어와 거리를 좁혔다.
'젠장. 거리를 벌려야 해.'
타앙! 찌르르..
장대와 곤봉이 계속 부딪치자 엄청난
풍압이 주위로 퍼졌다. 둘의 무기가
모두 너덜너덜해져 승부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이 때 자타후가
곤봉을 크게 휘둘렀다.
후웅!
홍염이 공격을 피하더니 빈틈을
보인 자타후의 몸통을 그대로 가격했다.
가가각! 텅!
"자타후님!"
"으응?"
이 광경을 본 산족들이 자타후의
패배를 직감했다. 하지만 자타마만이
자타후의 전략을 읽고 있었다.
"그렇지. 역시 형은 정확히 적을 이기는
법을 알고 있구나."
자타마의 의미심장한 말에 옆에 있던
산족 정예병이 물었다.
"예? 자타후님이 일부러 공격을 허용한
겁니까?"
"너희 같은 하수들은 이해하지 못하지.
고수들의 싸움은 모든 것이 상대와의
고도의 심리전이다."
커헉!
자타후가 홍염의 공격을 받고 피를
토했다. 하지만 자타후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몸통을 가격한 장대를
한 손으로 움켜집었다.
"견뎠다...지금까지 너의 공격을 보니
딱 이 정도의 파괴력이군. 이제 내 차례지?"
퍼억!
장대의 움직임을 봉쇄당한 홍염이
그대로 자타후의 곤봉에 맞아 죽을
위기였다. 하지만 홍염도 호락호락하게
당할 자가 아니였다. 그래도 십대고수에
근접한 무림 고수였기 때문이었다.
타앗!
홍염이 장대를 잡은 손을 놓고 멀찍이
뒤로 물러났다. 장대를 움켜잡고 있던
자타후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하하. 뭐냐. 무기를 버려? 이건 예상
못했는데."
"무림인들은 무기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너희 산족들과 다르다고."
자타후가 장대를 아군 산족들이 있는 쪽으로 휙
던져버리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이건 저 녀석을 죽인 다음 전리품으로
챙기겠다. 보관해라. 자. 무기 없이
과연 나를 이길 수 있을까?"
대답 대신 홍염이 기를 양 손에 잔뜩
모으더니 전방을 향해 기공을 발사했다.
장안신공(長安新功)!
우우웅! 퍼엉! 펑!
기공이 자유자재로 크기가 변하며
홍염이 유도한 대로 자타후에게 날아갔다.
자타후가 기공을 피하자 기공이 멈추지
않고 다시 자타후를 향했다.
"무슨 요술이냐. 스스로 나를 따라다니는
기공이라니. 신기하군. 이런 건 처음 겪어보는구나."
자타후가 당황하지 않고 몇 차례 기공을
피하더니 공중에서 곤봉을 이용해 기공을
쳐냈다.
후웅! 탕!
기공이 파훼되고 자타후가 곤봉을 홍염에게
던졌다. 홍염이 곤봉을 아슬아슬하게 피하자
곤봉이 땅에 박혀 빠지지 않았다.
"너도 무기 없이 싸우겠다는 거냐.
곤봉을 던져?"
이번에는 자타후가 대답하지 않고
정권을 내질렀다. 홍염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수했다.
장안각(長安脚)!
홍염의 각법은 무림고수들 중에서도 일품이라고
평가받았다. 무투로는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던 홍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홍염의
안일한 착각이었다.
빠악!
홍염의 매서운 각법을 뚫고 자타후의 주먹이
쉴새없이 파고들었다. 하나하나 묵직한
자타후의 공격은 홍염의 사지를 뒤틀어버렸다.
"커헉!..뭐냐....꿈이냐?"
산족들의 무력은 조정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해 있었다. 기의 흐름을 다루고 무공을
익힌 홍염조차도 산족의 압도적인 완력을
저지할 순 없었다. 자타마가 뒤에서 쓰러져
있는 홍염을 향해 폭언을 쏟아 부었다.
"무공이니 요술이니 난리더니 결국 압도적인
강자에게는 무용지물인 셈이지. 너희들은 약자다.
무림인들이 이 모양이니 조정 장군들은
이보다 더 약하겠군."
조정을 모욕하고 무림인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듣자 홍염이 피떡이 된 몸을 일으켜 자타마를 향해
울분을 토했다.
"웃기지 마라. 십대고수들을 만나면 넌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다. 또한 사대장군들의
무공이라면 넌 10합 안에 목이 날아갈 것이야!"
"하하하. 사대장군이니 십대고수니 염병을
해도 나에겐 개미새끼들로 보인다."
"으윽!"
