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요괴 숲 전투 (2) 요괴 수장 반다인
때는 바야흐로 인간과 요괴의 대결이 한창인 시절에 인간들은 요괴에 대항하기 위해 무공을 익혔다.
각기 다른 10개의 무공을 익힌 무림인과 조정의 군사들이 힘을 합쳐 요괴들을 몰아내기 시작했고, 요괴들을 서쪽으로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이후 요괴들은 서쪽에, 인간들은 동쪽에 자리잡고 대치하게 되었다.
전쟁이 끝날 무렵, 서로 다른 10명의 무림인들은 자신들의 무공을 전파할 여러 제자들을 양성한 뒤 문파를 세우게 된다.
이것이 지금까지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10가문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였다.
30화 요괴 숲 전투 (2) 요괴 수장 반다인
간신히 본진으로 복귀한 푸른 이매와 붉은 야차가
지친 몸을 이끌고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염파 장군의
맹공에 병력의 절반을 잃은 그들의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요괴 숲의 절반이 불에 타버렸기에 하급
요괴들의 사기도 모두 바닥이었다.
"어떡하지. 이대로 요괴 숲마저 인간들에게 빼앗기면
반다인님이 우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무언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일반적인 방법으론
저 염파라는 장군을 죽일 수 없다."
둘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주위가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찼다. 이윽고 막사의 입구로
거대한 몸을 가진 반다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억!
바..반다인님?
갑작스런 반다인의 등장에 푸른 이매와 붉은 야차가
놀라 바닥에 자빠졌다. 반다인이 그들을 무섭게
내려다보고 입을 열었다.
"멀리서 싸움을 지켜보다 답답해서 내가 직접
달려왔다. 한심한 놈들. 인간들 따위에게 애를 먹고
있다니."
덜덜덜..
반다인의 목소리는 두 상급 요괴의 온 몸에 소름을
끼치게 했다. 그만큼 그의 기운은 막사 안의 공기의
흐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푸른 이매가
무릎을 꿇고 바들바들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
"염파라는 적장이 저희의 예상과는 다르게 엄청난
힘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부디 용서를..."
쩝쩝..
반다인이 그대로 자리에 누워서 사슴고기를
질겅질겅 씹으며 대답했다.
"으음. 내일 전투에는 내가 직접 나설 것이다. 너희
둘은 염파라는 녀석 발목만 잡고 있어라. 내가
쥐도 새도 모르게 전장을 모두 휩쓸어버릴테니."
붉은 야차가 반다인에게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제게 내일 전투를 확실하게 이길 방도가 있습니다.
제 수하 중에 맹독을 다룰 줄 아는 팽독괴(伻毒怪)
라는 요괴가 있습니다. 염파를 유인해 독침을 맞춘
다면 반다인님이 손쉽게 전장을 지배하실 수 있을
겁니다."
팽독괴(伻毒怪)는 맹독을 묻힌 독침을 가지고 다니는
개구리 요괴였다. 팽독괴(伻毒怪)가 쏜 독침에 맞은
이는 엄청난 근육통을 겪다 몸이 마비되어 죽게 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쩝쩝..
반다인이 흥미가 생긴다는 듯 큰 소리로 소리쳤다.
"그래? 그럼 팽독괴(伻毒怪)란 녀석을 숨겨놓아라.
내가 신호하면 독침을 쏘는 거야."
"예! 주군."
붉은 야차가 무릎을 꿇고 있는 푸른 이매를 보며
씨익 웃었다.
'흐흐. 반다인님이 직접 오셨으니 이제 염파도
끝장이다. 독에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다 죽게
해주마.'
.
.
.
다음날 아침, 염파 장군이 만 명의 병사들을
이끌고 남은 요괴 숲 절반을 태우러 출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염파 장군이 말에 오르자
기유 장군과 명윤이 밖으로 나와 말을 걸었다.
"염파 장군. 이번에는 나와 명윤도 따라가겠습니다.
어제 잠자리가 영 뒤숭숭해서 말입니다. 뭔가
안 좋은 징조가 자꾸 눈에 아른거립니다."
기유 장군의 말을 들은 염파 장군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흐음. 기유 장군의 직감은 지금까지 틀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제 일어난 전투로 나 혼자서도
충분히 적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게 판명난 상태이지
않은가?'
염파 장군이 고심하다 기유 장군을 향해 입을 열었다.
"뭐 별 일이라도 있겠나. 어제 전투를 다들 보아서
알 것 아닌가. 나 혼자서도 충분히 적을 유린할
수 있다는 것을. 홍 장로와 임 장로한테도 전해주게.
푹 쉬고 있으면 내가 알아서 승전보를 가지고 오겠다고."
