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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휘아빠 님의 서재입니다.

지구를 싹 다 먹어버리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그린망고고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6
최근연재일 :
2023.07.03 06:50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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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6,179

작성
23.06.0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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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27화

DUMMY

27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안색이 약간 창백해진 무진에게 백작이 싱긋 웃으며 말을 꺼낸다.


“일본국 공주가 제국에 방문하면 안내를 해 줄 사람이 필요한데 말입니다.”

“그 정도 일이야 리사한테 부탁하던지, 아니면 백작 수하 중에 똘똘한 친구 하나 정해서 맡겨도 되지 않나요?”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실무적인 가이드는 따로 사람을 쓰더라도 방문시 처음에 환영인사로 맞이한다거나 행사나 식사에 같이 동행한다거나 할 때 상대방의 신분이나 격에 맞는 의전은 필수적입니다.”

“그 말은 제가 직접 움직였으면 한다는 말씀이겠군요.”

“역시, 황태자 전하는 현명하십니다. 허허.”


역시, 그냥 넘어갈 순 없을 것 같다.


한 편으로는 달라진 삶을 만끽할 좋은 기회인 것도 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생의 한국인이었으면 언감생심 일본 공주의 그림자라도 밟아볼 기회가 있었을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으니 긍정적인 마인드로 접근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럼, 언제쯤으로 일본 공주 방문 일정을 생각하시나요?”

“저희 외교부의 의견으로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전하가 허락만 해주신다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공주방문이 성사되도록 일본과 협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측 반응은 어떻게 예상됩니까?”

“당연히 일본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 자명합니다.”


현 시점에서 제국에 공식적으로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 된다?

누구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지구상의 언론이나 각국의 정보기관에서는 제국에 대해 하나라도 더 파악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지경이다.


한국의 서울에 무역대표부와 영사관이 있지만 제국에 대해서는 지극히 간략한 설명 외에는 보안상의 이유라는 핑계로 정보노출을 극히 꺼리고 있어 새로운 정보에 목마른 상태다.


“알겠습니다. 결자해지라고 제가 사고를 쳤으니 수습도 제가 해야겠지요.”

“소신은 그저 황태자 전하의 성심에 탄복할 뿐입니다.”

“근데, 그런 말투는 도대체 어디서 배우신 건가요? 평소 사용하는 말투가 아닌 것 같은데요.”

“최근에 제가 한국에서 한창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사극에 푹 빠져있어서 그렇습니다. 하하.”


볼을 발그레 붉히며 대답하는 안드레이 백작을 짜게 식은 눈빛으로 쳐다보는 무진이었다.


무진과 대화를 나눈 후에 안드레이 외교부장은 즉시 일본의 요시다 관방장관과 협의를 통해 일반적인 관례와 달리 다음주라는 빠른 시일에 일본 공주의 제국 방문을 추진키로 하였다.




그 날 저녁, 일본에서 송출하는 뉴스 채널에 긴급속보가 발표되었다.


<국민 여러분, 긴급속보를 알려드립니다. 저희 일본국의 진주라 불리는 마유카 공주께서 다음주에 메타우리 제국의 땅에 지구인 최초로 공식적인 방문을 하신다는 소식이 방금 들어왔습니다···(중략)


이상, 긴급속보를 마치고 곧바로 해당 전문가들과 함께 공주님의 제국 방문이 가져올 효과 등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입니다. 그럼 광고 보고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본의 지상파와 위성방송을 통해 동시에 송출된 긴급속보 내용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은 간만에 전해진 제국 관련 소식에 뜨겁게 불타올랐다.


- 아니, 이게 뭔 소리여? 갑툭튀도 아니고 일본 공주라니···

- 야! 이거 로미오와 줄리엣 한 편 찍는 건가요?

ㄴ 제국과 우리 일본은 원수가 아니라 우호적 관계임. 나대지 마시길.

ㄴ 언제부터 제국과 일본이 교류했다고? 이제 막 시작하려는 거 아닌가?

