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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휘아빠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를 싹 다 먹어버리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그린망고고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6
최근연재일 :
2023.07.03 06:50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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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7
추천수 :
189
글자수 :
276,179

작성
23.06.2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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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42화

DUMMY

42화



북한 중국 접경지대의 도시 중 하나인 양강도 혜산시에 위치한 한 주택.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눈을 찌푸리며 잠에서 막 깨어나 더벅머리를 한 남자가 기지개를 펴며 방문 밖으로 나선다.


얼마전이었다면, 주린 배를 움켜쥐고 냉수라도 한 잔 마셨을 시간이다.


하지만, 최근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물론 좋은 쪽으로.


눈을 돌려 바라본 주방에는 쌀과 부식 등의 식료품이 쌓여 있어 먹지 않고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


낮은 출신성분이라 많이 배우지 못해 지식은 없지만 무엇 때문에 이런 변화가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짐작가는 바가 있다.


더벅머리 남자가 보기에는 이 모든 변화는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된 리춘희 아나운서의 발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세수를 하고 문 밖을 나서니, 아침 일찍부터 길을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 저 멀리서 한 중년남자가 아는 체를 한다.


“어이, 오랜만이군. 요즘은 어디서 일하고 있나?”

“저도 반갑습니다. 형님. 근래에는 저기 보이는 도로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 일당은 괜찮게 받고 있고? 별로면 내가 다른 일자리를 소개시켜 줄께.”

“아니오. 아주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감독관도 좋은 사람 같아서 걱정도 없구요.”


제국과 최상위 외교관계 수립과 경제적ㆍ군사적 협력 및 교류를 맺었다는 뉴스가 나간 후부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북한이었다.


무엇보다 생존에 가장 중요한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생겼다.


예전에는 국가에서 강제로 동원하는 노역은 대가가 없었고, 오히려 감독관 눈에 거슬리면 자아비판을 해야 하거나 뇌물을 바쳐야 하는 등 시달리기만 했다.


현실적인 생활비에 턱없이 부족한 임금을 주는 직장은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고, 무슨 일이 됐든 돈만 된다면 하려고 해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제국과 교류를 발표하자마자 도로, 교량 건설 등 각종 건축토목 공사가 북한 전역에서 가열차게 시작되었다.


처음엔 또다른 무임금 노동이 아닌가 싶어 경계하던 북한 주민들을 놀라게 한 건, 일을 하면 일을 한 만큼 정해진 일당을 지급해주는 것이었다.


‘그 땐 진짜로 놀랐었지.’


한국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북한에서는 일을 하고 그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다는 것만으로 축복받은 것과 진배없었다.


국가에서 지정해준 직업에서 생활비가 감당이 되지 않으니, 대부분의 집안에서 여성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장마당에 나가 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야만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하루만 열심히 일해도 4인 가구가 넉넉히 며칠은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살 수 있는 일당을 지급하는 건설현장은 신의 직장이었다.


‘그 때부터 시작이었지.’


돈도 안 되면서 북한주민들을 괴롭히기만 하던 생활총화나 각종 행사 참여에 대한 의무가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무진의 명령으로 북한 정부에서는 한 편으로 노동자들을 일요일은 반드시 쉬게 했는데, 이 것만으로도 주민들에게는 실로 엄청난 변화였다.


아직도 예전 버릇을 잊지 못하고 부정부패에 가담한 중간관리층에 대한 대대적인 감찰과 조사가 잇따랐던 것은 덤이었고.


더벅머리 남자가 보기에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혁명이었다.


“하하. 이 친구 말투가 완전히 남한 사람같구만 기래.”

“요즘, 남한 드라마에 푹 빠져 있다 보니 그런가 봅니다.”


그리고 드라마나 영화 시청 등의 남한 컨텐츠에 대한 시청이나 유포자들에 대해 점점 강화되기만 하던 당국의 처벌이 갑자기 눈 녹듯이 사라졌다.


