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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의 아들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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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만자루
작품등록일 :
2024.06.28 11:26
최근연재일 :
2024.07.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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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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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승만의 아들로 태어났다 - (6)

DUMMY

“차 한 잔 하겠나?”

“고맙네. 이번 일은 뭐라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군.”

“사실을 전하는 게 언론인의 역할이잖나? 난 자네를 동정하는 게 아니라 진실을 말할 뿐이네.”


이곳은 미국, 이승만 박사는 지인과 밀담을 이어갔다.


상대는 영국인 기자 프레데릭 맥캔지,


맥캔지는 오래 전부터 식민지 조선의 참상을 카메라에 담고 이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럼 왜 맥캔지는 조선의 일에 이렇게 진심이었나.


1908년에 ‘대한제국의 비극’이라는 원고 쓴 적이 있지만 그건 남의 말을 빌려 쓴 것, 구체적으로 조선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는 몰랐다.


그러다 1919년에 본격적으로 조선을 방문,


마침 당시 조선에는 일제의 침략을 규탄하는 3.1운동이 일어났고, 일본은 반동분자를 찾는다는 이유로 제암리에서 학살을 일으켰다.


마침 현장에 있던 캐나다인 선교사 프랭크 윌리엄스가 그 참상을 목격,


캐나다 영국인 출신인 맥캔지는 이때부터 선교사들의 증언을 밟아가며 조선의 참상을 직접 취재했다.


“다가오지마!! 오면 쏜다!!”

“잠깐!! 우리는 당신들을 해치려는 게 아닙니다!! 당신들의 본심을 알고 싶을 뿐입니다!!”

“그 말을 믿을 줄 알아?!! 영국 놈들이 일본과 동맹관계라는 건 우리도 다 알고 있어!!”

“저는 일본의 친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언론인일 뿐입니다!! 제발 제 말을 들어주세요!!”


목숨을 걸고 의병장을 만난 건 유명한 일화,


당시 의병들은 일본의 대토벌 작전을 피해 곳곳에서 투쟁을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본거지가 영국놈에 의해 발견 됐으니 의병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겠나. 다들 총구를 들이밀었지만 맥캔지는 끈질긴 설득 끝에 그들의 본심을 들을 수 있었다.


“일본놈들의 지배를 받으며 사느니 차라리 죽고 말지!!”

“그 정도로 일본의 지배가 폭압적입니까?”

“당신도 기자라면 눈으로 봤을 거 아니요!! 놈들이 우리 조선인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여기서 맥캔지는 확신을 얻었다.


캐나다 선교사들이 제암리에서 목격한 사건이 진실이었다는 걸, 이때부터 맥캔지는 언론인의 양심에 따라 기사를 써내려갔다.


물론 영국 입장에선 굉장히 당혹스러운 전개,


영국과 일본은 동맹관계인데 영국인 기자가 이런 기사를 내보내면 양국 사이에 빈 틈이 생기지 않겠나.


그렇게 프레데릭 맥캔지는 떠밀리듯이 영국을 떠나 미국 뉴데일리 신문사에 취직했다.


맥캔지는 누구를 동정하는 게 아니라 언론인으로서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뿐,


이승만 박사와 하와이 조선총회를 도운 것도 그 연장선일 뿐이다.


유럽에서 미국인 청년 30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재향군인도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는데, 미국 정부는 도대체 뭘 하는 건가.


이딴 식이면 그나마 있던 애국심도 사라질 판, 프레데릭 맥켄지는 그 사실을 그대로 적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민중 입장에선 고마운 게 사실, 이승만 박사는 양심 있는 언론인의 용기에 경의를 표했다.


“우리 조선인 중에도 자네 같은 지식과 용기를 갗춘 인재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

“하하 ~ 자네 아들도 그 중 하나 아닌가? 젊은 친구가 아주 거침이 없더군. 분명 나중에 큰 일을 할 거야. 난 그렇게 생각하나.”


친구의 칭찬에 이승만 박사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좋겠는데 걱정이 되는 게 사실, 마음 속에 담아둔 고민을 털어놨다.


“사실 ··· 내 아들은 조국의 독립에 관심이 없다네”

“그게 무슨 소린가?”

“그 아이는 나라가 국민에 요구하는 건 희생과 의무 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나도 이번 사건으로 느낀 게 많았네”


이승만 박사는 미국이 이번에 자국민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깨달았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건가?