말을 마친 뒤 염파 장군이 홀로 병사들을 이끌고
본진 밖으로 나갔다. 그런 염파 장군의 뒷모습을
기유 장군이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기유 장군을
보며 명윤이 다가와 웃으며 애기했다.
"어제는 아무렇지 않아 하더니. 오늘은 왜 이렇게
걱정이 많으십니까. 염파 장군을 믿어보자구요."
명윤의 말에 동의하는 기유 장군이었지만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다.
'나도 염파 장군이 이길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뭔가 오늘은 느낌이 좋지 않는단 말이지.
혹시 모르니 염파 장군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투입할 수 있는 5천의 병사를 대기시켜 놓아야겠다.'
.
.
.
"저기 요괴 숲이 보인다. 요괴들을 모두
불태워 버리자!"
와아아!
염파 장군의 지휘 아래 만 명의 병사들이
요괴 숲을 향해 돌진했다. 이에 맞춰 하급 요괴
3천 마리도 진을 치고 마지막 항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쾅!
두 부대의 첫 대열이 부딪치고 피튀기는 난전이
시작되었다. 염파 장군이 선두로 나와 요괴들을
차례차례 베어 가며 전장을 전두지휘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가만히 두고 보고 있을 상급 요괴들이
아니었다. 푸른 이매와 붉은 야차가 금세 튀어나와
염파 장군을 가로막았다.
"거기까지. 어제 못 다한 승부를 겨뤄보자. 이번엔
그냥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염파 장군이 둘을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크하하. 피래미 둘이 온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오너라. 둘 다 오늘 저녁 고기반찬으로 만들어주마."
화염신공(火焰新功)!
화르륵!
염파 장군이 다시 기공을 날리자 여기저기서
불길이 치솟았다. 요괴 숲이 불에 타자 마치
숲이 아파하는 것 같이 신음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우웅! 웅!
"칫! 건방진 인간 놈들. 내 공격을 받아라."
카앙!
붉은 야차가 거대한 망치를 휘두르자 염파 장군이
양손검으로 이를 막아냈다. 푸른 이매가 방망이를
꺼내 땅바닥을 마구 난타했다.
쾅!쾅!쾅!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이 울리자 병사들이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자빠졌다. 염파 장군도
중심을 잡기 쉽지 않게 되자 붉은 야차의 망치 공격을
막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으음. 두 요괴의 협공이 만만치 않군. 어디 판도를
바꾸어 볼까?'
후욱!
염파 장군이 숨을 크게 내쉰 뒤 양손검을 쥐고
푸른 이매를 향해 달려들었다.
열양검술(烈暘劍術)!
쉬익! 화악!
갑작스런 염파 장군의 기습에 푸른 이매가
땅을 난타하던 행동을 멈추고 방망이를 들어
공격을 막아냈다.
치이익..
"저...저거?"
"어어..?"
염파 장군의 양손검이 방망이에 닿자 방망이가
용암을 만난 듯 빨갛게 녹기 시작했다. 푸른
이매가 화들짝하고 당황하여 뒤로 뒷걸음질쳤다.
"뭐야? 저 놈 검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염파 장군의 양손검이 내뿜는 열기는 마치
무엇이든 잘라낼 수 있을 것 같은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염파 장군 특유의 열양검술(烈暘劍術)은
검에 뜨거운 열기를 담아 무엇이든 베어낼 수
있는 검법이었다. 아무리 기술이 좋은
무사라도 염파 장군의 열양검술(烈暘劍術)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이....이런..."
방망이의 한 쪽이 녹아내리자 푸른 이매가
붉은 야차를 다급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붉은 야차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염파 장군을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
부웅! 붕!
"괴물같은 놈. 몸에 태양을 삼킨 것이냐!"
염파 장군이 씨익 웃으며 붉은 야차의 망치질을
피했다.
"하하하. 너희 둘로는 나를 막아낼 수 없느니라."
퍼엉! 으악!
갑자기 전장 구석에서 병사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점차 중앙 대열까지 번지고 있었다.
콰직!
갑자기 병사들이 무언가에 당해 공중으로
던져졌고, 끔찍한 소리가 들리며 병사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이를 본 염파 장군이
소리를 질렀다.
"뭐냐! 이 두 녀석 말고 다른 상급 요괴가 또
있는 거냐?"
전황이 갑자기 요괴 진영 쪽으로 바뀌자 거대한
몸을 이끌고 반다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어엇?"
