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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 재벌은 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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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8
최근연재일 :
2024.08.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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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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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DUMMY

부유하는 공기부터가 남달랐다.

연극 무대에 처음 올라가 온 이목을 받는 기분이었다.


이곳을 거니는 손님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다들 명품가방 하나씩은 꼭 차고 있었다. 귀걸이며 팔찌며, 옷에도 귀티가 가득한 게 역력하다.


그러다 나는 물끄러미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입은 옷들을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두 장에 삼 만원 하는 맨투맨과 싸게 샀다고 좋아한 이월 패딩 조합이라···.’


이월도 보통 이월이 아닌 몇 년이 된 구제 패딩을 3만원 후반 대에 건져 올렸다고 기뻐했던 내 자신이 떠올랐다. 그나마 신발이 나이키여서 망정이지.


그때의 내가 부끄럽지는 않다.

이런 새로운 세계를 알아서 그렇지, 내가 알던 세상에서도 편의점 단팥빵 하나에 255ml 하는 흰 우유로 끼니를 때우며 열심히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던 내가 자랑스럽다.


단지 하나의 감상에 빠지게 된다.

재미있게도 이 순간 어른이 된 기분이다.

6년 전으로 회귀한 지금 이 시점. 해가 지났다고 해봐야 이십대 후반이다.

32살이었을 때의 난 형편없었지만 지금은 영 앤 리치였다.

20억 가까이 든 카드 한 장을 들고 명품관을 활보할 수 있는 게 뭐라고, 과거로 돌아와 더 어려지게 된 내가 본인 스스로를 어른으로 머리에서 상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기묘하다.


새로운 감회와 희비가 교차하는 가운데 정중하게 말문을 열었다.


“정장을 좀 보러 왔습니다.”


슈트를 좋아하는 편이다.

패션과 미적 센스가 없어도 십 만 원정도 하는 세미정장세트 하나면 내 나름대로 기분을 낼 수 있었으니까.

키도 크고 어릴 적부터 운동을 해왔으니 대충 걸쳐만 놔도 주목을 좀 받는 편이었다.

그래서 사치품이라고 생각하고서 제일 먼저 온 것이 여기였다. 결혼식이든, 사업적인 자리에서든. 그도 아니면 예의를 차려야 하는 어떤 장소에서든 필요 아이템이니까.


나는 남자와 잠시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나란히 마주보았다.

직원은 노련한 연차를 자랑하는 사람 같아 보였다. 내 행색을 잠시 잠깐이나마 훑었을 뿐, 곧바로 절제된 미소를 물고 다가왔다.


“슈트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따로 보시는 스타일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제게 잘 맞는 정장이면 됩니다.”


미디어 광고 속에서 외국 연예인이나 모델들이 나와 익숙한 최고급 명품 브랜드 매장이다.

어처구니없게도 내 발로 자처해서 들어와 놓고, 상품에 걸려 있어야 할 가격표가 안 보인다는 게 벌써부터 약간 불안해졌다.


그 사이.

직원은 조금 전 행색을 훑어보던 것과는 다르게 잠시간 미대생이 소묘를 하는 것 같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변해 나를 바라보았다.


“그냥 있는 그대로만 말씀드리면, 손님 같은 부류가 오면 저희로서야 무척 편하거든요.”


무슨 말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했다. 왜 그러냐고 눈짓으로만 물어보자 직원이 설핏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여기 이 마네킹 보이시죠? 어디 오프라인 쇼핑몰에서나 보던 마네킹과는 다르게 아예 주문제작한 마네킹이에요. 마네킹도 저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거든요. 그런데 고객님을 보세요. 이 마네킹하고 별반 다를 게 없는 몸매이시잖아요.”

“아···.”

“보통 어떤 고객님이 오시든 체형이 항상 달라요. 저희는 필연적으로 해당 고객님에게 맞춰 줄 슈트를 머리에 후보지로 올려야 하고요. 그렇다고 다른 고객님들이 이런 자리에서 한두 푼 쓰는 게 아닌 이상 염두에 두시고 오는 제품 라인들이 저마다 편차가 있거든요. 그럼 백화점 내에서 명품 수선을 해야 하는데, 나중에 가서 다른 소리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수선점에 가서 따지든, 아니면 기장 조금 줄인 것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핏이 달라지냐고 저희한테도 따지시고요. 지금 제 앞에 계신 고객님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솔직히 편하고 좋거든요.”


마침내 내 앞에 서있는 직원이 조금 더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워낙 고객님하고 찰떡 같이 핏이 잘 맞아 떨어지는 슈트들이 많아요. 여기 이 커넥션은 브리티시 라인인데요. 바디라인을 살려주는 데 특화되어 있죠. 영국의 승마복 같은 게 연상되지 않으세요?”


딱히 수선 없이 어떤 슈트를 입든 상관은 없다.

