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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의 아들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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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만자루
작품등록일 :
2024.06.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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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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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승만의 아들로 태어났다 - (3)

DUMMY

“우리 태산이 아픈 곳 없이 무사하게 해주세요. 우리나라 해방돼서 남편도 무사히 귀국하게 해주시고요.”


이곳은 일제강점기 치하의 경성, 한 여성이 절에서 기도를 올렸다.


그 정체는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이승만 박사의 본처 ‘박승선’,


결혼 초만 해도 부부 관계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양가(兩家) 모두 양반 가문의 후예이고 중매를 거쳐 평범하게 결혼, 아들 하나 낳고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문제는 그 이후,


배제학당에 들어간 남편은 신문물을 접하면서 나라의 ‘개혁’과 ‘독립’이라는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만민공동회(1898년)에서는 러시아에 의한 이권 침탈을 규탄,


일본과 연대해 러시아의 침공을 막는다는 거국적인 전략을 짜냈고 이 사건으로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리더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승승장구는 거기까지,


독립협회가 군주제를 폐지하고 고종 퇴위를 모의했다는 여파로 몰락했고, 이 과정에서 이승만도 역모 혐의로 체포당하는 시련을 겪었다.


어찌어찌 사면 받았지만 국내에서의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걸가. 이승만은 아내를 한성에 남겨두고 미국 유학 길을 떠났다.


“임자, 나는 미국으로 가겠소”

“미국이라니요? 거기서 뭘 어쩌려고요?”

“감옥에 있는 동안 생각해 봤는데 ··· 이 나라는 내부에서의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소. 이 나라와 백성을 보존하려면 일단 미국에서 힘을 키워야 하오.”

“하 ··· 하지만 그러면 저하고 태산이는 어떻게 해요?”

“태산이는 일단 내가 미국으로 데려갈 테니, 때가 되면 부르겠소”


그게 벌써 18년 전, 하지만 남편은 지금도 소식이 없다.


미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문은 신문으로 간간이 듣고 있지만 아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건가.


젖먹이 때 미국으로 간 아들,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는데 연락 한 번 없으니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언제까지 여기서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건가.


박승선 여사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미국행을 결심했다.


문제는 어떻게 거기까지 가냐는 것, 남편이 독립운동가라는 이유로 박승선은 일제의 삼엄한 감시를 받고 있다.


괜히 내가 움직였다가 남편과 아들이 뒤를 밟힐지도 모를 일, 혹시 그런 이유 때문에 남편도 망설이고 있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 여기 있는 게 맞겠지, 오늘도 마음을 접고 말았다.


‘태산아, 잘 있는 거겠지? 엄마는 그렇게 믿고 기다릴게, 우리나라가 독립하면 가족이 함께 모여 살 일도 있을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너와 아버지의 무사안일을 비는 것 뿐이구나.’


눈물로 지새우는 밤이 오늘로 몇 날 째던가.


그렇게 한 여인의 독수공방은 계속됐다.


⁕ ⁕ ⁕


“봉수는 학교 잘 다니고 있나?”

“예”

“무슨 문제를 일으키진 않고?”

“예, 최근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곳은 하와이,


이승만 박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외동아들의 소식을 전해들었다.


큰 사람이 되라고 태산(太山)이라고 이름 지었는데, 어릴 때 미국에서 홍역을 앓아서 죽다 살아났다.


아버지 입장에선 심장이 덜컹 내려 앉을 뻔한 사건, 그래서 오래 살라는 뜻으로 봉수(鳳秀)라고 개명했다.


마침 봉황은 조선왕실을 상징하는 동물,


이승만 박사는 군주정을 부정하고 공화정을 추구하지만 조선 왕실의 후예라는 프라이드는 가슴에 담아두고 있다.


그 정도 프라이드도 없이 어떻게 나라를 되찾겠나.


이봉수는 전주 이씨 양녕대군의 17대 손, 귀한 가문의 자손답게 성실하고 올곧게 자라줬으면 하는 게 아버지의 마음이다.


문제는 아들이 괴팍하고 거침이 없는 성격이라는 것, 머리는 똑똑한데 가슴에 담아둔 걸 그대로 표출하는 성향이 있다.


그 정도면 차라리 다행,


말이 안 통하면 주먹질까지 한다.


어미 없이 자라 보살핌을 못 받은 탓인지, 아비도 독립운동을 한다며 집을 매일 비우니 아이가 제대로 자라길 바라는 게 이상한 거다.


그래서 이승만도 가족에 대한 미안함은 가슴에 남아 있는 편, 경성에 남아 있는 아내는 지금 뭘 하고 지내고 있을까.


