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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 재벌은 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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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8
최근연재일 :
2024.08.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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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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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1,523

작성
24.05.2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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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부자가 되어간다

DUMMY

식사를 끝내고 이성우 기정을 비롯해 강 사장 부부, 강윤아는 가벼운 2차 대신 귀가를 택했다.

이 기정은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했지만, 의도적일지는 몰라도 강필수 사장이 난입하는 순간 입맛을 다시며 물러났다.


월요일에 보자는 말을 끝으로 해산.


조금은 홀가분한 기분이다.

골프로 열흘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는 없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 했던 거 같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조금 이상한 생각을 해본다.

강윤아와 꽤 그럴 듯하게 인연이 맺어지지 않았나 하는 기대감.

그렇게 강윤아를 모르는 척 하자고 다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내 결심도 한낱 무너질 모래성에 지나지 않았구나.


‘나란 놈도 참.’


걸음을 옮기려 할 때였다.


“서우야.”

“?”


서영도가 가려는 내 발길을 붙잡았다.


“아직 안 갔어?”

“초저녁이잖아. 약속도 없고. 잠깐 걸을래?”

“추위 잘 타잖아, 형.”

“괜찮아. 좀 걷자.”


오늘 제대로 된서리 맞은 서영도가 불안하기는 했던 모양이다.


어쩌다 보니 서영도와 호숫가를 함께 걸었다. 걷는 동안 우리는 말 한 마디 섞지 않았다.

사실 서영도와 그리 많은 추억이 있는 건 아니다. 거기다 일진사건이 있고 난 후로는 데면데면해졌고.


어슴푸레한 정경을 뚫고 나오자 제법 운치 있는 정경이 눈을 빼곡 채웠다. 아직 달빛이 닿지 않는 물의 흐름이 잔잔했다.

아직 춥기는 하다.

얼마 안 있어 날카로우면서 건조한 바람에 호수에 잔잔한 파동이 일었고,. 난 옷깃을 안쪽으로 여몄다.


“너 말 잘 하더라.”


그때 들리는 서영도의 말.

난 대꾸하지 않았고, 녀석이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 기정 앞에서도 할 말 다 하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더라고. 무슨 외운 대사 같이 유연하게, 술술 강 사장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아까 전에 놀라는 눈빛들 다 기억이 나. 내가 아는 서우가 맞나 싶더라.”

‘그야 네가 날 강 사장 앞에서 나를 폄훼했을 테니 더 그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서영도의 섣부른 한 마디로 인해 강 사장의 가라앉았던 눈에서 불빛이 들어온 순간이 떠오른다.

바야흐로 내가 강필수 사장에게 AVT와 하나 케미칼의 접근법을 좀 달리하면 어떻겠냐고 순간순간 주제를 전환하던 시점이었다.


하던 얘기를 전부 끝내고 화장실에 갔다 오던 강 사장이 무심코 말했었다.


“자네가 듣던 것처럼 그리 보이지는 않는군.”

“예?”


귀에 익은 강 사장의 목소리에 사모님이 고개를 들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윤아 아빠가 하는 말은 신경 쓰지 말아요.”

“무슨···.”

“자네 형이 그러던데. 서우라는 동생이 있는데 참 못 말리는 녀석이었다고.”


아.


그 한 마디만으로 모든 전후맥락이 파악되었다.

아까 전 무분별했던 서영도의 화두가 그 이전에 내게 전이되었던 것이다.

골프장에서 처음 인사를 나눴을 때 내가 강 사장 부부에게 영도 형 본인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물어보았었다.

사색이 된 서영도를 두고 나도 모르게 그냥 웃으며 유야무야 넘어갔었는데.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침묵을 선택했었다.


“조금 더 옳은 길을 위한 선택을 한 거야.”

“분별력 없는 말들이 아니었으니까 거기 모인 사람들이 놀랐던 거지. 나도 네 말 듣고 내심 감탄했어.”

“조금만 곱씹어 보면 답이 나오는 문제였으니까.”


난 서영도의 앞에서 여기까지만 말했다.

최고의 인생은 아니지만 이제라도 최선으로 살면 그만이다. 그렇게 최선이 쌓이고 쌓여 결국 최고에 근접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난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다.

무슨 천우신조인지는 몰라도 회귀라는 걸 겪었다.

그럼에도 아는 정보는 극히 제한되어 있고, 내 나름대로 풀이해 살아가야 한다.


인리를 위해하는 일 없이 잘 살아가기만 하면 될 뿐이다.

굳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필요도 없다. 내가 내 자신에게 만족하며 살면 그뿐인 거 아닌가.

지금 강 사장을 만나 나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해주는 것만으로 이미 내게는 충분히 놀라움의 연속이다.