헌신짝처럼 내버려진 재향군인과 유족들, 대한제국도 2500만 국민의 목숨을 그렇게 내팽개쳤다.


이런 세상에서 정부를 세우는 게 의미가 있나.


나라를 세우더라도 그건 오로지 국민을 위한 것, 하지만 정부는 국민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그게 안타까운 것,


이승만 박사는 숨겨왔던 본심을 털어놨다.


“자네는 알고 있나? 내가 조선에서 몇 번이나 낙방을 한 걸 ··· ”

“아니 ··· 프레스턴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은 자네가 낙방을?”

“그렇다네. 내가 살던 조선은 매관매직이 상식이었어. 그런 나라에서 내가 어떻게 관직 생활을 했겠나.”


지금 생각해도 분이 안 풀리는 과거 시험 낙방,


돈으로 매관매직을 하는 세상에서 지식인들이 느끼는 허무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나.


어찌어찌 배화학당에 입학해 신식문물을 접하고 이름을 날리게 됐지만, 마음 속엔 ‘이 썩어빠진 나라를 개혁하겠다’라는 야심이 자라고 있었다.


그래서 독립협회와 접촉하고 공화정을 추진한 것도 사실,


훗날 나라가 독립하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모습의 정부를 세우고 싶었다.


“나는 교육이 중심이 되는 나라를 세우고 싶네. 돈도 없고 뒷배경이 없어도 지식만 있다면 대접을 받는 그런 나라 말이네. 내가 겪은 아픔을 후대의 젊은이들에게 물려줄 순 없지.”

“그럼 자네가 그렇게 하면 되지 않나? 자네 아들한테도 그렇게 설명을 해 줘야지.”

“그 녀석은 정부 자체를 믿지 않아. 정부가 국민에게 하는 짓은 희생과 의무를 요구하는 것 뿐이라고 굳게 믿고 있어. 그래서 내가 독립운동을 하는 것도 못마땅하게 여기지 ··· ”

“후우 ~ 안타깝군. 나도 그 말엔 반박을 못하겠네.”


맥캔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부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건 사실,


그게 다 누구 책임인가.


빈부 격차가 벌어지고 국민의 삶이 팍팍해져도 관심이 없는 정부, 그런 세상에서 지식인들은 국민에게 정부를 믿으라고 말할 수 있나.


맥캔지도 영국인으로 태어났지만 영국 정부를 믿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오로지 자국의 이득이 우선, 그걸 위해서라면 온갖 비열한 짓과 희생도 감수할 수 있다. 그 피해는 힘 없는 사람들이 입겠지, 그래서 언론인의 양심을 지키며 살고 있는 거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희망을 줄 수 있을까.


맥캔지는 그게 안타까웠다.


“그래도 자네는 포기해선 안 되네, 자네 같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지금도 조선인들이 독립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지 않는 거야.”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이승만 박사는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생전에 독립이 되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런 세상을 만들 생각, 그때가 되면 아들도 아버지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까.


일단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 ⁕ ⁕


퍽 ~ 퍽 ~


이곳은 유럽,


나는 햇빛 아래에서 동료들과 함께 삽질을 반복했다.


땅을 파면 시체가 나온다는 지옥의 문턱, 하지만 지금은 땅이 단단하게 굳어있다.


그렇다고 안 팔 건가.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며 삽질을 반복, 뭔가가 눈에 띄었다.


은화처럼 둥글고 반짝거리는 물건,


그 뒷면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 James Tiberius Kirk

⁕ march, 12, 1914

⁕ 2 262 533


누가 봐도 1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미군의 인식표, 1914년 3월 12일에 입영한 제임스 티베리우스 커크라는 청년의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청년은 어디에 있나.


단순히 잊어버린 거면 다행인데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인식표를 잊어버린 채 죽은 거 아닌가.


나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입에 묻어났다.


“에효 ~ 무슨 죄가 있다고 여기까지 끌려왔는지 ··· 죽은 애만 불쌍하지”


조국을 위해 내 목숨을 희생하는 건 당연한가?


단언컨대 나는 그런 개소리에 염증을 느끼는 인간이다.


정부가 도대체 뭐라고 젊은이들을 사지에 몰아넣는 건가.