자타마와 홍염이 신경전을 벌이자 자타후가
곤봉을 집어들고 홍염을 향해 다가갔다.
"자타마. 그만 해라. 적은 최선을 다했다.
홍염. 너의 충고는 귀담아 듣도록 하지.
이제 그만 쉬어라."
퍼석! 투욱...
자타후의 곤봉이 허공을 가르자 홍염이
그대로 반으로 갈라져 죽었다. 자타후가
뒤를 돌아 2천 산족들을 향해 소리쳤다.
"적장은 모두 물리쳤다. 모두 성 안으로
진격해라."
오오오!
산족 병사들의 사기가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산족 정예병들도 포효하며 성으로 달려나갔다.
두두두두두
얼마 지나지 않아 홍염이 이끄는 군대가
대패하고 홍염 또한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은 홍 장로가 바닥에 엎드리며 오열했다.
"흐흐흑..아아..소중한 두 아들을 모두 잃다니...
이대로 가문이 몰락할 순 없다. 성 안에
남아있는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끝까지 이곳을 사수할 것이다. 너희들의
희생은 잊지 않겠다."
홍 장로가 성 안에 남아있는 병사들과
이를 악물고 산족들의 공격에 저항했다.
의외로 성이 견고했고 성벽에 기름칠을
해두어 산족들이 성벽을 타고 올라갈
수 없었기에 시간을 많이 벌 수 있었다.
성문을 뚫는 시간이 길어지자 자타후와
자타마가 작전 회의에 들어갔다.
"적장 셋을 죽였는데 성이 함락되지 않다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형?"
"적들의 정신력이 강하구나. 만약 조정 병사들의
지원 병력이 도착한다면 힘든 싸움이
될 수 있겠어."
"케케. 누가 와도 그저 쳐부수기만하면 되지만
우리 병력 손실도 만만치 않으니까. 저 성문을
어떻게 빨리 부수지..."
이 둘의 고민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해결되었다.
성 반대편에 자오방의 산족 병사들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었다. 성 뒤편에 적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은 홍 장로와 병사들이 몹시 당황했다.
"뭐냐. 적이 왜 성 뒤편에도 나타난 것이야?"
"아무래도 천(天) 가문의 성을 공략하던 부대가
남하한 것 같습니다."
"하필 이 중요한 때에..."
홍 장로가 서둘러 병력을 반으로 나누어 성
앞과 뒤를 방비하게 했다. 자오방과 자투가
1천 산족 병력을 앞세워 성 뒷문을 계속
두드렸다.
"하하하. 우리가 성 뒷문을 뚫어 버리면
자타후님과 자타마님이 칭찬해주시겠지.
애들아. 더 격렬하게 돌진해라. 제일 먼저
성문을 뚫는 자는 바로 간부 자리에 앉혀
주겠다."
와아아!
산족 병사들이 파도처럼 성을 공격했다.
성벽 위에서 병사들이 화살도 쏘고
뜨거운 물도 부으며 저항을 완강히 했지만
슬슬 물자도 바닥나고 있었다. 홍 장로가
아쉬움에 탄식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아...천 장로에게 보낸 전령은 닿지
않았는가..아무나 원군을 보내준다면
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텐데..
원통하다. 원통해!"
한 병사가 홍 장로에게 다가와 그를
위로했다.
"일어나십쇼. 장로님. 포기하면 안됩니다.
이곳 백성들은 손발이 모두 까져 피가
흐르는 상황에서도 성벽을 필사적으로
방어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홍 장로님의
존재만을 믿고 초인적으로 이 성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어서 기운을 차리시고
저희를 지휘해주세요."
"그래...백성들이 포기하지 않았는데
내가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지..
모두 각자 자리에서 맡은 책임을 다하라!"
"예! 장로님"
산족들의 잔혹함을 알고 있었던 백성들이
없던 힘도 짜내어 성벽을 방비하고 있었다.
이들을 본 자타후가 감탄했다.
'후후. 한 마음 한 뜻으로 우리를 배제한다
이거냐. 지휘관이 훌륭한 자인지, 아니면
그 휘하에 병사들이 훌륭한 것인지 모르겠군.
아무튼 포기하지 않는 적이라...성가시군."
자타후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산족 정예병들에게
은밀히 지시를 내렸다.
"지도자가 있으면 병사의 힘은 배가 된다.
분명 성벽 위에서 백성들을 지휘하는
자가 있을 것이다. 너희들은 그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집중해라. 그자를 찾으면
공격을 한 곳에 집중하여 죽여버려야 한다.
지휘관이 없는 성은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있으니까."
"예! 자타후!"
- 작가의말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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