지금도 그게 가슴에 한에 남아 있다.


‘임자, 미안하오. 내가 독립운동 한다고 이 난리만 치지 않았어도 ··· ’


그 놈의 독립이 뭐기에 가족까지 내팽개치고 이러는 건지, 마침 이승만은 정치 - 심리적으로 몰려 있었다.


미국이 산둥반도에 대한 일본의 이권을 인정하면서 한반도는 이제 완전히 일본의 통치 하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외교 독립론에 귀를 기울이겠나.


국민회도 이 기회를 틈 타 이승만 세력을 미국에서 몰아낼 생각, 외교를 통한 독립이 불가능하다는 게 증명됐으니 이제 독립운동은 과격파들이 실권을 잡을 거다.


그럼 이쯤에서 외교론자들은 빠져주는 게 좋지 않을까.


그게 가족을 위하는 가장의 마음, 하지만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워온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이대로 물러서기도 쉽지 않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


여기서 아버지의 우유부단함을 깨는 사건이 터졌다.


“박사님!! 박사님!!”

“무슨 일인가?”

“큰 일입니다!! 봉수 도련님이 일본인 학생들을 두들겨 팼답니다!!”

“뭐 ···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저도 자세한 건 모르겠습니다. 자세한 건 경찰서에 가 봐야 ··· ”


이승만은 바로 경찰서로 뛰어갔다.


어째 잠잠하다 싶더니 기어이 사고를 친 아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사건이 하와이를 넘어 일본 여론을 뒤흔들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 ⁕ ⁕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이 쪽발이 새끼야? 뭐라고?”

“그 ··· 그게 ··· ”

“다시는 건방진 소리 못하게 이빨을 다 뽑아줄까?!! 어?!!”

“아악!!”


이곳은 하와이,


나는 일본인 학생의 멱살을 잡은 채 주먹을 난사했다.


하와이에는 조선인 5천 명이 살고 있고, 그 4배가 넘는 일본인이 거주하고 있다.


세력 면에서 앞 서 있는 일본인들은 조선인 앞에서 의기양양, 문제는 조선인들이 이곳에서 독립운동을 하고 있다는 거다.


아버지는 일본의 조선 침략을 규탄하는 원고를 미국 언론사에 투고, 일본인들도 귀와 눈이 있으니 조선인들이 하와이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을 거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인과 일본인 간의 알력 싸움이 없겠나.


양 쪽 모두 사탕 수수 농장에서 노동 일을 하는 비루한 인생이지만 일본인들은 조선인을 얕잡아 본다.


“우리는 국제적으로 인정 받은 문명인이야.”

“미개한 조선인들과는 다르다고!!”


일본이 국제 연맹의 일원으로 인정 받았으니 하와이 일본인들은 조선인보다 우월한가.


어림도 없는 소리,


나는 현실을 모르는 쪽발이들에게 현실을 가르쳐줬다.


“너희가 뭐 그렇게 잘났어?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주제에 뭐 잘 났다고 조선인을 깔 봐? 너희는 뭐 특별해?”

“우 ··· 우리 일본은 국제연맹에서 인정 받은 인종이라고!!”

“국제연맹? 웃기고 있네. 너희가 여기서 나한테 쳐 맞고 있다고 일본이 도와줄 것 같아? 어디 불러 봐, 그 잘난 일본 순사는 여기 없으니까.”


미국은 뭐 좋아서 일본을 국제연맹의 일원으로 받아줬겠나.


영토 할양을 거부당한 이탈리아가 국제 연맹에서 탈퇴한 탓에 미국의 부담이 커진 것 뿐,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일본의 지위를 인정해준 것 뿐이다.


미국은 지금 내심 일본을 견제하는 중, 왜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인 노동자들을 추방하는 법령이 발효됐겠나.


샌프란시스코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차이나 타운으로 쫓겨난 일본인 학생들, 이게 미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의 현실이다.


그런데 내가 저 쪽발이들에게 하등한 조선인이라는 말을 들어야 되나.


그동안 일본인들의 기세에 눌려 있던 조선인들의 속마음을 뚫어준 사건, 물론 그 대가로 경찰서 신세를 져야 했다.


조선인과 일본인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사건,


하지만 일본 여론은 쉬쉬하는 분위기다.


일본은 국제연맹으로 인정 받았지만 인종 문제는 해결 못한 입장, 일본인 학생이 차이나 타운으로 쫓겨났다고 미국 정부에 항의할 수 있나?


일본인 학생이 조선인에게 맞았다고 미국에 항의?


미국 입장에서 이번 사건은 하와이에서 일어난 작은 소동, 거기다 아시아 인종 간의 다툼일 뿐이다.