ㄴ 제국 황태자에 비해 일본 공주는 좀 많이 처지는 것 같은데···

ㄴ 너나 거울이나 보고 반성해라. 이 ㅅㄲ야

- 교류도 한국이 먼저 시작했으니 제국 방문도 한국이 먼저 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ㄴ 한국 외교부가 잘못했네. ㅉㅉ.

- 일본 공주가 가면 방송국도 따라가서 취재하겠지?

ㄴ 아마 그러지 않을까? 드디어 제국의 실제 모습을 보개댔군

ㄴ ㄹㅇ 진심 궁금함. 돈 내고 볼 의향도 있음.

- ㅎㅎ 어쨌든 꿀잼 예약. ㅋㅋㅋㅋ


전 세계 언론이 일본의 속보를 이어받아 자국 신문 방송에 대서특필하였고, 일반 시민들은 신비로운 제국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이 소식에 가장 당황하고 놀란 것은 한국과 미국 정부였다.


최소한의 외교관계 수립도 꺼리며 쇄국정책(?)으로 일관하던 제국이 이렇게 갑자기 일본 공주의 제국 방문이라는 기습적인 이벤트로 개방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미국과 한국 정부 공히 내부적으로 일본에 첫 제국 방문이라는 기회를 뺏긴 것에 대해 외교라인에 대한 강한 문책이 있었다.


동시에, 제국에 방문하는 공주 편에 자국의 기자나 방송 인력 등을 동행시키고자 하였으나, 제국에서 거부하는 바람에 쓴 입맛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중심에 있는 황거(皇居, 고쿄)의 한 방안에서 한 여성이 여행을 준비하는 지 짐을 싸느라 한창이다.


160cm 정도의 아담한 키에 순하고 선한 눈망울에 처진 눈꼬리가 시선을 붙잡는다.


발랄해 보이는 흰색 원피스를 입고 침대 위에 펼쳐진 캐리어에 옷과 화장품 등을 정리해서 담고 있던 히메컷의 이 여성이 바로 제국에 방문하기로 예정된 마유카 공주였다.


한 참 짐을 싸고 있는데 누군가 노크를 하고 방으로 들어온다.


“아, 어머니. 짐을 싸고 있는데 뭘 얼마나 가져가야 할 지 모르겠어요.”


들어온 사람은 마사코 황후였다.


마사코 황후는 일본의 현 천황 나루히토의 황후로 결혼 전의 이름은 오와다 마사코이다. 1993년 나루히토와 결혼하여 일본 황실의 일원이 되었다. 자녀는 마유카 한 명이다.


“궁내청 직원들이 어련히 알아서 짐을 싸줄 건데 왜 네가 직접 짐을 싸고 있니?”

“아유, 아무리 그래도 제가 쓸 화장품 같은 건 제가 직접 챙겨야죠.”

“얼굴을 보니 굉장히 들떠 있는 게 내 눈에도 보이는구나.”

“어머, 정말인가요?”


어머니의 말에 사과처럼 볼을 붉히는 공주였다.


어릴 때부터, 만화와 소설 등을 읽기 좋아했던 공주에게는 느닷없이 태평양 한가운데 나타났다는 제국의 소식에 누구보다 강한 호기심을 느꼈었다.


거기에, 훤칠하고 잘 생긴 제국의 황태자가 당당한 자세로 전 세계에 방송화면을 통해 입장문을 발표하는 것을 보며 가슴속에 제국에 대한 환상이 무럭무럭 피어나기도 했었다.


공주 입장에서는 황거에 들른 관방장관을 우연히 만났을 때 아무 기대없이 부탁한 일이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지구 최강국인 미국의 우호적인 손짓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DNA 분석 결과 유사성이 가장 높다는 이유로 생뚱맞게 한국을 첫 교류상대로 지목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보를 보이던 제국이다.


일본도 미국과 공조해서 한국관 관련된 여러 채널을 통해 로비를 한 결과 최근 기초적인 외교관계 수립을 하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도도하고 쇄국정책을 취하는 줄로만 알았던 제국이 본인의 방문 의사를 받아들였다는 것에 흥분한 마유카 공주는 마치 보이지 않는 운명의 끈이 이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맞아. 이 건 분명히 절대적인 내 운명이야. 마유카, 다신 같은 기회가 없을 수 있으니 이 번 방문에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눈치 따윈 보지 말고 다해 보자.’