난 내 자신을 아껴주려 하고, 나답게 살아갈 것이다.

오히려 서영도가 대화의 본질을 훼손시켜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그런 최악의 순간이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면 내가 나설 일도 없었을 것이고, 날 이곳까지 불러낸 아버지를 염두에 두더라도 할 말이 곤궁했을 테니까.

이성우 기정이 대화의 연결망을 트게 해준 것도 주효했다.


“나, 이 길이 맞는 건가 싶다.”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싶었다.


“삼성SDI 말이야. 내 길이 아닌 거 같다고.”


마침내 서영도가 삼성SDI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미 거짓부렁이로 삼성 자회사에 합격했다고 허풍을 친 서영도 입장에서는 슬슬 똥줄이 탈만한 일이겠지.

그런데 참 웃기다. 알아볼 수 있으려면 얼마든 입사 합격이 거짓이라는 걸 간파해낼 수 있을 텐데도 굳이 서류조작까지 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잘못된 야망은 맹목적인 믿음을 부르기 마련이다.

녀석은 널빤지가 너무 가벼운 길만을 선택하다가 지금 추락 위기에 처해 있었다.


“입사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맞지 않는다는 말을 해.”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가족 간의 협연이 아무리 불협화음을 낸다고 하더라도 때로는 모르는 척 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


“아무래도 공기업이 체질에 맞는 거 같아서. 사기업이 뭐겠냐? 일차적 사명이 이윤 극대화인데, 그 부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이었더라고, 내가. 공기업은 1인분만 해도 인생 밸런스 유지하며 살 수 있잖아. 직무도 행정직이나 기술직밖에 없는데, 어차피 삼성SDI쯤 되는 곳에 합격도 해봤으니까 내 입장에서는 부모님에게 보여줄 건 다 보여줬다는 입장이고.”


저러다가 잘못된 사업의 길로 빠졌었지.

그리고 몇 번 말아먹은 끝에 자존심만 남은 주정꾼이 되었다.


‘아버지가 다 알고 있는데도.’


서영도는 아마 꿈에도 모르고 있겠지. 그 일로 인해 지금도 아버지의 근심 가득해하는 얼굴을 말이다.

뭐,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다.


“형 인생이니 형이 알아서 해야지. 뭘 하든 어머니와 아버지, 실망시켜드리지 않으면 돼.”


난 놈의 얼굴에 암운을 선묘하게 해주는 대신 여전히 말 없는 그림자를 자처하기로 했다.


“춥다. 갈게, 조심히 가고.”


입술이 반쯤 열린 서영도를 두고 지나치기로. 그런데 갑자기 이런 말이 들려온다.


“너 뭐 딴 마음 품고 있는 거 아니지?”

“뭐?”


돌아보자 제법 상냥한 말투가 들려왔다.


“윤아 씨 말이야. 강 사장님. 언젠가 내 장인어른 되실 분이야.”


한숨 같은 웃음이 튀어나왔다.


드디어 본심을 드러내겠다 이건가.

명백한 선전포고였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전생에서 저런 놈을 그토록 부러워하면서 살았을까?’


인생은 회전목마라더니.

서영도가 갑자기 가여워지는 느낌이다.

지금 그런 거나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그건 내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니지. 그리고 형이 되고 싶다고 해서 될 수 있다는 것도 아니니까. 잘해봐, 간다.”


어쩐지 기묘한 모양으로 입을 비트는 서영도에게서 난 일별이 아닌 잠깐의 이별을 택했다.


***


리플로 인해 뜨거워진 비트코인에 대한 열기는 하나 케미칼 직원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어서, 시간이 될 때마다 모이는 흡연구역에는 언제나 코인들에 대한 대화들로 극성이다.

오늘도 어느 부서의 누가 얼마를 벌었다더라, 하는 자체적인 도시전설을 꺼내드는 동료들은 곧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서 과장님. 지금이라도 리플에 탑승할까요? 애가 끝이 없이 오르는데.”

“이번에는 리또속이 아닌가 봐요.”


25센트, 즉 200원 중반 대에 산 리플의 평단가는 어느새 2,000원을 돌파했다.

내가 5억 7,000만원을 투자했던 리플의 평가 금액만 해도 어느새 50억이 갓 넘어가고 있었는데.

말이 50억이지. 일평생 50억을 벌어보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손가락질 한 번에 거래 수수료를 빼더라도 온전히 50억이 넘는 거액을 거머쥘 수 있는 코인 거래소 어플이 온전히 내 핸드폰 안에 있었다.

이걸 꺼내들어 보여주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짜릿했다.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이렇게 벌리게 된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전율이 오를 정도이다.

팀원들에게 애써 태연함을 가장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글쎄요. 이제라도 신고점 연일 갱신하는 리플에 투자할 깡이 있다면요.”