단지 브리티시이니 뭐니 하는 전문 커넥션이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아왔기에 어색해하는 표정을 뒤로 감추려 했다.


직원이 내 앞에 정장을 직접 덧대보며 감탄을 흘린다.


“너무 잘 어울리시는데요. 뭐 하시는 분이세요? 역시 모델이시죠?”


당연한 듯이 물어보는 남자에게로 머쓱하게 웃어보였다.


“그냥 직장인입니다.”

“아하. 제 눈썰미는 틀린 적이 없는데. 어떠세요? 브리티시 스타일이 마음에는 드세요?”

“단벌을 살 게 아니어서 추천 받는 대로 괜찮은 제품들로 구매하고 싶습니다.”

“그러시다면···.”


남자는 먹이를 포착한 맹수처럼 적극적으로 눈을 번득였다.


“이렇게 딱 달라붙는 스타일이 조금 부담스럽다 싶으시면 미국 슈트 섹션도 있어요. 폼이 브리티시보다는 조금 더 크고 풍성하지만 고객님 같은 경우에는 루즈한 핏에 소매가 더 헐렁해 보인다고 할지라도 근육이 잘 잡혀 있어서 그런지 테일러링한 쪽으로 가는 게 더 좋을 수도 있거든요. 아니면 제가 입고 있는 슈트 같은 라인의 제품도 좋고요. 키톤 슈트 풍인데 이것도 한 벌에 오백 만 원정도 해요. 보세요. 제가 제일 아끼는 슈트입니다.”


슈트 하나 가격에 오백 만원이라.

아까 전에 천만 원이 넘는 돈을 선뜻 쓰고도 믿기지 않는 금액이다.


“핏 하나 제대로 나오는 슈트 몇 벌 갖고 있으면 부러울 게 없죠. 제 월급보다도 많은 이 슈트 한 벌에 과감히 투자하는 게 뭐 때문일 거 같으세요? 보통 알고 오시는 고객님들은 다 알아보시거든요. 싸구려 정장 입고 있는 직원인지 아닌지. 가끔 샘플링으로 어쩌다 팀장급에게 해당 브랜드에서 협찬이 오기도 하지만 전 제가 팀장인데도 직접 이런 제품 사서 입고 다녀요.”


역시 노련한 맛이 있었던 분위기답게 팀장이라는 직급을 달고 있었다.


“이쪽은 어떤 라인인가요?”

“셰빌로우 느낌의 커넥션인데, 참. 진즉에 이 생각을 못했네요. 고객님한테 이게 딱이에요.”


남자는 입에 모터라도 달린 듯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이 슈트는 그야말로 테이퍼드 핏이 메리트가 있죠. 데이비드 베컴 아시죠? 베컴도 이 브랜드를 애용하거든요. 하객 룩에도 딱 맞고요. 사시사철 어느 자리에 가셔도 데일리로 입으셔도 될 만한 소장품이에요.”


내 돈을 갖고 하는 나만의 쇼핑 플렉스.

구름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 이러할까.

결국 남자의 권유대로 직접 디피된 제품의 피팅을 마치고 나서야 자그마치 정장 세 벌을 샀다.


“할부로 진행하시겠어요? 아니면···.”

“일시불로 해주세요.”


나직한 말을 내뱉자 남자가 힐끔 나를 보더니 계산대 위에 놓인 생수를 빠르게 마셨다.

1,200만원이 넘는 거금이 적힌 영수증이 출력되어 나온다.


“정말 잘 어울리세요. 솔직히 고객님은 모르시겠지만 여기 지나다니시는 분들이 지금도 고객님만 쳐다보고 있는 거 아세요?”


속삭임을 듣고 슬그머니 시선을 비틀어 보니, 주변에서 다른 매장의 손님이나 걸어 다니는 사람들. 심지어 타 브랜드의 직원들까지도 이쪽을 곁눈질한다.


“참, 이건 제 재량으로 해드리는 서비스인데요. 다른 분들에게는 비밀이에요.”


팀장이라는 남자가 내가 산 명품 정장에 맞는 똑같은 브랜드의 벨트를 서비스로 챙겨준다.


“안감도 천연 악어가죽이에요.”

“감사합니다.”


어느 정도 가격대를 넘어서는 상품을 사게 되면 으레 챙겨주는 서비스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대로라고 해도, 또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다. 이런 호의는 달갑게 받아들여줘야겠지.


“고객님. 혹시 잠깐 급한 일 없으시면 시간을 좀 내어주셔도 될까요?”


무슨 말인지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남자를 쳐다봤다.


“참고로 저희 백화점에서 패션상품 군에서의 매출을 사백만 원 이상 써주실 경우에 자동 VIP 선정이 되거든요. 혹시 여기 말고도 일전에 구매를 한 이력이 있으실까요?”