군대에 오면 내 자식, 죽으면 네 자식, 그 논리는 내가 살던 미래에도 변한 게 없다.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철밥통들의 폭탄 떠넘기만 반복될 뿐, 그런 똥별들 연금 주려고 국민이 세금을 내는 줄 아나.


막말로 장성들이 후방에서 지도로 전황을 판단할 때, 장병들은 이런 전장에서 팔 다리를 잃고 죽어간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이고 누구를 위한 희생인가.


못 살겠다고 울어봤자 그건 너희들 문제일 뿐, 정부 관료들은 국민의 아픔에 아무 관심이 없다.


관심을 보이더라도 선거철 뿐, 선거 지나면 다시 원상복구다.


이래서 나는 염세적인 인간이 된 것,


그렇다고 허무주의에 빠지면 아무 것도 달라지는 게 없지 않나.


하와이 조선총회를 수립한 것도 내 영향력이 미치는 세상만큼은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욕 때문,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만 내가 사는 마을, 내가 사는 한인 사회만큼은 어떻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조국 독립이라는 거시적인 목표를 포기했다.


해방 이후의 한국은 좌 – 우로 나뉘어 서로 물고 죽일 뿐,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희생당할까.


그 역사를 알기 때문에 조국독립이라는 말은 감히 입에 담지도 않았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타향에서 외롭게 죽어간 희생자들의 시신과 유품을 수습하는 것 뿐, 해골을 봐도 이젠 놀랍지도 않다.


안타깝게 죽어간 젊은이들에 대한 측은함 뿐,


유럽에 도착한 지 11일 동안 24구의 유골을 수습했다.


그 중 미국인으로 확정된 건 2구 뿐, 나머지는 연고를 알 수 없는 자들이다.


시신이 생기는 대로 태우기 바빴다는 1차 세계대전 전장, 몸통은 없고 팔 다리만 남은 것들은 식별도 없이 그냥 묻었다고 들었다.


이게 1차 세계대전에서 실종자가 800만 명이 넘은 이유,


그 참상을 담은 기록물은 지금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


[전쟁 초기에는 군인이 묻힌 곳을 표시하거나 기록 및 등록을 담당하는 조직 자체가 없었다. 1914년, 영국의 적십자 부대가 자발적으로 이 임무를 수행 했지만 사망자가 너무 많아지자 이 문제는 정부가 책임졌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무덤 등록 문제를 군대에 떠넘겼고, 장성들은 기록을 조작하거나 나중에는 제대로 표기조차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래도 정해진 구역에 시신을 묻었다고 한다.


프랑스와 영국은 특정 구역을 공동묘지로 지정, 한 곳에 대략 20000 ~ 40000구의 시신을 묻었다.


묻힌 병사의 이름 - 부대 등도 인적 사항에 기록,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시체가 말 그대로 쏟아지기 시작하자 어느 순간부터 그런 작업도 의미가 없어졌다.


당장 싸우기도 바쁜 군대가 무슨 여유가 있다고 죽은 병사들의 인적 사항까지 고려하나.


이제 정부의 실상,


그들은 죽은 병사들에게 아무 것도 해 주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이곳에서 그 참상을 목격하는 중, 하루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되는 상황을 마주했다.


“부 ··· 부총장님!!”

“뭔데?”

“여 ··· 여기 보세요!! 이거 ··· ”

“와악!! 으아악 ~ !!”


동료들은 말 그대로 까무라쳤다.


뼈들이 겹겹이 쌓여있는 층을 발견, 나름 강심장인 나도 참혹한 실상 앞에 할 말을 잃었다.


이건 세계가 눈으로 보고 느껴야 할 참상, 우리를 따라온 미국인 기자들을 불러 사진을 찍도록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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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만의 아들로 태어났다 - (6) +2 24.07.03 365 21 12쪽
5 이승만의 아들로 태어났다 - (5) +2 24.07.02 407 24 12쪽
4 이승만의 아들로 태어났다 - (4) +2 24.07.01 422 22 12쪽
3 이승만의 아들로 태어났다 - (3) +5 24.06.30 454 23 12쪽
2 이승만의 아들로 태어났다 - (2) +2 24.06.29 499 22 12쪽
1 이승만의 아들로 태어났다 - (1) +8 24.06.28 630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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