일자리는 넘쳐났고 일만 열심히 하면 적어도 먹을 것이 부족하지는 않은 상황에서, 더벅머리 남자의 관심을 끈 것은 남한의 드라마였다.


아내와 딸래미가 커튼을 치고 불도 다 끈 상태에서 이불을 덮어쓰고 쉬쉬하며 몰래 보던 것이 남한 드라마였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제일 먼저 생각나는 즐길 거리가 남한 드라마 시청이었고, 불과 며칠되지 않아 거의 중독수준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았는데, 이젠 생활에 여유가 생기니 더 큰 욕심이 나는구나.’


오늘도 건설현장에 나가면, 감독관에게 중장비 운전을 배울 수 있도록 부탁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더벅머리 남자였다.



***



한 편, 무진의 폭탄발언에 놀란 리사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자 무진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넨다.


“리사. 왜 그래? 그게 그렇게 놀랄 만한 말이었나?”

“아니 어떻게 그런 폭탄발언을 듣고 침착할 수가 있겠어요?”

“리사가 그렇게 놀란 모습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하하.”


아무리 보고 또 봐도 리사가 알던 무진이 아니다.


그 소심하고 유약했던 무진이 이제는 가만히 있는 상대방을 도발해 전쟁을 일으키자는 말을 하다니.


지구에 도착하기 전의 무진을 알고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저히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지금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고개를 저어 상념을 떨쳐낸 리사가 무진에게 묻는다.


“그럼, 대체 어떤 식으로 중국이 북한을 공격하게 하시겠단 말인가요?”

“북한군 전력을 분석하다 보면 하나 눈에 띄는 점이 있어. 그게 뭔지 맞춰볼래?”


무진이 질문하는 의도에 대해 고민하며 쉽게 답을 말하지 못하던 리사가 자신 없는 말투로 대답한다.


“음···혹시 특수부대인가요”

“딩동댕! 바로 그거야.”


북한의 특수부대는 보통 12만명, 최대 20만명으로 추산된다.


북한군의 특수부태는 항공육전대-저격여단-경보병-정찰병으로 병종도 다양하다.


최근 북한군의 국지전을 통한 제한전 성격의 준비를 위해 이들의 병력은 더욱 증대되었다.


그 중에 미국의 특수작전 분류체계에서 티어(Tier) 1급 부대에 해당하는 1개 특수작전대대가 있었으니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작전총국 소속인 525특수작전대대였다.


“525특수작전대대를 이용해 중국이 먼저 북한을 공격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자고.”

“그럼 굉장히 치밀한 작전이 필요하겠는데요?”

“오히려 이런 기습적인 작전은 북한군도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테니, 이 참에 북한군 작전수립 능력도 파악할 겸 같이 협력해서 진행해 봐.”

“알겠습니다. 황태자 전하.”

“여기 계신 간부들은 다 아시겠지만, 다른 것보다 이 번 작전은 비밀엄수가 생명입니다. 이 점 명심하시고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발한 발상으로 북중전쟁의 시발점을 발화시킨 무진이 다시 한 번 간부들에 대한 단속을 이어나가며 회의는 마무리되었다.




비슷한 시각.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 위치한 주석 집무실에서도 회의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제국의 동향은 좀 어때?”

“저희 정찰 위성을 통해 지켜본 바로는 국경지대 상공에 제국의 함선으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잠깐 나타났었다가 사라지는 모습이 관측되었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저희 전문가들 분석으로 제국의 함선에 레이더는 물론이고, 가시광선을 통한 육안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을까 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런 게 가능하다고?”


시주석이 놀라 되묻자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국가안전부장.


“불가능하다고 증명된 바도 없습니다. 저희는 제국과 관련되면 항상 최악의 가정을 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너무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

“저희 실무선에선 항상 최악을 가정하고 준비태세를 갖추고, 주석 각하께서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신다면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역시 자네는 현명하단 말이야. 크하하.”


국가안전부장의 아부에 맞장구치며 웃던 시주석이 순식간에 안면을 굳히며 말을 잇는다.