“에이. 아무래도 너무 올라서. 금방 바닥 칠 거 같아서 난 못하겠다.”

“저도요. 서 과장님은 발목에서 주워 담으셔서 지금도 들고 있을 수 있는 거지. 이제 들어간다고 한들 수익이 나겠어요? 당장 내일 떨어지지만 않으면 다행이지.”

“내일이 뭐야. 태우는 순간 진짜 태워져버릴 걸?”


팀원들은 역시나 주저만 할 뿐, 선뜻 리플에 투자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괜히 리또속이 아니라니까.”


김평우의 말이 들린다.


난, 오늘도 조심할 뿐이다.

코인 거래소를 가끔 기웃거리는 것 말고는 달리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단 하나만은 알고 있었다.

내가 평생 꿈에도 그리던, 부자가 되어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


사람의 욕심이라는 건 참 무섭다.

어느 누가 어디에 투자를 해서 얼마를 벌었다더라, 하는 도시전설 같은 말들은 심심찮게 누군가의 입에서 또 누군가의 귀로 전달이 되어가고 있다.

부동산, 주식. 혹은 비트코인으로.

그걸 내가 겪을 줄은 몰랐다.


‘50억만 있어도 세상 부러울 게 없구나.’


일전에 로또 1등과 2등을 두 번 중복에 당첨되어 세금을 뗀 실수령 금액이 13억 후반이다.

50억이라고 하면 세후 1등 당첨만 못해도 약 4번에 달해야 한다는 소리다.

내게 주어진 축복의 낱장들이 뭉치로 변해간다는 걸 알면서도 가끔은 어안이 벙벙해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더 벌릴 거라는 걸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이 여간 무서우면서도 짜릿한 게 아니었다.

앞으로도 요지부동, 들고 있을 생각이다.


1,000만 달러.

130억을 가뿐히 상회하는 실현 수익으로 앞으로 뭘 하면 좋을까?

이 돈이면 많은 걸 할 수 있다.

안산에서는 지역 유지로 통할 수 있을 정도의 거액이다.

최신형 람보르기니 운전대를 잡고 주말 저녁 무렵, 브랜드도 없는 허접한 트레이닝 복 차림으로 중앙동 초입에 진입만 해도 그 순간 구경꾼들로 인해 빛나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행복한 상상은 결정이 아닌 과정에서의 가용으로만 끝내기로 한다.

거머쥐게 된 이 돈의 일부로 반드시 해야 하는 것들이 있지만, 어쨌든 매번 편의점 안에서 1+1만을 눈여겨보며 반강제로 선택지가 좁혀지던 내 인생에 드디어 봄날이 찾아왔다.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다지만 난 꽃보다 이들을 개화시키는 꿀벌이 되기로 했다.


하지만 의외의 훼방꾼이 이 공장 안에 있다는 걸 안다.


서두필.


드디어 놈이 과거의 오늘로부터 작전을 개시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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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뜻밖의 자장면 +4 24.05.25 6,371 103 13쪽
34 투자의 맛 (2) +4 24.05.24 6,476 102 15쪽
33 투자의 맛 (1) +3 24.05.24 6,502 101 13쪽
32 투자는 필연이다 +3 24.05.23 6,531 108 13쪽
31 실현수익 +4 24.05.23 6,560 109 14쪽
30 코인 협잡꾼 +4 24.05.22 6,397 107 12쪽
» 부자가 되어간다 +2 24.05.22 6,426 101 11쪽
28 피할 수 있어도 즐겨라 +2 24.05.21 6,410 110 14쪽
27 꼭 저 친구 데려와 (수정) +6 24.05.20 6,463 103 11쪽
26 쓴 약이 몸에도 좋다고 하잖습니까 +4 24.05.20 6,477 100 13쪽
25 템포와 임팩트 +5 24.05.19 6,761 95 15쪽
24 그 작자 여간내기가 아니야 +9 24.05.19 6,980 108 16쪽
23 끗발 +3 24.05.18 6,938 110 15쪽
22 공적인 곳에서는 과장님이라고 불러야지 +2 24.05.18 7,051 110 12쪽
21 못 받아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4 24.05.17 7,151 116 16쪽
20 하루 만에 2억이 벌린다 +6 24.05.17 7,343 123 12쪽
19 할 수 있습니다 +5 24.05.16 7,256 120 14쪽
18 우리 부서는 베타테스트 집단이 아닙니다 +6 24.05.16 7,334 109 15쪽
17 솔직히 난 배 아픕니다 +5 24.05.15 7,543 1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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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형수님은 아십니까? +6 24.05.14 8,073 128 11쪽
13 어긋난 규칙 +7 24.05.13 8,111 13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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