아시아인이 백인을 두들겨 팬 것도 아닌데 왜 미국이 분노해야 하나?


현실을 깨달은 일본은 지금 분노하는 중, 그렇다고 미국에 대놓고 대들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아무 피해도 입지 않은 것, 결국 한인 사회의 도움으로 무사히 풀려날 수 있었다.


“이봉수 만세!!”

“역시 이승만 박사님의 아들이야!!”


한인 사회는 내 행동에 열광했다.


조선인은 일본인에겐 절대 대들어선 안 된다는 게 철칙, 하지만 하와이에서는 그게 안 통한다는 게 증명된 거다.


이 얼마나 통쾌한 외교적 승리인가.


하지만 아버지는 내 행동을 꾸짖었다.


“사내 녀석이 주먹을 그렇게 가볍게 쓰다니 부끄럽지도 않으냐?!!”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1년 만에 만난 자식 앞에서 할 말이 그것 밖에 없으세요?”

“이 ··· 이 녀석이!! 그게 아비한테 할 말이냐?!!”

“네, 아버지한테 드릴 말은 이것 밖에 없네요. 어머니라도 있었으면 속 마음을 털어놨을 텐데 참 아쉽네요.”


아픈 곳을 찔린 아버지는 움찔했다.


그깟 독립운동이 뭐 대수라고 어미와 자식을 생이별 시켜야 했나.


아니, 독립운동이라도 제대로 하고 있으면 모르겠는데 지금 아버지가 하고 있는 게 뭔가.


박용만에겐 정적으로 찍혀서 이도 저도 못하고, 안창호 총장 말을 무시하고 멋대로 사업을 벌이다가 국민회 내부에서도 민심을 잃었다.


독립운동을 하겠다면 여기저기 흩어진 여론부터 모을 것이지, 지금 아버지가 하고 있는 게 제대로된 독립운동인가?


나는 여기서 아버지가 지난 20년 동안 쌓아올린 업적을 부정했다.


“아버지가 지난 20년 동안 벌인 외교 활동보다 제가 이번에 일본놈들 두들겨 팬 게 조선인들에게 훨씬 큰 감명을 줬을 걸요? 틀렸어요?”

“보 ··· 봉수야, 너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냐? 내가 ··· 내가 ··· 널 ··· ”

“나는 널 이렇게 키우지 않았다는 말 하지 마세요. 저는 아버지가 가는 길을 갈 생각도 없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이산가족을 만들 생각도 없으니까요. 저는 앞으로 미국에서 미국인으로 성공할 거예요. 성공해서 엄마 여기로 모셔올 거예요.”


단언컨대 나는 조국의 독립에 아무런 의욕도 느끼지 않는다.


일례로 지금 대한제국 왕족들은 일본에서 왕공족 대우를 받으며 편하게 살고 있는데, 그들이 왕족으로서 국가와 백성의 삶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면 그렇게 쉽게 나라를 넘겨선 안 됐다.


결국 그들에게 나라는 자신의 안위를 위한 도구였을 뿐,


그러니까 물건 팔 듯이 그렇게 팔아넘길 수 있었던 거다.


그래서 독립운동가들은 왕정을 부정하고 공화정을 세우겠다고 발악하고 있는데, 권력 때문에 서로 물고 뜯는 거 보면 그냥 답이 나온다.


아버지도 지금 국민회에서 박용만 – 안창호 일파와 싸우고 있지 않나?


그게 독립운동인가.


나라도 없고 영토도 없고 국민도 없는 주제에 무슨 임시정부를 세우겠다는 건지, 그냥 가소롭다.


어차피 독립활동 자금도 없어서 남들한테 손이나 벌릴 놈들,


나는 그런 것들과 같은 길을 갈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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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27 Cobra702..
    작성일
    24.06.30 11:44
    No. 1

    재밋어요!!!! 연참해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증오하는자
    작성일
    24.06.30 16:12
    No. 2

    뭐, 어찌살든간에 주인공은 마이웨이겠죠. 차별속에서도 미국인이 될지 아니면 어떤계기로 독립운동할지.

    과연 이번작에서는 어떻게 나갈지 궁금하네요. 워낙에 소재도 예민하기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0 눈과별
    작성일
    24.06.30 21:04
    No. 3

    재밌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fa******
    작성일
    24.06.30 21:55
    No. 4

    괜찮긴하네요. 어머니가 조선에 남아있으니 개연성도 괜찮고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특히 1945년 이후가 궁금해지는 전개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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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의 아들로 태어났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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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승만의 아들로 태어났다 - (2) +1 24.06.29 251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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