“그런데 말이야. 아직 조금 남아있는 정보통들을 통해, 제국이 북한에 방어시스템을 지원해줬다는 정보가 들어왔다는 말이 있던데?”

“저희도 그 부분에 있어 사실 확인을 하고자 수 차례 시도했지만, 아직까지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안전부 정예요원들은 투입해 봤나?”

“네, 안 그래도 최근 시도한 케이스는 최정예요원들을 투입했었습니다만, 현장에서 전원 사살당했거나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쯧, 정말 북한에서 목숨 걸고 보안을 유지하려 하나 보구만.”


얼마전 있었던 전화 통화에서 마치 간이 배밖에 나온 것처럼 굴던 김정은 위원장이 생각나 갑자기 화가 치미는 시주석.


욱하는 마음에 경고도 하고 협박도 했었지만, 제국이 북한에 지원한 방어시스템이나 함선 등에 대한 정보의 부재로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 상황이 답답했다.


북한을 손 봐줄 수 있는 강한 명분이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자국 안에서 움직이는 북한군의 이동 하나만으로 전쟁을 일으키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중국의 대만합병 시도 등의 이슈로, 전 세계가 힘을 이용한 현상 변경에 대한 거부감이 극도로 심해지고 있기에.


하지만, 시주석 본인의 체면이 상했다고 느끼고 있는 이상 이대로 넘어가는 것도 마뜩치 않았다.


한참 동안 고민을 하던 시주석이 갑자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국가안전부장을 주시한다.


“이 봐. 국가안전부장. 내가 마침 기막힌 생각을 하나 떠올렸는데 말이야···”

“어떤 기상천외한 발상을 하셨을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음···그게 말이야···”

“ㆍㆍㆍㆍㆍㆍ”


시주석이 선뜻 대답하지 않고 말을 흐리자 뭔가 불안함을 느끼고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취하는 국가안전부장이다.


이에 시주석이 심각한 안색을 풀고, 마치 아이가 장난을 치다가 걸린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없다면, 북한이 우릴 공격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네?”


순간, 시주석이 한 말 뜻을 파악하지 못하고 의문성을 내뱉는 국가안전부장.


“말 그대로 북한이 우리 중국을 먼저 공격한다면, 전쟁의 명분은 우리에게 있는 거 맞잖아.”

“북한이 미치지 않는 이상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하, 이 친구야. 그렇게 답답하게 굴면 어떡하나?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우리 대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안전부장이 말이야. 하하.”

“음···주석 각하. 좀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여전히 시주석의 속내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국가안전부장.


실제로 이해하지 못한 건지, 나중에 책임소재 회피를 위해 이해하지 못한 척하는 건지 구별할 수 없다.


“한 번만 말할 테니 잘 듣게. 국경지대에서 북한군이 우리 중국에 대한 도발로 선제공격했다는 증거를 만들어 봐.”

“네?!”

“왜 그렇게 당황해?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아마추어처럼. 안되면 되게 하는게 국가안전부가 하는 일 아닌가?”

“네, 맞습니다. 주석 각하.”


시진핑 주석이 넌지시 건네는 경고에, 즉각 차렷자세를 취하며 복명하는 국가안전부장이다.


그렇다.


놀랍게도 시진핑 주석도 무진과 똑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무진은 중국이 먼저 공격한 증거가 필요했고, 시주석은 북한이 먼저 공격한 증거가 필요했다.


두 독재자에게는 팩트보다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명분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같은 생각에서 파생한 지시사항으로 인해 북한 특수부대와 중국 국가안전부는 작전 계획을 짜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과연, 누구의 뜻대로 일이 진행이 될 것인지 흥미진진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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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제41화 23.06.20 134 3 12쪽
40 제40화 23.06.19 131 2 12쪽
39 제39화 23.06.18 128 2 12쪽
38 제38화 23.06.17 139 2 12쪽
37 제37화 23.06.14 149 1 12쪽
36 제36화 23.06.13 157 1 12쪽
35 제35화 23.06.12 15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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