염파 장군이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요괴를 보고
당황했다. 반다인의 모습은 다른 상급 요괴들과는
차원이 다른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등 뒤에는 크고
뽀족한 가시가 박혀 있었고 날카로운 발톱과 큰 덩치로
전장의 상황을 압도하고 있었다. 병사들이 반다인을
보고 겁을 먹어 몸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반다인이
염파 장군을 보며 킬킬거리며 웃었다.
"클클. 네가 염파냐? 그 두 녀석과 잘 놀고 있거라.
그 동안 나는 인간들을 모두 도륙해주마."
"머..멈춰라!"
염파 장군이 반다인을 향해 소리쳤지만 이를 무시하고
병사들을 학살해 나갔다. 반다인이 전장을 코뿔소처럼
돌아다니며 병사들을 이리 저리 유린하고 있었다.
"아! 이 발톱 사이사이로 전해지는 살육의 느낌!
이 희열감은 정말 최고다! 흐흐흐. 인간들아. 마치
나를 위해 차려진 밥상같구나!"
염파 장군이 이 광경을 보고 부들부들 손을 떨었다.
곧바로 반다인을 저지하기 위해 돌진하려 했지만
이를 붉은 야차와 푸른 이매가 막아섰다.
"어딜 가시나. 너는 우리 둘과 놀아야 해. 조금만
기다리면 이곳에 인간은 너만 남게 되겠지! 푸하하."
염파 장군이 죽어가는 병사들을 보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분명 기유 장군과 명윤을 데리고
왔다면 상황은 이보다 나았을 것이었다. 기유의
말을 듣지 않은 자신을 자책하며 염파 장군이
결전의 의지를 다졌다.
'아아.. 내 자만감과 부주의로 병사들을 사지로
내몰았구나. 오냐. 내 전력을 다해서 너희들을
쳐부셔주마.'
염파 장군의 의지를 하늘이 들어주신 것일까.
요괴 숲 오른편에서 갑자기 하급 요괴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염파 장군이 그곳을 바라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절체절명(絶體絶命)한 순간에 와주었구나. 맹덕!"
오른편을 갑자기 공격하는 것은 맹덕 장군의 원군이었다.
맹덕 장군이 북서쪽을 지킬 최소한의 병력을 남겨두고
곧바로 중앙군을 지원하러 온 것이었다. 강유도 치료를
받다 홀로 중앙군을 지원하러 가는 맹덕 장군을 돕기
위해 다친 몸을 이끌고 맹덕 장군의 군대에 합류했다.
맹덕 장군이 이를 말렸지만 강유가 말을 듣지 않자
하는 수 없이 장로들에게 북서쪽의 방비를 맡기고
강유만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
"강유!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너무 날뛰면 제가
지켜드릴 수가 없답니다?"
맹덕 장군의 말에 웃으며 강유가 대답했다.
"이까짓 상처, 아무것도 아닙니다. 반드시
요괴들을 쳐부수고 큰 공을 세우고 돌아가겠다고
이미 마음먹었습니다."
맹덕 장군과 강유가 5천의 병사들을 이끌고
오른편으로 침투하자 요괴들의 진영이 마구
일그러졌다. 갑자기 나타난 적군으로 인해
심기가 매우 불편해진 반다인이 요괴들에게
명령했다.
"갑자기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저 망나니들은
뭐냐.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군. 빨리 고깃덩어리로
만들어줘야겠다."
염파 장군이 맹덕 장군과 강유에게 급하게 소리쳤다.
"이봐! 조심하게! 등에 가시가 꽂힌 저 요괴가 바로
반다인이다. 서쪽 3요괴 중 하나인 그 반다인!"
맹덕 장군이 놀라 반다인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호오. 저 녀석이 2차 요괴대항전을 일으킨 장본인
이구나."
강유도 반다인의 끔찍한 모습을 보고 한눈에
예사롭지 않은 요괴임을 알아보았다. 이 후
강유가 주위에 있는 병사들에게 우렁찬 목소리로
명령했다.
"저 녀석이 이번 전쟁의 원흉이다. 모두
저 요괴에게 공격을 집중해!"
우오오!
곧이어 요괴 숲 중앙까지 침투한 맹덕 장군의
부대가 전장을 마구 휘저었다. 반다인에게
닿기까지 불과 백 보의 거리만이 남아 있었다.
푸른 이매와 붉은 야차가 이를 갈며 분통을
터트렸다.
"저 녀석들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
다 이기고 있었는데!"
"이봐. 반다인님이 알아서 처리해주실거다.
우린 그저 앞에 서 있는 염파를 상대하는 데
집중하면 돼."
염파 장군이 둘의 대화를 듣고 피식 웃었다.
"하하. 이제 마음 놓고 너희 둘과 상대해도
되겠구나. 10합 안에 전부 끝내주마."
- 작가의말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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