살짝 촉촉해 보이는 눈망울에 수많은 상상과 희망이 섞인 감정에 휩싸인 채 점점 더 망상에 빠져드는 공주였다.



***



이쯤 되면 한 번은 거론되었어야 할 나라가 있다.


과연 어느 나라일까?


그렇다. 바로 북한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줄여서 북한의 평양에 위치한 주석궁의 한 공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그 측근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 제국이라는 곳이 갑자기 등장해서 국제사회의 우리 북조선에 대한 관심이 확 식어버린 것 같습니다.”

“에잉, 이젠 미사일도 한 두발 날려서는 남한에서도 시큰둥하던데 큰일이로구만.”


김여정 선전선동부장의 말에 맞장구 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었다.


“어떻게 제국이라는 놈들을 이용해 먹을 방법이 없을까?”

“의외로 우리 북조선과 잘 통하는 부분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잘 통할 수 있다? 제국과 북조선이?”

“네, 그렇습니다. 위원장 각하. 우선 고려해야 할 점이 제국은 입헌군주제 따위가 아니라 실질적 권력을 갖고 있는 듯 보이는 황실과 귀족이라는 계급이 존재하는 신분제 국가입니다.”

“그렇구만 그래.”


사실상 북한에서 3대째 세습하면서 실질적인 김씨 왕조를 구축하고자 하는 김정은에게는 아주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제국이다.


실제로 알아보면 21세기인 지금 유럽에도 왕실이 아직까지 존재하는 나라가 여럿 있고, 중동에도 여러 왕조가 아직까지 엄연히 실질적 지배권력을 가지고 잘만 운영되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권력세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제국처럼 당당하게 김씨 왕국을 표방하여 후대 세습에 대한 걱정 없이 자식들에게 이 권좌를 물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제국 놈들이 콧대가 무지하게 높아서 미국과 일본도 외교관계를 수립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하던데···”

“하지만, 우리에게는 미국과 일본이 갖지 못한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한테 어떤 장점이 있는데?”

“바로 핏줄입니다. 다른 말로 DNA지요. 한국과 제일 먼저 교류한 이유가 DNA 때문이라면 우리 북조선도 남조선에 비해 밀릴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듣고 보니 상당히 일리가 있어 보인다.


DNA 분석 결과, 한민족과 가장 유사성이 높았다면 북한도 당연히 높을 것이다.


오히려 요즘 들어 상대적으로 외국인과 피가 많이 섞인 남한보다 유사성만 놓고 본다면 더 높게 나올 확률이 높아 보인다.


“만약, 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상호 무역 등 교류를 한다면 우리 북조선에 어떤 이익이 있을까?”

“아직 정보가 밝혀진 부분이 많진 않지만 제국이 보유한 기술력은 현 시점의 지구촌 각 나라에 비해 상당히 우월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 말의 의미는?”

“우리 북조선의 값싼 노동력과 제국의 앞선 기술력이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국도 신분제 국가이므로 무슨 말만 하면 김씨 일가 독재체제를 부정부터 하고 시작하는 남조선보다는 현재 북조선의 지배구조에 대해 무난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 지금 논의한 대로 북조선의 저렴한 노동력을 제국에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다면 중국 같은 급속한 경제성장도 가능할 수 있다.


오직, 본인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남한을 포함한 자본주의 세력들과 경제협력을 추진할 생각도 못하고 있는 북한 상황에서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좋아. 아주 좋아. 동무. 제국과의 외교관계 수립과 경제 교류 등에 대해 적극적을 추진해 보라우. 내가 팍팍 밀어주갔어. 하하하.”

“그렇다면, 남조선에서 암약중인 친북인사들을 통해 제국과 외교관계 수립을 타진해 보겠습니다.”


제국과의 교류를 통해 경제성장 등 현재 막힌 국면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한껏 기대에 부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그 측근들이었다.


과연 제국은 김정은이 원하는 대로 4대 권력세습을 위한 튼튼한 동아줄이 되 줄 것인가?


작가의말

선작, 추천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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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제37화 23.06.14 14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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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제35화 23.06.12 15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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