“아. 조금 전에 천 만 원 조금 넘게 카드를 긁었습니다. 가전제품부에서요.”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스스로 손뼉을 쳤다.


“VIP에도 기준이 있어요. 일반 VIP부터 VIP 플러스. 이후에 MVG 등급이라고 따로 나뉘는데요. VIP등급에서는 무료주차는 물론 무료음료나 쿠키, 빵도 무제한으로 라운지에서 드실 수가 있어요. 고객님 같은 경우에는 오늘 하루만 이천을 넘게 쓰셨으니 MVG 그레이드를 충족하셔서 동반 1인에 한해서도 무제한 음료와 디저트 서비스가 가능해지셨고요.”


또 현금 구매 시 별도의 할인 쿠폰이 없어도 나 같은 경우에는 무조건 구매 금액의 최대 7%를 할인해 준다고 한다.

거기다 차량을 비롯한 홈케어 서비스 이용 시 제휴 혜택도 있다고 하는데.

백화점에서 일정 금액을 쓰면 VIP가 될 수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상세한 내용을 알게 될 줄은 몰랐다.


“차 갖고 오셨죠?”

“네.”

“잠깐만 시간 좀 내어주세요. 직원 불러드릴 테니 데스크로 가서 몇 가지 서류에 사인만 해주시면 돼요.”


그리고 직원이 다급히 전화를 한다.


약 1분쯤 지났을까.

어느덧 다른 보안요원이 나타나더니 VIP만 들어갈 수 있는 또 다른 복도로 정중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그리고 여태 못 보던 황금빛의 엘리베이터를 태워주었다.


잠시 후.

얼떨결에 작은 브로슈어 같은 VIP봉투를 받고 플래티넘 아래 골드 등급의 MVG 카드를 받았다.

레드부터 시작해 트리니티까지 총 5종의 MVG 등급이 있다고.

각종 세일리지에 대한 고루한 설명을 듣고서 라운지를 이용하고 가시겠냐고 묻는 직원의 말에 난 고개를 젓고 곧장 백화점의 지하 코너로 향했다.

백화점 영업시간이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기에 아무래도 라운지에서의 여유는 다음에 즐겨야 할 거 같다.


“여기 이걸로 14세트 있습니까??”

“14세트나요?”


내가 잠시 들른 곳은 지하에 자리한 정관장 같이 명품 건강식품을 파는 곳이었는데, 유독 고급스러운 산삼 세트가 눈길을 잡아끌었다.

산양삼이기는 했지만 지리산 고지에서 10년이나 묵혔다고 한다. 총 5뿌리씩 들어있는데 한 세트의 가격만도 50만원을 호가했다.

나는 미리 가져온 노트를 들어 고객주소지를 일일이 직원에게 적어주고 내일 내로 배송을 요청했다.

다른 건 아니었고 내 생부, 생모에게 당한 피해자들, 아니지. 이제는 피해자가 아닌 나와 인연이 맺어진 어르신들에게 주는 일종의 추가 감사표시였다.

인내의 미학을 너무나 고통스럽게 참아준 그들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

이렇게나마 내 마음을 표시하기로 한다.

그러고 나서.

난 마침내 VIP 무료 주차이용권을 받고서 백화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후우.”


뭔가 새로운 던전에 들어가서 희귀 등급의 아이템을 얻은 소감이라고 해야 할까.

오늘 하루 홀린 기분이 드는 순간이다.


***


세트 하나는 일부러 챙겨들고 차를 탔다.

조금 전, 주차직원이 그냥 일반 VIP도 아니고 MVG 골드 등급 카드를 내미는 내가 범퍼가 약간 찌그러진 스파크를 타는 걸 보고서 유령이라도 보는 듯한 눈빛을 왠지 잊을 수가 없다.


아버지의 집으로 향하는 찰나였다.

마침 오늘 아버지가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을 한다고 했다.

그렇게 출구 쪽으로 빠져 나와 인접한 도로로 접어들려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양반은 못 된다고.

아버지였다.


블루투스로 연결한 후 전화를 받았다.


“예, 아버지.”

[서우야. 잠깐 집에 좀 들러라. 할 말이 있으니.]


협상이 틀어진 것일까?

어쩐지 아버지의 목소리가 편치 않아 보인다.


작가의말

어느덧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습니다.

일교차 조심하시고, 혹시라도 외출하시려거든 우산 꼭 챙기시기를 바랍니다.

댓글과 선작, 추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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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투자는 필연이다 +3 24.05.23 6,532 108 13쪽
31 실현수익 +4 24.05.23 6,560 10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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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솔직히 난 배 아픕니다 +5 24.05.15 7,544 1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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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5부서의 지랄견 +5 24.05.14 7,828 123 12쪽
14 형수님은 아십니까? +6 24.05.14 8,073 128 11쪽
13 어긋난 규칙 +7 24.05.13 8,112 13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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